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97)
독식하는 재벌 3세-97화(97/518)
97화. WIN-WIN (5)
퀸텀펀드의 이름을 빌려 컨소시엄을 만든다.
지금으로서는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었기에 나는 다이먼을 옆에 둔 채로 조지에게 연락을 하기 위해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지금 바로 조지에게 전화를 거시려는 겁니까?”
“시간 끌 것 있나요? 5분이면 충분한 내용인데.”
“와우, 월가에서도 조지에게 다이렉트로 전화를 걸 수 있는 사람은 몇 명 되지 않을 겁니다. 한국 안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요.”
“같이 손잡고 일한 지가 몇 년인데 이 정도는 당연하죠.”
퀸텀펀드와 조지의 위상은 나날이 높아만 갔다.
그의 말 한마디에 주가와 환율이 움직이니 그의 목소리를 듣는 건 쉬운 일이 아니긴 했다.
하지만 나는 퀸텀펀드가 지금의 위상을 떨치기 전부터 비즈니스를 해 온 사이니 언제든지 연락이 가능한 사이였다.
“조지! 이른 시간에 전화드려 죄송합니다. 통화 가능할까요?”
[당연히 가능하지. 킴의 전화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받아야지. 내게 돈을 벌어다 주는 몇 안 되는 사람이 자네니까.]“이번에는 그렇게 돈 되는 일은 아닙니다. 퀸텀펀드의 이름과 투자금을 조금 받고 싶어서 연락 드렸습니다.”
[퀸텀펀드의 이름이야 그렇다 쳐도 자네가 투자금이 필요한 일이 있나? SAVE 투자회사에 쌓여 있는 게 현금 아닌가.]월가에서 나름 이름을 알리고 있는 SAVE 투자회사였지만.
보유한 자금의 규모가 얼만지 대충이라도 가늠이 가능한 사람은 몇 되지 않았고, 그중 한 명이 조지였다.
“한국을 돕기 위해 컨소시엄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런데 제가 직접 나설 수 없는 상황이라 퀸텀펀드의 도움을 받으려고 합니다.”
[컨소시엄에 이름을 올릴 정도의 투자금만 있으면 된다는 말이군.]“지분 7%에 해당하는 공사비를 투자해 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원하신다면, SAVE 투자회사에서 페이백을 해 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럴 순 없지. 자네가 하는 사업이면 무조건 대박이라는 건데. 당연히 투자를 해야지. 그런데 고작 지분 7%인가. 더는 안 되겠나?]한국 인프라에 투자한다는 걸 나는 분명 설명했다.
국가 부도 상태의 대한민국 인프라 투자. 말만 들어도 얼마나 위험한가?
그런데도 조지는 더 많은 투자를 하려고 들었다.
“솔직히 어렵습니다. 제 사정을 이해해 주십시오.”
[그래도 한국인이라 이건가? 다른 국가를 상대로는 수십 배의 장사를 하지만, 한국을 상대로는 그렇게 하지 못하겠단 말이군. 자네를 곤란하게 할 수는 없지. 알겠네. 자네가 말한 조건으로 컨소시엄에 참여하겠네.]“컨소시엄 이름을 퀸텀 컨소시엄으로 만들어도 되겠습니까?”
[하하하하!]조지가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한참이나 웃음을 터트리고 나서야 말을 이었다.
[퀸텀펀드가 욕받이가 되어 달라는 요구였군.]“아마 한국 정부와 국민들에게 욕을 참 많이 듣게 되실 겁니다.”
[상관없네. 이미 욕이라면 전 세계인을 상대로 듣고 있으니까. 한국인을 상대로 욕을 더 먹는다고 해서 티라도 나겠나?]역시 이렇게 나올 줄 알았다.
그는 적을 만드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인물이었고.
오히려 적이 늘어나는 걸 즐기기까지 하는 월가의 투자자였다.
“그럼 이번 달 내로 컨소시엄을 공식 발표하겠습니다.”
[자네가 알아서 하게나. 불법적인 일을 해도 상관없으니 마음대로 컨소시엄을 운영하게나. 그나저나 외환위기로 볼 수 있는 재미는 다 보았으니 다음 타켓을 어디로 삼을지 고민 중일세.]조지가 만든 외환위기의 파장은 여기까지였다.
영국부터 시작해서 멕시코, 동남아 그리고 한국까지.
그 이후의 플랜은 아직 세우지 못한 조지였고, 나는 이번 일의 대가로 작은 조언을 해 줄 생각이었다.
“조만간 아주 재미난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제가 직접 방문을 하겠습니다. 조지가 흥미를 가질 만한 사업일 겁니다.”
[자네가 그렇게까지 말하니 아주 기대가 되는군. 미국에서 자네가 오기만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겠네.]뚝!
조지와의 통화를 끝마쳤다.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다이먼이 양손의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퀸텀펀드를 전화 한 통으로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정말 처음 봅니다.”
“큰일이 아니니까요. 한국 인프라 사업이라고 해 봐야 규모가 10억 달러에 불과하지 않겠어요? 지금까지 퀸텀펀드가 뛰어든 사업에 비하면 매우 작은 규모죠.”
10억 달러면 지금 환율로 1조 7천억 원에 달하는 돈이었다.
당연히 절대 적지 않은 금액이었지만, 월가의 투자회사의 입장에서 놓고 본다면 그렇게 큰 규모는 또 아니었다.
“하긴 SAVE 투자회사의 자본력만 놓고 봐도 10억 달러는 큰 금액이 아니긴 하죠. 그럼 오늘부터 바로 퀸텀 컨소시엄을 만들어 정부와 협상을 해 보겠습니다.”
“필요하면 데이비드를 한국으로 불러도 됩니다. 관계자를 회유하는 데 도움이 될 거예요.”
“데이비드와 함께할 수 있다면 일이 더 편해지긴 하죠. 컨소시엄을 만들면 술 마실 일이 많은데 그 부분만이라도 데이비드가 맡아 주면 한결 편해집니다.”
다이먼은 데이비드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데이비드를 한국으로 불러올 수 있다고 하니 표정이 한결 밝아졌다.
“데이비드가 정부부처 관계자들에게 바람을 넣어 주면, 청와대에서 민간투자사업을 더 빨리 발표하게 될 겁니다.”
“그럼 저는 적당히 밀당을 하며 민간투자사업을 전부 받아 내겠습니다.”
하루만에 계획의 절반 이상이 달성되었다.
이제 내 역할은 끝났고, 퀸텀 컨소시엄이 인프라 공사 건설사로 태우건설을 발표하는 순간을 기다리기만 하면 되었다.
***
데이비드는 이틀 후 한국으로 들어왔고.
곧장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IMF 위원들은 물론이고 경제 부처 직원들과 술잔을 기울였다.
그리고 불과 며칠 뒤.
건설교통부에서 공식적으로 민간투자사업을 발표하였다.
당연히 국내 대기업은 아무도 나서는 곳이 없었고, 유일한 입찰 대상자로 퀸텀 컨소시엄이 나서게 되었다.
다이먼과 데이비는 며칠 동안 정부와 협상에 나섰고.
드디어 오늘 계약서에 사인을 하고 사무실로 돌아올 수 있었다.
“고생했어요. 국가를 상대로 협상하는 건 힘든 일이죠.”
“그렇게 힘들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갑의 입장에서 협상을 주도할 수 있어 편하기까지 했습니다.”
결과가 좋은지 표정이 매우 밝은 다이먼이었다.
그런데 같이 있어야 할 데이비드가 보이지 않았다.
“데이비드는 다른 업무를 보고 있나요?”
“계약 성사 기념으로 국토교통부 공무원들과 회식을 갔습니다. 뒷마무리까지 확실히 책임을 지는 거죠.”
“뭐 그게 데이비드의 일이긴 하죠. 그럼 결과를 한번 볼까요.”
데이비드는 여러 장의 계약서를 꺼내 들었고.
그중 가장 건설비가 많이 책정된 사업부터 보고하기 시작했다.
“지하철 9호선 사업을 우리가 투자하기로 했습니다. 총 건설비는 3조 5천억 원이며, 그중 9천억 원을 우리가 맡고, 나머지는 정부와 서울시가 분담하기로 했습니다.”
“생각보다 정부에서 많이 지원을 하네요. 3조 5천억 원 전액을 우리가 투자할 생각도 있었는데 돈을 아꼈네요.”
“돈은 아꼈지만, 실속은 그대로 챙겼습니다. 30년 동안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은 물론이고, 요금 결정권을 비롯한 운영을 우리가 맡기로 하였습니다.”
“수주 업체 선정도 당연히 우리가 맡겠죠?”
“이 부분이 조금 까다롭긴 하지만, 태우건설이 주 건설사로 선정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건설 규모가 크다 보니 다른 건설사에도 일정 부분 수주를 줘야 합니다.”
태우건설이 모든 공사를 담당할 수는 없었다.
가장 크고 핵심적인 부분만 따내면 도급 순위가 올라가니 자잘한 부분은 다른 건설사에 넘겨도 충분했다.
“그거야 상관없죠. 그런데 조금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긴 하네요.”
“협상은 완벽합니다. 우리에게 철저히 유리한 계약인데 어느 부분이 마음에 걸리십니까?”
“지하철 9호선의 설계 자체에 문제가 있어요. 수요 예측이 제대로 되지 않아 그런지 2량으로 운행되는 구간이 꽤 되는군요.”
회귀 전 나는 지하철을 자주 이용했다.
자차를 살 돈은 물론이고, 택시를 이용할 돈까지 없으니 어쩔 수 없이 지하철을 타야만 했다.
그렇기에 지하철 9호선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었다.
지옥철이라 불리며, 서울에서 가장 혼잡한 구간이 9호선이었다.
SAVE 투자회사와 태우건설을 위해 시작한 사업이긴 하지만, 이왕이면 지옥철이 아닌 정상적인 지하철을 만들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컨소시엄에서 더 투자를 할 테니 지하철을 좀 더 확장해서 짓도록 계약을 변경하세요.”
“그 조건이면 건설비를 제대로 회수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30년이면 충분히 뽑고도 남아요. 정부에서 예상한 수요 예측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이용할 테니까요.”
“대표님이 원하신다면 그렇게 해야죠. 한국 정부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없을 겁니다. 컨소시엄에서 돈을 더 주겠다고 하는데 싫어할 리는 없죠.”
더 큰 이익을 얻기 위함이기도 했다.
이용객이 늘어나야 우리에게 들어오는 수익이 늘어나니까.
만약 수익이 증가하지 않았다면, 나는 지하철 9호선을 지옥철으로 그냥 내버려 뒀을 것이다.
“그럼 다음 계약을 볼까요?”
“아직 확정된 계약은 아니지만, 90% 이상 우리에게 수주가 올 계약입니다. 거가대교 사업으로 거제도와 부산 가덕도를 연결하는 초대형 해저터널과 대교 공사입니다.”
“해저터널까지 뚫는 공사면 건설비가 적지 않게 들겠군요.”
“1조 9천억 원 규모의 사업이며, 공사 기간은 3년입니다.”
거가대교를 한 번 이용해 본 적이 있었다.
부산에서 거제도로 가기 위해선 필수적으로 이용해야 하는 대교였고.
다리 위에서 보는 아름다운 거제 바다가 아직도 기억에 남아있었다.
그리고 아름다운 바다만큼이나 비싼 통행료로 기억에 남아 있었다.
“확실히 공사 규모가 크긴 하군요.”
“그래서 아직 정부의 확답을 못 듣고 있습니다. 정부에서는 거가대교의 필요성을 의심하고 있어 건설비를 분담하기 싫어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럼 SAVE 투자회사에서 모든 건설비를 전담하겠다고 하세요. 그 대신 운영 기간을 40년으로 늘리세요.”
“상당히 좋은 조건이긴 하지만,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을 해 주려고 할지 모르겠습니다.”
“MRG를 못 받아도 상관없으니 40년 운영권만 확답을 받으세요. 통행료로 2만 원씩 받으면, 10년 안에 본전을 뽑고도 남아요. 그럼 30년 동안 들어오는 통행료는 전부 우리 수익이 되는 거죠.”
다이먼의 내 말을 믿지 못하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10년 안에 2조 원에 달하는 건설비를 뽑아낼 수 있다고 보십니까?”
“당연하죠. 40년을 운영하면 10조 원도 뽑아낼 수 있는 곳이 거가대교입니다.”
“통행료를 2만 원이나 내야 하는 데 이용할까요?”
“2만 원이면 오히려 저렴한 금액이죠. 거가대교를 이용하지 않고 돌아가면 시간도 2배로 소모되고, 기름값만으로도 2만 원이 더 나올 겁니다. 그러니 무조건 거가대교를 이용할 수밖에 없죠.”
수요와 공급은 어느 곳에든 적용이 된다.
거가대교의 통행료가 비싸다고 한들 다른 교통망을 이용하는 것보다 저렴하다면 무조건 이용하게 되어 있었다.
“그럼 내일부터 바로 협상에 들어가겠습니다. 아니지. 지금 바로 데이비드가 있는 술자리로 가서 이야기를 꺼내 봐야겠어요.”
“그래 주면 저야 고맙죠. 우선은 지하철 9호선과 거가대교가 전부인가요?”
“아직 이야기 중인 사업이 5개 정도 더 있지만, 시간이 더 걸립니다.”
“천천히 하세요, 지하철 9호선과 거가대교만으로도 당분간은 충분하니까요.”
사장단 회의에서 내가 뱉은 말을 지키기엔 충분한 건설 사업들이었다.
태우건설이 현재건설을 제치고 도급 1위를 차지할 계기로도 충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