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93)
독식하는 재벌 3세-93화(93/518)
93화. WIN-WIN (1)
정확히 일주일.
태우증권에서 출시한 애국 펀드에 3조 원의 자금이 모인 시간이었다.
직장인의 월급, 중년의 나이에 퇴직한 아버지의 퇴직금, 어머니의 쌈짓돈까지 전부 애국 펀드로 밀려 들어왔다.
이런 폭발적인 반응은 나조차도 예상하지 못 했었다.
못해도 한 달은 걸려야 3조 원 이상의 자금이 모일 거라 예상했건만, 고작 일주일 만에 목표치를 달성했다.
놀란 건 박만덕 사장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지금도 밀려 들어오고 있는 펀드 가입자의 수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참 우리나라 사람들은 애국심이 투철하죠? 일주일만에 3조 원이나 모여 버렸네요.”
“애국심을 자극한 마케팅도 있지만, 원금 보장 덕분에 사람들이 더 모인 것 같습니다.”
내 생각에도 그랬다.
바이코리아 펀드의 경우엔 두 달이 걸려 5조 원을 모았다고 알고 있었다.
하지만 우린 원금을 보장해 주었기에 일주일 만에 3조 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그럼 약속대로 카드사를 매각해도 되겠죠?”
“4년 안에 다시 카드사를 인수할 수 있다는 약속만 다시 해 주십시오.”
“약속드리죠. 지금보다 더 큰 규모의 카드사를 인수해서 태우증권에 안겨 드리겠습니다. 그동안에는 펀드에 집중해 주세요. 제 사재를 쓰고 싶진 않으니까요.”
내 사재를 쓰는 일은 없을 가능성이 높았다.
1년 안에 코스피 지수는 4배 이상 오를 테니까.
아무리 초보 투자자라도 손해를 보지 않는 시점이 지금이었다.
어떤 종목을 사도 최소한 원금은 보장되고, 좋은 종목을 사면 10배 이상의 수익이 가능했다.
그리고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SAVE 투자회사의 자금도 지금 한국 주식을 사고 있었다.
지금 상황에서 한국만큼 수익성이 좋은 시장은 없으니까.
미국 IT 기업의 주식을 사고 남은 자금 대부분을 한국으로 쏟아붓는 이유였다.
“아! 그리고 다른 증권사에서 비슷한 펀드를 출시하기 전에 더 공격적으로 마케팅하세요.”
“저도 이번에 크게 깨달았습니다. 애국심을 강조하는 광고를 지속적으로 제작하겠습니다.”
“한국 증시는 지금이 최저점입니다. 이번 기회에 태우증권의 실력을 확실히 보여 주세요. 저는 사장님을 오래 보고 싶어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내 라인을 꽉 잡으라는 뜻이었다.
내가 회장에 오르고 나서도 태우증권 사장 자리에 있고 싶으면 애국 펀드로 높은 수익률을 내라는 뜻이기도 했다.
* * *
태우증권에서 태우전자로 이동했다.
우성일 사장에게 시킨 일을 보고받기 위함이었고, 그는 만반의 준비를 다해 놓은 상태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보고 드리겠습니다. 저작권 협회와의 협상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리고 방송 3사의 음악 프로그램이 이번 주부터 방송되기로 하였으며, 모든 프로그램의 순위에는 음원 점수가 포함되었습니다.”
“IT 부서에서 음원 사이트를 출시했으니 타이밍이 딱 좋네요. 고생하셨어요.”
우성일 사장은 고개를 깊게 숙였다.
그가 고개를 숙이는 각도는 일종의 여론 조사와 비슷했다.
고개의 각도에 따라 그룹 내에서 내 입지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 있었고, 지금의 각도를 보아하니 내 입지가 상당히 좋나 보다.
“아이팟 출시 전까지 모든 준비를 완벽히 하겠습니다.”
“태우전자를 통해서만 아이팟이 판매가 되니 우리가 확실히 사전 작업을 해 둬야죠.”
애플과 태우그룹의 관계는 파트너 그 이상이었고.
당연히 아이팟의 한국 시장 독점 판매권은 태우전자가 가지고 왔다.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기에 많은 기업이 눈독을 들였지만, 끼어들 틈도 없이 태우전자에게만 독점 판매권이 제공되었다.
“그리고 이노폰2도 다음 달에 출시가 됩니다. 태우전자 매장에서만 판매가 되니 다른 가전제품 판매량의 증가에도 도움이 될 겁니다.”
“벌써부터 아이팟을 찾는 고객이 가전제품 매장으로 방문하고 있습니다.”
“물 들어왔을 때 노를 저어야 하는 거 아시죠? 사장님이 주도해서 다른 마케팅도 시작하세요.”
“최선을 다해 결과를 만들어 내겠습니다.”
우성일 사장의 보고가 끝날 무렵.
한 통의 메시지가 휴대폰으로 날아 들어왔고.
발신인의 이름을 확인하는 순간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발신자 : 김영서]* * *
며칠 전.
CL그룹의 안방마님인 김영서 여사는 머리에 흰 천을 두르고 침대에서 누워만 있었다.
그 모습에 CL그룹의 고승택 회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당신 정말 이렇게까지 해야겠어요? 갑자기 백화점 사업에 왜 이리 집착하는 게요?”
“당신도 잘 알지만, 저는 정말 경모를 친아들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당신이 경모에게 그룹을 넘겨주는 것도 반대할 생각도 없고요. 그런데 우리 딸이 너무 불쌍하지 않나요? 장녀로 태어나 아무것도 물려받지 못하는 딸아이 생각도 좀 해 주세요.”
고승택 회장의 한숨 소리가 더욱 커져만 갔다.
그라고 해서 딸아이가 마음에 밟히지 않겠는가?
조카를 양자로 들여 그룹을 승계하는 건 자신의 뜻보다는 가문의 뜻에 가까웠다.
유고적 가풍이 깊게 뿌리박힌 CL그룹이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연진이를 위해 백화점을 시작하고 싶다는 당신의 마음을 잘 알겠소. 하지만 연진이에게 꼭 백화점을 물려줘야 할 이유는 없지 않소. 재단이나 갤러리를 맡겨도 되지 않겠냔 말이오.”
“왜 그렇게 생각하죠? 설마 저와 연진이가 백화점을 경영할 능력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그런게 아니지 않소! 백화점을 처음부터 시작하기엔 지금 그룹의 사정이 좋지 않단 밀이오.”
“제가 언제 처음부터 시작하자고 했나요? 태우그룹이 백화점을 매각할 의사가 있다는 건 벌써 알 사람은 다 알고 있어요. 당신이 그걸 모를 리가 없어요.”
태우그룹은 의도적으로 백화점 매각설을 뿌렸다.
CL그룹에게 흘리는 미끼였고, 김영서 여사는 단번에 미끼를 물었다.
“태우그룹이 그냥 백화점을 넘기겠소?”
“협상을 시작해 해보지도 않고 무조건 안 된다고만 하십니까? 일단 얘기라도 해 보자는 게 그렇게 힘든 일인가요?”
“흠, 그럼 당신이 직접 얘기를 나눠 보시오.”
“정말이시지요? 남아일언중천금이라 했어요. 다른 말 하시면 안 됩니다.”
“쯧쯧, 이야기를 나눠 보면 태우그룹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지 알게 될 거요.”
고승택 회장이 혀를 차며 침실에서 나가 버렸다.
그러자 김영서 여사는 머리에 묶인 천을 풀어내고는 여러 곳에 전화를 돌렸다.
갤러리를 운영하면서 많은 인맥을 만든 그녀였고, 태우백화점을 인수 계획을 세우기 위해 인맥을 총동원하고 있었다.
그렇게 며칠이 걸려서야 겨우 계획을 세울 수 있었고.
그리고 나서야 태우그룹 후계자에게 전화를 거는 그녀였다.
* * *
CL아트갤러리 내부의 정원.
그곳에서 김영서 여사가 단아한 한복을 입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갤러리에 이렇게 예쁜 공원이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 마치 프랑스의 고성에라도 온 기분이 듭니다.”
“좋게 말해 주셔서 고마워요. 제가 직접 우린 차를 준비해 뒀어요. 우선 목부터 축이시죠.”
서두를 꺼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차 한 잔을 모두 마시면서 다양한 예술 작품 이야기를 하고 나서야 겨우 태우백화점 이야기를 꺼내는 김영서 여사였다.
“태우백화점을 매각할 생각이 정말 있으신가요?”
“정부에서 빅딜 정책을 원하고 있으니 태우그룹에서도 뭐라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태우백화점 정도면 생색을 내기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 중입니다.”
“그럼 CL그룹과 빅딜을 한다면, 무엇을 바라시겠어요? 태우백화점과 교환하는 조건으로요.”
항상 기품이 넘치던 김영서 여사.
그런데 지금만큼은 김영서 여사에게서 할아버지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기업을 인수할 때마다 보이시던 탐욕의 얼굴.
김영서 여사가 얼마나 태우백화점을 원하는지 단번에 알아차렸다.
“CL그룹과 빅딜을 한다면 좀 더 큰 그림을 그려야겠죠. 그래야 정부에서도 받아들이지 않겠습니까?”
“당연히 서로에게 이익되는 조건이겠죠?”
“태우백화점과 태우카드를 세트로 CL그룹에 넘겨드릴 수 있습니다. 이 정도 조건이면 WIN-WIN 아니겠습니까?”
“태우카드까지 말인가요? ……그럼 우리가 뭘 내어드려야 하죠? 그것까지 알아야 WIN-WIN인지 아닌지 알 수 있겠네요.”
김영서 여사의 눈에서 탐욕이 더욱 강해졌다.
태우카드는 태우백화점에 비할 회사가 아니었으니까.
“CL전자의 배터리 사업부와 CL통신 정도면 적당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솔직히 할아버지께서는 마땅치 않게 생각하고 계시지만, 정부를 만족시키려면 이 정도 스케일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배터리 사업부와 CL통신을 달란 이 말이군요.”
“어떻습니까? WIN-WIN인 것 같지 않나요?”
“제가 보기엔 그렇네요. 그런데 김민재 본부장이 태우카드 매각 결정까지 할 수 있는 위치였나요?”
김영서 여사가 의심하는 건 당연했다.
나는 고작해야 20대 중반에 불과한 청년이었으니까.
“태우조선을 현재그룹에 매각한 것도 제가 결정한 일입니다. 아람코와 합작해서 만든 태우에너지도 제가 주도한 사업이구요. 거기에 비하면 이번 빅딜은 솔직히 매우 규모가 작은 편입니다.”
“김태중 회장님께서 손자분을 많이 믿고 의지하나 보네요.”
“아무리 그래도 여사님만 하겠습니까? 고승택 회장님이 가장 믿고 의지하는 분이 김영서 여사님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나는 그녀의 자존감을 높여 주었다.
그래야 더욱 자신감에 차서 이번 빅딜을 주도하려고 들 테니까.
“이야기는 잘 들었어요. 조만간 좋은 소식을 전해 드리도록 하죠.”
“천천히 진행하셔도 됩니다. 여사님의 대답을 듣기 전까진 태우백화점과 카드를 다른 곳과 빅딜을 추진하진 않겠습니다.”
“그런데 연진이와는 만나 볼 생각 없으세요?”
“…….”
갑자기 날아온 공격에 말문이 막혔다.
이런 식의 공격이 날아올 줄이야.
“아무리 생각해도 연진이 짝으로 김민재 본부장만큼 괜찮은 사람이 없는 것 같네요.”
“아직 많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연진 씨도 이제 대학교에 들어갔으니 더 많은 경험을 하고 싶을 겁니다.”
“당장 결혼하라는 건 아니에요. 서로 교류를 하며 친분을 쌓는 정도는 해 줄 수 있죠?”
“……시간이 된다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 정도 대답이면 충분해요. 그럼 조만간 또 뵙도록 하죠.”
나는 식은땀을 흘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CL그룹의 안방마님이라 그런지 만만하지가 않네.
* * *
나는 며칠 동안 여유를 가지며 김영서 여사의 연락을 기다렸다.
그런데 아주 의외의 사람에게서 연락이 왔고, 할아버지가 연락을 받고 나를 찾아오셨다.
“CL그룹 고승택 회장이 너를 보고 싶다고 연락이 왔구나. 원한다면 내가 같이 가 주마.”
“괜찮습니다. 할아버지와 같이 가면 제가 너무 어린아이처럼 보이지 않겠습니까?”
“허허, 그래 너도 이제 대기업 회장님들을 상대해 봐야 할 때가 되었지.”
대기업 회장을 상대하는 건 익숙했다.
할아버지와 대립한 시간이 몇 년인데 당연히 익숙해야지.
“조만간 CL통신의 이름을 태우통신으로 바꿔 달겠습니다.”
“태우카드가 CL카드로 이름이 바뀌는 것도 생각해야지. 아무리 생각해도 아깝구나.”
“태우증권이 새로운 캐쉬 카우를 찾았으니 카드사에는 그만 미련을 버리세요. 그리고 4년만 지나면 되찾아 드리겠습니다.”
“펀드로 끌어모은 자금이 3조가 훌쩍 넘었단 이야긴 들었다. 태우증권 박만덕 사장이 아주 좋아 죽으려고 하더구나.”
애국 펀드는 박만덕 사장을 설득하기 위함만은 아니었다.
태우카드사에 미련이 잔뜩 남은 할아버지를 위해서기도 했다.
“태우증권 펀드는 지금보다 몇 배는 더 커질 겁니다. 카드사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요. 어떻게 태우카드가 아닌 태우펀드를 넘기는 조건으로 바꿔 드려요?”
“예끼! 이놈아. 할아버지를 아주 가지고 노는구나. 누굴 닮아서 이럴꼬.”
“누구긴요 할아버지를 닮았죠. 그리고 이 정도 깡다구는 있어야 고승택 회장님을 상대할 수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고 회장이 아주 혼쭐이 나겠구나. 오늘 저녁에 약속을 잡아 뒀으니 늦지 말고 가보거라.”
할아버지가 내 넥타이를 정리해 주셨다.
CL그룹의 총수를 상대로 밀리지 말라고 기를 불어넣어 주시는 느낌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