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76)
독식하는 재벌 3세-76화(76/518)
76화. 진출 (5)
1996년도 어느새 절반이 지나갔다.
포드-태우-상하이자동차의 합작회사가 설립되었고.
태우자동차는 중국에서 완성차 생산을 하기 위해 다량의 금형과 부품을 중국으로 실어 나르고 있었다.
이렇게 태우그룹은 호황을 누리고 있었지만.
대한민국의 상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외환위기의 조짐이 벌써부터 곳곳에서 보이기 시작했고, 이는 기획실장의 보고에서도 알 수 있었다.
“올해 경제 성장률이 7%대로 예상대로 있습니다. 작년에 비해 2%가량 하락한 수치입니다.”
“수출의 둔화가 극심한가 보군요. 요즘 대기업에서 명퇴 바람이 거세다고 들었습니다.”
“명퇴 증후군이란 신조어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태우그룹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주도해서 계열사 몇 곳을 팔아 치웠고, 비싸게 팔아 치우기 위해 구조조정을 단행했었다.
“환율도 심상치 않더군요.”
“1달러 환율이 800원을 돌파했습니다. 그럼에도 무역수지 적자가 200억 달러까지 갈 거란 전망이 있습니다.”
곳곳에서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대형 사고의 전조 증상이었지만, 한국의 정부와 기업들은 애써 못 들은 척을 하고 있었다.
“실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경제에 빨간불이 들어왔단 생각이 드시나요?”
“잠시 지나가는 파도라고 생각합니다. 회장님께서도 이런 불황일수록 과감한 투자를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기획실장이 단호하게 말했다.
경고음이 여러 곳에서 터져 나오지만, 여타 전문가와 마찬가지로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었다.
“잠시 지나가는 파도라고 해도 제대로 대비를 하지 않으면 큰 피해를 입기 마련입니다. 과감한 투자는 파도가 지나가고 난 뒤에 해도 좋지 않겠습니까?”
“회장님께서는 오리가 발을 멈추는 순간 가라앉는다고 하셨습니다. 태우그룹이 추락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더 많은 사업에 투자를 하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발을 멈추면 오리가 가라앉는다고?
오리의 몸은 부력을 받은 신체 구조라 발을 움직이지 않더라도 떠 있을 수 있다.
뭐 이건 둘째치고.
할아버지의 확장 욕심은 도저히 막을 방도가 없었다.
지금까지야 내가 여러 방면으로 막고는 있었지만, 사방을 막으면 결국 폭발이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폭발이 일어나기 전에 숨 쉴 구멍을 만들어 줘야 했고.
돈은 적게 들면서, 사업 전망은 매우 좋은 그런 숨구멍이 필요했다.
“태우그룹도 IT업계에 도전하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미국에서는 IT 관련 사업이 붐을 일으키고 있다는 건 아시죠?”
“IT라면 인터넷을 통한 사업 말씀이십니까?”
“태우백화점과 태우인터내셔널의 유통 사업을 인터넷으로 확장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닷컴 버블.
미국과 한국에서 일어난 IT 버블이었다.
90년대 후반 IT업계는 불타올랐다.
IT 딱지만 붙어 있어도 주가가 10배 이상 오르는 시가가 곧 찾아온다.
물론 그 시기는 매우 짧았고, 2000년에 들어섬과 동시에 추락하고 만다.
4년 뒤에는 나락으로 무조건 빠지는 IT 사업.
그런 IT 붐에 나도 뛰어들려고 했다.
4년 뒤에 망한다고는 하지만, 최소 3년 이상은 막대한 돈을 벌 수 있다는 뜻이었으니까.
우리에게 필요한 건 4년 뒤의 미래가 아닌 1년 뒤의 미래였고.
올해부터 1999년까지 IT 붐에 올라타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만 있다면, 안정적으로 외환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점이 하나 있었다.
닷컴 버블로 IT 업계 전체가 나락으로 빠지긴 하지만.
그중 몇 곳은 끝까지 살아남았고, 10년 후에는 닷컴 버블 때보다 더 높은 가치를 보유하게 된다.
나는 무엇이 살아남을지 잘 알고 있었기에.
태우그룹이 어떤 방식으로 IT 붐에 올라타야 할지 로드맵을 만들어 줄 수 있었다.
“인터넷을 통한 유통사업을 시작하자는 말씀이십니까?”
“T-마켓이라고 칭하면 되겠네요. 인터넷을 통한 제품 전시는 물론이고, 전자 결재 시스템까지 더해서 보고서를 만들어 주세요. 회장님에게는 제가 직접 보고를 드리겠습니다.”
“보고서 작성에 시간이 좀 걸릴 것 같습니다. 축적된 자료가 매우 적어 자료조사부터 들어가야 합니다.”
“경제 연구소에 도움을 요청해 보세요. 인터넷의 대중화로 인한 변화에 관한 자료를 보유하고 있어요. 그리고 인터넷 유통 시장을 예측한 보고서도 있으니 도움이 될 겁니다.”
후쿠다 고문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경제 연구소였고.
나는 후쿠다 고문에게 다양한 분야의 연구를 부탁해 두었다.
IT 산업 또한 마찬가지였고, 이미 다수의 보고서가 나와 있는 상황이었다.
* * *
며칠 후.
기획실의 우수성이 또 한 번 발휘되었다.
경제 연구소와 협력을 했다곤 하지만, 내 마음에 쏙 드는 인터넷 유통 사업 보고서를 며칠 만에 만들어 내었다.
나는 얼른 보고서를 가지고 회장실로 올라갔다.
그룹 확장을 위해 안달이 나신 할아버지를 빨리 달래 드려야 했기에.
“김민재 본부장 왔는가? 중국 진출하느라 참 고생이 많았어. 태우자동차가 정식으로 중국으로 진출할 수 있게 되다니 얼마나 좋은지 모르겠어.”
“본격적인 진출은 내년이나 되어서야 가능합니다. 칭찬을 받긴 아직 이르다고 생각합니다.”
“이르긴 뭐가 일어. 태우에서 10년 넘게 일한 놈들도 못한 일을 너는 1년도 안 되어서 해냈는데. 당연히 칭찬을 들어야지.”
할아버지의 입에서 칭찬이 터져 나왔다.
칭찬에 인색하기로 유명한 할아버지셨지만, 태우자동차의 중국 진출은 그만큼 큰 일이었기에 칭찬을 아끼지 않으셨다.
할아버지의 칭찬은 언제 들어도 기분이 좋았다.
또 칭찬을 들어 볼까?
기획실에서 만든 보고서를 할아버지 앞으로 내밀었다.
“새로운 사업 계획 보고서입니다.”
“인터넷 유통 사업? 생소한 사업 분야구나.”
“아시겠지만 인터넷이 많은 가정에 보급되었습니다. 그리고 보급 속도는 해가 지날수록 가속화되어 가고 있습니다. 지금 인터넷 유통 시장을 선점하면 큰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말없이 보고서를 확인하셨다.
관심이 가는 부분이 있는지 보고서를 몇 번이나 뒤적거리며 읽으셨다.
“태우인터네셔널의 유통 부문과 태우백화점을 합쳐 인터넷 유통 사업을 시작한다. 확실히 될 것 같은 사업이구나.”
“제가 장담컨대 백화점과 같은 오프라인 시장보다 인터넷 시장이 몇 배 이상 성장할 것입니다. 무조건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네 말이 맞구나. TV를 틀든 신문을 보든 항상 하는 소리가 앞으로는 인터넷 시대가 될 거란 말 아니더냐. 인터넷 시대에서는 물건도 인터넷으로 사지 않겠느냐.”
역시 할아버지의 안목은 대단하셨다.
고령의 나이임에도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는 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으셨다.
“그리고 제가 월가에 있을 때 인연을 맺은 사업가가 한 명 있었습니다. 그는 이미 2년 전부터 인터넷 유통 사업을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아마존이라는 회사이며 내년 주가 상장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아마존이라는 회사와 합작회사라도 만들자는 이야기더냐?”
“비슷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아마존의 시스템을 구입해 한국에 맞게 변경한 후 출시하고 싶습니다. 그러면 초기 개발 시간이 단축되며, 개발 인원도 그리 많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2년 동안 아주 많은 시행 착오를 겪은 아마존이었고.
아마존의 창업주인 제프리는 SAVE 투자회사의 도움을 받아 모든 오류를 개선해 나갔다.
이미 월가에서는 아마존에 관심을 가지는 투자 회사가 넘쳐났고, 내년 주식 상장에서 무조건 대박이 날 거란 전망이 팽배했다.
“그럼 초기 자본이 많이 들지 않겠구나.”
“그렇긴 하지만, 적지 않은 자금이 필요한 건 사실입니다. 태우그룹에 IT를 전담으로 하는 계열사 혹은 부서를 새로 만들어야 하기도 합니다.”
태우그룹이 가지고 있는 자산을 최대한 묶어 둬야 했다.
아마존이야 내가 투자해서 만든 회사니 시스템을 저렴한 가격에 도입할 수 있겠지만.
할아버지의 사업 확장 욕심을 막기 위해선 지갑을 가볍게 만들어야 했다.
“흠, 인터넷 유통 사업의 미래가 밝은 건 알겠지만. 너무 많은 자금을 사용하는 건 조금 마음에 걸리는 구나.”
“그 어떤 사업과 비교해도 투자 대비 수익성이 높습니다. 백화점 10개를 가지고 있는 것보다 한국 시장을 장악한 인터넷 유통 회사가 더 가치가 높을 거라 자신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초기 자금이 얼마나 필요하다는 말이냐?”
여기서 줄을 잘 타야 한다.
너무 많이 부르면 할아버지의 관심이 식어 버릴 테고.
그렇다고 너무 적게 불러 버리면 할아버지가 또 다른 사업에 관심을 둘 수가 있었다.
“500억 원이면 충분합니다. 아마존에서 시스템을 도입하고, IT 전문가를 영입해 새로운 부서를 만드는 데 드는 비용입니다.”
“흠, 생각보다 많이 드는 구나.”
“절대 많은 금액이 아닙니다. 500억 원으로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이 뭐가 있겠습니까? 제조업 시장을 예로 들면 공장 한 곳을 지으려고 해도 몇 천억 원이 들지 않습니까?”
할아버지가 고민에 빠지셨다.
500억 원은 정말 애매모호한 금액이었기 때문이었다.
제조업을 예로 들면 정말 저렴한 금액이었지만, 인터넷 사업에 투자하기엔 과한 금액.
게다가 500억 원이 빠져나가면, 신규 사업에 투자할 돈이 살짝 모자라게 될 것이었다.
태우그룹의 자금 사정을 빤히 알고 있기에 500억 원을 불렀다.
할아버지의 고민을 덜어 드려야겠다.
나는 보다 확신에 찬 목소리로 결정타를 날렸다.
“3년 안에 10배 이상의 수익을 올려 보이겠습니다. 만약 실패한다면 제가 보유하고 있는 태우전자의 지분을 다시 드리겠습니다.”
“에라이 이놈아! 너에게 태우전자 지분을 양도하느라 낸 세금이 얼만데! 그걸 다시 돌려주겠다고 하느냐.”
“그만큼 자신이 있습니다. 인터넷 유통 사업뿐만 아니라 앞으로 태우그룹에서는 많은 IT 사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래야지만 태우그룹이 한국 1위 그룹이 될 수 있고, 세계적인 그룹과 맞설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가 다시금 보고서를 읽으셨다.
인터넷 시장의 장래성을 몇 번이고 읽고 나서야 고개를 드셨다.
“정말 인터넷 시장이 이렇게나 커질 것 같으냐?”
“무조건 커집니다. 우리 태우그룹이 왜 재계 1위가 되지 못했습니까? 다른 기업이 선점을 했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그러니 인터넷 시장만큼은 우리가 무조건 선점을 해야 합니다!”
“좋다! 언제까지 우리가 남들 뒷꽁무니만 따라갈 수는 없지. 인터넷 시장만큼은 우리 태우가 먼저 치고 나가자고!”
드디어 넘어 오셨다.
인터넷 시장 진출.
나는 태우백화점을 시작으로 태우그룹의 모든 계열사를 인터넷 친화적으로 탈바꿈할 계획이었다.
특히 태우증권이 다음 타겟이었다.
인터넷으로 물건을 살 수 있듯이 주식도 인터넷으로 사는 시대가 곧 찾아온다.
물론 아직은 관련법이 개정되지 않아 시작할 수 없지만, 당장 내년만 돼도 법이 개정되고 증권사들이 HTS(Home Trading System)을 오픈하게 된다.
고작 4개월.
관련법이 개정되고 4개월 만에 증권사들은 HTS를 만들어 출시했다.
당연히 조잡하고 기능도 적은 시스템이었다.
그런데 우리가 미리 완벽한 HTS를 만들어 둔다면, 인터넷 증권 시장을 장악할 수 있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