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95)
독식하는 재벌 3세-95화(95/518)
95화. WIN-WIN (3)
데이비드가 한국으로 들어왔다.
그냥 온 것도 아니고, 스타벅스 임원을 데리고 같이 들어왔다.
딱히 내가 설득하고 협상할 필요도 없이 데이비드 선에서 깔끔하게 정리가 되었고.
스타벅스 한국 법인의 지분을 50%씩 나눠 가지는 것으로 한국 독점권을 따내었다.
계약이 끝나자 데이비드는 스타벅스 임원과 한국 관광을 하러 떠났고.
나는 계약서를 챙겨 기획실로 돌아와 기획실장의 보고를 받았다.
“신세계 통신의 지분 인수 작업을 시작했지만, 높은 가격을 부르고 있어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지 않습니다.”
“우리가 CL통신을 인수했다는 소식을 듣고 한몫 단단히 챙길 속셈인가 보군요.”
“정부의 도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코오론이야 사기업이지만, 포항철강의 경우엔 여전히 정부의 입김이 통하는 곳입니다.”
“회장님 지금 회사에 계시죠? 제가 지금 말씀드려 보죠.”
나는 스타벅스 계약서를 챙겨 회장실로 올라갔고.
할아버지는 어딘가에 계속 전화를 걸고 계셨다.
“바쁘십니까? 비서진들이 회장님이 몇 시간 전부터 계속 전화를 하고 있다고 하시던데요.”
“흠흠, 번호를 바꿨으니 전화를 돌려야 하지 않겠느냐. 원래 기업가는 한 번 정한 번호를 바꾸지 않는 법이지만, CL통신을 인수했으니 019로 번호를 바꾸었단다.”
“그렇게 좋으세요? 통신회사를 인수하길 정말 잘했네요.”
“흠흠, 좋으면서도 조금 갑갑하구나. 통신회사가 없을 땐 몰랐지만, 통신회사를 보유하고 나니 KS텔레콤을 따라잡을 생각에 아득하기만 하구나.”
할아버지가 알아서 서두를 열어 주셨다.
나는 할아버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신세계 통신 이야기를 꺼내 들었다.
“그래서 신세계 통신을 인수하려고 합니다. KS텔레콤을 이기려면 CL통신만으로는 시간이 너무 필요합니다. 하지만 신세계 통신까지 인수해 합병하면 시간을 극적으로 단축시킬 수 있지 않겠습니까?”
“허허, 나보고 욕심이 과하다고 하더니 이제 보니 나보다 네가 더 과하구나. CL통신을 인수한 지 며칠이나 되었다고 신세계 통신을 노리느냐.”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기 때문입니다. 만약 KS텔레콤이 신세계 통신까지 먹어 버리면 영원히 따라잡을 기회가 사라지고 맙니다.”
외환위기는 위기이자 기회였고.
이런 절호의 기회는 다시 찾아오지 않는다.
물론 경제 위기가 몇 번 오긴 하지만, 국가 부도 사태와 같은 대형 위기까지는 아니었다.
“KS텔레콤이 신세계를 다시 먹기야 하겠느냐? 먹다가 체해서 뱉어내었는데.”
“그때야 정권의 눈치를 봐야 했지만, 이젠 정권이 바뀌었으니 더는 눈치를 보지 않을 겁니다.”
“흠, KS그룹에 넘기는 것보다야 우리가 먹는 게 맞긴 하지. 그래서 내가 뭘 도와주면 되겠느냐? 네 선에서 해결할 수 있었다면 선 조치 후 보고를 했을 거 아니냐.”
역시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아는 분이셨다.
나는 기획실에서 만든 신세계 통신 지분 구조 자료를 꺼내 들었다.
“1대 주주가 코오론이고, 2대 주주가 포항철강입니다. 그런데 두 회사 모두 돈독이 올랐는지 지분 가격을 터무니없이 높은 가격에 팔려고 합니다.”
“쯧쯧, 우리를 호구로 보는구나.”
“그래서 정부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특히 포항철강의 경우엔 정부가 한마디만 하면 따를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포항철강은 국영 회사였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인해 민영 회사로 탈바꿈을 시도하는 중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정부가 가진 지분이 상당했다.
“정부의 입김이 필요하단 말이구나.”
“그리고 신세계 통신을 인수해야만 CL통신 인수 명분이 생깁니다. 정부의 방침이 업계 순위가 높은 곳이 낮은 곳을 인수하는 것이지 않습니까.”
반도체의 경우만 봐도 그러했다.
현재반도체의 순위는 3위, CL반도체의 순위는 5위였다.
그렇기에 정부는 순위를 명분 삼아 CL반도체를 반강제적으로 현재반도체에 인수 합병 시켰다.
“오랜만에 청와대에 다녀와야겠구나.”
“그런데 왼손에 들고 있는 자료는 무엇이냐? 날 보여 주려고 가지고 온 자료 같은데 뜸 들이지 말고 말해 보거라.”
“다름이 아니라 유통 사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프로젝트를 진행 중입니다. 프로젝트 하나가 성공해서 보고드리려고 합니다.”
나는 스타벅스 한국 독점권 계약서와 코카콜라 유통권 계획서를 내밀었다.
할아버지는 자료를 빠르게 살펴보고는 얼굴을 45도 각도로 비스듬히 꺾으면서 나를 바라보셨다.
“음료 사업까지 진출하려는 게냐? 정부에서는 대기업의 문어발식 확장을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하는데 넌 반대로 가는구나.”
“솔직히 돈이 될 게 분명한 사업인데 어떻게 가만히 있겠습니까?”
“그건 네 말이 맞다. 돈이 된다면 정부가 뭐라고 하든 진행해야지. 그런데 커피와 콜라가 돈이 되는 건 맞느냐?”
사실 지금 당장은 돈이 되지 않는 사업이긴 했다.
하지만 미래를 위해서라도 어떻게든 예쁘게 포장해 할아버지를 설득시켜야 했다.
“대한민국 성인 1명이 1년에 마시는 커피가 350잔이 넘습니다. 하루에 커피 한 잔은 무조건 마신다는 거죠. 그런데 외환위기로 비서의 숫자가 줄어드니 결국 커피를 직접 타 마시거나 사 먹어야 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래서 커피 전문점이 유행할 거라는 게냐?”
“무조건 먹히는 사업입니다. 1년에 최소 수천억 원에서 많게는 조 단위의 매출을 올릴 수 있습니다.”
할아버지는 의심의 눈초리를 풀지 않으셨다.
하지만 이미 계약서에 도장까지 찍은 상황이니 더는 꼬투리를 잡지 않았다.
“커피는 그렇다고 치자. 그런데 콜라 유통권은 왜 확보하려는 게냐?”
“워렌 버핏을 아십니까?”
“월가에서 제일 유명한 투자쟁이 아니더냐.”
“그 사람이 가장 좋아하는 종목이 코카콜라입니다.”
“그래서 코카콜라가 한국에서도 잘 팔릴 거라는 게냐?”
사실 지금 코카콜라는 한국에서 그리 인기를 끌지 못하고 있었다.
코카콜라 유통권을 보유한 기업들은 매년 억 소리 나는 적자를 보고 있기도 했다.
“태우그룹의 유통 시장 확대를 위해선 꼭 필요한 키가 코카콜라입니다. 그리고 유통권을 가장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는 시기가 지금이기도 합니다.”
“유통권을 가진 회사가 흔들리기라도 하느냐?”
“그렇습니다. 3개의 회사가 지분을 나눠 가지고 있는데, 한곳으로 모아 인수하면 큰 이득을 볼 수 있습니다.”
“흠, 그래 돈이 많이 드는 일도 아닌 것 같으니 네가 알아서 하거라.”
역시나 기업 인수에는 한없이 관대하신 할아버지셨다.
스타벅스에 코카콜라까지.
이 정도면 태우유통을 가만히 유지하기만 해도 매출이 나날이 늘어나겠군.
* * *
기업 인수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오늘도 그런 날 중 하나였지만, 기획실장의 가지고 온 보고서를 본 순간 기업 인수는 잠시 뒤로 미루어 두었다.
“카를로스 카이자동차 대표가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습니다. 카이자동차 직원 8천 명을 구조조정하였고, 절반이 넘는 하청업체와 계약을 파기했습니다. 그리고 임원급 절반을 회사에서 내쫓았습니다.”
“확실히 광폭 행보긴 하네요.”
괜히 프랑스에서 온 악마라고 불린 게 아니었다.
그는 카이자동차 사장으로 취임하는 즉시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했다.
IMF의 요구에 따라 정부는 대기업의 구조조정을 부추기고 있는 상황이었으니 카를로스가 광폭 행보를 선보일 수 있는 것이기도 했다.
“하청업체와 그냥 계약을 파기했을 리는 없고, 설마 임원과 하청업체 사이에 리베이트가 있었나요?”
“관례적으로 주고받는 정도였다고 합니다. 쫓겨난 임원 대부분이 하청업체와 관련된 사람들입니다.”
“프랑스에서 왔으니 한국의 관례를 이해하지 못했겠네요.”
“카이자동차 직원들의 불만이 상당합니다.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입니다.”
파업을 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긴 했다.
구조조정으로 8천 명이 직장을 잃었고, 수십 년 동안 회사를 지켜 왔던 임원까지 쫓겨났으니까.
“파업은 없을 겁니다. 지금은 회사에서 잘리지 않은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세상이니까요. 오히려 파업을 한다고 하면 반대하는 직원이 압도적으로 많을 겁니다.”
“그래서인지 카이자동차 노조에서 활발히 움직이고 있긴 하지만, 별다른 일이 생기지 않고 있습니다.”
“이번 기회에 카이자동차의 노조를 확 바꿔 버려야겠어요.”
“노조를 없앨 수는 없습니다.”
노조는 법적으로 보장받는 노동자의 권리였다.
당연히 법적 권리는 지켜 주어야 하고, 노조를 없앨 생각은 없었다.
단지 노조의 힘이 한 곳으로 쏠리는 것만은 막고 싶었다.
“노조의 숫자를 더 늘리죠. 카이자동차 안에 10개가 넘는 노조가 생기면 목소리가 분산되지 않겠습니까?”
“오히려 노조를 늘리자는 말씀이십니까?”
“지금 노조야 노조 간부의 입맛에 맞는 목소리만 내지 않습니까. 10년 이하 직원들만 가입할 수 있는 신입 사원 노조도 만들고, 지금 노조에게 반대하는 노동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노조도 만들어 보세요.”
힘이 하나로 모이면 밖으로 분산되기 마련이다.
역사적으로 보아도 춘추전국시대가 끝나면 외부의 적을 찾아 싸움을 걸었다.
카이자동차에서 외부의 적이라고 하면 태우그룹일 가능성이 높으니, 오히려 노조 춘추전국 시대를 만들어 힘을 분산시켜야 했다.
“노조 활성화 계획을 만들어 보겠습니다.”
“동아리처럼 쉽게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그룹 차원에서 지원금도 주는 방향으로 기획해 보세요.”
카를로스 곤의 행보가 아주 마음에 들었다.
카이자동차를 상대로 자신만만한 태우자동차였지만.
구조조정과 경영 혁신을 마친 카이자동차는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닐 터.
태우자동차와 카이자동차를 내부에서 경쟁시킬수록 그룹 입장에서는 이득이었다.
“아! 그리고 태우자동차와 카이자동차의 생산성을 정확히 파악해서 공지하세요. 그래야 서로 자극받지 않겠습니까?”
“좋은 생각이십니다. 무슨 일이든 경쟁 상대가 있어야 더 열심히 하는 법이지요.”
괜히 마라톤 선수들이 러닝메이트와 함께 뛰는 것이 아니었다.
옆에서 열심히 달려 주는 사람이 있어야지만 실력이 늘기 마련이었고, 이는 회사도 마찬가지였다.
* * *
어느새 1998년도 절반이 지나갔다.
할아버지는 상반기 결산을 위해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셨다.
회의실에는 각 계열사 사장들이 앉아 있었고, 태우전자 사장부터 상반기 결산 보고를 시작하였다.
“태우전자의 매출은 전년 대비 20% 이상 상승하였습니다. 휴대폰 사업부가 빠져나갔지만 오히려 매출은 상승하였습니다.”
“매출 상승 요인은 어떻게 되는가?”
“애플이 만든 MP3인 아이팟을 태우전자 매장에서만 구입할 수 있는 덕분이기도 합니다. 아이팟을 찾는 고객이 태우전자 매장을 방문해 다른 가전제품까지 구입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로지 애플 때문에 매출이 상승했다는 것인가?”
“그렇지 않습니다. 태우전자의 모든 가전제품이 디자인에 변화를 주었고, 다른 회사에 비해 기능도 절대 떨어지지 않기에 고객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우성일 사장은 우렁찬 목소리로 보고를 하였다.
할아버지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매출과 영업 이익이 크게 상승했기에 자신감이 넘치는 우성일 사장이었다.
특히나 국내 점유율은 물론이고.
해외 점유율까지 덩달아 상승하고 있으니 목소리에 힘이 넘쳐났다.
“다음은 태우건설 보고를 듣지.”
문제는 태우건설이었다.
태우전자, 태우자동차 등 다양한 계열사의 매출은 크게 상승했지만.
외환위기의 여파로 건설 경기가 쪼그라들었기에 태우건설의 상황은 매우 좋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