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85)
독식하는 재벌 3세-85화(85/518)
85화. 국가 부도의 날 (3)
SS오일 지분은 빠르게 정리가 되었다.
할아버지가 직접 사우디로 날아가 회담을 진행했고.
지분 정리는 그날 바로 확답을 받아 SS그룹으로부터 SS오일 지분과 돈을 맞바꾸었다.
여기까진 걱정도 하지 않았다.
진정한 문제는 투자금 유치였다.
아람코로부터 얼마만큼의 투자금을 받느냐에 따라 우리가 인수할 수 있는 회사의 규모가 달라졌다.
그렇게 하루가 더 지났고.
본부장실에 도착하자마자 기획실장이 다급히 보고사항을 알려 왔다.
“회장님께서 오늘 한국으로 복귀하신다고 합니다.”
“제 전화는 받지도 않으시더니 기획실로 직접 연락을 했나 보네요.”
“그런데 귀한 손님과 함께 한국으로 오신다고 합니다. 만반의 준비를 지시하셨습니다.”
귀한 손님?
아마 살만과 함께 오나 보다.
나는 미래의 왕세자가 될 살만에게 많은 공을 들여 두었고, 아람코 합작회사 설립도 그의 도움을 받았었다.
“왕족과 함께 오시나 봅니다. 공항에 경호 인원을 배치하시고, 친한 언론사 몇 곳에 연락을 넣어 두세요. 태우그룹에서 할 수 있는 최고의 손님 대접을 해야 합니다. 태우호텔 전체 객실을 비워 두세요.”
“국빈 대우에 버금가는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런데 호텔 전체를 비우는 건 매뉴얼에 없는 내용입니다. 너무 과하지 않겠습니까?”
“말 한마디로 조 단위의 돈을 움직이는 사람이 사우디 왕족입니다. 차라리 넘치는 편이 낫지 절대 모자라서는 안 됩니다.”
나는 몇 번이나 신신당부를 했다.
사우디 왕족이 한국을 방문하는 건 합작회사 설립을 눈으로 직접 보기 위함이 분명했다.
여기서 눈도장을 제대로 찍어 두면 투자금으로 들어오는 금액의 앞자리 숫자가 달라지기 마련이었다.
기획실장에게만 맡겨 둘 일이 아니었기에.
나는 강 대위까지 이용해 경호에 신경을 썼고.
임직원 몇 명과 함께 공항으로 직접 마중을 나갔다.
“회장님이 곧 들어오신다고 합니다.”
“다들 준비하세요. 작은 실수도 용납지 않습니다.”
우리는 바짝 긴장한 채로 할아버지와 손님을 기다렸고.
드디어 입국장 문이 열리며 할아버지와 손님이 등장했다.
그런데 내가 예상한 손님이 아니었다. 내 예상보다 한층 더 급이 높은 손님이 한국을 방문한 것이었다.
“압둘라 왕세제님의 방문을 환영합니다.”
나는 능숙한 아랍어로 왕세자의 방문을 환영했다.
향후 왕세자가 될 살만이 아니라 진짜 사우디의 왕세제를 데리고 들어온 할아버지셨다.
이게 어떻게 가능한 일이지?
그러다 나는 할아버지의 업무 능력을 떠올렸다.
데이비드보다는 낮으나 A급의 친화력을 가지신 분이 할아버지셨다.
“자네가 사우디 왕실의 보석을 구해 준 청년인가? 살만에게서 자네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네.”
“기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왕세제님의 한국 방문을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사우디 왕실과 사업을 이어 갈 기업이 어떤 모습인지 직접 보고 싶어 방문했다네.”
“숙소를 정하시지 않으셨다면 태우호텔에서 묵으시는 것이 어떠십니까? 호텔 전체를 비워 두었습니다.”
“허허, 나 때문에 호텔 전체를 비워 둘 필요까지는 없는데 과한 대접을 받는군. 그리로 가세나.”
나는 한 발 뒤로 물러났고.
그제야 기자들은 정신을 차렸는지 셔터를 누르기 시작했다.
사우디의 다음 국왕이 될 왕세제의 등장은 엄청난 기삿거리였고, 기자들은 실시간으로 기사를 작성해 보도국으로 보내기까지 하고 있었다.
그러는 사이 우리는 공항을 빠져나와 호텔로 향했고.
차 안에서야 겨우 할아버지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어떻게 된 일입니까? 왕세제가 직접 한국을 방문할 줄은 몰랐습니다.”
“나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구나. 살만, 그 사람이 네 칭찬을 늘여 놓다 보니 상황이 이렇게 되었구나.”
“살만 덕분에 왕세제가 한국을 방문했다는 겁니까?”
“그렇다고 볼 수 있지. 왕세제가 직접 합작회사를 살펴보고 투자를 결정하시겠단다.”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태우화학, 태우중공업 그리고 SS오일까지.
남에게 보여 주기 전혀 부끄럽지 않은 회사들이었다.
* * *
왕세제의 일정은 매우 빡빡하게 진행되었다.
뒤늦게 연락을 받은 정부 관계자의 만남부터, 차기 대통령으로 당선된 이와의 만남까지 진행되고 나서야 기업인들의 차례가 되었다.
한국 재계 서열 10위의 대기업 회장들이 한 곳에 모였다.
나는 사우디 왕실의 친분 덕분에 참여할 수 있었고, 나를 제외한 모든 인원이 대기업 총수들이었다.
한국에서 한가락 하는 그들이었지만.
압둘라 왕세제 앞에서는 구멍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에 불과했다.
사우디 왕실의 자산은 최소 1천~2천 조로 알려져 있으니 한국 대기업을 모두 합한다고 해도 발끝조차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한국의 상황이 많이 힘들다고 들었어요. 하지만 나는 동아시아의 저력을 믿고 있는 사람입니다. 오늘 많은 기업과 좋은 관계를 만들고 싶군요.”
차례차례 압둘라 왕세제와 인사를 나누는 회장들이었고.
악수 한 번에 1조 원 규모의 MOU가 체결되기도 하였다.
기껏 사우디 왕실에 공을 들였는데 과실을 다른 기업이 따먹는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잘 알고 있었다.
MOU는 계약이 아니라는 걸.
지금이야 1조 원을 투자할 것처럼 약속하지만, MOU는 언제든지 바뀔 수 있는 약속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사우디 왕실에서 MOU 약속을 지키는 경우는 매우 적었다.
약속보다는 계약.
MOU로 거액의 약속을 받아 내는 건 의미가 없는 일이다.
결국 합작회사와 같은 실질적인 계약을 받아 내야만 진짜 돈을 받아 낼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합작회사 도장을 받아 낸 유일한 기업은 태우그룹이었고.
압둘라 왕세제는 태우 정유 설립에 6조 원 투자 계약서에 사인을 하였다.
이는 내가 생각한 금액보다 더 큰 금액이었고, 태우화학과 태우중공업의 지분을 넘겨주는 대가치고는 너무 과한 금액이었다.
“오늘 일정은 여기서 마무리 짓겠습니다.”
압둘라 왕세제가 피곤한 기색으로 자리에서 일어났고.
모든 회장님의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께 경영인 만찬이 끝이 났다.
그제야 나는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6조 원 투자의 연유를 물어보았다.
“갑자기 투자금이 늘어난 이유가 있습니까?”
“나도 모르겠구나. 사우디 왕실에서 운영하는 펀드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더니 투자금 규모를 증액하더구나.”
“정유회사보다 태우그룹의 가치를 보고 투자했다고 봐야겠군요.”
“나도 그렇게 보고 있단다. 부채율 0%인 대기업이라는 점이 플러스 요인으로 작동했다고 보고 있단다.”
아마 숨겨진 무언가가 있을 것이다.
가령 내가 SAVE 투자회사의 대표라는 걸 알아차렸다거나.
태우그룹이 막대한 특허권을 보유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거나.
이유가 무엇이든 크게 중요하진 않았다.
중요한 건 지금 당장 사용할 수 있는 6조 규모의 달러가 우리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는 점이었다.
이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있을 때.
대기업 회장들이 할아버지를 찾아와 고개를 숙였다.
대기업 회장들이 할아버지를 칭송하고 나섰다.
조 단위의 MOU를 체결했으니 오늘만큼은 할아버지가 은인으로 보일 대기업 회장들이었다.
그런데 몇 년이 지나도 그렇게 생각할까?
당장 1년만 지나도 MOU 체결이 의미 없는 일이란 걸 깨닫게 될 터였다.
* * *
아람코와의 합작회사 설립에 속도가 붙었다.
이름뿐이었던 합작회사에서 태우화학과 중공업이 합쳐지며 규모를 키웠고.
전국에 위치한 SS주유소도 태우주유소로 이름을 바꾸며 영업을 시작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미국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한국의 일은 당분간은 할아버지에게 맡기면 되었으니 미국으로 눈을 돌릴 수 있게 되었다.
미국에 도착한 나는 SAVE 투자회사부터 찾았고.
잠시 대표직을 맡고 있는 다이먼이 나를 반갑게 맞이했다.
“대표님 오셨습니까! 너무 오랜만 아닙니까? 저는 대표님이 저를 미국에 보내 놓고 잊은 줄 알았습니다.”
“설마 잊었을 리가요. 이제 직접 한국으로 모셔 가려고 이렇게 왔어요.”
“드디어 한국으로 돌아갈 때가 되었습니까? 안 그래도 한국 소식을 뉴스로 접할 때마다 몸이 근질근질했습니다.”
“인수할 회사가 아주 넘쳐나는 상황이죠.”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며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한국의 기업들은 위기상황이었지만, 우리에겐 기회와도 같은 상황이었다.
“그럼 언제 한국으로 들어가는 겁니까?”
“우선 미국에서 처리할 일은 마무리 짓고 돌아가야죠. 음반 회사 설득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요?”
“스티브가 직접 나선 덕분에 순탄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MCA 레코드의 지분을 쥐고 있는 우리가 지원 사격을 해 주고 있으니 올해가 가기 전에 해결될 것 같습니다.”
1월이면 아이팟이 세상에 공개된다.
그 전에 MP3 음원 관련 일을 해결 지어야 했다.
“P2P 사이트와의 법적 분쟁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요?”
“우리가 나서서 고소를 진행한 덕분에 P2P 사이트의 인기도가 급상승해 버렸습니다. 일부 언론에서는 우리가 P2P 사이트를 홍보했다는 악의적인 기사를 써 내려간 곳도 있습니다.
반박할 수가 없었다.
P2P 사이트를 홍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고소를 진행한 것은 맞았으니까.
그래야지만 합법적인 음원 사이트의 가치가 높아지게 되고, 우리가 만든 음원 사이트가 미국 시장을 선점할 수 있게 된다.
“그런 기사에는 일일이 반박할 필요는 없어요.”
“사실 반박하기도 힘듭니다. 실제로 우리가 고소를 진행하는 동안 MP3 파일이 대중화되기 시작했습니다.”
MP3 파일이 대중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지금은 MP3 파일을 다운 받아 CD를 통해 재생하는 방식으로 소비되고 있었다.
유일한 MP3 플레이어는 디지털케이스에서 만든 8곡을 저장할 수 있는 32MB짜리 엠피맨이 전부였으니 CD를 이용하는 편이 더 저렴하고 편리했다.
“1월에 맞춰 MCA 레코드사를 이용해 음원 사이트를 정식 오픈해야 합니다.”
“이미 준비를 끝내 놓았습니다. CES가 열림과 동시에 오픈할 수 있도록 일정을 짜 두었습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음원 사이트를 오픈할 겁니다. 태우 IT 부서와 협약해서 한국식 음원 사이트를 늦어도 2월에는 오픈할 수 있도록 준비해 주세요.”
“한국 오픈도 문제없이 진행할 수 있습니다.”
다이먼은 확실히 대단한 인재였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대단한 인재가 SAVE 투자회사에 존재했다.
“보스! IMF 임원들과 약속을 잡아 뒀어요. IMF에 보스 학교 선배가 많아서 약속 잡기 어렵지 않았어요.”
데이비드가 능청스럽게 다가와 말 했다.
그의 친화력은 내가 본 그 어떤 사람보다 뛰어났고.
IMF와 같은 국제기구 관련자와 약속 잡는 것 정도는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오랜만에 학교 선배들을 볼 수 있겠네요.”
“IMF 하버드 출신들이 아주 많더라고요. 조만간 한국으로 들어간다고 하니 미국에서 친분을 다져 두면 도움이 될 거예요.”
대한민국의 경제 주권은 IMF로 넘어갔다.
그러니 앞으로의 기업 인수 합병과 기업 경영을 위해서는 IMF와 친분을 쌓아 두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