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71)
독식하는 재벌 3세-71화(71/518)
71화. 실패 (4)
휴대폰 사업부를 애플로 매각해야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였다.
애플과 협력을 통해 가전제품 시장의 점유율을 더 높일 수도 있고.
태우전자의 이미지 변화와 고작 1년 남은 외환위기를 대비할 자금을 마련할 수도 있다.
이런 여러 가지 이유가 있었지만.
나는 굳이 우성일 부사장에게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그는 단지 내가 하는 말을 그대로 실행하기만 하면 되는 사람이었으니까.
“좀 더 큰 그림을 보셔야 합니다. 태우전자 사장은 그런 사람이 앉아야 하는 자리고요. 그리고 전 이 자리를 조만간 부사장님에게 드리려고 합니다.”
“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아직 회장님에게 말씀드리진 않았지만, 조만간 저는 기획실로 자리를 옮기려고 합니다. 태우전자가 아닌 태우그룹의 전체를 지켜보려면 그 자리가 맞는 것 같아서요. 부사장님에게 태우전자를 맡겨도 되겠죠?”
“감사합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성일 부사장은 책상에 머리까지 박으며 감사의 인사를 전해 왔다.
내가 기획실에 있다고 해도 무조건 내 말에 충성을 다할 사람이기에 우성일 부사장에게 사장 자리를 넘겨주려는 것이기도 했다.
말을 안 듣는다면?
그러면 언제든지 갈면 그만이다.
태우전자의 최대 주주는 나였으니까.
“엠피맨의 판매 실적은 어떤가요? 슬라이드폰과 동시에 출시한 걸로 알고 있는데.”
“그게 좀 이상합니다. CES에서의 호평이면 분명 판매량이 좋아야 하는데, 주문량이 터무니없이 적습니다.”
“얼마나 적다는 거죠?”
“전국에 있는 태우 가전제품 매장에 엠피맨을 전시했지만, 지금까지 500대도 팔리지 않았습니다. 신문, TV 광고까지 했는데 이렇게 처참한 성적은 태우전자 역사상 처음입니다.”
엠피맨은 역시나 실패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어 가고 있다곤 하지만, MP3 파일은 생소한 시대였다.
특히나 음원을 공유할 수 있는 P2P 프로그램은 1999년도가 되어야 출시되니 MP3 플레이어는 시대를 앞서도 너무 앞선 제품이었다.
“황영철 사장이 많이 낙심했겠군요.”
“몇 번 연락을 시도해 봤지만, 연락이 되고 있지 않습니다. 회사에도 출근을 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처음으로 실패를 맛봤으니 정신을 차리기 힘들겠죠.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주세요.”
황영철 사장의 위치는 어렵지 않게 파악되었다.
청담동 인근의 와인바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는 제보가 들어왔고, 내가 와인바로 찾아갔을 때는 술에 취해 대자로 뻗어 있었다.
“오늘 장사는 여기까지 하시는 걸로 하죠.”
와인바 사장에게 두둑한 현금을 챙겨 주었고.
여사장은 현금의 무게에 만족한 듯 곧장 자리를 비켜 주었다.
음악까지 꺼진 조용한 와인바.
나는 황영철 사장의 옆에서 조용히 앉아 있었고, 무려 3시간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리는 황영철 사장이었다.
“아, 머리야. 물, 누가 물 좀 줘!”
“여기 있어요. 어떻게 몸은 괜찮습니까?”
“누, 누구? 어! 사장님이 여길 어떻게!”
“일단 물부터 한 잔 마시세요.”
나는 작은 생수병을 그에게 건넸고.
그는 잠시 눈치를 살피다 생수병을 모조리 입 안으로 털어 넣었다.
“……못난 꼴을 보여 드려 정말 죄송합니다.”
“저에게 죄송할 게 뭐가 있나요?”
“태우전자에서 전적으로 밀어주고 광고까지 다 넣어 주셨는데. 결과가 좋지 않아 폐를 끼쳤습니다.”
“그렇다고 회사에도 출근을 안 하고 이러면 어떻게 합니까? 직원들을 생각해서라도 다시 잘해 봐야죠.”
“직원들에게 미안해서 출근을 하질 못하겠습니다. 이번 제품만 잘 되면 보너스를 두둑이 쏘겠다고 약속을 했었는데… 그래서 직원들은 매일같이 야근을 하며 엠피맨을 만들었었는데…….”
눈물까지 흘리며 하소연을 하는 황영철 사장이었다.
그가 어떤 기분인지 나는 잘 알고 있었다.
세상이 무너지는 기분, 다시는 일어날 수 없다는 좌절감.
그런데 황영철 사장의 상황은 나쁘지만은 않았다.
지분 49%를 나에게 판매해 100억 대의 자산가가 되어 있었으니까.
“보너스라면 제가 챙겨 드릴 수 있습니다.”
“사장님에게 어떻게 그런 부탁까지 드리겠습니까. 엠피맨 때문에 입은 피해가 한두 푼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서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대로 술독에 빠져 사실 겁니까?”
“……솔직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다시 MP3 플레이어를 만든다고 해서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의심이 듭니다.”
사람이 이렇게 약해서는.
황영철 사장의 마음은 이미 무너져 내려 있었고, 그에게는 든든한 버팀목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제가 한 가지 제안을 드려도 될까요?”
“어떤 제안 말씀이십니까?”
“디지털케이스를 제가 인수하겠습니다.”
“태우전자에서 우리 회사를 인수하시겠다는 겁니까? 그럼 직원들까지 전부 고용 승계 해 주시는 겁니까?”
“직원들은 애플에서 일할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스티브에게 가장 필요한 인력이 MP3 플레이어 개발자였다.
세계 최초의 MP3 플레이어를 만든 인력이라면, 애플이 마다할 리가 없었다.
“자꾸만 사장님에게 폐만 끼치는 것 같아 죄송합니다.”
“민폐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그리고 황 사장님이 원하신다면, 사장님도 애플로 가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저까지 말씀이십니까?”
“애플에서 새로운 MP3를 만들어 보세요. 제가 뒤에서 후원해 드리겠습니다.”
뚝뚝!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 황영철 사장이었다.
지금 그에게 필요한 것은 위로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었다.
“저도 새롭게 시작할 수 있을까요?”
“무거운 짐은 저에게 전부 넘기고 새롭게 시작하세요.”
“제가 가진 디지털케이스 지분을 사장님에게 전부 양도하겠습니다. 돈은 필요 없습니다. 이미 너무 많은 돈과 도움을 받았는데 어떻게 더 받겠습니까.”
MP3 플레이어의 가치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이러니 전생에서도 MP3 플레이어의 특허권이 여러 곳으로 흩어졌겠지.
“그래도 지분을 어떻게 그냥 받겠어요. 50억 원을 추가로 드릴 테니 직원들 보너스로 좀 챙겨 주세요.”
“감……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이 은혜는 꼭 보답하겠습니다.”
지금의 마음이 계속될까?
아이팟이 대성공을 거두게 되면, MP3 플레이어의 특허권의 가치는 급상승한다.
150억 원으로 구입한 특허권은 최소 100배 이상의 가치를 가질 것이 분명했다.
“오늘까지만 술에 취하고 내일부터는 다시 돌아오세요. 그래야 직원들이 불안해하지 않습니다. 돈도 오늘 중으로 입금해 드릴 테니 직원들에게 보너스도 바로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사장님 같은 분을 만난 건 제 인생에서 최고의 행운입니다.”
연신 감사의 인사를 전해오는 황 사장이었고.
나는 대기하고 있는 기사를 시켜 그를 집까지 안전하게 보내 주었다.
* * *
황 사장과의 만남을 마치고 난 강 대위 사무실로 향했다.
역시나 한 팀장이 밤새 서류를 뒤적거리며 사무실에서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대표님이 이 시간에 어쩐 일이십니까?”
“갑자기 해야 할 일이 생각나서요.”
“일거리를 던져 주시려고 오신 겁니까? 안 그래도 할 일은 넘쳐납니다.”
“조금 급한 일이라서요. 그리고 일본에서 해야 할 일이거든요. 일본이라면 익숙하시죠?”
일본 파생 상품을 판매한 사람이 한 팀장이었다.
그는 데이비드와 함께 일본을 돌아다니며 여러 회사에 파생상품을 판매했고.
일본 기업들은 파생 상품으로 인해 아직도 피 말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일본 기업에 또 받아 낼 것이 남았습니까? 그런 일이라면 당연히 제가 나서야죠.”
“아주 신이 나셨네요.”
“굽신거릴 필요 없이 갑질만 하면 되는데 뭐가 어렵겠습니까?”
한 팀장은 부인하겠지만, 그는 이미 월가의 하이에나가 되어 있었다.
지지부진한 인수 합병 세부 사항 조율보다 이런 일을 더 재밌어했다.
“파나소닉이 보유한 지분을 받아 와야 하는 일입니다.”
“어떤 지분을 받아 오면 됩니까? 제가 탈탈 털어 오겠습니다.”
“MCA 레코드라고 아세요? 미국 3대 음반 유통 회사인데.”
“영화 회사인 유니버셜 픽쳐스의 자매 회사 아닙니까?”
“맞아요. 그 지분을 파나소닉이 대거 보유하고 있어요. 받아 오실 수 있겠어요?”
“그 정도는 어렵지 않습니다. 자회사의 지분을 달라는 것도 아니고, 다른 회사의 지분을 받아 오는 건데 뭐가 힘들겠습니까!”
지금 당장 일본으로 날아갈 기세로 자리에서 일어나는 한 팀장이었다.
그러다 궁금한 점이 생겼는지 잠시 발길을 멈추고는 질문을 던져 왔다.
“그런데 음반 사업까지 진출하시려는 겁니까?”
“그럴 생각까지는 없는데. 필요하다면 해야 할 수도 있죠.”
MP3 플레이어가 실패한 이유는 MP3 파일의 부족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내가 P2P 사이트를 만들어 배포할 수는 없었다.
P2P 사이트 자체는 합법이지만, 공유되는 파일 대부분은 불법이었기에 법적 분쟁은 물론이고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럼 정식 음원을 MP3 파일로 만들면 되었고.
그러기 위해선 대형 음반 유통사의 힘이 필요했다.
물론 애플을 이용해 음반 유통사와 협의를 해도 되겠지만, 그렇게 진행해서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기도 했고, 좋지 않은 조건으로 협상이 될 수도 있었다.
쉬운 길이 있는데 왜 돌아가겠나?
그냥 음반 유통사를 하나 인수하면 그만인데.
그것도 이미 사정이 좋지 않아 지분 대부분을 다른 회사에 넘긴 곳이라면 안성맞춤이었다.
“대표님이 필요하다고 하신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야죠.”
“손해 볼 일은 없으니까. 걱정 말고 진행하세요.”
“그럼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한 팀장은 지체 없이 사무실을 떠났다.
비행기표는 공항에서 구매할 생각인지 무작정 공항으로 가 버렸다.
* * *
늦은 밤.
사무실에서 집으로 퇴근을 했고, 아직까지 할아버지는 주무시지 않고 나를 기다리고 계셨다.
“퇴근이 많이 늦구나.”
“여기저기 신경 쓸 곳이 많아 조금 늦었습니다.”
“뭐가 잘 안 되는 게냐?”
“아닙니다. 제가 없어도 태우전자가 잘 돌아가게끔 만들기 위해 바삐 움직였습니다.”
“그게 무슨 말이냐? 마치 태우전자를 떠날 것처럼 말하는구나.”
안 그래도 드릴 말씀이 있었다.
조금 이른 감이 있지만, 태우전자 사장에서 물러나겠다는 말을 드렸다.
“태우전자에서 물러나 기획실로 가고 싶습니다.”
“갑자기 기획실로 가고 싶다니?”
“할아버지에게 반기를 들었으니 좌천을 당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허허, 네가 기획실로 간다고 한들 누가 좌천이라고 생각이라도 하겠느냐? 태우전자뿐만 아니라 그룹의 모든 계열사를 컨트롤하려고 기획실로 옮긴다고 생각하겠지.”
역시나 할아버지는 단번에 모든 걸 꿰뚫어 보셨다.
“태우전자는 이제 제가 없어도 문제 없이 돌아가게끔 시스템을 만들어 두었습니다.”
“그래서 다른 계열사로 손을 뻗겠다는 게냐? 왜 또 팔아 치우고 싶은 계열사가 있느냐?”
할아버지는 여전히 마음이 상해 계셨다.
태우조선부터 휴대폰 사업부까지 매각되었으니 마음이 편치 않으시겠지.
“아닙니다. 앞으로는 계열사 매각을 할아버지 허락 없이는 진행하지 않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저는 태우그룹이 더 발전하고 성장하길 바라고 있습니다.”
“뭘 어떻게 성장시킬 계획이더냐?”
“할아버지의 말씀대로 세계화만이 살 길입니다. 미국은 물론이고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로 진출하고자 합니다.”
“녀석,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말을 하는구나.”
계열사 매각은 여기까지.
이제는 태우그룹의 매출을 높여 부채를 줄여 나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