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94)
독식하는 재벌 3세-94화(94/518)
94화. WIN-WIN (2)
회장님들은 왜 이렇게 한정식 식당을 좋아할까?
CL그룹 고승택 회장님과의 만남 장소도 청담동에 위치한 한정식 식당이었다.
“반갑습니다. CL그룹 고승택입니다. 듣던 것보다 훨씬 훤칠하시군요.”
“만나 뵙게 되어 정말 영광입니다. 태우그룹 김민재 본부장입니다.”
간단한 인사를 마치고 식사가 시작되었다.
양반가문이라 그런지 식사 도중에는 이야기를 최대한 자제하며 음식에만 집중했고.
식탁이 정리되고 나서야 본론을 꺼내드는 고승택 회장이었다.
“우리 CL그룹과 빅딜을 원하신다고 들었어요. 태우카드와 백화점을 정말 교환할 생각이 있나요?”
“정부의 정책에 최대한 맞춰 줘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 회장님이 통신에는 예전부터 아주 관심이 많으셨죠. 그런데 배터리 사업부는 왜 원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네요.”
이차전지 시장이 커질 거라는 건 모두가 예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고승택 회장은 배터리 사업부를 신설해 이차전지를 개발하고 있었다.
그런 고승택 회장이었지만, 배터리 사업부가 태우백화점보다 더 큰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배터리 사업을 제대로 한번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이미 일본의 TDK 배터리 사업부와 협약을 맺어 둔 상태기도 합니다.”
“TDK와 협약을 맺었다면 태우에서 굳이 CL전자의 배터리 사업부가 필요 없는 것 아니오?”
“규모를 키우기 위함이기도 하고, 새로운 사업에 돈을 투자하면 정부에서 싫어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CL그룹의 배터리 사업부가 필요합니다.”
돈으로 찍어 누른다.
내 말에는 이런 뜻이 숨어 있었다.
CL그룹의 배터리 사업부를 인수하지 못하면 막대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한국 배터리 시장을 찍어 누를 수도 있다는 말이었다.
태우그룹이기에 가능한 협박.
부채율이 0%인 태우그룹은 다른 대기업에 비해 사용할 수 있는 현금이 넘쳐나는 상황이었고, 그 사실을 고승택 회장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배터리 사업부가 주는 아니니 그 이야기는 이 정도로 넘어가지요. 그런데 김 회장님이 태우카드를 포기할 줄은 정말 몰랐어요. 태우증권이 요즘 펀드로 잘나간다고는 하지만, 카드사는 캐쉬 카우이지 않나요.”
“펀드로 잘나가니 할 수 있는 결정이었습니다. 업계 1위 다툼이 치열하지 않습니까? 그 경쟁에서 벗어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한국 카드 업계 1위는 CL카드였다.
하지만 압도적 1위는 아니었고, 언제든지 2위에게 자리를 내어 줄 수 있는 점유율이었다.
그리고 업계 2위는 현재카드였다.
현재자동차를 구입할 시 현재카드를 사용하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있기에 사용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었다.
“우리 CL카드와의 경쟁을 포기하겠다는 말인가요?”
“그렇습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현재카드에서 인수 요청이 들어왔었습니다. 태우카드와 현재카드가 합쳐지면 카드 업계의 순위가 달라지지 않겠습니까?”
없는 말은 아니었다.
현재카드는 은근슬쩍 태우카드 인수전에 뛰어들 의사를 내보였다.
태우카드를 인수할 수만 있다면, CL카드를 밀어내고 현재카드가 업계 1위 자리를 차지할 수 있으니 당연한 반응이었다.
“태우카드를 현재카드에 넘겨주겠다고 협박하는 겁니까?”
“협박이 아니라 협상입니다. 회장님께서 태우카드의 가치를 저평가하시는 것 같아 드리는 말씀입니다.”
“절대 태우카드를 저평가하지 않았소. 태우자동차 판매량이 증가하면 덩달아 태우카드의 가입자도 늘어나겠지요.”
“CL그룹에서 태우카드를 인수하신다면, 태우자동차 할인 서비스도 같이 드릴 생각입니다. 물론 할인되는 금액은 CL그룹에서 부담하셔야겠지만요.”
CL그룹에서는 군침이 흘릴 만한 조건이었다.
카이자동차까지 인수한 태우자동차였으니 매년 판매량은 크게 증가할 것이었고.
CL카드를 통해서만 태우자동차를 할인받을 수 있다면, 당연히 가입자가 크게 늘어날 게 분명했다.
“현재그룹과의 출혈 경쟁을 해 달라는 말이군요. 우리가 싸우는 동안 태우그룹은 굿만 보고 떡만 먹겠다는 심보처럼 들립니다.”
“이왕 싸울 거라면 유리한 전장에서 싸워야 하지 않겠습니까? 카드 업계는 CL그룹이 유리한 전장이죠.”
“태우그룹은 정녕 현재그룹을 넘어 재계 1위가 되고 싶은가 보오. 싸움을 부추겨서라도 1위를 해야겠소?”
고승택 회장은 오해를 했다.
태우그룹이 카드사를 넘기는 건 현재그룹을 견제하기 위함이라고.
뭐 완전히 틀린 오해는 아니긴 했다.
태우카드가 CL그룹으로 넘어가는 순간 현재그룹은 출혈을 감수하고서라도 더욱 공격적으로 나설 테니까.
“싸움을 피하실 생각이십니까? 먼저 시비를 걸어온 쪽은 현재그룹입니다. CL그룹이 잘 운영하고 있던 CL반도체를 뺏어가지 않았습니까?”
“흠흠, 말이 과하군요.”
나는 일부러 도발적인 발언을 내뱉었다.
그래야 고승택 회장의 오해가 깊어질 테니까.
“말씀이 과했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하지만 이번 빅딜은 CL그룹과 태우그룹 입장에서는 전혀 손해 볼 게 없는 일입니다. 시가 총액, 매출과 순이익까지 계산해 보면 거의 동등한 거래입니다.”
“지금만 보면 그렇지만, 현재그룹과 출혈 경쟁을 한다면 셈이 달라지겠지요.”
“그건 선택의 문제니 협상거리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출혈 경쟁을 포기하시면 오히려 CL그룹에게 유리한 조건이기도 하니까요.”
나는 숨겨진 의도를 감추기 위해 계속해서 경쟁을 강조했다.
배터리 사업부의 미래 그리고 통신 사업의 미래를 생각하면 무조건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미래를 아는 건 나뿐이었고.
당장 현금을 벌어다 줄 태우카드를 마다하기엔 CL그룹의 상황이 절박했다.
울고 싶은 아이 뺨 때려 준다고 했던가?
현재그룹과 싸우고 싶어 안달 난 CL그룹에게 판을 깔아 주는 일인데 어찌 마다하겠나?
“허허, 안사람 이야기를 듣고 자네를 만나러 왔건만, 생각보다 일이 커지게 되었군.”
“회장님께서 원하시기에 이런 상황이 되지 않았겠습니까?”
고승택 회장의 말투가 바뀌었다.
큰 결단을 마음 속으로 내렸기에 말투가 바뀐 게 분명했다.
“자네가 제안한 빅딜을 받아들이겠네. 세부 조건은 실무자들끼리 해결할 일이고. 우린 같이 술이나 한 잔 합세.”
“회장님이 주시는 술이라면 당연히 마셔야지요.”
전쟁에 나가는 대장부의 모습이 이러할까?
현재그룹과 카드 업계에서 대판 싸우기 전에 술로 목을 축이는 고승택 회장이었다.
* * *
세부 조율은 빠르게 진행되었다.
태우증권, 기획실, 비서실, 법무팀까지 총동원되어 디테일에 신경을 썼고.
드디어 오늘 기자들을 모아 놓고 할아버지와 고승택 회장이 악수를 하며 빅딜을 공식 발표하였다.
나는 그 모습을 기획실장과 함께 TV로 지켜보았고.
기자회견이 마무리되고 나서야 업무로 돌아왔다.
“CL통신이 오늘부터 태우통신이 되었군요.”
“축하드립니다. 본부장님의 노력 덕분에 빅딜이 성사되었습니다.”
“축하는 회장님이 받으셔야겠죠. 그토록 통신회사를 가지고 싶어하셨으니까요. 그런데 CL통신으로는 KS텔레콤을 이기기엔 역부족이지 않겠어요?
통신회사를 인수했다고는 하지만.
한국 통신회사의 점유율은 KS통신이 독점하다시피 하고 있었다.
“KS텔레콤은 압도적인 위상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지금 당장은 CL통신이 넘어서긴 힘들어 보입니다.”
“011을 이기려면 017에 019를 더 해야 싸워 볼 만한 체급이 되겠네요.”
KS텔레콤의 사용 번호는 011.
CL통신에게 부여된 사용 번호는 019였다.
그리고 017번호를 부여받은 회사는 신세계 통신이었다.
“신세계 통신을 인수하자는 말씀이십니까?”
“상황이 딱 좋지 않나요? 신세계 통신이야 여러 대기업이 지분을 나눠 먹고 있으니 빅딜을 성사시킬 명분도 충분하죠.”
신세계 통신은 사실 KS그룹의 소유였었다.
하지만 정치적인 문제로 인해 신세계 통신의 사업권을 반납해야 했고, 지금은 코오론과 포항철강이 지분을 나눠 보유하고 있었다.
“가능은 하겠지만, 꽤 많은 자금이 소요될 것 같습니다. 기업 교환 같은 빅딜이 아닌 현금과 기업 지분을 교환하는 방식으로 빅딜이 가능합니다.”
“돈으로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가장 쉬운 법이죠. 어느 기업이나 달러가 귀한 시대 아닙니까? 우리가 보유한 달러를 준다고 하면 생각보다 저렴한 가격에 인수가 가능할 겁니다. 한번 추진해 보세요.”
외환위기로 어렵지 않은 대기업이 없었다.
이런 상황에서 직접 경영도 하지 않고 있는 회사의 지분을 달러로 사 주겠다고 나오면 냉큼 팔겠지.
“코오론과 포항철강과 협상을 시작해 보겠습니다.”
“너무 공격적으로 나가진 말고 은근슬쩍 말을 꺼내 보세요. 그리고 신세계 통신을 인수만 할 수 있다면 정부에서도 통신 사업 가지고 문제 삼을 수 없을 겁니다.”
태우그룹에도 통신회사가 있긴 했었다.
하지만 다른 기업에 비해 규모가 작았고, CL통신을 인수했다고는 하지만 정부가 원하는 방식의 빅딜은 아니었다.
하지만 신세계 통신까지 인수를 한다면?
단숨에 업계 2위 자리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으니 정부에서도 문제 삼을 건덕지가 사라지게 된다.
“최대한 빠르게 진행해 보겠습니다.”
“아! 그리고 혹시 코카콜라 좋아하세요?”
“네? 아. 탄산 음료는 그렇게 좋아하지 않습니다.”
나는 간이 냉장고에서 코카콜라 한 캔을 꺼내 들었다.
딸깍! 치이익! 캔 뚜껑을 열고는 시원하게 콜라 한 모금을 들이켰다.
“저는 미국에 있을 때부터 코카콜라를 참 좋아했어요. 그래서 말인데요. 코카콜라의 한국 유통권을 우리 회사에서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음료 사업까지 생각하고 계시는 줄은 몰랐습니다.”
갑자기 코카콜라 이야기를 꺼낸 이유가 있었다.
CL그룹과의 빅딜을 고민하면서 떠올린 게 코카콜라였다.
회귀 전 코카콜라의 한국 유통권을 CL그룹이 보유하고 있었고, 매년 쏠쏠한 영업 이익을 남기고 있었다.
물론 내가 건드리기엔 규모가 작은 사업이긴 했다.
단순히 코카콜라 유통권뿐만이 아니라 여러 사업을 통해 태우유통을 키울 생각이었다.
“크게 보면 음료 사업이긴 하죠. 코카콜라 유통권부터 시작해서 미국에 있는 스타벅스를 한국에 런칭 시킬 계획까지 세우고 있어요.”
“죄송하지만 스타벅스란 회사는 처음 들어 봤습니다.”
“미국에서 유명한 커피 전문점입니다.”
“태우그룹과 커피 전문점은 어울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돈이 되는 사업은 분명하니 내가 먹어야 하지 않겠나?
“어울리지 않으면 어울리도록 만들어야겠죠. 기업 이미지 상승에도 분명 도움이 될 겁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스타벅스 측과 연락을 해 보겠습니다.”
“아! 그러실 필요는 없어요. 이미 사람을 보내 뒀으니까요. 미국 기업가와 친한 지인이 벌써 스타벅스 측과 이야기를 하고 있어요.”
데이비드가 이런 일에는 전문가였다.
미국 정치인은 물론이고 셀럽, 기업가와 친분을 꾸준히 다져 놓은 데이비드를 이럴 때 써야지 언제 쓰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