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8)
독식하는 재벌 3세-8화(8/518)
8화. 제프리(1)
“도련님, 유가가 하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시작이네요. 미국의 지상군이 이라크의 땅을 밟는 순간 더 빠른 속도로 유가가 하락할 겁니다.”
미국의 강함을 누가 모르겠는가.
단지 베트남전의 여파로 인해 미군의 강함을 미국인들조차 색안경을 쓰고 바라봤을 뿐이다.
폐허가 된 이라크의 중심부로 인해 색안경이 벗겨지기 시작했고, 전쟁의 승자가 미국이 될 거란 걸 모두가 예상하기 시작했다.
“자! 우리 욕심은 내지 말자고요. 유가가 18달러까지 떨어지면 다 털어 버려요.”
“알겠습니다! 24시간 대기하고 있겠습니다.”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계속해서 사무실을 지켰다.
하지만 미래는 바뀌지 않았다.
하루 사이에 무려 유가가 33퍼센트나 급락하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나는 마음을 놓고 집으로 돌아갔다.
* * *
2월이 되었다.
아직 걸프전은 끝나지 않았지만, 이라크는 제대로 된 반격조차 하지 못한 채 끌려다녔다.
3월이 되기 전 전쟁이 끝날 거라 많은 전문가가 예상하였고, 그런 의견이 유가에 반영이 되었다.
“35달러 하던 유가가 16달러까지 떨어졌습니다!”
“이미 다 팔아 치운 유가를 왜 아직도 보고 있어요? 이제 관심 끄고 성적표나 확인하죠.”
“지금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오랜만에 SAVE 투자회사를 방문한 나를 기다리고 있던 한정훈 팀장이었고, 그는 미리 준비한 자료를 보여 주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번 투자로 100억 달러에 달하는 수익을 실현할 수 있었습니다. 예측했던 수익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투자하는 금액이 조 단위가 넘어가면, 수익이 줄어드는 건 당연하죠.”
처음 예측했던 수익은 200억 달러였다.
투자금 20억 달러에 레버리지까지 풀로 쳤으니 10배의 수익은 절대 과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우리가 공매도를 청산하려 하자 하나둘 따라붙은 세력이 생겼고, 어쩔 수 없이 약간의 수익을 포기하면서 빠르게 수익을 실현했다.
그래도 100억 달러를 벌어들였다. 5배의 수익.
한화로 7조 원에 달하는 수익을 불과 1년 만에 만들어 내었다.
일본 버블 경제와 걸프전이라는 특수가 있기에 가능한 수익이었고, 당분간은 이런 큰판은 내 기억 속에서는 없었다.
다음 큰판은 1997년 외환위기.
태국부터 시작한 동남아시아 외환위기와 연이어 발생하는 한국의 IMF까지.
그때까지는 지금 번 자금을 바탕으로 착실히 성장해 나가야 했다.
“요즘 널널하죠? 유가로 재미 다 봤으니 다들 심심하겠네요.”
“직원 숫자는 늘었는데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아 소액으로만 투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투자회사답게 제대로 투자를 해 보죠. IT시장에 화끈하게 투자를 하세요.”
“IT라고 하면 마이크로 소프트나 애플 같은 회사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몇 년 후면 IT붐이 찾아온다.
그때를 대비해 괜찮은 회사의 지분을 최대한 확보해야 최대 수익을 만들어 낼 수 있다.
“괜찮은 회사의 지분은 돈 주고 사들이고, 재능 있는 사람에게도 투자해서 회사 설립을 도와주려고 해요. 그게 진정한 투자 회사 아니겠습니까?”
“주식이나 선물 거래가 아니라 회사 창립을 말씀이십니까?”
“그전에 우리 금융사 하나를 인수하죠.”
“아! 금융사를 인수해서 부족한 시스템 기반을 마련하시려는 생각이십니까? 좋은 계획입니다!”
사실 금융사의 시스템은 그다지 필요 없다.
내가 인수하려는 목적은 시스템이 아니라 인재였다.
지금은 작은 금융사의 부사장으로 있지만, 향후 세계 재산 순위 1위에 이름을 올리게 될 인재를 말이다.
* * *
신생 금융사 D.E.
인터넷 기반 금융 사업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회사였지만, 아직은 인터넷이 그렇게 상용화되기 전이라 큰 수익을 내지는 못하는 회사였다.
하지만 부사장인 제프리는 회사의 가능성을 믿고 있었다.
인터넷이 상용화만 된다면 단숨에 성장할 수 있다!
그때까지 버틸 수 있는 자금이 융통만 된다면, D.E를 최고의 금융사로 만들 자신이 있는 제프리 부사장이었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를 놓칠 수가 없는 그였다.
월가에서 들리는 소문으로 250억 달러 이상의 수익을 낸 회사로부터의 인수제의!
그는 회사의 CEO인 리처드를 협박하듯 목소리를 높였다.
“인수 제의가 들어왔다는 말씀입니까?”
“말로는 합병이긴 한데, 우리가 흡수되는 형태로 인수를 요청해 왔어. 회사 지분을 2배 가격으로 사들이겠다고 하더군.”
“인수를 제의한 회사가 SAVE 맞습니까? 이번 걸프전에서 유가로 큰돈을 벌어들인.”
“맞아. 그리고 우리 회사가 진행 중인 모든 프로젝트를 자금 제한 없이 지원해 준다고 약속했다네.”
“그런데 뭐가 고민입니까? 바로 계약서에 사인을 해야죠.”
D.E의 대표인 리처드는 이번 제의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지금까지 여러 곳에서 인수 제의가 들어왔었다.
이름만 대면 다 알 만한 회사에서 인수 제의가 들어온 적도 있지만, 그는 제안을 거절했었다.
회사를 더 키울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몇 년만 버티면 회사의 규모는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커질 것이다.
지금 헐값에 회사를 팔아치우기엔 너무 아까운 그였다.
조금만 더 인내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
그렇기에 그는 이번 제안을 거절하고 싶었다.
“조금만 인내하고 기다리면 그들의 도움 없이도 우리는 성공할 수 있어!”
“일단 만나 보고 정하시죠. 그들이 제시하는 조건과 그들의 성향을 보고 결정해도 늦지 않아요.”
“나는 회사를 팔 생각이 없다니까.”
“알겠으니까. 미팅 한 번만 하자고요. 어려운 일 아니잖아요.”
“그럼 이번 주 내로 미팅을 하긴 하겠지만, 회사를 팔 일은 절대 없을 거라는 것만 알아 둬.”
회사의 성공을 바라는 리처드.
프로젝트의 성공을 바라는 제프리.
비슷하면서도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는 두 명이었다.
* * *
“도련님, D.E에서 인수 제의를 거절했습니다.”
집으로 돌아온 한정훈 팀장이 고개부터 숙였다.
D.E와의 미팅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하루 만에 팍 삭은 그의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인수가 쉬울 거라 생각하지 않았어요.”
“죄송합니다. 제가 제대로 준비해야 했는데 그저 돈으로만 해결하려고 했습니다.”
“고개 숙일 필요 없어요. 사실 인수 제의는 그냥 던져 본 수에 불과해요. 제가 필요한 건 D.E가 아니라 거기에 다니는 직원들이니까요.”
D.E를 인수해 봐야 돈만 많이 든다.
물론 그 방법이 가장 쉽기에 도전해 본 거긴 하지만 실패했다고 해서 좌절할 필요는 없었다.
“D.E에 다니는 모든 직원에게 스카웃 제의를 넣겠습니다.”
“한 팀장이 굳이 그런 일까지 나서서 할 필요는 없어요. 그런 일 할 사람은 따로 있어요.”
“그런 사람이 있나요?”
“조금 있으면 도착할 건데. 기다려 보세요.”
타이밍 좋게 문이 열렸다.
경호원의 안내를 받아 거실로 들어온 사람은 신규 채용으로 회사에 입사한 데이비드였다.
“데이비드를 왜?”
“돈만 받고 하는 일 없는 사람을 왜 불렀나 이거죠?”
“…….”
SAVE 직원 모두가 데이비드를 좋아했다.
하지만 그가 왜 SAVE에 다니는지는 의문을 가졌다.
모두가 바쁘게 일하고 있을 때도 한 손에 커피를 들고 여유롭게 돌아다니는 그였으니까.
그런데도 욕 한 번 들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데이비드였다.
자신은 죽어라 일하고 있는데 옆 사람이 놀고 있으면 당연히 인상부터 쓰기 마련이지 않은가.
그런데 데이비드는 특유의 능청스러움으로 욕은커녕 도넛을 얻어먹는 사람이었다.
“사람 빼 오는데 데이비드만 한 사람은 없거든요.”
“데이비드에게 그런 능력이 있었습니까?”
친화력 S급 업무 능력을 가진 이가 데이비드였다.
투자회사가 아니라 로비스트가 돼야 할 사람이었고, 굳이 써먹자면 헤드 헌팅.
다른 회사에서 유능한 인재를 빼먹을 때 써먹기 제격이었다.
“오! 보스 불렀어요? 오는 길에 향이 좋은 커피가 있길래 사 왔어요.”
정말 향이 좋은 커피였다.
온종일 머릿속에 책을 때려 넣고 있던 내게 가장 필요한 커피기도 했다.
데이비드는 본능적으로 상대방이 무얼 원하는지 알고 있다.
“커피 잘 마실게요. 데이비드도 이제 일을 시작해야죠.”
“안 그래도 기다리고 있었어요. 놀고먹으면서 월급 받으려니 미안해서 말이죠. 무슨 일을 하면 되죠? 숫자놀이를 시킬 생각은 아니죠?”
“여기 있는 사람이랑 친하게 지내세요. 커피를 마셔도 좋고 술을 마셔도 좋아요. 활동비는 넉넉히 꽂아 줄게요.”
나는 D.E 직원의 프로필을 데이비드에게 건네주었다.
그 숫자는 14명. D.E에서 인터넷 기반 투자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직원과 부사장인 제프리의 프로필이었다.
“이미 아는 얼굴도 꽤 있네요. 이들을 꼬드겨서 회사로 데리고 오면 되나요?”
“회사에 남아 있으면 돈을 버는 건 대표뿐이라고 긁어 줘 봐요. 회사가 성공할 때까지 참고 견디는 건 직원의 몫이지만, 과실을 따 먹는 건 대표인 리처드뿐이라고요.”
“그럼 우리 회사로 옮기면 과실을 같이 따먹을 수 있게 되는 거죠?”
“일단 지금 받고 있는 연봉의 2배. 그리고 프로젝트 성공까지 무제한의 자금 투입과 성공 보너스 지급. 이 정도면 과실로 충분하겠죠? 아! 그리고 데이비드에게는 한 명을 영입할 때마다 2만 달러를 보너스로 줄게요.”
“일주일 안에 결과를 만들어 드릴게요.”
“부사장인 제프리는 꼭 데리고 와야 해요.”
“라져 댓!”
능청스럽게 경례를 하며 프로필을 챙겨 나가는 데이비드였고.
우리의 대화를 마치 연극 보듯 구경하던 한 팀장이 머리를 긁적였다.
“정말 데이비드가 D.E 직원을 스카웃해 올 수 있겠습니까?”
“믿어 보세요. 뭐 실패하면 D.E를 강제로 집어삼키면 되긴 하죠. 돈이 좀 많이 들겠지만.”
“적대적 인수합병까지 생각하시고 계십니까?”
“그렇게 안 되려면 데이비드가 잘하길 응원하세요.”
* * *
데이비드는 능력을 증명해 내었다.
그는 일주일 만에 14명 중 13명을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하긴 받는 연봉을 2배나 주겠다고 하는데 누가 마음이 동하지 않겠나.
게다가 옆에서 부채질하는 사람이 친화력 S급인 데이비드라면 두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는 가장 중요한 한 명을 영입하지 못했다.
D.E의 부사장인 제프리는 데이비드의 갖은 공세를 버텨 냈다.
하지만 성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이야기라도 한번 들어 보라며 SAVE 사무실로 그를 데리고 왔다.
나보고 알아서 마침표를 찍으라는 거지.
뭐 이렇게까지 해 줬는데 그 정도는 내가 직접 움직여 줘야지.
“안녕하세요. 김민재라고 합니다.”
“매우 동안이시군요. 아시아인의 나이는 가늠하기 어렵다고는 알고 있지만, 정말 어려 보이십니다.”
동안이 아니라 그냥 어린 거다.
이제 고등학교에 다닐 나이란 건 굳이 말할 필요가 없기에 나는 빠르게 본론부터 꺼내 들었다.
“제프리 씨는 인터넷 투자 기법에 관심이 많다고 들었어요. 저도 그쪽에 관심이 많아요.”
“그러십니까? 오랜만에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났네요. 사람들에 저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뭔지 아십니까? ‘인터넷이 뭡니까?’ 이 말을 가장 많이 듣습니다.”
아직 인터넷이 상용화되기 전이었다.
그런데 인터넷을 사용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겠다고 하니 사람들이 받아들이질 못하는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인터넷 상용화를 확신한 제프리의 눈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이기도 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눈만 뛰어난 것이 아니었다.
신상정보를 확인하니 그는 3종류나 되는 S급 업무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태우그룹을 재계 서열 3위까지 키워 낸 할아버지도 고작 하나밖에 보유하고 있지 않은 S급 업무 능력이었다.
역시 미래의 부자 1위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라니까.
이런 사람을 낚으려면 아무 미끼나 쓸 순 없지. 월척을 낚을 거대한 떡밥을 던질 차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