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78)
독식하는 재벌 3세-78화(78/518)
78화. 1997년 (1)
기획 본부장은 참 바쁜 자리였다.
그룹의 모든 계열사의 프로젝트를 챙겨야 했기에 눈코 뜰 새 없이 하루를 보내야 했고.
어느샌가 1996년이 지나가고 1997년 새해가 밝아 왔다.
이제 외환위기가 정말 몇 달도 남지 않았다.
그렇기에 1997년의 새해를 기획 본부장실에서 기획실장의 보고를 들으며 맞이했다.
“태우자동차의 중국 진출은 매우 성공적입니다. 작년 한 해 동안 중국에서의 판매량이 10만 대를 돌파하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에서의 판매량도 전년 대비 70% 이상 상승하였습니다.”
“태우자동차의 성장세가 무서울 정도군요.”
“본부장님이 나서 주신 덕분입니다. 매출 상승으로 인해 태우자동차의 부채율도 많이 떨어졌습니다.”
이 과정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중국과 미국에서 예상외의 수익이 들어오자 할아버지는 당연히 사업을 확장하려고 하셨다.
하지만 그 돈을 아람코와의 합작회사와 중국 합작회사에 투자하도록 유도를 했고, 이익금 대부분을 묶어 두는 데 성공했다.
“IT 사업의 보고도 듣고 싶군요.”
“전자 상거래 사업도 순탄하게 흘러가고 있습니다. 우리보다 앞서 샤롯그룹이 인터넷백화점이란 이름으로 인터넷 쇼핑몰 사이트를 출시했지만, 사이트의 완성도가 우리가 훨씬 높은 덕분에 점유율에서 우위를 보이고 있습니다.”
샤롯그룹이 이 시점에서 인터넷 쇼핑몰 사업에 진출했을 줄이야.
하지만 우린 아마존과 협약을 맺었고, 제프리가 직접 한국을 방문해 관리해 주었기에 인터넷 시장을 선점할 수 있었다.
“아직 매출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있다죠?”
“매출이 매월 빠르게 상승하고 있긴 하지만, 아직은 오프라인 시장에 비하면 그리 높지 않은 매출입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죠. 호텔 사이트의 반응은 어떤가요?”
IT 부서는 전자 상거래 사이트만 만든 것이 아니었다.
회귀 전에는 호텔 예약이라고 하면 인터넷으로 하는 것이 당연했지만, 지금 시대에서는 방문 혹은 전화로 예약하고 있었다.
“아직은 인터넷을 통해 호텔 객실을 예약하는 고객의 수는 많지 않습니다. 하지만 광고를 통해 홍보하고 있으니 사이트 방문자의 숫자가 늘어날 것이라 예상하고 있습니다.”
“IT 부서와 여러 계열사의 협약의 반응은 어때요?”
“미국에서 IT 붐이 일고 있어서 그런지 IT 부서와 연계했다는 소문만 들어도 그 계열사의 주식이 상승하곤 합니다.”
매출이 제대로 나오지 않는 IT 부서였지만.
주식 상승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기에 할아버지를 비롯한 임원진들이 아무런 터치를 하지 않고 있었다.
“그나저나 환율이 계속해서 오르고 있네요. 어느새 850원 선을 돌파했어요.”
“환율이 높아진 덕분에 태우자동차를 비롯한 여러 계열사가 이득을 보고 있습니다. 수입하는 원자재의 가격도 높아지긴 하지만, 완성품의 가격도 비싸게 받을 수 있으니 결과적으로는 이득입니다.”
“이대로 계속 환율이 상승하면 결국 외화부채의 가치도 오르기 마련입니다. 최대한 부채를 줄여 나가는 방향으로 기획실에서 움직여 주세요.”
“본부장님이 몇 번이나 강조하셔서 그런 방향으로 기획을 하고 있긴 하지만, 회장님께서 별로 좋아하지 않고 계십니다.”
부채도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할아버지셨고.
일정 규모 이상의 부채를 보유하고 있어야 기업이 제대로 굴러간다는 지론을 아직 꺾지 않으셨다.
“조금만 더 설득을 해 보죠. 파도가 잠잠해질 때까지만 조용히 있자고 저도 계속해서 말씀드리고 있어요.”
“보고서를 더 만들어 회장님에게 제출하겠습니다.”
기획실장의 보고는 1시간이나 더 이어졌다.
보고를 종합해 보면, 한국의 경제가 조금 어려워졌지만.
태우그룹은 반대로 최고의 호황을 누리고 있었다.
태우자동차, IT, 전자제품까지.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 점유율까지 빠르게 성장 중이었다.
내가 기획실에서 1년을 보내면서 태우그룹이 발전한 것 같아 뿌듯함을 느꼈다.
그러기도 잠시, 비서가 다급히 문을 두들기며 본부장실 안으로 들어왔다.
“회장님께서 호출하셨습니다. 지금 바로 회장실로 오라고 하십니다.”
할아버지가 나를 부른다고?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상하게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나는 비상계단을 이용해 회장실로 뛰어 올라갔고, 내 심장이 왜 그렇게 빨리 뛰었는지 알게 되었다.
“일본 은행에서 20억 엔 규모로 투자를 하겠다고 하는구나. 허허, 요즘 태우그룹이 잘나가니 여기저기서 서로 투자를 하겠다고 나오는구나.”
“투자가 아니라 차입금을 빌려주겠다는 겁니다. 우리 회사를 상대로 이자 장사를 하고 싶다는 말 아닙니까!”
왜 바라지도 않는 차입금을 빌려주겠다고 나오는 거야!
그것도 월가도 아니고 일본 은행에서.
지금 상황에서 절대 일본 은행에서 차입금을 빌려서는 안 되었다.
외환위기가 찾아오자 단기 차입금을 단번에 빼낸 곳이 일본이었고, 그 덕에 외환보유고가 바닥이 나서 IMF의 손까지 빌려야 했다.
“엔화도 약세를 보이고 있으니 저렴한 이율로 차입금을 가지고 올 수 있는 절호의 기회 아니겠느냐?”
“태우자동차도 태우전자도 잘나가고 있습니다. 이익금만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습니다. 일본 은행이 차입금을 빌려주겠다고 나선 이유가 반드시 있을 겁니다. 절대 일본 은행에서 차입금을 받아서는 안 됩니다.”
“어허, 돈에는 감정을 담아서는 안 되는 법이다. 일본 돈이든 미국 돈이든 다 같은 돈에 불과하단다.”
이제 정말 몇 달이 남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 일본에서 차입금을 빌려 버리면, 지금까지의 노력이 물거품이 되어 버린다.
“태우그룹이 지금 돈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모든 사업이 잘 돌아가고 있지 않습니까.”
“통신 사업을 시작해 보려고 한단다. 네 말대로 인터넷이 미래를 주도할 사업이라면, 우리도 통신 사업에 뛰어들어야 하지 않겠느냐? 휴대폰과 인터넷. 이 두 가지는 네가 강조한 분야이지 않느냐.”
통신 사업을 하시겠다고?
물론 통신 사업은 매우 돈이 되는 사업임은 분명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딱 1년만 지나면 여러 통신 업체들이 도산하게 될 터.
그때 저렴한 가격에 인수해 통신 사업을 시작해도 늦지 않았다.
“통신 사업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건 무리수입니다. 일정 규모의 통신회사를 인수한 다음 통신 사업에 뛰어들어야 합니다.”
“그렇지! 나도 그 생각이란다. 그러니 차입금을 받아 와 통신회사를 인수해야 하지 않겠느냐.”
“통신회사 인수가 성사되고 나서 차입금을 빌려도 늦지 않습니다. 일본 은행보다 더 저렴한 금리로 월가에서 차입금을 받아 올 수 있습니다.”
“일본이 아니라 월가에서 돈을 빌리자는 게냐?”
돈을 빌리긴 뭘 빌려.
일단 일본에서 차입금을 가지고 오는 걸 막기 위해 꺼낸 말이었다.
“태우자동차와 태우전자가 미국 시장 점유율이 높아지고 있어서 그런지 월가에서의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습니다.”
“미국 기업과 합작회사를 차린 덕분에 태우그룹의 위상이 미국에서 많이 높아지긴 했지.”
“기획실에서 인수할 만한 통신회사를 찾아보겠습니다.”
우선 시간부터 끌어야 했다.
외환위기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면 차입금을 빌리자는 말이 더는 나오지 않겠지.
“그렇게 하거라. 그런데 아람코와 합작회사를 만든 지가 언젠데 아직도 정유 회사 설립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않구나. SS오일 인수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느냐?”
“여러 곳에서 진행 중입니다.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에는 SS오일 인수가 가능합니다.”
“아람코와의 합작회사에 묶여 있는 돈만 5조 원이 넘는다는 걸 알고 있겠지? 정유 회사 설립이 어려우면 하루빨리 돈을 빼내 다른 곳에 투자하는 것이 이득일 게야.”
어쩜 이렇게 성격이 급하실까.
어떻게든 몇 달의 시간만 더 끌면 되는데 그게 쉽지가 않았다.
“한국 최대 정유 회사를 설립해 보이겠습니다. 그때가 되면 태우그룹은 현재그룹과 삼진그룹을 제치고 한국 1위의 그룹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허허, 생각만 해도 좋구나. 하지만 명심하거라. 일이 잘못된다면, 당분간은 회사 일에서 손을 떼야 할 게다.”
“할아버지의 손자라서 높은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니라는 걸 성과를 통해 증명해 보이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할아버지를 어르고 달랬다.
정말 진이 다 빠진 상황이었고, 갑자기 차입금 이야기를 꺼낸 일본 은행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수는 없지.
조지가 엔화 공격을 한 번 더 할 때가 되었는데.
* * *
내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조지는 1997년 1월이 되자마자 일본을 방문했다.
기자회견을 열어 엔화를 공격했고, 엔화의 가치가 하루 사이에 날뛰었다.
나는 기자회견을 강 대위의 사무실에서 지켜봤고.
한 팀장은 옆에서 팝콘까지 챙겨 주었다.
“퀸텀펀드 쪽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나는 대로 한국을 방문해 대표님을 뵙고 싶다고 합니다.”
“갑자기 나를? 월가의 일이라면 다이먼과 이야기하면 될 건데?”
나는 다이먼에게 SAVE 투자회사의 전권을 위임했다.
외환위기가 오면 다시 그를 한국으로 불러들여야겠지만, 아직 몇 달의 시간이 남았기에 그를 SAVE 투자회사에 남겨 두었다.
“조지가 비밀리에 한국으로 들어온다고 하니 대표님과 긴히 나눌 말이 있지 않겠습니까?”
한국에 도착하면 연락하라고 하세요. 조지가 한국까지 온다는데 당연히 만나 봐야죠.”
“지금 바로 연락해 보겠습니다.”
한 팀장은 문자를 통해 퀸텀펀드 측과 연락을 시도했고.
문자를 보낸 지 1분도 걸리지 않아 답장이 날아왔다.
“지금 한국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호텔에서 보자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확실히 한국과 일본이 가깝긴 하네요. 벌써 한국에 도착하고. 지금 바로 출발하죠. 바쁜 사람을 오래 기다리게 할 순 없죠.”
한 팀장과 함께 호텔로 이동했고.
스위트 룸 안으로 들어가자 조지가 큼지막한 스테이크를 썰어 먹고 있었다.
“일본에서 맛있는 걸 많이 드시고 오셨을 텐데 또 그렇게 드십니까?”
“생각보다 엔화 맛이 별로더군. 허기가 가시지를 않는다네.”
기자회견으로 최소 1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린 조지였다.
하지만 위장이 커질 대로 커졌기에 그 정도로는 배가 차지 않는가 보다.
“월가의 사람은 배가 항상 든든해야죠. 그런데 스테이크만으로 배가 차시겠어요?”
“조금 부족하군. 그래서 비행기를 타고 태국으로 가려고 한다네. 태국 음식이 맛 좋기로 소문이 나지 않았나.”
“태국의 부동산 시장과 금융 부문에 거품이 잔뜩 끼어 있더군요. 아주 맛있는 음식이 될 것 같긴 합니다.”
“허허, 역시 자네는 알고 있을 줄 알았네. 남이 먹던 거나 뺏어 먹을 생각하는 하이에나 놈과는 다르다니까. 스스로 먹이를 찾을 줄 아는 후각을 가졌어.”
아시아 외환위기의 시작은 태국이었다.
태국의 부동산 시장의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자 건설 회사와 금융회사가 무너지기 시작한다.
결국 태국은 IMF 도움을 요청하게 되고.
필리핀과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까지 위기가 전염되며 아시아 외환위기로 확산된다.
그 여파는 대만을 넘어 한국까지 오게 될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