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89)
독식하는 재벌 3세-89화(89/518)
89화. 빅딜 (2)
사장단 회의가 소집되었다.
그런데 회의장 안에는 대형 TV가 놓여 있었고.
모두가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 속보를 지켜 보고 있었다.
[태우그룹이 카이자동차의 지분 51%를 취득하고 경영권을 인수했음을 채권단에서 공식 발표 하였습니다. 이로써 국내 자동차 시장의 판도가 뒤바뀔 거라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우와아아아!”
너 나 할 것 없이 소리를 질렀다.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이들은 최소 60대가 넘었건만 아이처럼 좋아하며 환호성을 지르고 박수를 쳤다.
“회장님, 축하드립니다!”
할아버지는 위엄을 세우며 표정 관리를 하고 있었지만.
기쁨과 흥분을 감추기 어려운지 입술이 자꾸만 위로 향하고 있었다.
“흠흠, 비서실장이 간략하게 브리핑을 하게나.”
“카이자동차가 공식적으로 태우그룹의 소속이 되었습니다. 우리는 카이자동차의 지분 51%를 인수하였고, 추가적으로 10%의 지분을 더 인수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카이자동차의 주식은 지금이 가장 저렴했다.
그러니 현금 유동성에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도 내에서 지분을 더 확보하는 편이 이득이었다.
“그리고 카이자동차를 인수로 인수함으로 재계 서열에 변화가 생겼습니다. 삼진그룹을 뛰어넘어 재계 2위가 되었습니다.”
“우와아아!”
다시 박수를 치는 사장단이었다.
하지만 할아버지는 혀를 차셨다.
“이게 뭐 좋아할 일인가! 고작 재계 2위에 불과하네. 현재그룹을 넘어서지 못했는데 좋아하긴 일러!”
“죄송합니다. 저희들이 더 노력해서 꼭 재계 1위가 되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할아버지의 말에 주눅 들어 있던 사장단이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큰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비서실장, 카이자동차 인수로 부채율이 증가하지는 않았겠지?”
“부채율은 전혀 걱정 없습니다. 잉여금으로 카이자동차를 인수했고, 아직 10조 원이 넘게 남아 있습니다.”
카이자동차를 인수했지만 아직 많은 현금이 남아 있었다.
아람코에게서 받은 투자금도 있었고, 태우자동차의 중국, 미국 진출과 애플로부터 받은 로얄티 금액이 상당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너무 들뜨지 말게나. 카이자동차를 인수했다곤 하지만 여전히 현재자동차가 점유율 1위임은 변함이 없다네.”
작년 국내 자동차 시장 점유율은 이러했다.
현재자동차가 47%.
카이자동차가 25%.
태우자동차가 24%.
태우자동차와 카이자동차가 합쳤으니 49%의 점유율을 가졌어야 했지만.
법적 관리에 들어가면서 카이자동차의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기에 여전히 현재자동차가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차이가 한 자릿수였고.
언제든지 순위는 뒤바뀔 수가 있었다.
“카이자동차가 정상화만 된다면 우리가 현재자동차를 앞지를 수 있습니다. 카이자동차의 강성 노조가 전부 구조조정되었으니 더는 파업도 없을 것입니다.”
태우자동차 배성균 사장이 강하게 말하였다.
그룹의 부회장직을 맡고 있긴 하지만, 그는 태우자동차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항상 업계 2위 혹은 3위에 머물러야 했고.
드디어 업계 1위를 달성할 희망이 보이기에 눈가에 눈물까지 고여 있는 배성균 사장이었다.
모두가 희망에 차 있는 순간.
회의실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획실장이 다급히 안으로 들어왔다.
그는 조용히 내게 다가와 긴급 소식을 알려 왔고, 나는 조용히 앞으로 걸어가 꺼진 TV를 다시 켰다.
[속보입니다. 현재자동차가 SS자동차 인수를 공식 발표하였습니다.]역사가 뒤바뀌었다.
전생에서는 태우그룹이 SS자동차를 인수했었고.
현재자동차에서 카이자동차를 인수했었지만, 이번 생에서는 반대가 되어 버렸다.
“현재자동차에서 SS자동차를 인수해 국내 점유율 1위를 수성할 생각 같습니다.”
“SS자동차의 국내 점유율이 몇 %인가?”
“4%입니다. 단순 산술적으로 계산하면 현재자동차와 SS자동차가 합치면, 51%의 점유율을 가지게 됩니다.”
회의실의 분위기가 차갑게 가라앉았다.
환호성을 지르던 사람도 손이 붓도록 박수를 치던 사람도 모두 얼어붙어 버렸다.
“51%와 49%의 싸움입니다. 이제 한국 자동차 시장은 양강구도로 확정되었습니다. 고작 2% 차이인 만큼 역전의 가능성은 충분합니다. 작년까지만 해도 현재자동차와 우리는 2배 가까운 차이가 났었습니다. 2%면 할 만한 싸움 아니겠습니까?”
“김 본부장의 말이 맞네. 고작 2% 차이를 못 뒤집겠는가!”
변수가 있다면 삼진자동차였지만.
카이자동차도 SS자동차도 인수하지 못했기에 정부의 빅딜 정책을 피해 갈 길이 사라졌다.
아마 내가 아는 역사대로 외국 자동차 기업에 매각 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면 태우자동차와 현재자동차 두 곳의 싸움이 되었다.
올 하반기의 점유율 전쟁에서 승리하는 쪽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다.
“IMF로 인해 국민들의 지갑 사정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그러니 좀 더 공격적으로 경차 판매에 집중해야 합니다. 작년 하반기부터 경차 판매량이 늘었다고 알고 있습니다.”
“중대형차 판매량이 감소하고 경차 판매량이 늘긴 했지요.”
배성균 태우차 사장이 내 말에 동의하고 나섰다.
경차 시장은 태우에게 유리했다. 현재자동차의 자동차 라인업은 중대형차 위주였으니 점유율이 하락하기 마련이었다.
게다가 SS자동차는 SUV에 특화되어 있기에 시너지를 얻기도 힘들었다.
“중대형차 라인을 축소하고 소형차 생산을 늘려야 합니다. 그리고 카이자동차를 독립적으로 관리해야만 카이자동차에 충성도 높은 고객을 계속 유지할 수 있습니다.”
“태우자동차 계열사에 포함시키지 말자는 뜻이냐?”
“배성균 사장님의 뛰어난 능력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카이자동차를 태우자동차에 종속시켜 버리면 잃는 것이 너무 많습니다. 태우차와 카이차가 완전히 다른 브랜드임을 강조해야 국내 점유율을 더 높일 수 있습니다.”
경쟁이 있어야만 혁신이 있고 발전이 있다.
밖으로는 현재차와 경쟁을 하고 안으로는 태우차와 카이차가 경쟁을 한다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게 된다.
“그룹 내에서 2개의 자동차 회사가 경쟁을 한다. 좋은 생각이군. 배 사장은 어떻게 생각하는가?”
“안 그래도 좀 찝찝했었습니다. 작년 기준으로 태우차는 1% 차이로 카이차를 넘지 못해 3위를 했었습니다. 내부 경쟁을 통해서라도 그 찝찝함을 해소하고 싶습니다.”
“아주 좋은 생각이군. 그럼 카이차는 누가 맡으면 좋겠는가?”
할아버지가 은근슬쩍 나를 바라보며 말을 하셨다.
내가 카이차를 맡아 회생시키길 바라고 계신 듯했지만, 나는 카이차에 올인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IT 부서를 독립시켜 인터넷 시장을 선점해야 했다.
카이차도 중요하지만, IT 회사의 가치에 비할 바는 아니었다.
“카이차는 이미 부도가 한 번 난 회사입니다. 개혁적인 이미지를 심어 주기 위해선 내부 인물보다 외국에서 전문 경영인을 데리고 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생각해 놓은 사람이 있는가?”
“르노자동차의 임원인 카를로스 곤을 추천드립니다.”
그는 지금이야 르노자동차의 임원으로 있지만.
내년이면 닛산 사장으로 부임하게 되고, 닛산 자동차를 살린 스타 경영인으로 불리게 된다.
카를로스 곤의 다른 별명으로는.
프랑스에서 온 악마.
그는 감정이 없는 사람처럼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수술칼을 휘두른다.
그렇기에 닛산은 2년 만에 환골탈태하며 되살아나게 되었다.
그런 인물을 일본으로 보내긴 아깝지.
게다가 그의 말년은 고달펐다.
닛산을 살렸지만, 일본은 그를 범죄자 취급하며 감금해 버린다.
결국 일본에서 도망쳐 나오긴 하지만, 프랑스로 돌아가지도 못한 채 레바논에서 말년을 보내야만 했다.
“생소한 이름이구나. 그와는 개인적인 친분이 있느냐?”
“아무런 친분이 없습니다. 하지만 월가에서 그의 이름은 꽤 유명합니다. 특히나 기업 회생 전문가로 카이차를 살리기에 제격인 인물임은 분명합니다.”
“그럼 네가 프랑스로 가서 그를 영입해 오거라. 그러지 못할 시엔 네가 카이차를 맡거라.”
상황이 갑자기 왜 이렇게 흐르지?
할아버지는 정말 카이차를 내게 맡기고 싶은가 보다.
하지만 그럴 순 없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카를로스를 한국으로 데리고 오고야 말겠다.
“오늘 회의는 여기서 끝마치겠습니다.”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실장아저씨가 회의를 끝마쳤고.
나는 황급히 밖으로 나가 곧장 데이비드에게 전화를 넣었다.
“데이비드! 프랑스에 인맥을 많이 만들어 뒀죠?”
[보스가 일전에 톰슨 멀티미디어 일을 시켰을 때 꽤 만들어 뒀어요.]프랑스 국영기업인 톰슨 멀티미디어에서 MP3 저작권을 구입한 적이 있었다.
데이비드가 톰슨 멀티미디어의 임원들을 구워삶아 저작권을 얻어 냈었고, 덕분에 프랑스에 인맥을 만들어 둔 데이비드였다.
“르노차에서 사람 한 명을 빼 와야 하는데 가능하겠어요?”
[다른 국가도 그렇겠지만, 특히나 유럽 국가의 상류층은 하나의 커뮤니티에 속해 있어요. 한 다리만 걸치면 다 알 수 있죠.”“그럼 르노차의 카를로스 곤이라는 사람과 접선해 주세요. 그를 이번에 인수한 카이차의 사장으로 임명하려고 합니다. 이번 일은 정말 중요해요. 제가 직접 프랑스로 갈 테니 사전 작업을 해 두세요.”
내 목소리에서 다급함이 느껴졌는지 데이비드가 놀란 듯 대답을 하였다.
[보스가 직접 프랑스로 오신다고요? 그럼 오늘 바로 프랑스로 가서 와인을 들이켜겠습니다.]“제가 가기 전에 미리 말 좀 꺼내 놓으세요. 먼저 영입을 해 놓으면 더 좋고요.”
[보스는 마지막 도장만 찍으면 되도록 다 준비해 놓겠습니다.]데이비드의 목소리에 안도감이 들었다.
친화력에 능력치가 몰빵되어 있는 그라면 충분히 카를로스를 회유할 수 있겠지.
* * *
이틀 후 나는 프랑스행 비행기에 올라탔다.
13시간이나 걸려 프랑스에 도착하자 데이비드가 한국어로 적은 내 이름을 펫말로 만들어 흔들고 있었다.
“보스! 여기입니다.”
“얼굴이 좋아보이네요. 와인이 입에 맞았나 봐요.”
“술이 아무리 좋으면 뭐 합니까? 10잔이 넘어가면 입 속에 있는 술이 와인인지 보드카인지 모릅니다.”
데이비드가 너스레를 부렸다.
그의 밝은 목소리와 표정을 보아하니 일이 잘 돌아가고 있나 보다.
“칼를로스와 만났나 보네요.”
“정말 어렵게 만나긴 했습니다. 톰슨 임원들이 도와준 덕분에 술자리를 가질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영입 제안을 은근슬쩍 해 봤어요?”
“영입 제안을 해 보긴 했는데 한국으로 갈 생각은 없어 보였습니다. 자기가 가면 르노차를 배신하게 된다는 이상한 말을 하더라고요.”
대충의 상황이 이해가 갔다.
르노차는 삼진자동차 인수를 노리고 있었고.
자신이 카이차로 가게 되면, 르노차의 소유가 된 삼진차와 경쟁해야 되니 배신이란 단어를 사용한 것이었다.
“제가 직접 만나서 대화를 해 봐야겠네요. 자리를 마련해 줄 수 있나요?”
“안 그래도 오늘 술 약속을 잡아 뒀습니다. 웬만하면 내일 약속을 잡고 싶었는데 오늘밖에 시간이 안 된다고 하더라고요. 절대 보스가 쉬는 꼴을 보기 싫어 오늘 잡은 게 아닙니다.”
데이비드가 나한테 악감정이 있었나?
시차 적응할 틈도 주지 않고 바로 술 약속을 잡아 버리다니.
뭐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게 없으니 오늘 바로 쇠뿔을 빼 버리자.
“좋은 호텔을 잡아 뒀습니다. 술 약속까지 4시간 정도가 남았으니 한숨 주무세요.”
데이비드의 안내를 받아 호텔로 향했고.
나는 잠시 눈을 붙인 뒤 샤워를 마치고 온전한 정신으로 약속 장소로 향했다.
카를로스는 이미 도착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난 카를로스의 얼굴을 본 순간 그가 왜 프랑스에서 온 악마라고 불렸는지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