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96)
독식하는 재벌 3세-96화(96/518)
96화. WIN-WIN (4)
할아버지의 오른팔인 태우건설 장수영 사장.
그는 태우그룹의 창립 멤버 중 한 명이었기에 그룹 내에서 압도적인 권력을 지니고 있었던 사람이었다.
하지만 권력 구도가 깨져 버렸다.
후계자인 내가 그룹으로 들어와서가 아니라 다른 계열사가 태우건설의 매출을 따라잡거나 넘어섰기 때문이었다.
태우전자, 자동차 그리고 아람코와 만든 정유회사까지.
점점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는 태우건설의 입지였고, 거기다 외환위기까지 겹치고 말았다.
그렇기에 상반기 결산 보고를 하는 장수영 사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전혀 들어가 있지 않았다.
“부동산 경기가 매우 나쁩니다. 전년 대비 38%가량 감소하였고, 그 여파로 태우건설의 매출도 30% 감소하였습니다. 하지만 다른 건설사에 비해 꾸준히 수주 계약을 따내고 있습니다.”
“흠, 건설 경기가 나쁘다곤 하지만, 그래도 실적이 너무 떨어지는군. 다른 건설 회사야 모기업이 흔들리니 그렇다 쳐도, 태우건설은 태우그룹이 든든히 받쳐 주고 있는데도 흔들리면 어떻게 하나!”
“환율이 워낙 상승해 원자재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그로 인한 매출 감소를 감안해 주시기 바랍니다.”
솔직히 장수영 사장의 책임은 아니었다.
나라 사정이 이런데 어떻게 건설 경기가 좋겠는가?
하지만 나는 그를 변호하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오른팔이지만, 내 오른팔은 아니니까.
게다가 회귀 전에는 태우그룹을 배신하고 제 살길을 간 사람이기도 했다.
“흠, 계열사 중에서 태우건설만큼 적자를 낸 계열사는 없네. 이대로 다른 계열사가 벌어온 돈을 까먹기만 할 텐가?”
“경기가 좋아지기만 하면 언제든지 살아날 수 있습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십시오.”
장수영 사장이 고개를 푹 숙이며 말했다.
예전이었다면 그를 변호하기 위해 다른 계열사 사장이 나섰겠지만.
권력의 추에서 멀어진 그를 위해 나서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 모습이 답답했는지 할아버지는 나에게 질문을 던지셨다.
“기획 본부장이 보기엔 어떤가? 태우건설을 이대로 지켜만 봐야 되겠나?”
“태우건설의 매출을 증가시킬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단번에 도급 순위 1위를 차지할 방법이 있긴 합니다.”
건설 회사의 순위는 도급 순위에 따라 결정된다.
태우건설은 재작년에는 3위였고, 작년에는 2위까지 도급 순위를 올렸다.
하지만 부동의 1위인 현재건설의 거대한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재건설을 제치고 도급 순위 1위를 차지할 방법이 있다고 하니 할아버지는 물론이고 모든 계열사 사장이 나에게 집중을 했다.
“방법이 무엇이냐?”
“정부 사업에 참여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고속도로나 다리 건설 같은 사업 말이더냐?”
“정부 사업도 중단된 상황입니다. 국가가 부도가 난 상황에서 어떻게 정부 주도로 건설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겠습니까! 본부장님이 아직 건설 업계 상황을 잘 몰라 하는 말입니다.”
장수영 사장이 목소리를 높였다.
지금까지 죄인처럼 있었으면서 내가 실수를 한 것 같자 돌변하며 달려들다니.
역시 하루빨리 그를 잘라 내야겠어.
“정부에서 돈이 없다고 인프라 사업을 안 하겠습니까? 정부에서는 민간투자를 이용해 인프라 공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안 그래도 청와대에서 MRG 방식을 도입해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말이 있더구나.”
최소 운영 수입 보장이 바로 MRG였다.
쉽게 말하면 정부는 지금 돈이 없으니 공사비는 못 주겠으니.
통행료 혹은 매년 일정 수준의 수입을 보장해 줄 테니 너희가 공사비를 담당하라는 뜻이었다.
장수영 사장 또한 MRG 방식을 잘 알고 있었고.
그는 반박하기 위해 또다시 높였다.
“MRG 방식은 단점이 명확합니다. 초기 투자 자금을 우리가 지불해야 하기에 막대한 자금이 소요됩니다. 자금 유통이 생명인 건설사에는 치명적인 방식입니다. 자금을 전부 회수하기 위해선 30년 이상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장수영 사장님의 말에 저도 동의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자금을 지불하지 않고서도 가능합니다.”
“쩐주를 구하자는 말이구나.”
쩐주가 돈을 투자하고 태우건설은 건설만 맡는다.
수주 계약을 따낼 수 있으니 당연히 도급 순위는 올라갈 테니 무조건 이득이었다.
“어느 은행에서 막대한 초기 자본을 대겠습니까? 절대 불가능한 일입니다. 은행권도 자금 압박에 시달리고 있는 건 매한가지입니다.”
“한국 은행이야 돈이 말랐다곤 하지만, 외국 은행은 아니지 않습니까? 특히나 월가는 돈이 넘쳐나고 있는 상황이죠.”
나는 장수영 사장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너는 할 수 없는 일을 나는 쉽게 할 수 있다는 눈빛을 하고선.
“흠, 본부장의 말대로만 된다면 아주 좋겠지만, 쉽지 않을 것 같구나. 월가에서 민간투자사업에 뛰어든다고 해서 태우건설이 수주를 따낸다는 보장이 없지 않느냐.”
“제가 가능하게 만들어 보이겠습니다. 월가의 투자회사를 민간투자사업에 뛰어들게 만들고, 모든 수주를 태우건설이 따낼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허허, 자신감이 아주 대단하구나. 그래 어디 한번 해 보거라.”
할아버지의 허락이 떨어졌다.
그 순간 장수영 사장은 나를 바라보며 비웃음을 날렸다.
쩐주를 구하는 것도, 수주를 따내는 것도 힘들 거라고 확신하기에 나온 비웃음이었다.
당신이야 힘들겠지.
나에게는 SAVE 투자회사가 있다고.
쩐주를 구하긴 왜 구하겠나? 내가 쩐주가 되면 그만인데.
그리고 수주도 마찬가지였다. 쩐주가 난데 업체를 정하는 것도 내 마음 아니겠는가?
* * *
강 대위의 사무실을 찾아갔다.
여전히 다이먼이 이곳을 임시 사무실로 사용하고 있었고, 신규 회사 인수 합병의 대한 계획 수립과 작전을 수행하고 있었다.
“좁은 곳에서 고생이 많네요. 조금만 참으세요.”
“나름 이런 생활도 재미는 있습니다.”
“그래도 미국에서 어렵게 모셔 왔는데 후방 공작 같은 일만 시킬 수는 없죠. 조만간 태우그룹은 신규 인수한 기업 모두를 외부 컨설팅 업체에 먼저 맡길 겁니다.”
“제가 컨설팅 업체의 대표로 가겠군요. 그리고 욕을 대신 받아 주는 역할을 하겠고요.”
다이먼은 내 의도를 정확히 캐치했다.
외부 컨설팅 업체. 말이야 좋은 말이지.
쉽게 말하면 그룹을 대신해 구조조정 등 욕먹을 만한 일을 대신 해 달라는 뜻이었다.
다이먼이 가장 잘하는 일임은 분명했고.
언론상에 태우그룹의 이름이 오르내릴 일도 없는 최고의 방법이기도 했다.
“어려운 일을 맡기게 되어 죄송하네요.”
“죄송하실 필요 없습니다. 저와 했던 약속만 지켜 주신다면 더 어려운 일을 맡기셔도 괜찮습니다.”
다이먼과의 약속을 당시 상기했다.
미국 최고의 은행 대표로 만들어 주겠다는 약속.
난 한 번도 그 약속을 잊은 적이 없었고, 다이먼이 싫다고 해도 그 자리에 다이먼을 앉힐 생각이었다.
“그건 걱정 마세요. 10년 안에 그 자리에 오르게 해 드리겠습니다.”
“샌디 웨일이 트래블러스와 시티그룹의 합병을 진행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올해 안에 합병에 성공할 테고, 샌디 웨일이 대표 자리에 앉을 겁니다. 저와의 약속을 지키는 것이 점점 어려워진다는 뜻이죠.”
“하늘 높이 날아야 추락할 때 더 아픈 법입니다. 그가 나락으로 갈 때 다이먼은 날아오르게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다이먼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내가 허튼 말은 하지 않는다는 걸 그는 잘 알고 있었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이번엔 무슨 일부터 하면 됩니까? 외부 컨설팅 대표 업무를 지금 당장 할 것 같지는 않으니 다른 일거리를 들고 오신 것 아닙니까?”
“킬링타임용 일거리 하나를 들고 왔죠. 정부에서는 민간투자사업으로 인프라 구축에 들어가려고 합니다. 그걸 SAVE 투자회사를 통해 전부 따낼 생각입니다. 그리고 공사 수주 업체로 태우건설을 밀어주려고 하고요.”
다이먼은 고개를 끄덕이며 내 얘기를 들었다.
미국에서는 민간투자사업을 진작 시작했기에 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다이먼이었다.
“한국 정부에 돈이 없으니 민간투자사업을 할 수밖에 없겠군요. 그런데 솔직히 손해 보는 장사가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한국의 인프라를 구축해서 돈이 될까요?”
“정부가 MRG까지 사용해 민간투자사업을 유치할 계획이죠.”
“수입을 보장해 준다는 거군요. 그러면 장기적으로 보면 이득이 되겠군요.”
MRG는 정부에서 수입을 보장해 주는 제도였고.
그 방식이라면 결코 손해를 보지 않는다는 계산이 선 다이먼이었다.
“다이먼이 할 일은 정부와의 협상입니다. 아마 30년 수입 보장을 약속으로 걸 텐데 40년은 되어야 수익이 좀 남지 않겠어요?”
“그 정도야 어렵지 않습니다.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셈이니 우리가 원하는 조건을 들어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그래서 쉬운 일거리라고 한 거죠.”
외환위기로 최악의 경제 상황에 빠진 대한민국이었다.
그러니 사업성 검토 또한 부정적인 방향으로 흐를 수밖에 없었다.
한국이 경제 위기를 빠르게 극복하고 엄청난 속도로 발전을 할 거라고 누가 예상이나 하겠나?
정부에서도 당연히 예상이 불가능했고.
그러니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협상이 가능했다.
“협상 자체야 쉽지만, 태우건설에 수주를 밀어주면 문제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 부분이 저도 조금 고민이긴 합니다.”
“건설 수주 입찰자 조건에 회사의 부채율을 50% 이하로 설정하면, 태우건설을 제외한 건설 업체는 입찰조차 하지 못하긴 합니다.”
“건설 업계가 불황이니 부채율이 다들 높겠군요.”
“문제는 SAVE 투자회사가 대표님의 소유란 게 알려지게 되면 문제가 생깁니다. 그러니 컨소시엄을 만들어 이번 일을 진행해야겠습니다.”
컨소시엄은 연합체라는 뜻이었고.
건설 공사 수주에서 여러 기업체가 공동으로 참여하는 방식을 뜻하기도 했다.
대형 건설 수주에 컨소시엄이 자주 사용되었고.
컨소시엄에 참여하는 기업체 대부분은 투자회사였으니, SAVE 투자회사를 그 속에 숨길 수가 있게 된다.
“어떤 방식으로 컨소시엄을 만들 계획이죠? 설마 월가의 회사들을 참여시킬 건 아니죠?”
“SAVE 투자회사가 만든 여러 페이퍼 컴퍼니와 계열사를 주로 참여시킬 겁니다. 하지만 우리 대신 총알받이 해 줄 회사 한 곳을 넣긴 해야 합니다.”
“우리가 보유한 페이퍼 컴퍼니가 전부 참여하면, 지분을 몇 %씩 나눌 수 있죠?”
“대략 7% 이하로 나눌 수 있습니다.”
“그럼 총알받이 하나를 구하는 대가로 7%의 지분을 나눠 줘야겠군요.”
7%면 나쁘지 않았다.
총알받이는 물론이고 SAVE 투자회사를 숨기는 용도로 사용하는 대가라면 7% 정도의 수익을 떼어 줄 수는 있었다.
“대표님과 친한 퀸텀펀드라면 딱 좋은 총알받이가 될 듯싶습니다.”
“오랜만에 조지와 통화를 해 봐야겠네요. 공사비의 7%만 투자하면 된다고 하면 거절하지 않을 겁니다.”
“대표님이 함께 하자고 하면, 조지는 무조건 같이할 겁니다.”
“컨소시엄 이름을 퀸텀 컨소시엄으로 짓는다고 하면 더 좋아하겠죠.”
월가에서 가장 유명한 사람이 조지였고, 가장 유명한 펀드가 퀸텀 펀드였다.
영국과의 파운드화 전쟁부터 독일, 프랑스, 일본 그리고 한국까지.
그는 월가를 이끌고 있는 존재였으니 정부와 협상을 할 때도 퀸텀펀드의 이름을 빌리면 더욱 수월하게 진행할 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