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88)
독식하는 재벌 3세-88화(88/518)
88화. 빅딜 (1)
할아버지는 정말 바쁘게 하루를 보내셨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국보다 해외에 체류하는 시간이 더 기셨지만.
요즘은 전경련 회의부터 정부와의 회담까지 한국에서 할 일이 너무 많으셨기에 공항 근처로도 가지 못하고 계셨다.
“사람을 왜 이렇게 못살게 구는지 모르겠구나. 내가 동네북도 아니고, 여기저기서 치러 오는구나.”
“오늘은 또 무슨 일 있으셨어요?”
“정부에서 전경련을 중심으로 빅딜을 진행하라고 하는구나. 거기서 나온 말이 무엇인지 아느냐?”
빅딜.
말 그대로 거대한 거래를 뜻하고.
이번 정부에서는 외환위기 극복을 위해 대기업 계열사끼리 서로 교환하는 방식의 빅딜을 추구하고 있었다.
“혹시 태우전자와 삼진자동차를 교환하라는 말이 나왔습니까?”
“어떻게 알았느냐? 태우전자를 내가 어떤 심정으로 키웠는데 삼진자동차와 바꾸란 말이 나오느냐 말이다!”
전생이서도 이런 상황이 발생했었다.
그때는 오히려 삼진그룹에서 빅딜을 거부했었다.
태우전자의 막대한 부채를 보고 포기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반대의 입장이 되었다.
이노폰이 태우전자의 이미지를 개선시켜 주었고.
내가 진작 진행한 구조조정으로 인해 태우전자의 고리타분한 느낌이 많이 사라졌다.
그 덕분에.
태우전자의 국내 및 해외 점유율은 가파르게 상승했고.
가장 중요한 부분은 태우전자의 부채율은 0%였다.
그러니 할아버지가 역정을 내시는 게 이해가 되었다.
“태우전자와 삼진자동차를 바꾸는 건 우리가 손해입니다. 부채율만 따지고 봐도 그렇고, 매출과 순이익률만 봐도 우리에게 너무 큰 손해입니다.”
“너도 그렇게 생각하느냐? 그래서 절대 안 된다고 판을 엎고 나왔어!”
“잘하셨습니다. 그런데 다른 빅딜은 없었습니까?”
“있었지. CL그룹 반도체를 현재 전자에 매각 합병을 추진한다고 하는구나.”
나도 모르게 침이 고였다.
할아버지 손자 아니랄까 봐 나도 기업 인수 욕심이 솟구쳤다.
“CL그룹 반도체가 현재그룹으로 넘어가는군요.”
“너도 아쉬운가 보구나. 내가 80년대에 반도체 사업을 시작하려다 크게 곤욕을 치른 적이 있지. 그래도 계속 반도체 욕심이 나는구나.”
“반도체 사업은 돈 먹는 하마입니다. 물론 안정화에 들어서면 그 어떤 사업보다 강력한 캐쉬 카우가 되겠지만, 그 전 단계에서 돈이 너무 많이 듭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 그래서 CL그룹 고 회장이 아주 길길이 날뛰더구나. 잘하고 있는 반도체 사업을 뺏어 간다고 말이야. 돈이 많이 드는 초기 투자를 다 끝내 놓았는데 뺏기게 생겼으니 나라도 화가 났을 게야.”
지난 정권과 현재그룹의 관계는 최악이었다.
하지만 이번 정권은 현재그룹에게 우호적이었고, CL반도체를 현재그룹에게 밀어줬을 가능성이 높았다.
“고 회장님이 상심이 크셨겠습니다.”
“전경련을 탈퇴하겠다고 하더구나. 내가 간신히 말렸긴 했지만, 당분간은 전경련 회의에 참석하지 않을 것 같구나.”
“고 회장님의 화는 2~3년만 지나면 풀릴 겁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네가 고 회장이 얼마나 꼬장꼬장한 사람인지 몰라서 하는 말이다. 그 사람은 한 번 한다면 끝까지 하는 사람이야.”
CL그룹은 유명한 양반가였다.
양반의 특징이 꼬장꼬장함이었고, 한 번 척을 지면 평생을 가곤 했다.
“현재반도체가 망하면 마음이 풀리시지 않겠습니까?”
“허허, 너는 현재반도체가 망할 것이라 보느냐? 현재그룹의 반도체 기술은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단다.”
“그거야 장주영 회장님이 계시니 가능한 일이죠.”
“장 회장의 건강이 점점 안 좋아진다는 이야기는 들었다만…….”
현재그룹의 왕자의 난.
이미 알게 모르게 벌어지고 있었고, 2~3년만 지나도 본격화가 될 터였다.
“현재그룹은 갈기갈기 찢어질 게 분명합니다. 자식들이 많으니 그룹도 나뉘어지기 마련이죠.”
“장 회장도 그걸 걱정하더군. 최대한 장남에게 그룹을 넘겨주고 싶어하더구나.”
“그럼 최소한 반도체는 장남을 제외한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겠습니까?”
“반도체 사업이 현재그룹에서 독립될 것이라 보는구나!”
“다시 말하지만 반도체는 돈 먹는 하마입니다. 특히나 사이클이 존재하는 사업이기도 하죠. 호황기에는 돈을 쓸어 담지만, 반대로 불황기가 오면 막대한 적자를 봅니다.”
할아버지는 내 말에 집중하셨다.
내가 아직 생소한 반도체 사이클 이론을 꺼내 놓았기 때문이었다.
“반도체가 일정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온단 말이냐? 그리고 조만간 불황이 올 것이고?”
“그렇습니다. 불황기를 극복하려면 모기업의 지원이 필수입니다. 그런데 현재그룹에서 독립하게 되면 지원을 받을 수 없게 되니 현재반도체는 다시 시장에 매물로 나오게 될 겁니다.”
“그때 현재반도체를 인수하자는 말이더냐?”
할아버지의 표정이 단번에 밝아지셨다.
기업 인수 이야기를 꺼낼 때만 나오는 밝은 표정이었다.
“지금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CL반도체와 현재반도체를 동시에 인수하게 되는 셈이죠.”
“허허, 아주 좋구나. 현재반도체를 인수할 돈을 꼭 쥐고 있어야겠구나.”
“제 말이 틀릴 수도 있는데 돈을 쥐고 있으실 생각이십니까?”
“네가 언제 거짓을 말한 적이 있더냐? IMF가 터진 이후로는 나는 네가 무슨 말을 해도 다 믿기로 했단다.”
이걸 좋아해야 하나?
바뀌어도 너무 확 바뀐 할아버지셨다.
나에 대한 믿음을 넘어 광신으로 보여질 정도였다.
“제가 실수할 수도 있습니다. 저에겐 할아버지의 조언이 필요합니다.”
“조언이 필요해 보이면 당연히 해 주어야지. 그런데 아직까지는 조언이 필요 없어 보이는구나. SS오일을 인수하고 조금 있으면 카이자동차까지 인수하게 되었는데 무슨 조언이 필요하겠느냐?”
나를 믿는 이유가 있었다.
계열사를 매각하는 게 아니라 인수하고 있으니까.
부채가 증가하지 않고 여러 회사를 인수하고 있는 상황이니 나에 대한 광신을 보여 주고 계신 할아버지였다.
“그리고 또 회의에서 나온 말이 없습니까?”
“재벌의 지배구조 개혁에 관련된 말이 나왔다. 내부 지분율을 높이고 이사회를 만들어 기업을 경영하라고 하더구나.”
“미국과 같은 시스템을 만들란 뜻일 겁니다. 자사주를 매입해 지분율을 높이는 건 저도 그래야 한다고 봅니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태우조선이 왜 현재그룹으로 넘어갔느냐? 결국 내가 들고 있는 지분이 적어서 아니더냐! 그런 일을 또 겪지 않으려면 지분을 꽉 쥐고 있어야지.”
외환위기 이후 재벌의 지배구조는 크게 변한다.
소량의 지분으로 제왕적 권력을 휘두르는 시대가 끝난 것이었다.
나는 당연히 할아버지가 이 정책에 반발을 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찬성을 하고 나섰다.
부채율을 낮추기 위해 태우조선을 강탈한 게 이런 식으로 도움이 될 줄이야.
“아! 그리고 태우전자를 통해 음반 유통사 몇 곳을 인수하려고 합니다.”
“음악 사업까지 손을 대려는 게냐?”
“인터넷을 통한 음원 유통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조만간 태우전자의 IT 부서를 계열사로 상장시켜 인터넷 관련 사업을 진행할까 합니다.”
“네 마음대로 하거라. 영화관과 멀티 플렉스 분야도 그쪽으로 옮겨도 괜찮겠구나.”
역시나 기업 인수에는 한없이 자애로운 할아버지셨다.
할아버지에게 더 사랑받으려면 카이자동차 인수에 성공해야겠지?
다이먼이 일을 잘하고 있는지 보러 가야겠어.
* * *
강 대위의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는 다이먼이었고.
내가 사무실에 도착하자 엄지 손가락을 들어 보이며 좋은 일이 있음을 암시했다.
“카이자동차가 국제입찰에 부치기로 결정이 났습니다.”
“몇 곳이나 입찰에 뛰어들었나요? 당연히 현재자동차가 뛰어들었죠?”
“현재자동차는 당연하고 삼진자동차가 GM과 손을 잡고 인수전에 뛰어들었습니다.”
어라?
내가 알던 역사가 바뀌었다.
삼진자동차는 GM이 아니라 포드와 손을 잡고 인수전에 뛰어들었어야 했다.
그런데 이번 생에는 GM과 손을 잡아 버렸다.
나 때문인가?
태우자동차가 포드와 합작회사를 만들어 버렸으니.
삼진자동차 입장에서는 포드와 손을 잡기 꺼려졌을 테고, 차선책으로 GM과 손을 잡은 듯했다.
“삼진그룹이 도박수를 던졌네요. 이대로 가만히 있으면 정부의 빅딜 정책으로 삼진자동차를 남에게 빼앗기게 되니 카이자동차를 인수하려고 드는군요. 쉽지 않겠어요.”
“그래서 SAVE 투자회사와 포드사가 손을 잡고 인수전에 뛰어들기로 하였습니다.”
“포드사가 왜? 혹시 GM이 못 먹도록 훼방을 놓으려는 건가요?”
“제가 살살 꼬셨습니다. GM이 카이자동차를 못 먹도록 장난질을 칠 건데, 같이하지 않겠냐고 손을 내미니 덥석 손을 잡았습니다.”
역시 다이먼에게 일을 맡기길 잘했다.
포드사를 바람잡이로 끌어들일 생각을 다하다니.
“다른 기업들이 카이자동차라면 아주 학을 떼도록 만들어 보세요.”
“카이자동차의 분식회계 자료를 준비해 뒀습니다. 그리고 제가 흔들지 않아도 카이자동차 노조가 계속 파업을 하고 있어 저절로 흔들릴 것 같습니다.”
나는 모든 일을 다이먼에게 맡겼고.
그는 확실한 성과를 만들어 보여 주었다.
1차 입찰에서 분식회계 자료와 강성노조 자료를 보여 주며 유찰을 유도했고.
2차 입찰에서는 채권단과 멱살잡이까지 하며 깽판을 쳤다.
* * *
카이자동차 3차 입찰이 진행되었다.
SAVE 투자회사와 포드사가 2차 입찰에서 카이자동차에게 독설을 퍼부으며 입찰을 포기해 버렸기에 채권단의 표정은 매우 어두웠다.
그런 상황에서 나와 할아버지가 나섰다.
3차 입찰에서 새롭게 등장한 태우그룹에 카이자동차 채권단은 동아줄을 만난 양 반가워했다.
“다들 바쁘니 간략하게 조건을 말씀드리죠. 부채 탕감 5조를 해 주시면 3조 원에 카이자동차를 인수하겠습니다.”
할아버지는 처음부터 강하게 나오셨다.
채권단은 침을 꿀꺽 삼키며 나지막히 말을 내뱉었다.
“부채 탕감 5조는 너무 많은 금액입니다.”
“현재자동차가 제시한 조건을 대충은 알고 있어요. 현금 1조 2천억 원에 출자 전환으로 2조 5천억을 해주기로 했다죠? 언제 돈으로 받을지 모르는 출자 전환보다야 현금 3조가 낫지 않겠어요?”
지금 상황에서 가장 유력한 인수자는 현재자동차였다.
하지만 현재자동차는 현금이 부족했고, 출자 전환 방식으로 부채를 주식으로 전환해 주려고 했다.
“흠, 이미 아신다니 저희도 편히 이야기를 하겠습니다. 당장 현금이 들어오지는 않지만, 현재자동차가 인수를 하면 카이자동차의 주식 가격도 오르지 않겠습니까?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출자 전환이 더 큰 돈이 될 수도 있습니다.”
“아직 내 말이 다 끝나지 않았어요. 3조 원을 원화가 아닌 달러로 주죠. 요즘 은행들도 달러가 부족해서 난리라고 알고 있어요. 3조 원의 달러면 도움이 되지 않겠나요?”
“그렇긴 하지만, 너무 과한 조건입니다.”
팽팽한 줄다리기가 계속되었다.
할아버지는 채권단을 어린아이 다루듯 다루었고.
결국 양측에서 서로 양보하는 조건으로 협상이 체결되었다.
“그럼 3조 5천억 원을 달러로 지불하는 것으로 하죠. 이 정도면 다른 기업보다 훨씬 좋은 조건일 겝니다. 이보다 더 좋은 조건을 내거는 회사가 있으면 내 포기하겠소.”
“채권단 회의를 마치고 연락 드리겠습니다.”
채권단 회의가 진행될 필요가 있을까?
삼진자동차와 포드사는 우리가 내건 조건에 훨씬 못 미치는 금액을 들이밀었고.
현재자동차도 돈이 부족해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지 못할 것이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