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9)
독식하는 재벌 3세-9화(9/518)
9화. 제프리(2)
“제가 구상하고 있는 인터넷 사업이 있는데 한번 보실래요?”
“보는 거야 어렵지 않죠.”
“이게 머릿속으로만 구상한 거라 정리된 자료는 없는데. 제가 지금 적어 드릴게요.”
나는 책상 위에 올려진 냅킨 한 장을 꺼냈다.
그 위에 고객, 셀러, 상품, 낮은 비용이라는 글자를 원 형태로 적어 넣었다.
“고객의 좋은 경험이 더 많은 셀러를 이끌어 내고, 더 많은 상품 종류를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다는 건가요?”
“그렇죠! 역시 제프리는 단번에 알아차릴 줄 알았어요.”
당연히 알아야지.
선순환 구조가 적힌 냅킨.
미래에는 내가 아니라 제프리가 냅킨에 적을 아이디어였고, 이 아이디어는 200조에 달하는 회사를 만드는 원동력이 된다.
아마존이라는 공룡 기업의 시작.
고작 냅킨 한 장에 적힌 아이디어였고, 제프리는 이 아이디어를 만들어 낸 창업자였다.
“아주 좋은 아이디어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인터넷 시대에 꼭 필요한 아이디어기도 하고요.”
“우리 회사로 오시면 이런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실체화시킬 수 있어요. 원하신다면 창업을 하셔도 되고요. 창업 지원도 회사에서 전액 지원해 드립니다.”
“일단은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집중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이직은 지금 당장 결정할 수는 없습니다.”
“냅킨은 선물로 드릴게요. 집에 가셔서 곰곰이 생각하고 결정해 주세요. 아! 그리고 메기도 우리 회사로 이직을 했어요.”
“……오늘까지 고민해 보고 내일 연락드리겠습니다.”
메기란 이름에 눈빛이 변하는 그였다.
메기란 애칭을 가진 그녀는 미래에는 제프리의 동반자로 이름을 알리게 된다.
내가 굳이 제프리만 빼내 오지 않고 직원들까지 데려온 이유기도 했다.
제프리의 아이디어로 만든 회사가 아마존이지만.
그의 옆을 지켰던 메기의 노력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프리와 메기가 연인 관계로 발전했는지는 미지수지만, 그의 마음 한편에는 메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을 터.
그런데 양심에 조금 찔린다.
맥과 제프리는 천문학적인 위자료 분쟁 끝에 이혼을 하게 되니까.
뭐 그건 25년 뒤의 일이고, 굳이 지금부터 신경 쓸 필요는 없겠지.
그렇게 냅킨을 들고 사무실을 나간 제프리.
하루 동안 고민을 해 보겠다고 한 그였지만, 결정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퇴근 시간이 되기도 전에 다시 회사를 찾아와 이직 결심을 말해 주었다.
나는 그가 사무실로 다시 찾아올 거라 예상했고, 그를 기다리는 동안 SAT 문제집을 풀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제가 잘하는 짓인지는 모르겠지만, 제 미래를 SAVE에 걸어 보겠습니다.”
“절대 후회하지 않게 해 드리죠.”
나는 그와 진한 악수를 나누었다.
그의 손에서 엄청난 열기와 함께 굳은 결심이 느껴졌다.
“이전 직장에 사표도 내야 하고, 인수인계 절차를 마쳐야 합니다. 최대한 빨리 마무리하고 합류하겠습니다.”
“천천히 하셔도 됩니다.”
결심을 굳힌 제프리는 그제야 여유가 생겼다.
그는 한 팀장이 가지고 온 커피를 마시며 고개를 돌려 회사 분위기를 살폈다.
그러다 내 책상 위에 있는 책을 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SAT 문제집은 왜 풀고 계십니까? 취미로 수학 문제를 푸는 사람 이야기는 들어 봤지만, SAT 문제를 푸는 건 처음 봅니다.”
“당연히 대학에 들어가려고 풀고 있죠.”
“대표님이 말씀이십니까?”
“그럴 나이니까요.”
제프리는 한동안 내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그러곤 내가 동안이 아니라 정말 어리다는 걸 깨달은 듯 보였다.
“하. 하. 하. 그러시군요. 하. 하.”
로봇처럼 굳어 버린 제프리.
회사 입사를 돌이키고 싶은 표정이다. 하지만 이미 계약서에 도장은 찍은 뒤였다.
* * *
제프리가 입사하고 한 달이 지났다.
그에게 SAVE 투자회사 부사장 직함을 달아 주었을 뿐 아니라 SAVE 투자회사의 전권을 위임하다시피 하였다.
그를 믿었기에 가능한 조취였고, 제프리는 자신의 능력을 백분 발휘했다.
나는 회사가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 증권맨 4인방의 입을 통해 매일 보고 아닌 보고를 받았다.
[도련님, 제프리 그 사람 인간이 아닙니다.] [사람이 아니라 악마예요.] [악마? 고작 악마라니요! 악마가 아니라 마왕이라고 불러야죠.] [태우증권 생활이 편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진짜 사람을 기계 부품처럼 다루고 있습니다.]피골이 상접되어 있는 증권맨 4인방이었다.
한국의 빡빡한 근무 환경에 적응되어 있는 그들조차 성토할 정도의 근무 환경이었다.
“그래서 제프리의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세요? 회사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나요?”
“……그건 아닙니다. 오히려 수익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도련님이 주도적으로 하지 않는 투자만 놓고 본다면 최소 30퍼센트 이상의 수익이 증가되었습니다.”
한정훈 팀장이 한숨을 쉬며 말했다.
제프리의 방식이 힘든 건 알지만, 그만큼 회사의 수익이 증대한다는 걸 알기에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그였다.
제프리가 가진 3종류의 S급 업무 능력.
그중 하나가 생산성이었다.
직원을 굴려 최대의 생산성을 확보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가진 이가 제프리였다.
그가 아마존을 운영할 당시 이런 이야기가 있었다.
-공장에 에어컨을 다는 것보다 병원비가 더 저렴하니 에어컨을 달지 않는다.
-화장실 갈 시간이 어디 있어? 소변을 보고 싶으면 병에 보면 되지.
이런 사람 밑에서 일해야 하니 증권맨 4인방을 비롯한 직원들이 얼마나 힘이 들겠나?
마음이 약한 사람은 금방 사표를 던지고 나갈 것이다.
제프리가 아마존을 이끌 당시에도 아마존은 IT기업 중 근속년수가 가장 짧은 회사였다.
1년을 버티면 칭찬을 받고 10년을 버티면 전설이 되는 회사가 아마존이었다.
채찍질을 그 누구보다 잘하는 사람이 제프리였다.
그런데 주구장창 채찍질만 하면 버티지 못하는 사람이 나오기 마련이다.
어렵사리 뽑은 A급 업무 능력을 가진 직원들을 그렇게 놓치고 싶진 않았기에 나는 당근을 주기로 마음먹었다.
“제가 주도하는 투자를 제외하고 나머지 투자의 경우에는 수익의 20~30퍼센트를 성과보수로 줄게요.”
“너무 많지 않습니까?”
“월가의 다른 트레이더들은 그렇게 받고 있으니 형평성에 맞게 줘야 뒷말이 안 나오죠.”
월가의 평균 연봉은 대략 2억 원 정도.
하지만 뱅커나 트레이더의 경우 연봉보다 작게는 50퍼센트 크게는 수십 배에 달하는 보너스를 받았다.
채찍은 제프리가, 당근은 내가.
이래야 유능한 인재를 최대한 지킬 수 있다.
“그럼 도련님이 주도하는 사업의 경우에는 여전히 1퍼센트를 보너스로 지급하시는 겁니까?”
“그건 당연하죠. 제가 낸 아이디어니까요. 물론 일부를 연말 보너스로 지급하긴 하겠지만요. 제프리에게 성과보수에 관한 내용은 제가 따로 전달할게요.”
“성과보수 이야기가 나오면 사표를 다시 서랍 안에 넣는 직원이 늘어날 것 같긴 합니다.”
“한 팀장도 설마 사표를 써 둔 건 아니죠?”
“아, 아닙니다.”
사표를 아무리 써도 절대 받아 주지 않을 거다.
다른 직원은 몰라도 S급 업무 능력을 보유한 한 팀장은 절대 풀어 주지 않을 것이다.
* * *
3월의 마지막 날.
오늘은 컨설턴트를 비롯한 5명의 가정교사가 거실에 모여 내 성적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3월에 본 SAT 성적이 매우 잘 나왔습니다. 상위 2퍼센트 안에 들어가는 성적입니다.”
“우수한 선생님들이 계셨기에 가능한 성적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리나라는 수능을 1년에 한 번 본다.
하지만 미국 SAT의 경우 1년에 7회까지 가능했다.
그렇다고 해서 무작정 SAT를 보는 건 오히려 입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최고 성적을 보는 대학도 있지만, 응시한 모든 SAT 성적을 보는 대학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성적만 놓고 본다면 목표로 하는 하버드나 스탠포드 대학교에 충분히 지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조건 합격할 수 있는 건 아닙니다.”
“뭐가 부족하죠?”
“대학 입시에 가장 중요한 건 역시 SAT 성적이지만, 그것 말고도 외부 활동, 에세이 그리고 추천서가 필요합니다.”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컨설턴트가 하는 말이었다.
한국과 달리 미국 입시는 대학마다 중요하게 여기는 항목이 따로 있었다.
“외부 활동이나 에세이는 제가 알아서 할게요.”
“태우그룹 차원에서 도움을 준다면, 그 부분은 해결이 되겠군요.”
컨설턴트가 오해를 하고 있다.
물론 태우그룹 차원에서 도움을 준다면 효과가 있긴 하겠지만, 태우그룹은 결국 할아버지의 회사지 내 회사가 아니다.
굳이 손 빌릴 필요가 있을까?
내 소유인 SAVE 투자회사가 있는데 말이다.
물론 대놓고 내가 SAVE의 대표라고 말할 수는 없겠지만, SAVE의 시스템만 이용해도 충분히 외부 활동과 에세이 부분을 만족시킬 수 있었다.
“추천서 부분만 해결하면 된다는 거죠?”
“그 부분도 태우그룹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까요? 태우그룹과 친한 정재계 인사의 추천서라면 큰 도움이 됩니다.”
“그것도 제가 한번 알아볼게요.”
“지금까지 많은 학생의 컨설턴트를 담당했지만, 이번만큼 쉬운 경우는 처음이네요. 알아서 좋은 성적을 내고 있고 나머지 부분도 제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
컨설턴트가 뒷말을 아꼈다.
아마 ‘돈도 많이 주고’가 아닐까 싶다.
할아버지라면 성공 보수로 막대한 돈을 약속했을 게 분명하니까.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나는 계속해서 SAT 공부에 집중하면서 괜찮은 추천인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제프리가 아주 신선한 소식을 가지고 나를 찾아왔다.
“대표님, 퀸텀펀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괜찮은 투자 종목이 있는데 같이 하지 않겠냐는 제안이었습니다.”
“퀸텀펀드라면, 조지와 짐이 있는 헤지 펀드 말입니까?”
“그렇습니다. 월가에서 아주 유명한 헤지 펀드입니다.”
나는 당연히 퀸텀펀드를 알고 있다.
전생에서 10년 넘게 공부한 곳이 퀸텀펀드였다.
태우그룹이 무너진 외환위기를 일으킨 곳 중 하나가 퀸텀펀드였으니까.
일개 개인이 국가와 싸워서 이길 수 있을까?
그 질문의 해답을 내놓은 곳이 퀸텀펀드였고, 그들은 국가와 싸워 돈을 벌었다.
아시아 외환위기의 시작인 태국을 절벽으로 밀어 버린 곳이 퀸텀 펀드였고, 그 여파로 대한민국까지 휘청거리게 되었으며, 태우그룹이 무너졌다.
“혹시 이번에 제안한 종목이 영국의 파운드화 공매도인가요?”
“그렇습니다. 퀸텀펀드는 작년부터 영국의 파운드화를 공격하고 있고, 월가의 많은 헤지 펀드가 그를 돕고 있습니다.”
퀸텀펀드의 방향성이 정해지는 시기가 지금이었다.
이전까지는 방위 산업이나 고평가된 회사의 공매도를 통해 수익을 올린 퀸텀펀드였다.
하지만 파운드화 공매도를 시작으로 국가와의 싸움이 아주 큰 돈이 된다는 걸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퀸텀펀드에서 제안을 받을 정도로 우리 SAVE 투자회사가 이름을 날렸나 보네요.”
“걸프전으로 큰 수익을 남겼다는 이야기가 조금씩 퍼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월가의 대부분의 회사가 퀸텀펀드의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영국을 상대로 싸워야 하니 한 푼이라도 아쉽다는 거네요.”
어떻게 할까?
태우그룹을 무너트린 시발점이 된 곳이 퀸텀펀드다.
마음 같아서는 그와 반대편에 서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지만, 지금은 복수심 같은 감정 따위보다 돈이 더 중요했다.
“미팅을 주선해 주세요. 최소 5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생각이 있다고 하면 만나러 나오지 않겠어요?”
“이번 주 내로 미팅 일정을 잡아 보겠습니다.”
나는 그룹과 가족을 지키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
외환위기를 일으킨 원흉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해도 웃으며 손을 잡을 준비가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