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87)
독식하는 재벌 3세-87화(87/518)
87화. 국가 부도의 날 (5)
다이먼과의 대화를 마치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한 달 가까운 기간 동안 미국에 있어서 그런지 할아버지가 나를 더욱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우리 장손 미국에 다녀오더니 얼굴이 반쪽이 되었구나. 미국 음식이 입맛에 안 맞더냐? 혹시 미국 소고기에서 대장균이 나온다고 해서 채식만 하다가 온 게냐?”
“매 끼니마다 소고기를 열심히 먹다 왔습니다. 그런데 할아버지까지 미국산 소고기 대장균 이야기를 하시면 어떻게 해요. 안 그래도 슈퍼 301조 때문에 난리인데.”
슈퍼 301조.
일종의 보복 조치에 해당하는 법률이었다.
미국은 한국 시장 개방을 요구하며 슈퍼 301조를 꺼내 들었고.
한국 정부는 맞불 정책으로 강력하게 반발하며 미국산 소고기의 대장균 감염 사실을 터트렸다.
경제규모가 맞아야 맞불 정책이 효과가 있는 법.
미국은 한국의 맞불정책에 협상 대신 슈퍼 301조를 발동시켜 버렸고.
자동차 관련 무역 관세가 무려 100%나 상승하게 되어 자동차 가격이 2배가 되어 버릴 수가 있었다.
“설마 미국이 슈퍼 301조를 진짜 발동을 하겠느냐? 그저 협박용으로 꺼낸 카드지.”
“저도 그렇게 생각하긴 합니다. 1년의 유예 기간 동안 한국 정부를 상대로 유리한 협상을 진행하려고 301조를 꺼낸 거겠죠.”
실제로 301조가 진짜 발동되진 않았다.
특히나 IMF가 터졌기에 한국 정부는 미국의 입맛에 맞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슈퍼 301조가 터진다고 해도 우린 크게 문제가 없지 않느냐. 포드와의 합작회사를 만든 덕분에 슈퍼 301조를 우회할 방법이 생겼으니.”
“그렇긴 하지만 우회로를 이용하면 결국 비용이 더 발생하고 맙니다.”
“비용이 발생하더라도 다른 한국 자동차 회사를 밟을 수만 있다면 충분히 지불해야지.”
할아버지의 말에 나도 일정 부분은 동의하지만, 변수가 너무 많았다.
그리고 슈퍼 301조에서 태우자동차를 빼내기 위해 데이비드가 막대한 로비 자금을 뿌리기까지 했고.
우리와 합작회사를 만든 포드사의 지원 사격이 있었기에 우리는 큰 피해를 입지 않기도 했었다.
하지만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에 실제 역사대로 상황이 흘러가야 예측이 가능했다.
만약 슈퍼 301조가 진짜 발동되어 버린다면, 태우자동차도 언제든지 위험한 상황에 빠질 수가 있었다.
“우리도 한국 자동차 회사입니다. 우회로를 언제까지 이용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도 없고요.”
“그렇긴 하구나. 아쉽구나. 아쉬워.”
“너무 아쉬워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슈퍼 301조 덕분에 카이자동차 인수가 더 쉽게 진행되지 않겠습니까?”
슈퍼 301조의 공포가 자동차 업계에 휘몰아치고 있었다.
미국 시장을 포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상황이기에 자동차 업계의 주가는 하락했고, 카이자동차를 인수하려고 드는 회사가 나오지 않고 있었다.
물론 역사대로 흘러간다면 결국 현재그룹의 차지가 된다.
하지만 이번에도 그렇게 될까?
태우조선을 현재그룹으로 넘기며 막대한 부채를 안겨 주었다.
전생에는 그런 일이 없었기에 카이자동차를 인수할 자금을 보유하고 있었겠지만, 나는 태우조선을 넘겨주면서 현재그룹의 곳간을 왕창 빼먹어 버렸다.
“너무 쉽게 생각할 순 없단다. 카이자동차는 자금 확보를 위해 30% 할인 행사까지 진행하더구나. 그리고 구조조정도 계속해서 진행하며 적자폭을 줄이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
“그렇게 하더라도 이미 카이그룹의 자금줄은 완벽히 묶여 버렸습니다. 임금까지 주지 못해 조만간 카이자동차 노조에서 파업에 들어간다고 합니다.”
“이 상황에서 파업을 한단 말이냐? 차를 만들어 팔지 못하면 더더욱 악순환이 연속될 터인데?”
자동차 업계의 노조는 강성으로 유명했다.
물론 그들을 탓할 수만은 없었다.
임금이 몇 달 동안 체불되고 있는데 어느 노동자가 가만히 기다려 주겠나?
“구내 식당의 밥까지 끊겼다고 합니다. 카이자동차의 회생 가능성은 전무하다고 봐야 합니다.”
“다 먹고살자고 하는 일인데. 밥까지 끊겼다는 게냐. 에휴, 카이자동차가 어쩌다 그리 되었는지.”
할아버지의 말에는 모순이 상당했다.
방금 전까진 슈퍼 301조를 이용해 국내 자동차 기업들을 짓밟아 버리자 하고선, 지금은 카이자동차를 걱정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경제 연구소에서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카이자동차의 적자 규모는 6조 원이 넘을 전망입니다.”
“적자로만 6조란 말이냐. 정부에서 나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금액이로구나.”
“다른 기업들은 쉽사리 넘보지 못할 금액입니다. 결국 국제입찰로 넘어가게 되겠지요.”
카이자동차를 노리는 건 국내 대기업뿐만이 아니었다.
우리와 합작회사를 세운 포드도 카이자동차 인수를 고려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국제 입찰로 넘어가기 전에 우리가 먼저 침을 발라 둬야 하지 않겠느냐?”
“오히려 입찰에 관심이 없는 듯 행동해야 합니다. 그러다 몇 번의 유찰과 재입찰이 반복될 때 참여해야지만 합리적인 가격에 카이자동차를 인수할 수 있습니다.”
“주인공은 마지막에 등장해야 된다는 말이로구나!”
“여러 번의 유찰로 지칠 대로 지친 채권단에게 손을 내밀면 더 고맙게 느끼지 않겠습니까?”
“동아줄처럼 느껴지겠구나. 허허허.”
물론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을 생각은 아니었다.
다이먼을 한국까지 왜 데려왔겠는가?
국제 입찰전에 다이먼이 투입될 것이고, 그는 카이자동차의 치부를 전부 들춰 내 인수 가격을 낮추는 역할을 맡았다.
* * *
다음 날.
나는 기획실이 아닌 태우전자로 출근을 했다.
정말 자연스럽게 사장실로 들어가 상석에 앉았고, 우성일 사장은 내 옆에 앉아 손바닥을 비비고 있었다.
“태우전자 매출이 상당히 괜찮다면서요?”
“모두 본부장님이 신경 써 준 덕분입니다. 그리고 애플로부터 들어오는 로얄티 금액이 상상을 초월하고 있습니다. 특히나 이노폰2로 쏠쏠하게 재미를 봤습니다.”
“다음 분기는 더 쏠쏠할 겁니다. 아이팟의 로열티도 들어오니까요.”
“그리고 태우전자의 공장에서 이노폰2와 아이팟을 생산하고 있으니 더욱 쏠쏠합니다.”
애플과 태우전자는 한 몸처럼 움직이고 있었다.
휴대폰 사업부와 휴대폰 공장을 애플로 매각했긴 했지만.
부족한 생산량을 메꾸기 위해 태우전자의 공장에 외주를 줘야 했고, 다량의 달러가 태우전자로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아이팟 이야기가 나와서 하는 말인데. 미국에서 음원 사이트가 출시된 건 알고 있나요?”
“MP3 파일을 음원 사이트를 통해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다고 최근에 알게 되었습니다.”
“한국에도 그런 사이트를 만들어야 하지 않겠어요? 아이팟이 한국에 출시되기 전에 우리가 선점해 놓아야 합니다.”
이미 모든 준비는 끝나 있었다.
우성일 사장이 모르는 사이 한국 버전 음원 사이트를 제작해 두었고, 출시만 하면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굳이 이런 말을 꺼낸 건.
음원 사이트 출시를 위한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해서였다.
“미국에서 음원 사이트가 출시되긴 했지만, 한국에서는 어렵지 않겠습니까?”
“한국 음악 저작권 협회 때문인가요?”
“저작권 협회 문제도 있고, 아직 한국에서는 음반이라고 하면 CD 형태입니다. 가수들의 입장에서도 CD 판매량이 줄어드니 음원 사이트 등재를 바라지 않을 겁니다.”
음반 판매량이 곧 성적인 가수들이었다.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에서도 음반 판매량에 따라 순위가 매겨지고 있었다.
“방송사의 음악 프로그램의 순위 선정 방식을 바꿀 수 있겠습니까?”
“음악 프로그램 앞뒤로 태우그룹 광고를 넣어 주면 가능은 합니다. 하지만 그전에 음악 저작권 협회와의 협상을 마무리 지어야만 합니다.”
“음악 저작권 협회를 움직이려면 음반 회사의 도움이 필요하겠군요.”
“음반 회사의 입김이 강하다고 알고 있습니다.”
태우그룹에도 다양한 엔터 사업을 진행하고 있었다.
전생에는 외환위기로 인해 제대로 개장도 못 했지만, 멀티 플렉스 영화관도 보유하고 있었다.
당연히 음반 관련 사업도 준비 중이었고, 소규모 계열사가 존재했다.
“음반 회사를 몇 곳 인수해야겠습니다. 최소 국내 점유율 30% 이상을 차지하려면 어느 기업을 인수해야 좋을까요?”
“레코드사 몇 곳이 부도 위기라는 이야기는 들어 봤습니다.”
“그럼 저렴한 가격에 구입할 수 있겠군요. 전부 인수하세요.”
“그걸 태우전자에서 진행해도 되겠습니까? 태우전자와 음악 사업은 너무 동떨어져 있습니다.”
“IT 부서를 독립시키면서 음악 사업부를 거기로 넘길 겁니다.”
MP3 음원이라면 IT 사업의 일종이었다.
지금 당장에야 의아하게 생각할 사람도 있겠지만, IT 부서가 계열사로 독립하게 되면 그런 이야기가 쏙 들어갈 터.
“그럼 태우전자의 자금으로 음반 유통사를 인수하겠습니다.”
“회장님에게는 제게 말해 놓을 테니 걱정 말고 진행하세요. 그리고 사장님이 직접 음악 저작권 협회와 음악 프로그램 관련자와 만나 협상을 진행해 보세요.”
“음악 프로그램이야 광고를 들고 가면 어렵지 않습니다. 문제는 음악 저작권 협회인데 최선을 다해 협상을 진행해 보겠습니다.”
솔직히 이미 밥상은 다 차려 놓았다.
차려 놓은 밥상 위에서 수저를 뜨는 것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겠지.
* * *
우성일 사장에게 업무 지시를 내린 후.
나는 강남에 위치한 IT 부서 건물로 향했다.
‘확실히 많이 달라지긴 했어.’
오합지졸 같았던 IT 부서 직원들이었지만.
제프리의 지옥 훈련 덕분에 체계가 잡혔고, 스스로 무얼 해야 하는지 깨달았다.
그 덕분에 다양한 IT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MCA 레코드사와 애플이 합작으로 음원 사이트를 만든 걸 잘 아시죠?”
“애플뮤직 말씀이십니까?”
음원 사이트의 이름은 애플뮤직이었다.
지분 대부분을 SAVE 투자회사 소유의 MCA 레코드사가 보유하고 있었지만, 애플과의 관계성을 위해 사이트 이름을 애플뮤직으로 지었다.
“한국에도 애플뮤직과 같은 사이트를 출시할 겁니다. 이미 애플뮤직 쪽과는 협의를 마친 상황이니 시스템을 그대로 도입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한국식에 맞게 시스템을 약간만 수정하면 됩니다.”
“그럼 한국에도 애플뮤직으로 음원 사이트를 출시하는 겁니까?”
이동민 사원이 IT부서의 이동민 사원이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인터넷 유통 사업의 조장을 맡았던 직원으로 리더쉽이 매우 뛰어났기에 IT 부서 직원들은 암묵적으로 그를 리더로 여기고 있었다.
“이름을 다르게 해서 한국에 출시할 겁니다.”
“그럼 같은 과일 종류로 이름을 정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이왕이면 영어로 된 과일 이름이면 좋겠습니다. 가령 파인애플이나 레몬 혹은 멜론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
설마 멜론이란 이름이 나올 줄이야.
나도 그 이름이 마음에 들긴 했지만, 굳이 사용하고 싶지는 않았다.
“차라리 베리가 낫겠네요. 가칭으로 베리뮤직으로 정하고 프로젝트를 진행하세요.”
“애플뮤직을 한글화 작업만 하면 되는 겁니까?”
“그렇게 하면 의미가 없죠. 실시간 순위 시스템도 만들고, 최신곡 소개 시스템 등 다양한 기능을 추가하세요.”
“주간 순위와 월간 순위도 만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 같이 모여서 창의적인 기능을 추가하세요. 믿고 맡기겠습니다.”
나는 몇 가지 힌트만을 던져 주었다.
언제까지 내가 떠먹여 줄 수는 없으니 IT 부서 직원들이 알아서 만들도록 유도해야 했다.
그런데 음원 사이트까지 만드니 욕심이 더 생긴다.
제대로 된 통신회사를 태우그룹이 가지고 있다면, 음원 사이트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을 건데.
할아버지 욕심을 채워 드려야겠다.
예전부터 통신회사를 가지고 싶다고 노래를 부르시던 할아버지였다.
손자 된 도리로 할아버지의 욕심을 채워 드려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