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Drunkard in a Martial Arts Novel RAW novel - Chapter (216)
무협지 속 주정뱅이가 되었다 19. 드디어 찾았다(216/216)
19. 드디어 찾았다
2023.07.20.
* * *
“…….”
“…….”
대부분이 리에나를 따라 온실로 떠난 자리에 몇 명의 사람이 남아 있었다. 그중에는 아엘과 이노 또한 포함되어 있었다.
‘왜 불러들이나 했더니, 진짜.’
이노는 불편한 데네르툼의 예복 여기저기를 괜스레 잡아당기며 제 짜증을 드러냈다.
‘어쩐지 니샤 누님이 안 가려 하더니.’
어젯밤 니샤가 그를 불러들이더니 말했다.
〈이노, 내일 후작가의 다과회 좀 다녀와. 후작가의 딸이 우리 쪽 간부급이 꼭 참석했으면 좋겠다고 부탁해 왔으니까.〉
〈제가 왜요?〉
〈지부장의 명령이다. 다녀와.〉
〈웃기시네. 자기가 가기 싫다고 나에게 떠넘기는 거죠? 그렇죠?〉
〈너무 많은 걸 알고 있군. 죽어라.〉
〈이건 폭정이야! 왜 내가 가야 하는데! 싫어! 다과회면 분명 데네르툼의 하하 호호 웃는 아가씨들만 있을 텐데 그 사이에 끼어서 뭐 하란 겁니까! 게다가 그 후작가 자체는 우호적일지 몰라도 아가씨 본인은 제국의 평민들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 같지도 않았다고요. 도대체 내가 그런 자리에 가서 뭘 해야 하는데요?〉
이노는 가기 싫다고 울었지만 니샤는 단호했다.
〈네 일 잊었어? 칼론 님이 고대어 능력자 찾아오라고 했잖아. 다과회 가서 인맥이라도 하나 더 만들고 어떻게든 찾아보라고. 그나마 귀족들이 아니면 고대어 능력자를 어디서 찾겠어?”
칼론의 명령이라는 말에 이노는 비 맞은 강아지처럼 어깨를 축 늘어트리고 터덜터덜 걸어 나오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여기서 찾을 수 있겠냐고.’
도대체 사교계의 여성들끼리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위기 이상한 대화가 오가더니 다과회는 이내 끝나 버렸다.
리에나는 저와 친해 보이는 여성들만 데리고 온실에 새로 들어온 화초를 소개하겠다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머, 오늘 초대된 분들이 많군요. 이러면 설명이 잘 들리지 않을 것 같아요.〉
리에나는 한 번에 너무 많은 수가 들어가긴 힘들 것 같으니 두 번에 나눠 소개하겠다 했지만 척 봐도 남겨진 자들은 리에나의 마음에 들지 않은 자들뿐인 것 같았다.
‘그중에는 나도 포함되고.’
필요하다고 불러 놓고 이런 방치라니. 마음에 안 드는 여자라고 생각하면서 이노는 고개를 돌렸다.
그때 저와 좀 떨어진 곳에서 테이블 위를 바라보고 있는 아엘의 모습이 보였다.
‘저 여자도 참…….’
안쓰럽다고 생각하고 있던 이노의 눈에 아엘의 앞에 놓인 것이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잠시만요!”
이노는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곧바로 아엘에게 다가갔다.
“실례합니다만 제가 이걸 좀 봐도 되겠습니까?”
말 나눠 본 적 없는 남자가 갑자기 다가와서 굳은 목소리로 말한 탓에 아엘은 몸을 움찔거리며 조금 뒤로 물러났다.
‘갑자기 왜 이러는 거지?’
어쨌든 봐서 문제 될 건 아니었기에 아엘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노는 먹잇감을 잡아채는 매처럼 아엘 앞에 놓여 있던 종이를 잡아챘다.
그가 아엘을 바라보았을 때, 아엘은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퀴즈 풀이를 하고 있던 차였다.
최근 애쉬 상회가 작정하고 유행시킨 퀴즈 풀이는 귀족들에게도 크게 화제가 되는 중이었다.
물론 그들은 평민들처럼 돈을 목적한 것이 아닌, 자신들의 지성을 뽐내기 위해 관심을 가지는 것이었다.
귀족이라고 한들 승부욕이 없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제 우월함을 더 자랑하지 못해 안달인 자들이 아닌가.
어느새 다과회에서도 작은 유희로 그 주에 새로 나온 퀴즈 풀이가 놓여 사람들끼리 답을 맞춰 보는 게 당연한 일이 되었다.
오히려 퀴즈 풀이를 준비해 두지 않으면 다과회의 주최자가 유행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취급받게 될 정도로.
그러니 리에나 또한 다과회의 테이블 옆에 퀴즈 풀이를 준비해 두었다.
물론 평민들과 똑같이 저질의 종이에 인쇄된 것을 그대로 쓸 수 없다고 생각해서 글을 잘 쓰는 사용인들에게 따로 명령해 고급 종이에 그대로 퀴즈를 옮겨 적으라 명령했지만.
이번 주 것만으로는 허전하기에 예전에 나왔던 것들까지 모두 옮겨 적어 다양한 종류의 퀴즈 풀이가 준비되어 있었다.
가만히 앉아 외로움의 시간을 보내던 아엘은 어차피 할 일도 없겠다 싶어 그중에 몇 장을 들고 왔었다.
이노는 그 모습을 보며 쓸데없이 많이 가져왔겠다 싶었다.
‘저게 얼마나 어려운데.’
처음 몇 개야 쉽게 풀 수 있을지 모르지만 뒤로 갈수록 난도가 빠르게 올라간다. 그래서 매주 정답이라고 도착하는 개수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마저도 대부분 오답이었고.
‘그러니 저렇게 많이 가져와 봤자…….’
앞부분만 끄적거리다 끝나겠지.
그렇게 생각하면서 무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이노의 생각과 다르게 아엘은 펜을 잡더니 쉬지 않고 답을 쓱쓱 써 내려갔다.
도중에 잠시 생각하는 듯하긴 했지만 그래도 마지막까지 거의 멈추지 않고 답을 쓴 수준이었다.
‘뭐야? 마구잡이로 쓴 건가?’
지금 데네르툼에 뿌려지고 있는 퀴즈 풀이는 몇 개를 제외하고는 전부 다 애쉬 상단에서 제작해 배포한 것들이다.
이노 또한 제작에 참여했기에 퀴즈 하나하나가 어느 정도의 난도인지 잘 알고 있다.
‘저렇게 쉽게 풀릴 만한 건 없었는데?’
이노는 점점 호기심이 생겼다. 정말로 저 사람이 정답을 맞히긴 한 걸까?
그러다 아엘이 새로운 퀴즈를 꺼내어 풀기 시작했을 때 이노의 눈이 커졌다. 떨어져 있었지만 첫 문제만 봐도 그것이 이번 주 퀴즈 풀이임을 알 수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요즘 칼론에게 닦달당하느라 꿈에 나오는 고대어 문제를 넣었으니까.
첫 문제부터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엘은 ‘1 더하기 1은 2’라는 간단한 수학 문제를 푸는 것처럼 곧바로 손을 움직이고는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
그때부터 이노의 모든 신경은 아엘에게 집중되었다.
‘오, 맙소사. 신이시여. 지금 제 눈이 제대로 보고 있는 거 맞습니까?’
정말로 저 사람이 고대어 문제를 풀고 있다면, 그리고 다른 퀴즈 풀이도 다 풀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앉아 있는 이노의 다리가 가만히 있질 못했다. 당장이라도 아엘을 둘러메 애쉬 상회로 달려가서 ‘모셔 왔습니다!’라고 외치고 싶었다.
‘아니야, 침착하자. 그냥 아무 답이나 쓴 것일 수도 있잖아.’
그렇게 생각하며 자신을 진정시키려 했지만 이노의 심장은 이미 거칠게 뛰고 있었다.
만약 저 사람이 정말 제가 찾던 인재라면…….
‘나 드디어 마음 편하게 잠들 수 있어!’
시킨 지가 언제인데 재능 있는 사람 찾는 게 아직이냐 노려보던 칼론과 그 옆에서 함께 한심하다는 듯 바라보던 니샤가 생각났다.
드디어 그들의 싸늘한 시선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니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이노는 제 모든 인내심을 발휘하며 아엘의 손이 멈추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드디어 아엘의 손이 멈춘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 소리친 것이다.
이노는 빠르게 퀴즈 풀이를 확인했다. 분명 아엘이 푼 것은 신문과 잡지, 그리고 벽보까지 붙여 가며 뿌렸던 퀴즈 풀이였다.
아직 이것의 답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본사에서 해석된 암호 몇 개를 변형해서 넣은 거라 답을 아는 사람도 적어.’
답을 완벽하게 알고 있는 사람이라고는 칼론과 니샤, 이노 자신을 포함해서 대략 다섯 명 정도뿐.
게다가 고대어 문제도 포함된 것이기에 본사의 해석이 없었다면 그 다섯도 정답인지 아닌지 잘 몰랐을 터였다.
이노는 아엘이 적은 답과 제가 기억하고 있는 답을 비교했다. 시선이 아래로 내려갈수록 점점 그의 손이 떨렸다.
맙소사.
마지막 답을 본 순간 이노는 결국 손으로 제 입을 틀어막고 말았다.
‘다 정답이야!’
내가 지금 헛것을 보고 있는 건 아니지? 정말 이 사람, 아니. 이분이 다 정답을 쓴 거지?
이노는 너무도 완벽한 정답만 적혀 있는 종이와 아엘의 얼굴을 번갈아 보며 기쁨에 몸을 떨었다.
마치 신을 영접한 광신도와 같은 그의 눈빛에 아엘은 좀 더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그 모습에 그는 정신을 차렸다.
아직 기뻐하기는 이르다. 칼론과 니샤에게 보고하기 전, 검증해야 하니까. 그러다 칼론은 다음 주 문제를 가방 안에 넣어 두었던 게 기억났다.
그는 서둘러 가방을 열어 다음 주 배포될 예정인 퀴즈 풀이를 꺼냈다.
“이, 이것! 혹시 풀어 보실 수 있으십니까?”
“네? 아, 푸는 거야 금방 하겠지만…… 왜 이걸…….”
“제발 부탁드립니다. 사람 한 명 살린다 생각하시고 제발 풀어 주십시오.”
모두가 오락으로 즐기는 퀴즈 풀이를 해 달라고 이렇게까지 애절하게 빌다니.
‘애쉬 상회 사람이라고 했지.’
아엘은 제가 만났던 카일과 니샤의 모습을 떠올렸다. 둘 다 좋은 사람이었다. 다시 만나고 싶어질 정도로.
‘이 사람은 그들과 함께 일하고 있겠지.’
부러움과 동경이 섞인 시선으로 아엘은 이노를 바라보다 그가 내민 새 퀴즈 풀이를 받았다.
무슨 일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렇게까지 애절하게 부탁하는데 들어주지 않을 이유가 없다.
딱히 힘든 일도 아니다. 그리고…… 어쩐지 그를 도와주면 이제는 더 이상 만날 수 없을 거로 생각한 애쉬 상회 사람들과도 조금 더 인연이 이어질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아엘은 펜을 잡았다.
새로운 퀴즈 풀이도 그렇게 어려워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