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86)
독식하는 재벌 3세-86화(86/518)
86화. 국가 부도의 날 (4)
IMF의 건물은 워싱턴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나는 데이비드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워싱턴으로 이동했고, 저녁을 IMF 임원들과 함께 즐기게 되었다.
“선배님들을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태우그룹의 김민재입니다. 편하게 킴이라고 불러 주십시오.”
“자네 이야기는 여러 명에게서 들어 알고 있지. SAVE 투자회사와 긴밀한 관계에다 월가의 여러 회사와 친분을 맺고 있다고?”
“알아주셔서 정말 영광입니다.”
“그리고 태우그룹의 후계자라면서? 역시 월가 생활을 해 본 사람이 후계라자 그런지 태우그룹은 튼실하더군. 한국 기업 중 부채율이 0%인 기업은 태우그룹이 유일하더라니까.”
“학교에서 선진 기업 경영과 금융 기술을 배운 덕분이었습니다. 선배님들 같은 분들이 잘 닦아 주신 길을 걸었을 뿐입니다.”
나는 오랜만에 입에 기름칠을 했다.
립 서비스는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통하곤 했다.
그리고 학벌 또한 미국 사회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이었다.
동양계 아시아인 청년이라고 하더라도.
같은 학교 출신이라는 것만으로도 자신의 옆자리를 내어 주는 IMF 임원들이었다.
“이번에 우리가 한국에 들어가면, 대기업의 지분구조와 경영 방식을 싹 뜯어고칠 생각이네. 너무 생산성이 떨어지는 방식으로 기업이 운영되고 있더군.”
“태우그룹은 외환위기가 오기 전부터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회사가 잘 돌아가고 있는 거지. 다른 한국 기업들이 자넬 보고 배워야 하는데 말이야.”
겉으론 웃고 있었지만, 속은 꽤나 쓰렸다.
IMF는 가혹할 정도로 한국 경제를 옥죄었고, 많은 직장인이 일자리를 잃고 실직자 신세가 되어 버린다.
IMF 총재마저 외환위기 시절 한국에게 너무 가혹했다고 회고할 정도였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내가 나선다고 바꿀 수 있는 기조가 아니었으니 IMF가 원하는 틀 안에서 최대한 얻어 낼 수 있는 건 얻어 내야 했다.
“아쉽게 무너진 기업들이 정말 많습니다. 그래서 태우그룹에서는 그런 회사들을 인수하고자 계획 중에 있습니다.”
“돈이 많이 드는 일인데 괜찮겠어? 회사를 인수하면 부채가 쌓일 수도 있다네.”
“그래서 선배님들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제가 한 잔 올리겠습니다.”
“우리 후배님이 주는 술이라면 당연히 받아야지.”
우리는 웃으며 술을 주고 받았다.
그리고 IMF 임원들은 내가 무얼 바라는지 알아차린 눈치였다.
IMF의 힘을 동원해 정부와 채권단을 움직여 부채를 탕감하길 바란다는 것을.
나는 저렴한 가격으로 회사를 인수해서 좋고.
정부 입장에서는 기업을 살릴 수 있어 좋은 일이었다.
단지 국민들의 세금으로 그러한 일이 진행되어야겠지만.
솔직히 옳은 일은 아니긴 했다.
하지만 내가 나서지 않는다고 해도 정부는 세금을 통해 기업의 부채 탕감을 진행할 테고.
이왕 그렇게 할 거라면 내가 그 이득을 받고 싶었다.
* * *
며칠 동안 IMF 임원과 좋은 시간을 보냈다.
사석에서는 형 동생 할 정도로 친한 사이고 되고 나서야 나는 워싱턴을 떠나 라스베이거스로 향했다.
라스베이거스에선 CES 준비가 한창이었고.
스티브 또한 라스베이거스 호텔에서 묵으며 아이팟 프레젠테이션 준비에 한창이었다.
“몸 좀 생각하면서 일을 하세요. 못 본 사이에 얼굴이 반쪽이 되었습니다.”
“라스베이거스 음식이 내 입맛에 맞지 않아서 말이야. 그래도 조금만 더 고생하면 되니 버틸 만하네.”
채식을 주로 하는 스티브였고.
거기에 무리한 일정까지 더해져 피로가 누적된 상황이었다.
“이제 정말 며칠 남지 않았군요. 아이팟이 세상에 선보이는 날이요.”
“아! 오늘이 1997년의 마지막 날이었군. 조금 이르지만 해피 뉴이어!”
“새해는 애플의 해가 될 겁니다.”
“애플과 태우그룹의 해가 되겠지.”
스티브의 농담에는 가시가 담겨 있었다.
애플의 매출의 상당 부분을 태우그룹이 로얄티 명목으로 가져가는 걸 돌려 말하는 스티브였다.
그 부분은 내가 할 말이 없었다.
내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애플이 태우그룹에게 매출을 넘겨줄 일은 없었을 테니까.
그래서 난 다급히 주제를 바꿔 말했다.
“음반 회사와의 협의가 잘 끝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참 지독한 사람들이었어. IT 기술에 대해 알지를 못하니 말이 통하질 않더군. 그래도 제 발에 불이 떨어지니 황급히 우리 손을 잡긴 하더군.”
“P2P 사이트로 음반 회사의 매출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다면 협상은 더욱 힘들었을 겁니다.”
실제로 나는 이 부분을 많이 걱정했었다.
음반 회사들은 CD 판매로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었고, 생소한 MP3 음원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게 분명했다.
P2P 사이트가 조기에 등장하지 않았다면.
아이팟이 나오고 나서야 음반 회사와의 음원 협상이 마무리되었을 가능성이 높았다.
“자네 덕분에 음반사와 협상이 잘 진행되었다고 자랑을 하는 건가? 자랑을 원한다면 시원하게 해 주겠네.”
“자랑을 바라고 한 말은 아닙니다. 정말 걱정되어서 한 말이었습니다.”
“아니야. 자네는 나보다 시대를 훨씬 앞서 나가는 사람이야. MP3 플레이어도 그렇고 음반회사와의 협상까지 미리 염두에 두지 않았나. 자네는 내가 본 그 어떤 사람보다 시야가 넓고 깊은 사람이네.”
얼굴이 화끈거렸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스티브가 나에게 칭찬을 퍼붓고 있었다.
우성일 사장에게 자주 듣는 아부와는 차원이 달랐다.
스티브의 칭찬 한마디에 가슴속에서 부끄러움과 뿌듯함이 동시에 치솟아 올랐다.
“저는 많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남들보다 큰 그림을 잘 그릴 수 있다곤 해도 세세한 부분은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경영자가 왜 세세한 부분에 신경을 쓰나. 그런 걸 대신하라고 직원을 고용하는 것 아니겠나. 그리고 자네가 놓친 부분은 내가 다 채워 줄 테니 걱정 말고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진행하게나.”
스티브의 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그는 나를 진정한 파트너로 인정하고 있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애플과 태우그룹이 힘을 합친다면 휴대폰, MP3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가 될 수 있다고 장담합니다.”
“나도 일정 부분은 동의하네. 그런데 자네는 또 큰 그림을 그리고 있나 보군. 휴대폰과 MP3뿐만 아니라 다른 제품도 개발할 생각인가?”
“아직은 추상적인 그림만 그려 두었습니다. 아이팟의 출시되고 나서 자세한 이야기를 드리겠습니다.”
“그러자고. 나도 프레젠테이션만으로도 머리가 복잡하네. 여기서 더 복잡한 이야기를 들었다간 머리에 과부하가 걸릴 거야.”
스티브의 눈이 충혈되어 있었다.
얘기를 조금만 더 나누면 진짜 쓰러지겠어.
나는 그를 위해 일찍 자리에서 일어나 쉴 수 있도록 해 주었다.
* * *
시간이 지나 CES가 개최되었고.
세간의 이목은 애플로 향해 있었다.
독일 가전 박람회에서 음악 재생이 가능한 이노폰을 공개한 애플이었고.
음반사를 설득하기 위해 아이팟을 소수의 인원에게 공개한 적이 있었기에 입소문이 널리 퍼진 상태였다.
모두의 주목을 받으며 스티브 잡스가 단상 위로 올라갔고.
그는 미소와 함께 프레젠테이션을 시작했다.
“오늘 여러분에게 혁신적인 제품을 소개해 드리려고 합니다. 매번 제 입에서 혁신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걸 식상하게 여기시는 사람도 있으시죠?”
[하하하!]대중의 웃음과 함께 주머니에서 아이팟을 꺼내 드는 스티비였다.
“오늘은 정말 혁신적인 제품입니다. 놀라운 기술과 놀라운 디자인을 가진 아이팟을 소개합니다.”
그는 엄지와 검지만으로 아이팟을 들어 보였고.
얇은 디자인을 강조하듯 이리저리 돌려도 보았다.
“제가 고등학교 시절에는 멋으로 무거운 카세트 플레이어를 어깨에 지고 다닌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가방에 CD 플레이어를 넣고 다니죠. 그런데 이젠 주머니에 넣고 다니는 MP3 플레이어, 아이팟의 시대가 왔습니다.”
그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자.
대형 스크린에서 아이팟의 상세 스펙이 표시되었다.
“최대 100곡까지 저장이 가능하고, 10시간 이상 연속 재생할 수 있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CD를 여러 장 들고 다닐 필요가 더는 사라졌습니다. 아이팟 안에는 10장의 CD 분량의 음악을 저장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팟의 시대에 온 걸 환영합니다.”
스티브는 새로운 시대의 시작을 알렸고.
대중들도 아이팟의 디자인과 기능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런데 아직 끝나지 않았다.
지금까진 디자인과 스펙 자랑에 불과했다면.
이젠 대중의 감정을 움직일 매력적인 이야기를 할 차례였다.
“가수 한 명이 노래 한 곡을 발매하는 데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일까요? 작곡과 작사를 하고, 녹음실에서 연주를 하고 노래를 한 뒤 음반 제작사의 도움을 받아 정말 어렵게 음반을 제작합니다.”
스티브는 마치 자신이 가수라도 된 양 이입하여 이야기를 꺼내 놓았다.
“그렇게 노력해서 겨우 만든 음악을 단 한 푼의 돈도 내지 않고 불법으로 다운 받을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불우하게도 불법으로 다운 받은 음원은 MP3 플레이어를 통해 재생이 가능합니다.”
스티브는 가슴을 강하게 두들기며 분노하고 슬퍼했다.
“음악은 정당한 값을 지불받아야 하며, 그러기 위해 저는 MP3 파일을 음반과 같이 거래할 수 있는 사이트를 만들었습니다. 정확히는 MCA 레코드사와 합작으로 음원 사이트를 만들었고, 음반 협회의 공식 인증까지 받아 내었습니다.”
대형 스크린에 MCA 레코드사가 만든 음원 사이트가 송출되었고.
스티브는 다시 한번 가슴을 두들기며 목소리를 높였다.
“음악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에게 부탁드립니다. 더 좋은 음악을 듣고 싶다면, 정당한 값을 지불하고 음악을 들어 주세요. 가수들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애플이 함께하겠습니다.”
공익 광고와도 같은 프레젠테이션이었다.
하지만 말하는 이가 스티브였고, 그의 목소리와 몸짓에는 사람의 감성을 뒤흔드는 무언가가 있었다.
눈물까지 흘리며 박수를 치는 대중들이었고.
같은 시각 나는 한 팀장으로부터 한 통의 문자를 받았다.
[음원 사이트 접속자가 폭주하고 있습니다!]* * *
CES 행사가 끝나고 한국으로 돌아왔고.
그사이 아이팟의 인기는 정말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출시 3일 만에 모든 재고가 팔려 나갔고, 음원 사이트의 접속은 매일 신기록을 갱신했다.
“애플의 주가가 일주일 사이 2배가 넘게 상승했습니다. 역시 스티브네요.”
“미국의 일은 알아서 잘 돌아가겠네요. 이제 한국에 집중하죠. 다이먼이 할 일이 아주 많아요.”
나는 다이먼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왔다.
본격적인 기업 인수를 위함이었고, 다이먼은 굶주린 하이에나처럼 침을 삼켰다.
“어디부터 시작하면 되겠습니까? 어디든 헐값에 빼앗아 오겠습니다.”
“할아버지가 저에게 한 말이 있습니다. 헐값이 아니라 아주 합리적인 가격이라고요.”
“합리적인 가격이라. 아주 좋은 말씀이군요. 그래서 어디부터 시작하면 됩니까?”
“카이자동차부터 시작하죠. 한국 재계 서열 4위였던 자동차 회사죠.”
“아주 마음에 듭니다. 그 정도 규모는 되어야 제가 나서는 보람이 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