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90)
독식하는 재벌 3세-90화(90/518)
90화. 빅딜 (3)
비대칭의 진한 눈썹을 가진 카를로스 곤.
사찰 앞을 지키는 나찰과도 같은 느낌이 그에게서 흘러 나왔다.
나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그의 능력치를 확인했고, 역시나 그는 S급 업무 능력을 보유하고 있었다.
S급 능력치에 악귀 같아 보이던 그의 얼굴이 천사처럼 보이기 시작했고.
나는 웃으며 그에게 악수를 청할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태우그룹 김민재입니다.”
“데이비드에게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태우그룹의 후계자시라고. 이노폰을 만든 것도 당신이라고 들었습니다.”
“데이비드가 참 말이 많은 친구죠.”
“그리고 이번에 카이자동차까지 인수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카를로스는 처음부터 본론을 꺼내들었다.
내가 왜 프랑스까지 와서 자신과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하는지 잘 아는 눈치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카이자동차의 대표로 카를로스 곤 씨를 모시고 싶습니다.”
“제안은 감사하지만, 솔직히 나를 왜 카이자동차 대표로 앉히려는지 도저히 모르겠군요. 우리는 오늘 처음 본 사이이지 않습니까?”
카를로스는 아직 유명세를 떨치기 전이었다.
내가 자신을 스카웃하려는 의도 자체를 의심하는 듯했다.
그렇다면 내가 그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알려 줘야겠다.
“예전부터 관심이 많았습니다. 르노자동차가 이토록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카를로스 곤 씨의 능력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를 잘 아시나 보군요.”
“레바논 출신이시고, 미쉐린에서 20년 가까이 일을 하시고 2년 전에 르노로 자리를 옮기셨죠? 그리고 GM과 포드사에서도 카를로스 씨를 모셔 가려고 했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프랑스로 출국하기 전 나는 그에 대한 조사를 진행했다.
기획실과 강 대위를 통해 얻은 정보와 방금 얼굴을 보며 확인한 상세 정보를 토대로 그럴싸하게 대답을 하였다.
“생각보다 저를 잘 알고 있군요. 하지만 저는 자동차 업계에서 일을 한지 이제 고작 2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그런 제가 카이자동차의 대표로 간다고 해서 뭘 할 수 있겠습니까?”
“기업 대표라고 해서 제품을 잘 알 필요가 있겠습니까? 회사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수익을 낼 수 있는 시스템으로 바꾸는 건 자동차 전문가가 아니라 경영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흠, 생각이 아주 열려 있는 분인 건 알겠습니다만. 아직 마음이 움직이진 않네요.”
아주 살짝 관심을 보이는 카를로스였다.
나는 그의 관심을 더 끌어내기 위해 다시금 그의 상세정보를 확인했고, 그가 무엇을 바라는지 캐치할 수 있었다.
“연봉 5백만 달러를 약속드리고, 성과에 따른 보너스도 따로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무조건 5년 이상의 고용 약속도 드리겠습니다. 만약 불가피한 사정으로 카이자동차에서 물러나게 된다면, 5년 치의 연봉을 일시불로 드리겠습니다.”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이렇게 과한 조건을 내민 건 그의 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그가 돈을 좋아하는 속물적인 특성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이는 상세 정보뿐만 아니라 내 기억 속의 정보도 한 몫을 했다.
그는 3년 후 닛산의 CEO가 되고, 10억엔이 넘는 연봉을 받아 챙겼었다.
그러니 10억 엔까지는 안 되더라도 5백만 달러 정보의 연봉은 약속해야 그의 마음이 움직일 듯 싶었다.
“그렇게 많은 연봉을 약속할 수 있나요? 한국의 상황이 매우 안 좋다고 알고 있는데, 제가 그런 연봉을 받으면 언론과 대중이 가만히 있겠습니까?”
“태우그룹이 카를로스 씨에게 주는 연봉은 10만 달러 수준일 겁니다. 하지만 SAVE 펀드를 통해 추가 연봉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약속한 연봉을 챙겨 드릴 수 있습니다.”
5백만 달러면 60억 원이 넘는 금액이었다.
이렇게 큰 연봉을 할아버지가 허락하실 리는 없었기에 나는 비밀리에 그에게 연봉을 챙겨 줄 계획을 세웠다.
나는 말이 끝남과 동시에 데이비드를 바라봤고.
그는 미리 말을 맞춰 두지도 않았건만 아주 능숙하게 말을 이어 받았다.
“태우그룹과 SAVE 투자회사는 밀접한 관계입니다. 원하신다면 SAVE 투자회사의 이름으로 계약서를 써 드릴 수도 있습니다.”
“흠, 조건 자체는 매우 좋군요.”
“또 한 가지 약속 드릴 수 있는 건 카이자동차는 태우그룹의 계열사지만 독립적인 권한을 부여해 드리겠습니다. 카를로스 씨가 어떤 방식으로 카이자동차를 경영하든 아무도 간섭하지 않도록 해 드릴 수 있습니다.”
이 부분은 이미 사장단 회의를 통해 협의를 마친 내용이었다.
태우차와 카이차의 선의의 경쟁을 위해서는 독립적으로 움직여야 했고.
카를로스가 카이차의 대표가 된다면, 할아버지조차 간섭하기 어려웠다.
“점점 마음에 드는군요. 제 생각대로 회사를 경영할 수 있다는 거군요.”
“그리고 아시겠지만, 지금 한국은 IMF의 조건에 따라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카를로스 씨가 원하는 방향으로 기업을 변화시키기에 최적의 상황입니다.”
“좋습니다! 한국으로 가겠습니다.”
카를로스의 비대칭 눈썹이 동시에 위로 향했다.
그 모습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릴 뻔했지만, 인생 2회차의 경험으로 겨우 그를 바라보며 미소를 보낼 수 있었다.
“르노와의 관계를 정리할 시간을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가족분을 전부 데리고 한국으로 오셔도 됩니다. 한국에서 가장 좋은 곳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말씀은 고맙지만 제가 앞으로 카이차를 경영하다 보면 적이 많이 생길 겁니다. 가족까지 욕 먹이긴 싫으니 저 혼자 한국으로 가야겠습니다.”
한국에서도 악마가 되기로 작정을 했나 보다.
가족의 안전을 생각해 혼자 한국으로 오겠다는 걸 보니 아주 과감한 구조조정과 개혁적인 조치를 취할 게 분명했다.
“그럼 한국에서 먼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데이비드는 프랑스에 남아 나머지 절차 진행을 도울 겁니다.”
“이제 일 이야기는 그만하고 와인이나 마실까요? 말을 많이 했더니 목이 마르군요.”
“좋습니다. 오늘 프랑스 와인을 배 터지도록 마셔 보죠!”
카를로스를 어렵사리 영입하는 데 성공했다.
오랜만에 고삐를 풀고 술을 들이켜 볼까?
이미 데이비드가 여러 병의 와인을 들고 오고 있었고, 우린 와인을 병째 손에 쥐고 입 속으로 털어 넣었다.
* * *
며칠 후.
카를로스가 한국에 도착했고.
나는 그를 소개시켜 주기 위해 회장실로 함께 들어갔다.
“반갑습니다. 카를로스입니다. 카이차를 정상화시켜 보이겠습니다.”
언제 한국어를 공부한 거지?
카를로스는 능숙하진 않지만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한국어로 할아버지에게 인사를 하였다.
나는 슬쩍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능력치를 확인했고.
역시나 A급 언어 능력을 보유하고 있는 카를로스였다.
“솔직히 말하자면 나는 자네를 잘 몰라요. 하지만 김민재 본부장이 적극 추천했기에 믿고 맡깁니다. 카이자동차를 잘 부탁해요.”
“최선을 다해 눈에 보이는 성과를 만들어 내겠습니다.”
서로 악수를 나누는 것으로 인사는 끝이 났고.
카를로스는 기획실 직원과 함께 업무 파악을 위해 카이자동차로 이동했다.
그가 회장실에서 나가자 할아버지는 마음속으로만 하던 이야기를 내게 꺼내 놓으셨다.
“저렇게 무섭게 생긴 사람은 처음 보는구나. 네가 같이 오지 않았다면 저승사자가 날 데리러 온 줄 착각했을 게야.”
“외모가 무슨 상관이겠습니까? 카이차를 정상화만 시킬 수 있다면 지옥의 악귀라도 데리고 와야죠.”
“허허, 그래 네 말이 맞구나. 지옥의 악귀라도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데리고 와야지.”
할아버지는 자연스레 소파에 앉으셨고, 내게 옆자리를 권하셨다.
“어떻게 프랑스에서는 마음에 드는 처자가 없더냐?”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너도 이제 슬슬 결혼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 이 할애비가 살면 얼마나 더 살겠느냐? 죽기 전에 소원이 있다면 증손자를 보고 하늘로 가는 게 전부란다.”
정말 소원이 증손자 하나뿐일까?
태우그룹이 재계 1위에 오르기 전까진 저승사자와 싸워 내쫓으실 분이 할아버지셨다.
물론 증손자를 바라는 마음이 큰 건 나도 잘 알고 있었다.
“아직은 여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없습니다. 회사 일에만 집중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해요.”
“어허! 회사 일이라는 것도 가정이 안정되어야 더 잘되는 법이다. 그러니 두말할 것 없이 내일 점심시간을 비워 두거라.”
“설마 선을 보라는 말씀이십니까?”
“선이라고 생각할 것 없다. 그냥 같은 또래의 친구를 소개받는다는 기분으로 편히 나갔다 오거라.”
할아버지가 직접 선을 주선하실 줄이야.
다른 사람도 아니고 할아버지가 이렇게까지 나오는데 마냥 거절할 수는 없었다.
“누군지도 안 알려 주실 겁니까?”
“CL그룹 장녀와 약속을 잡아 두었다. 너와 나이 차이도 얼마 나지 않아 대화가 잘 통할 것이야.”
“CL그룹 장녀라고 하면 이제 막 대학생이 되지 않았나요?”
“너도 정상적인 방식으로 학교를 다니고 군대까지 나왔으면 아직 대학생일 나이지 않느냐.”
솔직히 관심이 갔다.
이성으로서의 관심이 아니라 CL그룹 장녀이기에 가는 관심이었다.
“알겠습니다. 할아버지가 만든 자린데 거절할 수는 없죠.”
“잘 생각했다. 비서실을 통해 약속 장소와 시간을 전해 놓을 테니 늦지 말고 가거라. 특히 경영인은 절대 시간 약속을 어겨서는 안 되는 법이야.”
할아버지는 기대에 찬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셨다.
그런 할아버지에게 죄송하지만, 이성이 아닌 비즈니스 파트너를 만난다는 생각으로 내일 약속 장소로 향할 생각이었다.
* * *
다음 날.
청담동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CL그룹의 장녀와의 만남을 가졌다.
그녀의 이름은 고연진, 양반가의 장녀라 그런지 어린 나이답지 않은 기품을 내뿜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김민재라고 합니다.”
“반가워요. 고연진이라고 해요. 이런 자리가 처음이라 그런지 많이 어색하네요.”
“죄송합니다. 할아버지가 워낙 극성이셔서 연진 씨를 귀찮게 만들었네요.”
“아, 아니에요. 저도 싫었으면 이런 자리에 나오지 않았을 거예요.”
살짝 얼굴을 붉히는 고연진이었다.
이런 분위기는 내가 원하는 방향이 아니었다.
남녀 사이가 아닌 서로에게 이득이 되는 관계가 내가 원하는 방향이었다.
그래도 처음부터 본론을 꺼낼 순 없으니 의미 없는 주제로 대화를 시작했다.
“전공이 사회복지라고 들었습니다. 그쪽으로 관심이 많으신가 보네요.”
“관심이 없는 건 아니긴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가 사회복지 쪽으로 전공을 정하길 바라셔서요.”
“연진 씨에게 사회복지재단을 물려주고 싶으신가 보네요. 저도 태우장학재단의 이사장 자리를 겸직하고 있어요.”
실제로 그녀는 20년 후엔 CL그룹 복지재단 대표이사로 임명이 된다.
20년 후에 그녀가 복지재단 대표이사가 되는 걸 내가 왜 기억하고 있을까?
다 이유가 있었다.
CL그룹 복지재단 대표이사가 CL그룹에게 소송을 걸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CL그룹의 경영권 분쟁.
20년 후에 있을 경영권 분쟁의 중심에는 그녀가 있었다.
그랬기에 나는 오늘 이 자리에 나왔다. 그녀의 마음을 부추기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