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7)
독식하는 재벌 3세-7화(7/518)
7화. 걸프전(3)
“소속을 옮기는 대로 미국 계좌로 보너스가 입금될 겁니다. 1.4조 원이니까 140억이네요. 4명이니 각자 35억씩은 받으시겠네요.”
“너, 너무 많은 금액입니다.”
“이렇게 보너스를 주는 건 이번이 마지막입니다. 이제 보너스를 차등 지급할 거예요. 그리고 사람도 더 영입할 생각이니 빡세게 경쟁해야 할 거예요.”
원래 잡은 물고기에겐 먹이를 많이 주는 법이 아니다.
능력 있는 사람은 많이 받고, 일을 덜한 사람은 조금 주는 방식으로 보너스 지급 방식을 바꾸려고 한다.
“차등 지급이라고 하면 실적에 따라 달라지는 겁니까?”
“맞아요. 그러니까 다들 열심히 하세요.”
“목숨 걸고 하겠습니다!”
다들 눈빛이 달라졌다.
역시 사람을 움직이는데 돈만 한 것이 없다.
“그럼 다음 투자 계획을 세워 볼까요?”
“이번엔 어디에 투자하실 계획이십니까? 제가 유망한 투자 종목을 미리 선별해 보았습니다.”
한정훈 팀장은 요즘 여유가 넘쳤을 것이다.
원유로 거액을 벌어들인 뒤에는 딱히 할 일이 없었을 테니까.
그래도 내가 시킨 대로 원금을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계속해서 선물 거래를 하긴 했어도, 전만큼 수익이 나지 않으니 남는 시간에 자료 조사를 했을 터.
“한 팀장의 포트폴리오를 보니 원유가 빠졌네요.”
“언제 끝날지 모르는 전쟁입니다. 당분간은 원유 시장은 정체기에 빠질 거라 예상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원유 시장에 투자를 하는 건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모두가 한 팀장의 말에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투자자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겠지.
“그런데 저는 한 번 더 기회가 올 것 같네요.”
“기회라고 하면 혹시 원유 가격이 한 번 더 폭등할 거라 예상하고 계십니까?”
“설마 여기서 원유 가격이 더 오르겠어요? 지금도 미친 가격인데.”
“그럼 어떤 방식으로 원유에 투자하실 생각이십니까?”
“일본 경제가 버블이었듯 지금 원유 가격도 버블이라고 생각되지 않으세요?”
“그렇긴 하지만, 전쟁이 끝나지 않으면 버블이 끝나지 않습니다.”
“전쟁은 미국이 나서는 순간 순식간에 끝날 겁니다. 그리고 유가의 버블은 오를 때보다 더 빠르게 떨어지겠죠.”
걸프전은 미 공군의 화려한 화력쇼를 선보인 전쟁이었다.
엄청난 화력에 이라크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고, 세상 모든 사람의 예상과는 달리 싱겁게 끝나 버린다.
물론 이런 예상을 하는 사람은 드물었다.
한정훈 팀장 또한 마찬가지였다.
“미국은 이미 베트남전에서 패배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의 물량과 화력만으로는 전쟁을 끝내기 어렵습니다.”
“베트남은 내전이었으니까요. 이번 전쟁이 내전인가요?”
“아닙니다. 국가 간의 전쟁입니다.”
“그러면 혹시 이라크에 베트남처럼 정글이 있어서 게릴라전을 할 수 있나요?”
“중동지역에 정글이 있을 수는 없지요.”
“그냥 화력으로 밀어 버리면 끝나는 전쟁이라는 소리잖아요. 미국이 화력쇼를 하기 딱 좋은 무대기도 하고요.”
너무나도 당연한 사실이었다.
하지만 베트남전의 치욕이 아직 남아 있었기에 미국의 국방력에 의문을 가지는 시기가 지금이었다.
게다가 이라크는 이란과의 전쟁을 무려 8년이나 이어 갔기도 했으니. 이번 전쟁도 길어질 거란 예상이 어찌 보면 당연했다.
“그럼 도련님은 유가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시는 겁니까?”
“당연하죠. 전쟁이 빨리 끝나니까요. 그리고 지금 전쟁이라고는 하지만 원유 공급에 문제가 생긴 것도 아니잖아요.”
“그렇긴 합니다.”
“그럼 고민할 게 뭐 있어요? 미국이 참전한다는 뉴스가 뜨는 순간 원유 공매도를 걸어 버리세요.”
“이번에도 설마 레버리지를 이용해야 합니까?”
“당연하죠!”
기겁을 하는 팀원들이다.
레버리지의 위험성을 잘 아는 증권맨들이었기에 공포가 그들에게 빠르게 스며들었다.
“야수의 심장 모르세요? 무슨 겁이 이렇게나 많은지 모르겠네.”
“하지만 도련님의 말대로 전쟁이 빠르게 끝나지 않으면 투자금 전액을 날리게 됩니다.”
“그럼 또 벌면 되죠. 다들 명심하세요. 여긴 태우증권처럼 안정성을 최우선 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모든 리스크는 제가 책임질 테니 여러분들은 최대의 수익을 뽑아낼 수 있는 방법만 생각하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원유 공매도를 진행하는 방식으로 기획서를 만들어 보겠습니다.”
생각보다 수긍이 빠른 한정훈 팀장이었다.
벌써 2번이나 큰 수익을 올린 덕에 나에 대한 믿음이 강해졌다.
“아마 미국이 참전하는 건 내년이나 돼야 가능할 테니까 너무 서두르진 말고요. 그동안 미국 분위기에 익숙해지게 여기저기에 투자도 좀 해 보세요. 20억 달러를 통장에 가만히 넣어 둘 수는 없으니까요.”
“우선은 자료 조사부터 들어가겠습니다.”
한정훈 팀장이 팀원들을 불러 모았다.
그는 능숙하게 팀원들에게 필요한 자료 조사를 지시했다.
내가 사람 잘 뽑았다니까.
괜히 한국에서 제일가는 투자회사 대표가 된 게 아니야.
내가 미리 침 발라 두지 않았다면, 독립해 투자회사 대표가 될 운명이었던 한정훈 팀장이었다.
다시 말하면 그의 기회를 내가 뺏은 셈이다.
그런 만큼 더 막대한 부를 쌓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줘야만 했다.
* * *
며칠 후.
나는 입시 컨설턴트의 도움을 받아 SAT 공부에 열중했다.
그리고 에세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일주일에 하나씩 에세이를 써 내려갔다.
정말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였고, 나만큼이나 전담팀도 바쁘게 지냈다.
“다들 얼굴이 많이 상하셨네요. 많이 바쁜가 보죠?”
“……도련님,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이제야 이해가 갑니다. 태우증권의 시스템을 이용하지 못하니 작은 정보를 알아내려고 해도 엄청난 노력이 소모됩니다.”
“쉬운 말을 뭘 그렇게 길게 해요. 그냥 직원 뽑아 달라고 해요.”
“맞습니다! 직원이 필요합니다.”
“그럼 한 50명만 뽑아요. 업계 최고 대우를 해 준다고 하면 지원자가 꽤 날아올 거예요.”
“그래도 되겠습니까? 월가에서 업계 최고 대우라고 하면, 억 단위의 연봉은 기본입니다.”
억 단위의 연봉?
자기들이 보너스로 수십억을 받은 건 벌써 까먹은 건가?
하긴 2천만 원의 연봉으로 일하던 게 엊그제니 그럴 만도 하지.
“연봉을 받는 만큼 유능한 인재를 뽑으면 그만이에요. 이력서를 받는 대로 저한테 가지고 오세요.”
“도련님이 직접 뽑으실 생각이십니까?”
“인재가 만재고 인사가 만사라고 했어요. 아무나 막 뽑을 수는 없죠. 아! 그리고 이력서에 사진 한 장 동봉하라고 하세요.”
미국에서는 이력서에 사진을 붙이는 건 불법이다.
하지만 내가 상세 정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얼굴 사진이 필요했다.
“법적인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변호사와 상담을 한 후 이력서를 받겠습니다.”
“이력서를 한국 법인으로 받으면 크게 문제가 생기진 않을 거예요.”
“그렇게 진행하겠습니다.”
월가에 진출하고 싶은 사람은 넘쳐 난다.
하지만 월가의 벽은 높았고, 최고 수준의 엘리트가 아니고는 그 벽을 넘지 못했다.
가진 능력은 뛰어나지만 월가의 높은 벽을 넘지 못한 인재는 분명 넘쳐 날 것이다.
이런 내 생각은 정확했다.
생긴 지 반년도 채 되지 않은 SVAE 투자회사에 꽤 많은 이력서가 들어왔다.
“도련님, 지금까지 130명이 지원을 했습니다. 여기 이력서와 사진입니다.”
“생각보다 많이 지원했네요. 회사를 제대로 굴리려면 몇 명 정도가 필요하죠?”
“최소 10명이고, 많으면 많을수록 좋습니다.”
“이력서 두고 가 보세요.”
나는 이력서는 뒤로 제쳐 두고 사진만을 확인했다.
이력서에 있는 정보보다 더 자세한 정보를 사진만 봐도 알 수 있으니까.
‘확실히 월가는 다르긴 하네. 다들 기본 능력이 꽤 우수해.’
지원자 대부분이 B급 이상의 업무 능력을 하나 이상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나는 SAVE 투자회사를 세계 최고의 투자회사로 만들 생각이다.
그러니 최소 A급 업무 능력을 보유한 인재들이 필요했다.
“오! 분석력 A급! 이런 사람은 바로 뽑아야지. 수학 A급? 투자는 숫자놀이니까 수학 능력도 필요하지. 얘도 뽑자. 오오오! 또 A급!”
역시 사람은 큰물에서 놀아야 한다.
태우증권 앞에서 몇 시간이고 진을 치며 겨우 A급 업무 능력을 가진 사람 3명에 한정훈을 낚았는데.
미국 월가에서는 A급이 아주 넘쳐 났다.
무려 20명! 하지만 S급 업무 능력을 가진 사람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딱 한 명이 있긴 했다.
그런데 가진 능력이 조금 애매하다.
‘친화력이 S급이라. 이걸 어따 써먹지?’
써먹을 곳이 있는지 없는지가 뭣이 중하겠나.
S급 업무 능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우선 영입하고 봐야지.
‘남 주긴 아깝잖아!’
나는 21명의 이력서를 정리해 한 팀장에게 내밀었다.
그는 이력서의 숫자를 확인하고는 입을 열었다.
“1차 합격자입니까? 여기서 2차 면접을 진행하겠습니다.”
“면접은 무슨 면접을 봐요. 그냥 다 뽑으세요.”
“21명이나 말씀이십니까? 지금 있는 사무실은 10명이 쓰기도 비좁습니다.”
“그럼 사무실을 새로 구하면 되겠네요. 아니면 아예 빌딩을 하나 사도 되고요.”
한정훈 팀장이 날 바라보는 눈빛이 변했다.
말은 안 해도, ‘재벌 3세라 돈이 귀한지도 모르네!’ 딱 이런 눈빛이었다.
“아니, 조 단위로 돈을 벌어들이는데 빌딩 하나 사는 게 뭐가 대수라고요.”
“우선은 지금 사무실의 옆 사무실까지 계약해 확장하겠습니다. 그리고 내년 유가 투자가 성공하면 그때 빌딩을 구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아무 빌딩이나 살 수 없으니 그동안 열심히 발품도 팔아 주시고요.”
“그런데 정말 면접도 없이 20명이 넘는 인원을 전부 뽑습니까?”
“면접을 꼭 봐야 아나요? 척 보면 답이 나오죠.”
“……알겠습니다. 합격 통보를 지금 바로 돌리겠습니다.”
“사무실 확장 공사가 끝나야 출근이 가능하니 천천히 하세요.”
인력 확충은 얼추 끝이 났다.
신입 21명에 기존 4명까지 더하면, 총 25명의 직원을 가지게 되었다.
여전히 부족한 숫자긴 했다.
그게 다 우리 회사 이름이 덜 퍼져서 그렇다.
그건 시간이 지나면 절로 해결이 된다. 계속해서 투자를 성공시킬 것이니까.
* * *
미국에서의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다.
하루 24시간을 아무리 쪼개 써도 부족하기만 한 시간.
아침 5시부터 출근한 컨설턴트의 감독하에 SAT를 비롯해 어학 시험 그리고 에세이까지 쉴 틈 없이 준비를 했다.
그러는 사이 1990년이 지나 1991년 1월이 되었다.
그리고 오늘은 1월 17일 그 유명한 사막의 폭풍 작전이 시작되는 날이었다.
“준비 다 됐죠?”
“전 직원을 동원해 유가 공매도를 시작했습니다.”
나는 오랜만에 SAVE 투자회사를 찾았다.
오늘 같은 날은 책을 아무리 봐도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미군이 투입되면 유가는 급락할 겁니다. 우리는 딱 2배만 먹고 빠지자고요.”
“만약 유가가 급등이라도 하면, 20억 달러로 잡아 놓은 증거금이 일순간에 청산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일 없으니까 믿으세요.”
이번 선물 거래 역시 레버리지를 풀로 당겼다.
한 방에 조 단위의 돈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으니 전 직원이 벌벌 떨고 있었다.
그런다고 뭐가 달라지겠나?
이미 판돈은 걸었고, 결과가 나오기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냥 기다리긴 심심하니까. 틱! 나는 TV를 틀었다.
“걸프전 뉴스가 이제 막 터져 나올 거예요.”
“전쟁 관련된 내용은 기밀이지 않습니까? 속보로 나오겠습니까?”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홍보를 할 거예요. 미국의 화력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 주고 싶을 테니까요.”
말이 끝나기 무섭게 속보가 터져 나왔다.
[세계 최초의 스텔스 전투기인 F-117이 이라크의 심장을 관통했으며, B-52 폭격기와 토마호크 미사일이 이라크 중심부를 초토화시켰습니다.]이란과의 8년간의 전쟁을 벌인 이라크.
그 전쟁은 정전으로 끝이 났지만, 사실상 이라크의 승리라 알려졌다.
오랜 전쟁으로 큰 피해를 입었지만, 그만큼 많은 전쟁 물자를 비축해 둔 곳도 이라크였다.
그런 이라크가 하루 만에 쑥대밭이 되었다.
이라크의 중심부는 온갖 종류의 폭격으로 폐허가 되었고, 그 모습이 전파를 타는 순간 유가가 흔들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