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74)
독식하는 재벌 3세-74화(74/518)
74화. 진출 (3)
SAVE 투자회사는 포드사의 대주주였다.
충분히 의견을 내놓을 수 있는 위치였다.
물론 20%의 지분 가지고는 포드사의 경영 전략을 좌지우지할 수는 없겠지만, 태우자동차가 중국에서 좋은 성과를 거둔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이런 상황을 할아버지에게 전부 설명할 수는 없었기에 돌려 말을 했다.
“우선은 루마니아 공장에서 생산된 우리 태우자동차가 얼마나 중국 시장에 통하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완성차 판매량이 좋다면 포드사와 합작회사를 세울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성적만 잘 나온다면 우리가 먼저 나설 필요도 없습니다. 소형차 모델이 부족한 미국 자동차 회사에서 먼저 연락이 오지 않겠습니까?”
“허허, 아주 긍정적인 사고 방식이구나. 그래 젊은 사람은 긍정적으로 살아야지.”
할아버지가 소탈한 웃음을 보이셨다.
상한 마음이 거진 다 풀어진 것 같지만, 완전히 풀어 드리기 위해 나는 좋은 소식 하나를 더 전해 주었다.
“그리고 월가에서 추가로 차입금을 빌려 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조건은 전과 동일합니다.”
“비싼 사채를 갚는 조건 말이냐?”
“그렇게만 해도 매년 나가는 이자가 크게 줄어듭니다.”
이자로 나가는 돈보다 아까운 게 없다.
특히나 사채 이자는 이율이 15%를 훌쩍 넘으니 아까워도 너무 아까웠다.
그래서 나는 SAVE 투자회사의 자금 일부를 대출 형식으로 태우그룹에 지원해 줄 생각이었다.
“허허, 아주 좋구나. 사채꾼들에게 생돈 뜯기는 게 아까웠는데 아주 잘됐어.”
“게다가 달러가 아니라 한화로 빌려주기로 했습니다.”
“차라리 달러가 낫지 않겠느냐? 경제 관료들이나 교수들의 말을 들어 보니 달러 환율이 300원까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하더구나. 그럼 갚을 돈이 반으로 줄어드는 셈 아니겠느냐?”
이러니 국가 부도 사태가 왔지.
환율이 300원까지 떨어진다고? 게다가 그런 예상을 한 사람들은 경제계에서 꽤나 이름 날리는 석학들이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환율이 300원으로 떨어지는 순간 달러로 갚아야 할 돈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하지만 역사는 그렇게 흐르지 않았고.
갚아야 할 돈이 절반으로 줄어드긴 커녕 3배로 늘어나 버린다.
당장 1년만 지나도 700원이었던 환율이 2,000원이 되어 버리니까.
20조 원이었던 태우그룹의 부채가.
외환위기 이후 80조 원까지 뛰어올랐던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그들이 그런 말을 하는 게 어느정도 이해는 갔다.
지금의 대한민국은 매년 10% 이상의 경제 성장을 이루는 국가였으니까.
하지만 올해부터 경제 성장률은 크게 줄어들게 되었다.
그래서 한화로 대출을 해 주려고 했다.
이런 내 마음을 모르는 할아버지께서는 달러로 빌리길 바라고 계셨다.
“달러의 가치가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예상하지 못 합니다. 그러니 한화로 대출하는 편이 이득이라고 생각합니다.”
“흠, 뭐 그렇게 하거라. 네가 거둔 성과니 네 말을 따라야 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얼마나 대출이 가능하겠느냐?”
“3조 원까지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정도면 태우그룹 전체의 사채 빚과 2금융권에서 비싼 금리로 대출받은 자금을 웬만큼 상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허허, 나가는 돈이 크게 줄겠구나. 1년에 최소 수천억 원의 돈을 아낄 수 있겠구나. 네가 아주 큰 일을 해냈구나.”
매년 이자로 나가는 돈만 해도 최소 조 단위였다.
게다가 이자를 갚기 위해 더 많은 대출을 받고 있기까지 했으니 대출 원금은 불어나기만 했었다.
그런 악순환을 끊고자 SAVE 투자회사의 자금을 이용했다.
물론 그런다고 해서 악순환의 고리를 완전히 끊어 낼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태우그룹이 자생할 수 있는 시스템과 대중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 제품 개발 그리고 안정적인 공급망이 필요했다.
* * *
해가 서서히 저물어 갔다.
기획실에서 가장 높은 위치에 있는 내가 퇴근을 하고 있지 않으니 직원들도 퇴근을 하지 못하고 있었고, 그래서 나는 하던 일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들 퇴근들 하죠. 내일부터는 제가 퇴근하지 않아도 먼저 퇴근들 하세요.”
“본부장님이 퇴근을 안 하셨는데 어떻게 먼저 퇴근을 하겠습니까?”
기획실장의 말에 현재 회사의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군대와 비슷한 계급 사회.
태우그룹의 회사 문화는 많이 경직되어 있었다.
내가 나선다고 해서 당장 바꿀 수 있는 문화는 아니었기에 내가 일찍 퇴근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 저 먼저 가겠습니다. 모두 퇴근들 하세요.”
“내일 뵙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나는 남을 일을 처리하기 위해 강 대위의 사무실로 향했고.
거기도 태우그룹과 다를 바 없이 야근이 한창이었다.
게다가 일본에 있어야 할 한 팀장까지 어느새 한국으로 돌아와 야근을 하고 있었다.
“벌써 일본에 갔던 일을 마무리했어요?”
“협상이 생각보다 너무 쉽게 끝났습니다. 파생 상품 계약을 무효화하는 조건으로 MCA 레코드 지분을 전량 받아 왔습니다. 덤으로 음향 관련 특허 몇 개도 가지고 왔습니다.”
내가 한 팀장에게 연봉을 많이 주는 이유가 있다니까.
따로 시키지 않아도 내가 원하는 걸 알아차리니 연봉을 많이 받는 것이다.
“고생했어요. 그럼 이제 MCA 레코드가 우리에게 넘어온 거네요.”
“세부적으로 조율해야 할 절차가 몇 개 남았지만, 크게 보면 MCA 레코드의 소유권은 SAVE 투자회사에 있습니다.”
“그럼 MCA 레코드를 이용해 음원을 인터넷을 통해 구입하거나 대여해서 들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보세요.”
MCA 레코드를 괜히 인수한 것이 아니었다.
앞으로 다가올 MP3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서였다.
“인터넷 음원 사이트를 만들 수 있는 겁니까?”
“IT 전문가를 영입해서 만들면 됩니다. 관련 특허는 태우그룹 기술 연구소에 의뢰를 해 놓죠.”
“그게 아니라 미국 음반 협회에서 허락을 하겠습니까? 그리고 음반을 내는 가수들도 거절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매우 작게 시작하려고요. 음원 사이트의 접근성을 최악으로 만들고, 홍보도 하지 않을 겁니다. 그냥 우리가 이런 음원을 돈 주고 살 수 있는 사이트를 먼저 만들었다는 증거만 확보하면 됩니다.”
처음부터 너무 많은 걸 먹으려면 체하기 마련이다.
애플에서 아이팟을 만들려면 최소 1~2년은 필요했고, 지금 만드는 사이트는 사전 작업에 불과했다.
“그런 의도라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인터넷이 대중화되었으니 불법으로 음원을 공유하는 곳이 우후죽순처럼 생길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음원 사이트의 필요성을 자각하겠죠.”
“최대한 빨리 음원 사이트를 제작해 보겠습니다. 그리고 MCA 레코드 공식 사이트 하단 구석에 박아 넣겠습니다.”
역시나 알아서 잘 딱 깔끔하고 센스 있게 일을 처리하는 한 팀장이다.
“그리고 태우그룹 차입금도 준비해 주세요.”
“이미 한국 은행으로 3조 원의 자금을 들여왔습니다. 계약서 작성이 끝나는 대로 태우그룹으로 보내겠습니다.”
한 팀장의 눈가에 다크서클이 더 짙어진 듯 보였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일을 하고 있으니 제대로 휴식을 취할 시간이 없었겠지.
마음 같아서는 휴가를 주고 싶지만.
외환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았기에 그럴 순 없었다.
대신 연봉은 많이 주잖아. 조금만 더 버티라고.
* * *
시간이 흘러 4월이 되었다.
그동안 태우조선과 휴대폰 사업부 매각이 마무리되었고.
그 돈은 전부 아람코와의 합작회사 설립 자금으로 묶여 있었다.
돈이 있으면 쓰고 싶어 하는 할아버지였기에.
이런 꼼수를 써서라도 돈이 흘러나가는 걸 막아야 했다.
태우그룹의 줄어드는 부채율을 보며 휘파람을 부르고 있을 때.
기획실장이 다량의 보고서를 가지고 사무실로 들어왔다.
월초마다 각 계열사의 상황을 자세히 보고하는 기획실장이었고, 보고만 다 들어도 하루가 훌쩍 흘러가곤 했다.
기획실장에겐 미안하지만 난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보고를 받았다.
그런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날 만큼 전혀 예상치 못한 보고 사항이 있었다.
“다시 말씀해 주세요. 뭐가 개발이 끝났다고요?”
“전기 자동차 말씀이십니까? 태우자동차에서 TEV-4 개발을 완료했습니다. 4월 20일에 부평 자동차 공장에서 발대식을 가질 예정입니다.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하긴 했지만, 일반 승용차보다 2배 가량 비싼 가격이기에 판매량이 많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달력을 보았다.
분명 오늘은 1996년 4월이었다.
그런데 전기 자동차라니? 내가 알기론 전기 자동차는 10년 후에나 상용화에 성공한 것으로 알고 있었다.
전기 자동차로 유명한 테슬라가 만들어지지도 않은 시점이었고.
SAVE 투자회사에서도 테슬라를 만든 기술자들에게 알게 모르게 투자를 하며 인맥을 만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전기 자동차가 벌써 만들어졌다니.
그것도 상용화를 목적으로 만든 전기 자동차가.
“TEV-4 사양은 어떻게 되나요?”
“최대 주행거리는 300Km이며, 최고 출력은 95마력, 최고 시속은 120Km/h이며 제로백은 15를 기록했습니다.”
“아직 많이 부족하군요.”
“그래도 다른 회사의 경우엔 기술 과시용으로 시제품만 만들었지만, 우리는 실제로 민간에 판매할 수 있는 전기차를 만들었습니다.”
상용화 단계의 전기차라고 해서 너무 크게 기대했었다.
자세한 정보를 확인해 보니 아직 상용화되기엔 한계가 있는 전기차였다.
하지만 이미 태우자동차가 전기 자동차 시장에 뛰어 들었다는 것에 나는 놀랬다.
내가 생각하는 태우자동차의 미래와 동일했으니까.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모든 자동차 업계가 전기차 혹은 수소차 개발에 뛰어들게 된다.
미리 뛰어들어 기술력을 확보하는 건 절대 나쁜 일이 아니었다.
“회장님께서 전기 자동차에도 관심을 가지고 계신 줄을 몰랐습니다.”
“언젠가는 전기 자동차의 시대가 올 거란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할아버지의 안목은 정말 탁월하셨다.
외환위기로 태우그룹이 무너지지 않았다면, 정말 세상의 판도가 바뀌었을지도 몰랐다.
부채 문제로 할아버지와 각을 세우긴 했지만.
할아버지의 능력만큼은 나도 인정하는 부분이기도 했었다.
“전기 자동차 프로젝트는 계속해서 진행하세요. 지금 당장은 돈이 안 되겠지만, 회장님의 말씀대로 언젠가는 전기 자동차의 시대가 올 거라 생각합니다.”
“모터를 자체 개발하기 위해 많은 인력이 투입되어 있습니다. 언젠가는 태우의 자체 기술력만으로 전기 자동차를 만들 수 있습니다.”
시간을 좀 앞당겨야 하나?
테슬라의 창업자들을 좀 더 일찍 만나 볼까?
…아무리 생각해도 아직은 때가 아니었다.
최소한 외환위기가 지나고 나서 다시 생각해 볼 문제였고, 지금은 전기차와 휴대폰에 들어갈 배터리 개발에 전념하는 편이 맞았다.
“루마니아에서 생산한 완성차가 중국 진출을 시작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반응은 어떤가요?”
“생각보다 좋은 반응입니다. 중국 정부에서 신경 써 준 덕분에 관세가 적게 붙어 외국 자동차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뛰어납니다. 생산량이 많지 않긴 하지만, 생산한 대부분의 완성차가 이미 판매되었습니다.”
반응이 좋다 이거지?
꼼수긴 하지만 중국 진출에 성공했다.
이제야 포드사에 합작회사란 미끼를 던질 최소한의 준비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