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92)
독식하는 재벌 3세-92화(92/518)
92화. 빅딜 (5)
태우그룹의 백화점과 CL그룹의 배터리 사업부.
지금 가치만 놓고 본다면, 백화점의 가치가 더욱 높았다.
배터리 사업부는 제대로 된 이차전지 배터리를 생산하지도 못하고 있었고, 외환위기로 인해 사업부의 투자를 줄이고 있는 추세였다.
그렇기에 욕심이 났다.
물론 나는 일본 TDK 그룹이 보유한 배터리 사업부를 통째로 뺏어 오긴 했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이차전지를 생산할 수 있었지만, CL그룹의 배터리 사업부가 보유한 기술력에도 욕심이 났다.
특히나 인재 욕심.
CL그룹의 이차전지 기술이 세계에서 통하게 된 건 뛰어난 인재가 있었던 덕분이었다.
그런 인재를 뺏어 올 수만 있다면, 태우백화점과 바꾼다고 해서 결코 손해는 아니었다.
그러기 위해선 할아버지를 설득해야 했고.
백화점과 배터리 사업부를 교환하는 게 손해가 아니란 걸 설명해야 했다.
“후쿠다 고문이 작성한 보고서를 보셔서 아시겠지만, 휴대폰의 판매량은 매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합니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휴대폰에 들어가는 이차전지의 사용량도 늘어나게 됩니다.”
“그래서 이차전지 회사를 인수하고 싶다는 게냐? 태우전자도 배터리 사업부가 잘 돌아가고 있는데 굳이 필요하겠느냐?”
“CL그룹의 배터리 사업부의 기술력이 필요합니다. 제가 보기엔 최소 수십조 원 규모의 잠재력을 품고 있는 기술력입니다.”
거짓말은 결코 아니었다.
회귀전 CL그룹 배터리 사업의 매출은 1년에 25조 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1조 원을 조금 넘는 수준이긴 하지만, 어쨌든 수십조 원 규모임은 분명했다.
“네 안목은 실패한 적이 없긴 했지. 흠, 그래서 CL그룹의 배터리 사업부를 가지고 오려면 우리가 뭘 내줘야 겠느냐?”
“태우백화점을 내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지금 현재의 가치만 놓고 보면 우리가 극심하게 손해를 보는 장사구나. CL그룹에서도 의심하지 않겠느냐?”
“그래서 한 가지를 더 받아 내려고 합니다.
할아버지가 턱을 괴시며 관심을 보이셨다.
관심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나는 머리를 빠르게 굴렸다.
CL그룹에서 빼 먹을 게 뭐가 있을까?
회귀 전 CL그룹에 대해 떠올려 보았다.
전자, 배터리, 화장품, 음료, 등등.
“무엇을 더 받아 내려는 게냐?”
“CL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통신회사가 괜찮아 보입니다.”
“허허, 욕심이 과하구나. CL그룹은 절대 태우백화점과 CL통신을 교환하지 않을 게야.”
“그럼 우리도 하나를 더 줘야겠지요. 안 그래도 반도체 때문에 현재그룹에 한이 맺혀 있으니 카드사를 CL그룹에 넘겨주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카드사를 넘겨주다니! 태우증권에서 캐쉬카우로 불리는 사업부가 카드라는 걸 모르느냐?”
당연히 알다마다.
그리고 몇 년 후에 카드 대란으로 많은 카드사가 부도가 난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딱 4년만 카드사를 넘겨주고 다시 받아 낼 수 있습니다. 4년 임대라고 생각하면 절대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닙니다.”
“도통 네놈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구나. 카드사를 넘겨주고 싶은 이유라도 있는 게냐.”
“카드 사용이 대폭 증가하고 있습니다. 카드사들은 현금 유통을 위해 제대로 심사도 보지 않고 카드를 발급해 주고 있죠.”
“카드 사용이 늘어나고 있으니 매출도 늘어나지 않겠느냐?”
할아버지의 질문에 나도 모르게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지금 당장이야 매출이 늘어나겠지만, 카드 빚을 갚지 못한 사람이 점점 늘어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대한민국이 외환위기를 겪은 것과 같은 일이 발생할 겁니다.”
“카드사가 망할 거라고 보는 게냐?”
“늦어도 4년 안에는 카드사가 연쇄적으로 부도가 날 겁니다.”
“흠, 네 말대로 된다면 나쁠 건 없지만.”
“할아버지가 그토록 원하던 통신회사를 인수할 기회입니다. 게다가 정부의 빅딜 정책에도 부응하지요.”
할아버지는 고민에 빠지셨다.
외환위기가 터지기 전이라면 헛소리하지 말라고 소리를 지르셨겠지만.
지금은 나에 대한 믿음이 강해지셨기에 한숨을 내쉬기만 하셨다.
“후우. 나는 정말 모르겠다. 네놈이 알아서 하거라.”
“태우증권 사장을 만나 설득하란 말씀이시죠?”
“태우증권에서도 동의를 한다면, 이번 빅딜에 반대하지 않으마. 하지만 태우증권에서 강하게 반발할 게야. 캐쉬카우인 카드사와 통신회사를 바꾸려 들겠느냐?”
“제가 한번 설득해 보겠습니다. 태우증권에서 끝까지 반대한다면 다른 방책을 고민해 볼게요.”
할아버지는 태우증권의 설득이 어렵다고 말씀하셨지만.
속으로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지 않을 게 분명했다.
지난 태우조선 매각에서 내 편을 들었던 사람이 태우증권 박만덕 사장이었으니까.
* * *
회사 생활은 라인이 중요했다.
특히나 임원급에서는 매년 재계약을 성사시키기 위해선 좋은 라인을 잡고 있어야 했고, 어느 회사든 가장 좋은 라인은 회장님의 라인이었다.
그런데 그 좋은 라인을 포기한 사람이 있었으니.
지금 내 앞에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태우증권 박만덕 사장이었다.
“카드사를 CL그룹에 매각하자는 말씀이십니까? 그것도 통신회사와 바꾸는 빅딜을 통해서 말입니까? 혹시 정부에서 주도한 일입니까?”
“아닙니다. 하지만 이번 빅딜이 성공만 한다면, 우리도 정부 앞에서 빅딜을 성사했다고 유세를 떨 순 있겠죠.”
“솔직히 저는 반대입니다. 통신회사는 매년 많은 개발비를 투자해야 하는 회사입니다. 그에 반면 카드사는 기존 고객만 잘 유지해도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 사업입니다.”
박만덕 사장이 소매로 식은땀을 닦으며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가 이렇게 저자세로 나오는 이유가 있었다.
태우조선 매각 찬반투표에서 할아버지가 아닌 나를 택했기 때문이었다.
그는 라인을 옮긴다는 생각보다는 태우그룹의 이득만을 보고 정한 결정이었겠지만, 남들이 보기에는 회장님 라인에서 후계자 라인으로 옮겼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딱 4년. 그 안에 다시 카드사를 가지고 오겠습니다. 우리가 매각한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돈으로 말이죠.”
“하지만 카드사를 매각하게 되면 태우증권의 매출이 뚝 떨어지게 됩니다.”
“다른 방법으로 매출을 보장받을 수 있게 도와드리죠.”
“카드사만큼의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사업이 있을까요?”
카드만이 캐쉬카우가 아니다.
아직 금융 공학이 발달하지 않은 한국이었기에 가능한 캐쉬카우가 더 있었다.
“카드사는 결국 수수료 장사죠. 그럼 카드보다 더 많은 수수료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을 만들면 됩니다.”
“어떤 상품 말씀이십니까?”
“펀드. 한국은 아직 펀드 개념이 제대로 잡혀 있지 않죠. 월가만 봐도 펀드로 운용되는 자금이 수십 조에 달합니다. 그리고 펀드의 수수료는 최소 0.5%~4%까지 받을 수 있죠.”
대한민국에서 펀드가 유행된 건 1~2년이 지나서였다.
그걸 우리가 1년 빨리 시작해 펀드 업계를 선점할 수만 있다면 카드사보다 더 큰 캐쉬카우를 보유하게 된다.
“외환위기로 국민들이 금융 상품 투자를 매우 꺼려 하고 있습니다. 절대 망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은행까지 무너지고 있으니 금융 상품에 대한 두려움이 가득합니다.”
“두려움을 이겨 내는 건 결국 희망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우리 대한민국이 어떤 나라입니까? 나라가 힘들면 국민들이 나서는 나라 아니겠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 주는 일이 가능하겠습니까?”
“애국심 마케팅을 통한다면 가능합니다.”
대한민국 국민만큼 애국심이 투철한 나라가 있을까?
지리적 특성상 사방에서 공격 당한 역사를 지닌 나라였기에 나라를 지켜야 한다는 애국심이 강한 민족이 대한민국 국민이었다.
“금 모으기 운동처럼 말씀이십니까?”
“비슷한지만 조금 다르죠. 금 모으기 운동이야 국민들에게 실제로 이득이 돌아가는 부분이 적지만, 펀드는 애국도 하며 돈까지 벌 수 있죠.”
“펀드 투자는 항상 성공하는 것만은 아닙니다.”
“사장님이 보시기엔 한국 주가가 더 떨어질 곳이 있어 보이시나요? 국가가 부도가 났는데 떨어져 봐야 얼마나 더 떨어지겠습니까.”
현재 코스피 지수는 277이었다.
회귀 전에는 코스피 지수가 3천까지 갔으니 10배가 더 차이가 나고 있었다.
그러니 한국 주식에 투자해 가만히 들고만 있어도 10배의 차익을 챙길 수 있는 셈이었다.
“저도 지금 코스피 지수가 최저점이라고는 생각합니다. 하지만 국민들이 우리 같은 전문가가 아니지 않습니까. 감정에 의해 투자를 하고 감정에 의해 판매하는 사람이 개미들입니다.”
“개미들의 마음을 돌리는 방법은 아주 쉽죠. 원금 보장을 약속해 주면 됩니다.”
“그, 그건 너무 리스크가 큽니다!”
“물론 모든 상품을 원금 보장해 주는 건 아니죠. 원금 보장 상품의 경우 5% 이상의 수수료를 매기고, 그렇지 않은 상품은 기존 수수료만큼 받는 겁니다.”
박만덕 사장은 침을 꼴깍 삼켰다.
원금 보장의 무서움을 잘 알고 있기에 쉽게 결정하지 못하는 것이었다.
“일종의 미끼 상품으로 원금 보장 펀드를 만드시자는 겁니까?”
“그렇죠. 미끼 상품을 중심으로 TV 광고를 대대적으로 해서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겁니다. 펀드의 이름도 애국심을 자극할 수 있도록 지어야겠죠.”
“애국심을 자극하는 이름이라면, ‘대한민국 살리기 펀드’ 이런 식으로 말씀이십니까?
“그건 너무 노골적이니. WIN-WIN 펀드 혹은 BUY 코리아 펀드라 정도가 적당하겠네요. 한국 경제가 반드시 되살아난다는 점을 강조하기만 하면 됩니다.”
실제로 이런 펀드가 내년이면 등장한다.
바이코리아 펀드라는 이름으로 현재증권에서 출시를 하고.
단기간에 5조 원이 넘는 자금을 끌어 모았다.
“애국 마케팅을 중점으로 만든다면 많은 국민이 참여할 것 같긴 하지만, 그렇다고 카드사를 대체할 수 있을 규모가 되겠습니까?”
“그럼 이렇게 하죠. 애국 펀드를 우선 출시하고 3조 원 이상의 자금이 모이면 카드사를 매각하는 것으로요. 3조 원 정도면 카드사의 매출을 대체하고도 남으니까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원금 보장이 마음에 걸립니다.”
“그렇게 걱정되시면 손실분은 제 사재로 메꿔 드리죠. 그러니 걱정 말고 진행해 보세요.”
“알겠습니다. 그럼 펀드를 이번 달 내로 출시할 수 있도록 기획해 보겠습니다.”
* * *
보름 후.
나는 태우증권의 회의실에서 TV를 보고 있었고.
내 옆에는 태우증권 박만덕 사장을 비롯한 태우증권 임원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린 TV를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고, 드디어 애국 펀드의 광고가 시작되었다.
[대한민국의 경제가 일본 기업 하나보다 못하겠습니까!]첫마디부터 강렬한 애국 펀드의 광고였다.
애국심을 자극하기 가장 좋은 소재는 일본이었다.
그리고 단순히 애국심을 자극하기 위해서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한국 경제가 일본 기업 하나보다 못한 평가를 받고 있었고, 대한민국 경제가 저평가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야 했다.
“광고가 아주 잘 나왔네요.”
30초 분량의 광고는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만들어졌다.
대한민국과 국민 모두가 같이 잘살자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었고, 애국심을 자극할 요소가 곳곳에 녹아 있었다.
“신문, 라디오에서는 이미 광고가 나갔습니다.”
“TV 광고까지 나왔으니 이제 슬슬 반응이 오겠네요. 가입자 수는 어떤가요?”
“오늘이 첫날이라 아직 가입자의 수는 적습니다.”
침울한 표정의 박만덕 사장이었다.
그 순간, 임원 모두의 휴대폰이 동시에 울리기 시작했다.
“가입이 폭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태우증권 전국 지점으로 사람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역시나 애국심만큼이나 효과적인 마케팅은 없었다.
특히나 국가가 부도가 난 지금 상황에서는 더더욱 효과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