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81)
독식하는 재벌 3세-81화(81/518)
81화. 1997년 (4)
정치자금 전달의 가장 중요한 건 비밀 유지였다.
받는 쪽도 주는 쪽도 위험한 일이었기에 아주 깨끗이 세탁된 자금이 필요했고.
기업에서는 비자금을 정치자금으로 사용하거나 명동을 이용해 자금 세탁 과정을 거쳐 전달하곤 했다.
“한국에서 돈을 세탁하면 결국에는 걸리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월가를 이용해 자금을 세탁해 정치자금을 전달하고자 합니다.”
“월가를 이용한다면 어떤 방식을 말씀이십니까?”
“펀드를 하나 개설할 겁니다. 야당 쪽 후보자의 후원회장이 우리가 만든 펀드에 투자를 하게 되고, 그 펀드는 3개월 사이 10배 이상의 수익을 남기게 되는 거죠.”
법적으로 걸리지 않으며 정치 자금을 주는 방법이었다.
펀드를 만드는 것도 합법이었고, 펀드에 투자를 하는 것도 합법이다.
그리고 펀드를 통해 수익을 얻는 것 또한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이런 방법이 사용되지 않았을까?
당연히 10배의 수익을 장담할 수 있는 펀드를 만들 수 있는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게 가능했고, 아시아 외환위기가 닥치기 직전의 상황이기에 가능한 방법이었다.
“펀드를 만들어 무조건 수익의 10배를 만드시겠다는 거군요. 어떤 방법인지 이해했습니다.”
“실장님이 생각하는 그런 방식은 아니겠지만, 월가의 펀드를 이용해 정치자금을 전달하는 건 맞습니다.”
실장 아저씨는 오해를 하고 있었다.
‘무조건 10배를 만든다.’
이 말에 숨은 뜻은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강제로 수익을 10배로 만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정당한 방법으로 10배의 수익을 보장해 줄 수 있었다.
“월가의 사람을 보내 야당 쪽 후원회장과 접촉을 하겠습니다.”
“그럼 우리 자금은 월가로 보내면 되는 겁니까?”
“우선은 그냥 들고 계세요. 자금이 필요하면 요청드리겠습니다.”
실장 아저씨가 어렵게 만든 비자금은 사실 필요가 없었다.
그런 돈을 썼다간 꼬리가 밟힐 수 있으니 나중에 실장 아저씨가 퇴직할 때 퇴직금으로 챙겨 주든가 해야겠다.
* * *
정배춘 후원회장.
그는 한 달 전에 태우그룹의 소개로 찾아온 월가의 사람을 만났다.
그리고 후원회로 들어온 자금 10억 원을 월가의 펀드에 투자를 했다.
태우그룹에서 정치자금법에 걸리지 않고 후원을 하는 방법이라 하여 의심치 않고 펀드로 돈을 옮긴 그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영 찜찜하단 말이야. 월가의 펀드에 돈을 넣긴 했는데 꼭 사기를 당한 기분이야.”
“저도 그렇습니다. 정치자금을 이런 식으로 받은 적이 처음이라 영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자네 영어 좀 할 줄 알지? 미국에 전화를 넣어 펀드 자금이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보게나.”
보좌관이 국제 전화를 걸었다.
조금은 어설픈 영어 솜씨로 10분 넘게 통화를 이어가던 보좌관이 갑자기 ‘땡큐’를 남발했다.
“뭐가 어떻게 되어 가고 있길래 그래?”
“펀드 자금이 지금 3배로 불어났다고 합니다. 두 달 안에 100억 원 이상으로 불어난다고 합니다.”
“10억이 지금 30억이 되었다는 거지? 그리고 두 달 안에 100억이 되고?”
“그렇습니다. 관련 자료를 이메일로 보내겠다고 합니다.”
“설마 사기 치는 건 아니겠지?”
“태우그룹에서 약속을 했으니 사기는 아닐 겁니다.”
후원회장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그냥 펀드에 돈을 넣어 두기만 했는데 자금이 3배로 불어났다니.
태우그룹에서 무슨 마법을 부리는 건지 도통 알 수가 없었다.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방법 같긴 한데.”
“모든 과정이 합법적입니다. 태우그룹과의 연결 고리를 찾아낼 수도 없고 법적으로 문제 될 소지가 전혀 없다고 우리 쪽 변호사들이 입을 모아 말하긴 했습니다.”
“참 용하단 말이야. 확실히 대한민국에서 똑똑한 사람을 전부 대기업에서 쓸어 간다고 하더니 이런 기발한 방법을 생각해 냈군.”
“선거 자금을 위해 주식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다는 건 알았지만, 월가의 펀드를 이용한 방법은 대한민국 역사상 처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주식을 이용한 선거 자금 확보.
쉽게 말해 주가 조작을 통해 자금을 뻥튀기하는 방식이었다.
주로 명동과 힘을 합쳐 주가를 조작해 선거 자금을 확보하곤 했다.
하지만 이는 법적으로 문제 될 소지가 많았고, 민심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기에 사용하기 매우 힘든 방법이었다.
그런데 펀드는 그런 문제가 전혀 없었다.
우리나라 주식을 이용한 주가 조작도 아니었으니 민심에 문제 될 소지도 없었고.
월가의 펀드에서 돈을 받으니 오히려 외화를 벌어 오는 셈이었다.
“정말 펀드에 넣은 돈이 10배가 되면, 한동안은 돈이 부족할 일은 없겠어.”
“정치자금으로 100개를 받은 셈이나 다름없습니다.”
“확실히 태우그룹이 통이 크단 말이야. VIP가 김 회장과 사이가 좋은 이유가 있어.”
“우리가 정권을 차지할 수만 있다면, 태우그룹에게 보답을 해 주고 싶습니다.”
“어허! 보답이라니. 한국 경제의 발전을 위해 태우그룹과 함께하는 거지. 보답 같은 하찮은 감정을 가지고 국가를 운영하면 쓰겠나.”
“제가 실수했습니다. 태우그룹과 함께 대한민국을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그렇지!”
100억 규모의 정치자금.
불리한 선거를 치러야 하는 야당 입장에서는 꼭 필요한 자금이었고.
그 자금을 합법적으로 지원해 줄 방법을 찾은 태우그룹이 고마울 따름이었다.
* * *
1997년 7월이 되었다.
한국 경제가 급속도로 나빠지는 상황이었고.
할아버지는 다급히 사장단 회의를 열었다.
“벌써 무너진 대기업이 몇 개인가? 한보부터 시작해서 삼미, 진로에 삼립 그리고 해태까지 무너졌어.”
“카이그룹도 사실상 부도에 가깝다는 기사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재계 서열 4위인 카이그룹마저 무너지다니. 한국 경제가 어떻게 되려고 그러는지….”
할아버지가 나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카이자동차가 위험하다고 했던 내 말이 생각나셨나 보다.
카이그룹의 부도는 대마불사 이론이 깨졌음을 의미했다.
나는 할아버지의 눈빛을 받으며 국내를 벗어나 아시아 상황을 설명했다.
“태국의 경제위기가 본격화 되었습니다. 바트화의 가치가 빠른 속도로 폭락하고 있으며, 주변국의 상황도 덩달아 나빠지고 있습니다.”
“동남아의 외환위기가 한국까지 번져 올 가능성은 몇 프로나 되겠는가?”
“그건 제가 한 말씀 드리겠습니다.”
후쿠다 고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지금까지는 사장단 회의에 참석할 자격이 없는 후쿠다 고문이었지만.
나와 태우증권의 사장이 강력히 주장해 그를 사장단 회의에 참석시켰다.
“지금은 동남아 외환위기라 부르고 있지만, 올해가 가기 전 아시아 외환위기로 번져 나갈 것이 분명합니다. 대만, 한국, 일본까지 위험해지는 상황이 분명히 옵니다.”
“지금 달러 환율이 890원을 돌파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더 높아진다는 말입니까? 너무 비관적인 예측 같습니다.”
태우자동차 배성균 사장이 반발하고 나섰다.
그룹의 부회장이기도 한 그는 태우자동차는 물론이고 태우전자의 실적이 전년에 비해 크게 증가했음을 알고 있었다.
그랬기에 경제 위기를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것이다.
태우그룹은 그 언제보다 잘나가고 있는데 갑자기 경제위기가 찾아온다니 믿기 힘들겠지.
“한국 정부의 외화 보유고가 300억 달러도 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외채는 천억 달러가 넘지요. 한국 정부는 외환위기에 아무런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아요. 그리고 이미 중소기업들은 임금을 지불하지 못해 체불임금이 6,000억을 넘어섰습니다.”
“체불임금이 그렇게나 많단 말입니까?”
“단기 차입금이 빠져나가는 순간 환율은 1,500원을 우습게 돌파할 겁니다.”
“하지만 정부와 언론에서는 경제 위기가 아니라는 기사가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IMF의 총재마저 동의하고 나섰습니다.”
실제로 IMF 총재는 한국의 경제 위기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었다.
아직 한국의 정확한 실상을 모르기에 한 말이었고, 조만간 말을 바꾸게 된다.
“경제 위기가 아니라는 언론사도 있지만, 반대로 외환위기의 위험을 강조하는 보도도 쏟아지고 있습니다.”
“그럼 가능성은 50:50이란 말씀 아닙니까?”
“저는 100%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정부의 상황과 기업의 어처구니없는 경영 방식을 생각하면 무조건 경제 위기가 옵니다.”
“어처구니없는 방식이라니요! 지금 한국을 무시하는 겁니까.”
후쿠다 고문은 일본 사람이었다.
외국 사람에게 기업 경영 방식으로 욕을 들어먹으니 발끈하는 배성균 사장이었다.
“대금을 어음으로 지불하는 나라가 도대체 어디 있습니까? 중간 고리 하나만 삐끗해도 다 무너지는 구조인데.”
“다들 그만하게나. 우리는 최악의 상황을 가정에 두고 생각해야 하네. 후쿠다 고문이 보시기엔 어찌해야 한다고 봅니까?”
“태우그룹의 상황은 나쁘지 않습니다. 김민재 본부장이 미리 대비를 잘해 두었지요. 지금 보유하고 있는 자금으로 부채율을 최대한 낮추기만 한다면, 경제위기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뿐더러 더 높이 올라갈 수 있다고 봅니다.”
할아버지를 비롯한 사장단이 침묵을 지켰다.
이제야 외환위기가 코앞까지 닥쳤다는 걸 인지한 그들이었다.
* * *
심각한 분위기의 사장단 회의가 끝났고.
사장단 회의와는 전혀 상반되는 분위기의 강 대위의 사무실로 향했다.
“대표님! 태국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벌써 50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다음 달이면 최소 3배 이상의 수익을 올릴 수 있겠습니다.”
“정치 자금 펀드의 수익은 얼마죠?”
“알짜배기로만 투자를 한 덕분에 10배를 가볍게 넘겼습니다. 금액이 워낙 적으니 가능한 수익이었습니다.”
한 팀장 입장에서 10억 원은 소액이나 다름없었다.
100억 달러로 2배의 수익을 올리긴 어렵지만, 10억 원 같은 소액으로 10배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건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100억 원이 넘었으면 회수하라고 하세요.”
“안 그래도 연락이 왔었습니다. 후원회장 계좌로 오늘 중으로 송금해 주겠습니다.”
“그나저나 월가에서는 한국의 상황을 어떻게 보고 있나요?”
“자금을 회수하려는 분위기가 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월가보다 일본에서 더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습니다. 단기 차입금을 회수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생과 바뀌지 않은 역사였다.
일본의 자금이 빠져나가며 외환위기가 더욱 급속하게 찾아오게 된다.
한국의 은행은 일본에서 빌린 단기 차입금을 기업에게 빌려주어 이자 놀이를 했다.
그런데 기업에서 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은 예상하지 못한 은행이었다.
보유한 자금보다 더 많은 차입금을 일본으로부터 빌렸고, 기업이 망하자 차입금을 은행 자금으로 갚아야 하지만 그럴 돈이 없으니 은행도 망하게 된다.
“이제 움직일 때가 되었네요. 미국 IT 업체에 투자한 주식을 제외한 모든 자금을 현금으로 보유하세요.”
“200억 달러가 넘는 금액입니다. 그걸 전부 현금으로 보유하라는 말씀이십니까?”
“오늘을 위해 모은 돈입니다. 200억 달러를 2,000억 달러 이상으로 불릴 수 있는 기회기도 하죠.”
맛있는 기업들이 매물로 나오고 있다.
장바구니에 미리미리 담아 두려면 자금 확보가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