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72)
독식하는 재벌 3세-72화(72/518)
72화. 진출 (1)
할아버지는 어렵지 않게 내 제의를 수락하셨다.
더는 계열사를 매각하지 않고 매출 극대화를 하겠다는 설득이 먹힌 것이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났고.
그룹 기획실에 새로운 직급이 생겼다.
부사장 대우를 받는 비서실장 위에 사장 대우를 받는 본부장 자리가 새로 만들어졌다.
그렇게 만들어진 기획 본부장 자리는 나를 위한 자리였고.
태우전자의 일을 전부 우성일 부사장에게 넘겨주고 난 뒤 나는 그룹 본사로 다시 출근을 했다.
“본부장님, 반갑습니다!”
하재원 기획실장이 본사 정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말 예의 바르게 고개를 숙이고 있는 기획실장이었지만, 그의 권력은 결코 적지 않았다.
비서실장 아저씨가 실질적인 2인자였고, 아저씨의 오른팔이 기획실장이었다.
“너무 예를 차리지 않으셔도 됩니다. 기획실에서 절 받아 줘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습니다.”
“본부장님을 누가 마다하겠습니까? 기획실뿐만 아니라 모든 계열사가 도련님을, 아니 본부장님을 바라고 있습니다.”
“사고만 치고 다니는 놈을 누가 좋아하겠습니까? 그래도 기획실에서는 웬만해서는 사고를 안 치려고 합니다.”
“아닙니다. 얼마든지 사고를 치셔도 괜찮습니다. 본부장님이 하는 일이라면 무조건 따르겠습니다.”
기획실장은 나를 상사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회장님의 손자. 자신이 지켜야 할 대상.
중세시대로 치면 영주의 손자를 대하는 신하의 자세라고 할까?
“직원들이 많이 기다리겠습니다. 올라가시지요.”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기획실은 그룹의 꽃이라고 불리는 부서였다.
경영 기획, 전략 기획, 상품 기획 등등 주요 업무가 모조리 몰려 있는 곳이 기획실이었다.
그렇기에 회장실 바로 아래 층에 위치하고 있었고, 직원의 숫자도 다른 부서보다 월등히 많았다.
“반갑습니다. 기획 본부장으로 발령받은 김민재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기획실에 도착한 나는 직원들과 악수를 나눴다.
그러면서 직원들의 상세 정보를 확인했고, 속으로 감탄을 내뱉었다.
기획실이 임원이 되는 지름길이라는 말이 괜히 나온 소리가 아니었다.
학벌도 당연히 우수했고.
가진 능력도 우수한 직원들로만 포진되어 있었다.
2개 국어는 기본에다 각자 특출난 능력 하나씩은 보유하고 있었다.
“모든 프로젝트 보고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관심 있는 계열사나 프로젝트가 있으시면 언제든지 말씀만 해 주십시오.”
인사를 마치고 본부장실로 들어가자 기획실장이 서류철 하나를 내밀었다.
그 안에는 지금 기획실이 맡고 있는 모든 프로젝트의 항목이 정리되어 있었다.
“태우자동차 관련해서 보고를 받고 싶네요. 국내와 해외 판매량과 점유율 그리고 매출과 순이익을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지금 바로 보고드려도 되겠습니까? 문서는 오늘 중으로 작성해 보고드리겠습니다.”
“기획실장님이 직접 말씀해 주시면 저야 영광이죠.”
기획실장 자리에 오르려면 이 정돈 되어야 하나 보다.
모든 프로젝트를 머리에 담고 있는 기획실장이었고, 마치 보고 읽는 듯이 내가 말한 사항을 술술 풀어내기 시작했다.
“현재자동차와 카이자동차를 이은 3위지만 그 격차가 크지 않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생산을 시작한 삼진자동차와 SS자동차가 그 뒤를 따라오고 있습니다. 그리고 올해부터 우즈베키스탄 공장이 가동하기 시작되어 유럽 시장에서 더 많은 판매량을 올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기획실장은 10분 넘게 태우자동차에 관련된 보고를 했다.
보고를 듣다 보니 왜 할아버지가 태우자동차에 애착을 가졌는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태우자동차를 건드리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가장 큰 부채를 안고 있는 계열사가 태우자동차였지만, 태우자동차는 확실히 경쟁력이 있었다.
회귀 전에도 태우자동차의 경쟁력은 대단했다.
1997년에는 현재자동차와 카이자동차를 누르고 한국 점유율 1위를 달성하기도 했었다.
그리고 미국에서는 제2의 도요타라 불리며 높은 판매 실적을 올리기도 했었다.
그러면 뭐 하겠는가?
결국 외환위기를 이겨 내지 못하고 GM에 팔려 나갔는데.
이번엔 그런 꼴을 보지 않기 위해 나는 여러 방안을 모색해 두었다.
“주력 자동차인 쎄로의 판매 실적이 나쁘네요.”
“세계 자동차 대회에서 우승까지 했지만, 이미 비슷한 승용차가 있기에 선택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올해 출시될 누빌라의 경우 동급 승용차와 확실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어 미래가 밝습니다.”
태우자동차의 차량 모델은 나름 탄탄했다.
물론 자체 기술로 만든 차량은 전무했고, 미국이나 일본 자동차와 협약해 만든 자동차들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분명 뛰어난 점들이 많았고.
뛰어난 점을 부각시킬 계기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중국 진출 상황은 어떤가요?”
“중국 자동차 회사인 화천자동차 공장과 합작회사를 설립해 생산에 들어갔습니다. 나쁘지 않은 판매 실적을 올리고 있으며, 조만간 국내 판매량을 능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 오셨다.
중국이 세계 1위 자동차 소비 시장이 될 거란 믿음이 있었고, 태우자동차가 중국 시장에 통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반은 맞고 반은 틀린 할아버지의 전략이었다.
중국회사와의 합작회사를 만든 것이 틀린 전략이었지만.
중국 시장에 태우자동차가 통한 다는 것은 틀리지 않았다.
외환위기 이후.
태우는 GM에게 인수되어 중국에 진출했고,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GM이 부족하던 소형차 모델을 태우자동차가 채워 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GM에게 인수되었다곤 하지만, 중국에 팔린 태우자동차는 오로지 태우의 기술력으로 만들어 낸 자동차들이었다.
“합작회사를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중국 기업에서는 우리에게 부품을 받아 조립만 한다고 들었습니다.”
“부품 조립과 반제조 차량을 수입해 생산하고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는 중국 시장에 제대로 진출했다고 보긴 어렵겠네요.”
“중국은 워낙 규제가 심해 완성차 공장을 짓지 않는 한 제대로 된 중국 진출은 어렵습니다.”
지금의 중국은 강한 규제 정책을 펼쳤다.
내수시장 활성화를 위해 외국자본이 들어오는 걸 막아섰고, 그래서 합작회사를 설립해 완성차 공장을 중국 내에 짓지 않는 한 완성차 수출은 어려웠다.
“루마니아에도 태우자동차 공장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94년에 루마니아 자동차 기업인 로대와 합작회사를 설립했고, 올해 3월부터 유럽 판매를 목표로 생산을 시작하고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정말 세계화에 진심이셨다.
루마니아, 우즈베키스탄 등 한국 기업이 진출하지 않은 여러 국가에 합작회사를 설립해 해외 진출을 하고 계셨다.
“로대 공장을 이용해 중국에 진출하면 어떨까요?”
“루마니아에서 완성차를 만들어 중국에 수출하자는 말씀이십니까?”
“공산권 출신 국가에게는 규제를 심하게 적용하지 않는다고 알고 있어요. 루마니아도 공산 국가였으니 규제를 피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지만 이동 거리가 너무 깁니다. 루마니아는 동유럽에 위치하고 있으니 중국으로 수출을 하려면 6,000Km 이상의 거리를 이동해야 합니다. 상당한 운송비가 소요되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질 수가 있습니다.”
내가 괜히 이런 의견을 낸 것이 아니었다.
외환위기 이후 태우그룹은 자금 압박에 시달렸고.
조금이라도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루마니아 공장에서 완성차를 생산해 중국에 판매했었고, 나름 좋은 성과를 거두었었다.
“중국 진출에 성공만 한다면, 운송비를 제하고도 많은 매출을 남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국 진출을 위해선 꽌시가 필수입니다. 아무리 루마니아가 공산권 출신 국가라고 하더라도 중국 정부를 설득할 꽌시가 필요합니다.”
중국은 항상 꽌시가 문제였다.
꽌시를 우리말로 하면 관계였다.
공동 운명체 혹은 공동 투자자 정도 되는 사이를 꽌시라 할 수 있었고.
꽌시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돈과 노력이 필요했다.
“중국 정부와 이미 꽌시를 맺은 사람을 제가 알고 있습니다.”
“꽌시를 이용할 수만 있다면, 루마니아를 통해 완성차를 중국에 수출할 수 있긴 합니다.”
“그럼 한번 시도해 보죠.”
“기획실 단계에서 프로젝트를 만들어 진행해 보겠습니다. 본부장님이 꽌시 부분만 맡아 주시면 충분히 성공 가능한 프로젝트입니다.”
“회장님에게 꽌시 부분이 해결되면 보고드리는 걸로 하죠.”
“그렇게 하겠습니다.”
기획실장은 흐뭇한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마치 할아버지가 나를 바라볼 때 보이던 눈빛이었다.
조금 부담스러운 눈빛이었기에 얼른 기획실장을 밖으로 내보내고는 데이비드에게 전화를 걸었다.
“데이비드, 혹시 꽌시를 맺은 중국 고위층 인사가 있어요?”
[친한 중국측 인사가 몇 명 있긴 하지만, 고위층은 아니에요.]혹시 찔러 봤지만, 데이비드는 중국과는 연이 닿지 않아 있었다.
“그럼 조지에게 부탁을 해 놓을 테니 중국 고위층과 꽌시를 맺어 보세요.”
[퀸텀펀드가 중국과 친분이 있다는 이야기는 들어 본 적이 있어요.]퀸텀펀드는 중국과 깊은 인연을 맺어 왔었다.
특히나 조지는 중국에 많은 투자를 한 상태였고, 고위층 인사와도 꽌시를 형성하고 있었다.
“최대한 높은 곳까지 엮여 보세요.”
[제가 그런 건 또 전문이죠. 그런데 로비 자금은 마음대로 써도 되는 겁니까?]“언제 제가 로비 자금을 많이 쓴다고 한 적 있나요? 원하는 만큼 쓰세요.”
[오케이! 그럼 중국에도 똬리를 한번 틀어 보겠습니다!]데이비드의 친화력이라면 꽌시를 만드는 건 일도 아니었다.
게다가 이미 꽌시를 형성한 조지의 도움까지 받는다면, 시간은 더욱 단축될 것이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내가 직접 나서는 수밖에.
* * *
한 달 후.
나는 결국 중국까지 날아가야만 했다.
조지의 도움을 받은 데이비드가 중국의 고위층 인사와 관계를 맺는 데 성공했지만, 마침표를 찍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물고기가 미끼를 물 듯 말 듯 하고 있는 상황이에요. 떡밥은 실컷 먹였는데 마지막 입질이 영 신통치가 않아요.”
“중국 진출에 성공하면 자주 얼굴을 봐야 하니 미리 얼굴도장을 찍어 두는 것도 나쁘지 않죠.”
“진짜 보스의 도움을 받고 싶지 않았는데 정말 속을 알 수가 없는 사람입니다.”
나는 데이비드와 함께 상하이에 위치한 유명 식당으로 향했다.
오늘 만나는 손님의 권력이 얼마나 대단한지 100명은 훌쩍 들어가고도 남을 식당이 전부 비워져 있었다.
“보스, 저기 옵니다.”
데이비드가 눈빛을 보내왔고.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늘의 주인공을 바라봤다.
중국 권력 서열 22위. 중국 정치국 후보위원이자 현 주석의 오른팔.
“쩡훙친 따예(어르신)를 만나게 되어 영광입니다.”
“오호! 한국에서 온 손님이라고 들었는데 중국어가 유창하십니다.”
전생의 기억 덕분에 나는 중국어에도 능통했다.
세계화를 부르짖는 할아버지 덕분에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을 공부했었고, 아직까지 잊지 않고 있었다.
“오늘을 위해 중국어를 열심히 공부했습니다.”
“아주 훌륭한 젊은이군요.”
인사를 나누는 동안 쩡훙친의 상세 정보를 확인했다.
그리고 아주 유용한 정보 하나를 알아내었다.
[특이 사항 : 숨겨진 아들이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