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the Third-Generation Heir of a Conglomerate RAW novel - Chapter (98)
독식하는 재벌 3세-98화(98/518)
98화. 잠룡 (1)
보름 후.
할아버지는 내 요청에 의해 사장단 회의를 소집하셨다.
“김민재 본부장이 할 말이 있다고 해서 사장단 회의를 소집했네.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다들 들어보자고.”
“지난 사장단 회의에서 말씀드렸던 태우건설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계획의 진척도를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나는 약간의 뜸을 들이고는 말을 이어갔다.
“저는 월가의 유명 투자회사와 접촉해 퀸텀 컨소시엄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퀸텀 컨소시엄을 지하철 9호선 사업과 거가대교 사업 수주 계약을 정부와 체결하였고, 주 건설사로 태우건설을 지명하기로 약속받았습니다.”
“퀸텀 컨소시엄이 대형 계약을 따냈다는 소식은 들었지만, 주 건설사는 입찰을 통해서만 정해집니다.”
장수영 사장이 다급히 꼬투리를 잡고 나섰다.
자신이 하지 못한 일을 내가 해 버리는 순간, 그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니 어떻게든 날 깎아내리고자 했다.
“퀸텀 컨소시엄은 안정적인 공사를 위해 부채율 50% 이하의 건설사만이 입찰을 넣을 수 있는 조건을 설정하였습니다. 그 조건에 부합하는 건설사는 우리 태우건설이 유일합니다.”
“그럼 지하철 9호선과 거가대교 공사를 우리가 전담하게 되는 건가?”
“그뿐만 아니라 아직 정부와 상의가 끝나지 않은 사업도 있습니다. 조만간 협상이 끝나면 그 공사 또한 태우건설이 맡게 됩니다.”
표정이 썩어 가는 장수영 사장.
반면 할아버지의 표정은 매우 밝아지셨다.
“허허, 지하철 9호선에 거가대교면 공사비만 해도 4~5조 원이 되겠구나.”
“그렇습니다. 공사 기간 또한 3년 이상이라 당분간은 수주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경기가 회복되면 다시 아파트를 비롯한 부동산 시장이 살아날 터이니 그때까지 버틸 시간을 벌게 되었습니다.”
일거리가 없어 중소 건설사들이 속절없이 무너지고 있었다.
대형 건설사들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모두가 뒷걸음질 치고 있을 때 우리만 앞으로 나아갈 수 있었다.
“태우건설이 현재건설을 앞지르는 날이 머지않았구나. 김 본부장이 고생이 아주 많았네. 월가의 회사들을 움직이다니 정말 용해.”
“이득이 되는 사업이기에 월가를 움직일 수 있었습니다. 정부에서 최소수입보장을 약속했으니 월가에서도 손해를 볼 일은 없습니다.”
“허허, 사업이 잘못된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욕을 먹을 일은 없겠구나. 월가라는 든든한 방패막이가 있으니 우린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면 되겠어.”
할아버지도 건설밥을 수십 년을 드신 분이셨다.
당연히 최소수입보장이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잘 알고 계셨고.
욕먹을 상황이 오면 태우건설이 아닌 퀸텀 컨소시엄이 다 막아 줄 거라는 것까지 생각하고 계셨다.
“태우그룹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월가의 컨소시엄이 꼭 필요했습니다.”
“그렇지. 우린 퀸텀 컨소시엄의 하청을 받아 건설을 하는 것일 뿐이지.”
“그래서 드리고 싶은 말씀이 하나 더 있습니다.”
오늘의 목적은 자랑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퀸던 컨소시엄을 통한 수주는 정부 발표와 언론을 통해서도 알릴 수 있었다.
그럼에도 사장단 회의를 소집한 건 이번 성과를 통해 다른 계획을 실현시키기 위함이었다.
“말해 보거라.”
“퀸텀 컨소시엄이 이번 사업에서 욕받이를 했듯이 새롭게 인수한 회사에도 욕받이를 세웠으면 합니다.”
“욕받이가 왜 필요한 것이냐?”
“새롭게 인수한 회사에도 구조조정과 경영 혁신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태우그룹 차원에서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면, 모든 욕이 그룹으로 향하게 됩니다.”
“그래서 우리 대신 욕을 먹을 사람을 세우자는 게냐?”
“외부 컨설팅 업체를 통해 구조조정과 감사를 진행한 뒤 태우그룹으로 인수하게 된다면 비난을 나눠서 받을 수 있게 되지 않겠습니까?”
다이먼을 앞으로 내세울 때가 되었다.
욕받이 역할도 중요했지만, 구조조정을 통한 회사의 경쟁력 상승을 위해서라도 다이먼에게 이번 일을 맡겨야 했다.
“흠, 나쁘지 않은 생각 같긴 하지만. 감사팀의 입장에서는 일거리를 빼앗기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구나.”
“감사팀은 외부 컨설팅 업체에 긴밀히 협력해 감사 업무를 진행하게 할 계획입니다. 단지 공식적이 아닌, 비공식적으로 진행할 뿐입니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는가?”
반대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태우건설 사장조차 하지 못한 성과를 거두었기에 반대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있었다.
오히려 우성일 사장을 비롯한 사장 몇 명은 목소리를 높여 찬성 의견을 내놓았다.
[아주 좋은 생각입니다. 외부 컨설팅 업체를 통한다면 보다 투명한 감사가 진행될 것입니다.] [정부의 방침에 따라 구조조정은 어느 기업이든 진행해야만 합니다. 외부 컨설팅 업체를 이용하면, 인수 회사들이 거부감 없이 태우 소속이 될 수 있습니다.] [김민재 본부장의 의견에 적극 동의합니다.]외부 컨설팅 업체건이 통과가 되었다.
그리고 모든 절차는 기획실로 위임되었고, 내가 원하는 대로 외부 컨설팅 업체를 선정할 수 있게 되었다.
***
회의를 마치고 강 대위의 사무실로 향했다.
정부와의 협상을 마치고 파김치가 돼 있는 다이먼과 데이비드의 옆에 나도 쓰러지듯 앉았다.
“고생했어요. 이제 협상이 거의 마무리 단계죠?”
“터널 2곳과 고속도로 3구간을 추가로 계약 체결했습니다. 아직 세부 협상이 남긴 했지만, 조만간 공식 발표가 될 겁니다.”
“다이먼은 이제 민간투자사업에서 손 떼세요.”
다이먼이 자세를 고쳐 앉으며 음흉한 미소를 지었다.
“드디어 때가 되었습니까?”
“이번 주부터 당장 외부 컨설팅 대표로 일하게 될 겁니다.”
“제가 기업들을 예쁘게 수술해서 안전하게 태우그룹에 붙여 드리겠습니다.”
월가에서 일하지 않았다면 의사 혹은 정육점에서 일해야 할 팔자가 다이먼이었다.
그는 구조조정을 할 생각에 벌써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태우그룹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만 구조조정 하세요. 너무 많이 잘라 내면 프로젝트가 제대로 굴러가지 않으니까요.”
“걱정 마십시오. 기업을 자기 주머니 채우는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 위주로 잘라 내겠습니다.”
우리가 대화를 하는 동안에도 데이비드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며칠 동안 술독에만 빠져 지내서 그런지 땀 대신 술이 흐를 것만 같은 데이비드였다.
“데이비드도 새로운 일을 시작해야죠.”
“이번엔 어느 건설 사업을 따내면 됩니까? 건설업계 관계자들과 술 먹는 건 좀 지겹네요.”
“건설 업계가 아니라 정치권입니다.”
그제야 데이비드가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고 내가 말을 이어가자 의자에서 일어나기까지 했다.
“그것도 미국 정치권 일이죠.”
“드디어 제 전문 분야를 살릴 때가 되었군요. 누굴 만나면 됩니까? 여당? 아니면 야당?”
“다음 미국 대선을 슬슬 준비해야 하지 않겠어요?”
“아직 2년이나 넘게 남았는데 벌써 준비에 들어갑니까?”
“이미 승천한 용에게 재물을 바쳐 봐야 효과가 있겠어요? 잠룡에게 투자를 해야 효과가 있죠.”
클린턴에게 투자해서 쏠쏠한 재미를 보았다.
하지만 데이비드는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클린턴의 대선을 2번이나 도왔지만, 보스가 실질적으로 얻은 이득은 거의 없지 않나요? 투자 대비 이득이 너무 없어요.”
“이득이 없긴 왜 없어요. 미국 정부가 훼방만 놓지 않아도 우리에겐 이득이죠. 그리고 슈퍼 301조에서 태우자동차만 쏙 빠진 것만으로도 이득은 충분히 봤죠.”
“다른 후원자는 법안을 바꾸거나 정부 주도 사업을 따내는 것 같은 실질적인 이득을 얻었는데 보스는 그러지 않으셨지 않습니까.”
“장사를 하루 이틀 할 게 아니잖아요. 우리가 다른 후원자에 비해 원하는 게 적다고 알려져야 더 쉽게 우리 손을 잡을 수 있죠.”
미국 정부와 척을 세우면 여러모로 힘들어진다.
태우그룹은 물론이고, SAVE 투자회사까지 걱정해야 하니 미국 정부와의 관계 형성이 매우 중요했다.
“뭐 보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 그래서 이번엔 누굴 후원해 주실 생각이십니까?”
“그건 저도 궁금하네요. 대표님이 후원한 사람이 지금까지 다 대통령이 되었다고 알고 있어요. 다음 미국 대통령은 누가 되는 겁니까?”
데이비드와 다이먼이 귀를 쫑긋 세웠다.
미국인인 그들이다 보니 다음 대통령이 누가 될지 궁금한 건 당연했다.
“공화당을 지원해 줄까 해요.”
“공화당이라면 후보가 여러 명입니다. 현직 대통령이나 부통령이 전부 민주당 정치인들이라 공화당은 제대로 된 리더가 없는 상황이죠.”
“그래도 유력한 후보가 있긴 하지 않나요?”
“41대 대통령이었던 조지 H.W. 부시의 아들이 지금 텍사스 주지사로 있고, 존 매케인 상원 의원도 유력한 후보 중 한 명입니다.”
데이비드는 역시 정치권에 대해 빠삭했다.
미국에서 정치를 하는 정치인 중에서 데이비드와 술잔을 같이 기울이지 않은 사람이 드물 정도였다.
“저는 아들 부시를 후원하려고 합니다. 아버지 부시가 대통령을 했으니 아들 부시도 후광을 업을 수 있지 않겠어요?”
“그럼 빨리 접선을 해야겠네요. 공화당은 민주당에 비해 자금력이 빵빵해서 늦으면 후원자 자리에 낄 수조차 없어요.”
“아직 대선이 많이 남아서 시간은 넉넉할 겁니다. 자연스럽게 접근해 보세요. 아! 조지 슐츠 전 장관부터 공략해 보세요. 그가 아들 부시를 지지한다는 소문이 있더라고요.”
“국무장관을 지낸 조지 슐츠 말씀이십니까? 그분이라면 전에 한 번 만나 본 적이 있었어요.”
데이비드의 눈에서 생기가 돌았다.
그는 머릿속으로 계획을 세우는 듯했고, 그 사이 다이먼이 말을 꺼내 들었다.
“정권이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바뀌면 월가도 꽤나 시끄러워지겠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게 되겠죠. 아! 그리고 약속 하나 드리자면, 공화당 정권이 끝나기 전에 이전에 했던 약속을 지켜 드리죠.”
“월가가 시끄러운 정도가 아니라 난리가 난다는 말씀 같습니다.”
“위기가 있어야 기회가 생기지 않겠어요?”
“저는 대표님만 믿고 시키신 일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다이먼은 휴대 전화를 꺼내 들었다.
외부 컨설팅 업체를 운영하기 위해선 많은 사람이 필요했고.
SAVE 투자회사의 직원뿐만 아니라 개인 인맥을 동원해 사람을 모으기 시작했다.
***
다이먼의 구조조정 실력은 과연 일품이었다.
한 달 만에 CL통신과 신세계 통신을 완전히 새로운 회사로 만들어 내었고, 두 회사와 기존의 태우통신을 합병해 거대 통신 계열사를 만들어 내었다.
3개의 회사가 합쳐졌으니 당연히 파벌 싸움이 일어나기 마련이었다.
파벌 싸움을 막기 위해선 강력한 리더가 필요했지만, 태우통신의 사장 자리는 바뀌지 않았다.
태우통신 사장 이주영.
그를 사장 자리에 연임시킨 건 내 의지의 덕분이기도 했다.
우성일 사장과 함께 나를 지지하는 파벌에 속한 인물이기에 내가 쉽게 컨트롤 할 수가 있었다.
그래서 그는 사장 자리에 연임되자마자 기획실을 찾아왔고.
마치 부하 직원이 상사에게 보고하듯이 내게 태우통신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
“두 곳의 통신사를 합병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1, 2위 통신 업체에 비하면 점유율이 낮습니다.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최대한 점유율을 끌어올려 보겠습니다.”
“앞으로 애플에서 만든 휴대폰은 태우통신에서 먼저 공개가 될 거니 자연스럽게 점유율이 올라갈 겁니다.”
통신회사와 휴대폰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다양한 통신회사들이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 휴대폰 회사와 계약을 체결하곤 했다.
하지만 우린 이미 애플이라는 대어를 낚아 둔 상황이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