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75)
독식하는 재벌 3세-75화(75/518)
75화. 진출 (4)
모든 협상이 그렇듯 먼저 나서는 쪽이 불리했다.
그렇기에 중국에 진출한 태우자동차의 판매량이 증가할 때까지 뜸을 들여야 했다.
그렇게 기다리다 보니 두 달의 시간이 또 흘렀고, 기획실장이 내가 원하는 답을 들고 찾아왔다.
“태우자동차 판매량이 2만 대를 돌파했습니다. 매달 5천 대 가량이 팔려 나가고 있으며, 그 속도가 점점 증가하고 있습니다.”
“확실히 속도가 붙기 시작했네요.”
“하지만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루마니아 공장의 생산성이 국내 공장보다 떨어져 생산량을 더 늘리기가 힘듭니다.”
태우자동차가 중국에 통한다는 증거가 확보되었다.
중국 진출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미국 자동차 회사들의 레이더에도 이러한 정보가 감지되었을 것이다.
정확히는 내가 정보를 풀었다.
미국의 모든 정보는 월가에 모이기 마련이었고, SAVE 투자회사를 통해 태우자동차 중국 진출 소식을 풀어 둔 상황이었다.
“미국에서는 아직 연락이 없나요?”
“GM 쪽에서 관심을 가진다는 소문은 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연락이 오지는 않았습니다.”
“GM은 우리와 사이가 껄끄럽지 않습니까?”
“비지니스에서는 어제의 적이 오늘의 동지가 되고 내일은 원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GM이 먼저 관심을 가진다라?
그런다고 한들 나는 GM과 손을 잡을 생각은 없었다.
그럴 생각이 있었다면 포드사의 지분이 아닌 GM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겠지.
“더 기다려야겠군요. 오늘 보고는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기획실장을 내보낸 뒤.
미국에 있는 데이비드에게 전화를 넣었다.
“데이비드, 일을 하나 더 해 줘야겠어요.”
[보스가 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해야죠! 이번엔 어디로 가면 됩니까?]“포드사와 접촉을 해 주세요. 포드사의 지분 20%를 보유하고 있는 SAVE 투자회사의 대표로 만남을 가지는 겁니다.”
[이번엔 장거리 비행을 안 해도 되겠네요. 그들과 만나서 뭘 얻어 내면 됩니까?]“태우자동차가 중국 진출을 위한 합작회사를 만든다는 이야기를 꺼내시면 됩니다. 포드사도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요.”
데이비드가 잠시 생각에 빠졌는지 말을 줄였다.
그는 한참이나 ‘흠’ 소리를 내며 생각을 정리했다.
[포드사가 먼저 합작회사를 제안하도록 만들면 된다는 말인가요?]“그렇죠. 태우그룹이 아닌 포드사가 먼저 관심을 보이도록 하는 게 이번 일의 포인트예요.”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중국에 진출하고 싶어 안달이 난 건 월가에서도 소문이 자자합니다. 조금만 긁어 주면 금방 반응이 올 겁니다.]“중국 진출에 성공한 태우자동차의 자료를 보내 드릴 게요. 도움이 될 겁니다.”
[경영진과 이사회가 안달이 나서 한국으로 달려가게 만들어 드리죠.”]데이비드는 자심감이 가득했다.
20%의 지분이 그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 주었다.
대주주가 하는 말을 허투루 들을 경영진은 없을 터이니.
게다가 지금의 미국 자동차 기업들은 계속해서 커지는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안달이 난 상태기도 했다.
* * *
데이비드의 능력은 역시나 탁월했다.
일주일도 되지 않아 포드사의 임원진이 한국을 직접 방문해 합작회사 설립을 문의해 왔다.
합작회사를 처음 제안한 사람이 나였으니.
할아버지는 포드사와의 협상 대상자로 나를 선정해 주셨고.
나는 태우그룹의 대표로 포드사의 임원진과 만남을 가졌다.
“반갑습니다. 태우그룹 기획 본부장 김민재입니다.”
“포드사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을 담당하고 있는 드랭크입니다. 태우그룹의 후계자가 직접 나올 줄은 몰랐습니다. 허허허.”
육중한 몸과 달리 사슴 같은 눈을 가진 드랭크 이사였다.
내가 태우그룹의 후계자임을 알고 있는 걸 봐서는 꽤나 정보를 수집한 듯 보였다.
우리는 30분 정도 아이스 브레이킹 시간을 가졌고.
어색함이 어느 정도 사라지고 나자 내가 먼저 본론을 꺼내 들었다.
“유명한 드랭크 이사님이 직접 한국을 방문하신 걸 봐서 꽤 중요한 일인가 봅니다.”
“태우자동차가 중국 진출을 위한 합작회사 설립을 고민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도 태우자동차의 파트너가 될 수 있는지 문의드리기 위해 찾아왔습니다.”
데이비드가 도대체 무슨 말을 한 걸까?
포드사가 처음부터 합작회사에 참여하고 싶다고 나설 줄은 몰랐다.
상대가 적극적으로 나온다고 덥석 물어 버리는 건 하수나 하는 짓이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합작회사 설립입니다. 합작회사를 만들 중국 기업과도 이야기를 나눠 봐야 하고, 중국 정부의 허가도 받아 내야 합니다.”
“중국 정부와는 이미 꽌시를 맺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럼 끝난 것 아니겠습니까?”
드랭크 이사는 밀당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오롯이 밀기만 하는 매우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사람이었다.
이런 사람에게는 줄 듯 말 듯 애간장을 태우는 전략이 효과적이다.
“우리도 포드와 합작회사를 만들고 싶은 생각이 없는 건 아닙니다. 태우자동차의 소형차 모델과 포드의 대형차 모델이 합쳐지면 큰 시너지를 일으킬 테니까요.”
“그럼 뭘 고민하는 겁니까!”
“제가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포드는 왜 우리와 합작회사를 만들려고 하시는 겁니까? 포드사 혼자서도 중국과 합작회사를 만드실 수 있지 않습니까?”
살짝 주제를 전환했다.
드랭크 이사가 너무 적극적으로 나와 시간을 끌 필요가 있었다.
“하버드에서 경제를 공부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그럼 위험 분산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아시겠죠?”
“우리와 위험을 분담하고 싶다는 말씀이시군요.”
“단순히 위험을 분담하는 것뿐만 아니라 3자 합작회사를 만들면 실패 확률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나도 동의하는 바였다.
3자 합작회사를 만들면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안정적으로 중국 진출에 성공해 막대한 이득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시간이었다.
합작회사가 만들어지고 공장이 가동하려면 최소 1년에서 2년의 시간이 필요했고.
외환위기는 당장 내년부터 시작될 터이니 그전에 볼 수 있는 이득을 챙겨 와야 했다.
“모든 말씀에 동의합니다. 그런데 아시겠지만, 우리와 GM의 관계가 많이 껄끄럽습니다. 포드사와 합작회사를 만들면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그 문제라면 우리가 전부 방어해 드리겠습니다.”
“그럼 제가 한 가지 제안을 더 드려도 되겠습니까?”
“뭐든지 말씀해 보세요.”
“중국 진출을 위한 합작회사 설립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파트너의 관계를 이어 가고 싶습니다.”
중국 진출은 2년 뒤의 문제지만.
미국은 지금 당장의 문제였다.
태우자동차의 미국 판매량이 해가 지날수록 늘어나고 있다고는 하지만 상승 곡선이 너무 완만했다.
그런데 포드의 도움을 받을 수만 있다면?
쉽게 말해 포드 매장에서도 태우자동차를 구입할 수만 있게 되어도 상승 곡선의 기울기가 달라져 버린다.
“소형차에 한해서는 파트너 관계를 맺을 수 있습니다.”
“소형차와 더불어 준중형차까지 가능하겠습니까?”
“그 정도는 가능합니다. 안 그래도 우리 포드사가 개발하지 않은 소형차와 준중형 모델 라인업을 채울 필요가 있었습니다.”
겹치지 않는 상품군.
중형차 혹은 SUV에 집중하고 있는 포드.
소형차와 준중형차에 집중하고 있는 태우자동차.
서로의 이득을 해치지 않기에 협상은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었다.
“좋습니다. 그럼 3자 합작회사 설립과 관련해서 중국 정부와 이야기를 나눠 보겠습니다. 자세한 조율은 중국 정부의 허가를 받고 나서 시작해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좋은 소식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리고 원하신다면 3자 합작회사 설립을 위한 자금 투자를 우리 쪽에서 더 많이 지불할 용의도 있습니다.”
돈을 많이 내겠다.
얼핏 들으면 우리에게 이득 되는 일 같아 보이지만.
합작회사의 지분은 투입 자금에 따라 달라지기 마련이었고, 결국 더 많은 지분을 가지고 싶다는 말이었다.
“그 부분도 차후 더 상의하기로 하시지요.”
“제가 너무 조급했나 봅니다. 그럼 조만간 또 만나길 바라겠습니다.”
드랭크 이사와의 만남은 여기까지.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나는 곧장 중국에서 인맥을 다지고 있는 데이비드에게 전화를 걸어 합작회사 설립 허가를 위한 지시를 내렸다.
* * *
보름 후.
데이비드가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그의 양손에는 엄청난 양의 선물 보따리가 들려 있었다.
“이민이라도 왔어요? 무슨 짐을 그렇게나 많이 가지고 왔어요?”
“쩡훙친이 보스 주라고 챙겨 준 선물들이죠. 운송 회사 매출이 워낙 잘 찍히고 있으니 보답 차원으로 주는 선물 같습니다.”
선물 보따리를 풀어 보았다.
그 안에는 중국 전통 도자기부터 그림까지 들어 있었다.
미술품의 가치를 잘 모르는 내가 보기에도 비싼 물건들이었다.
“아들을 잘 챙겨 줬다고 이런 고가의 선물을 줬을 리는 없을 것 같은데요?”
“3자 합작회사를 자신의 파벌과 친한 중국 기업과 만들어 달라는 뜻 아니겠습니까?”
“쩡훙친의 파벌이 상하이방이었나요?”
“맞습니다. 쩡훙친은 물론이고 지금 중국 서열 1위가 속한 파벌도 상하이방입니다. 그래서 상하이자동차와 합작회사를 만들길 바라고 있습니다.”
전생대로 역사가 흘러간다면.
상하이자동차는 GM과 합작회사를 만든다.
그런데 이번 역사에서는 GM이 아니라 포드사와 합작회사를 만들게 될 판이었다.
“상하이자동차라면 나쁘진 않네요.”
“특히나 태우자동차에게 더욱 이득이 됩니다. 소형차와 준중형차의 경우엔 상하이자동차의 기존 공장에서 생산이 가능합니다.”
“초기 투자금이 적게 든다는 말이군요.”
“그리고 당장 내년부터라도 태우자동차 모델을 중국에 판매할 수도 있습니다. 포드사의 경우엔 신규 공장을 완공해야 판매할 수 있지만요.”
“정말 좋은 조건이군요.”
“그리고 지분 구조는 3곳이 33%를 나눠 가지자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초기 자본은 들지 않으며.
중국 진출과 더불어 미국 시장의 점유율까지 올릴 수 있는 기회였다.
루마니아 공장의 완성차를 중국에 판매하기 전부터 내가 세운 계획이기도 했다.
외환위기가 찾아오면 내수시장보다 수출이 중요했다.
중국 진출을 서두른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외환위기가 오기도 전에 중국 진출에 성공하면, 태우그룹 입장에서는 엄청난 크기의 캐시카우가 생기는 것이었다.
“그럼 그렇게 진행하죠. 이런 조건이라면 할아버지도 좋아하실 겁니다.”
“저는 중국으로 돌아가 세부 조율 작업을 하면 되나요?”
“상하이방으로 자금이 자연스럽게 흘러 들어갈 수 있는 구멍을 만들어 두세요. 당분간은 상하이방이 중국 최대 파벌이 될 것 같으니까요.”
“상하이자동차에서 알아서 신경 쓰겠지만, 저 나름대로도 신경 써 볼게요.”
중국 진출을 위해서는 상하이방의 도움이 필요했다.
게다가 최소 5년 이상은 상하이방이 중국 최대의 파벌이 될 터.
그 이후는 태자당으로 권력이 넘어가긴 하지만, 상하이방과 태자당이 동맹 관계를 형성하게 되니 다음 권력과도 자연스럽게 손을 잡을 수 있었다.
차차기 권력은 생각할 필요도 없었다.
태자당이 향후 20년 이상 장기 집권을 하게 될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