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06
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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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랑 오빠라니. 혜린 씨 확실합니까?”
“네, 확실합니다.”
…아니, 저렇게 말해도 되는 거야?
무대 위.
나는 혜린의 말에 가면 속에 감춰진 입을 떡 벌리며 그녀를 쳐다봤다.
사이가 안 좋다던가 하는 말을 그냥 해도 되는 건가?
‘뭐, 나야 크게 상관없긴 한데.’
조가빈 같은 아이돌의 입장에서는 누군가와 나쁜 사이를 유지한다는 말이 좋은 이미지는 아닐 거다.
“혹시 다른 사람을 착각한 거라면, 지금 굉장히 부끄러우실텐데?”
“아닙니다!”
MC가 슬쩍 익살스럽게 묻는 질문에도, 주혜린은 확신을 하며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면 역시 둘 다 아이돌인가?”
“아, 남자 분은 아이돌이 아니세요. 아이돌은 아닌데, 유사 아이돌?”
그런 그녀의 모습에, 하나 둘 질문을 건네는 패널들.
주혜린이 지체 없이 답하자, 가만히 듣고 있던 고태한이 엉덩이를 들썩이며 끼어들었다.
“아니, 일단 정체보다. 사이가 안 좋다는 게 무슨 소리야? 난 그게 더 궁금한데.”
“아 그게!”
그것 역시, 잔뜩 신나서 주혜린이 대답하려는 순간.
“사실 별 게 아닌데…”
“자, 거기까지!”
MC가 치고 들어오며 그녀의 말을 끊어냈다.
“지금 얘기하면 너무 정체가 드러날 수 있으니까요. 일단 혜린 씨가 예상하는 그 분들이 확실한지, 당사자 분들한테 들어보면 될 것 같은데… 보석바님. 어때요?”
적절하게 흥미를 유지시키며 출연자에게 주목을 옮긴 MC.
그런데, 보석바가 파다닥 고개를 저으며 손으로 X자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아는 사이가 아니라는 거예요, 스크류바씨랑 사이가 나쁜 게 아니라는 거예요?”
그녀의 아리송한 대답에 MC가 되물었지만. 연신 팔을 교차하며 X만을 표현하는 조가빈.
“알~겠습니다.”
어쩔 수 없이 MC가 화제를 돌리자, 그녀가 후, 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게 보였다.
‘하하.’
나는 그런 그녀를 쳐다보고 터지려는 웃음을 삼켰다.
지금껏 조가빈이 저렇게 당황한 건 처음 보는 것 같았다.
그런데…
‘…뭐야?’
잠깐 후, 옆에 서 있는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왜 쳐다보는거지?
그런데 가면을 넘어서 보이는 그녀의 눈빛이 바뀐 느낌이었다.
대기실에서는 분명 귀찮다는 듯한, 나를 무시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는데.
지금은, 조금…
반가워하는 것 같다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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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사이가 나쁘다고?”
한편, 무대의 아래.
촬영의 진행을 지켜보던 PD는 주혜린의 말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잠깐, 보석바랑 스크류바가 누구지?”
갑작스런 주혜린의 발언에 눈을 크게 뜬 건 옆에 있는 안유희 작가도 마찬가지.
PD가 중얼거리는 말에, 후다닥 핸드폰을 확인한 작가가 답해준다.
“어… 스프링 컬러의 조가빈이랑, 안무가 최연우입니다.”
“아이돌이랑 안무가…?”
출연자들의 명단을 당연히 알고 있는 제작진들. PD가 이름을 듣더니 다시금 작가에게 되물었다.
“조가빈이랑 최연우 사이에 뭐가 있나? 안무가니까 작업은 같이 했을 순 있겠네.”
“그런데… 제가 알기론 최연우는 조가빈과 작업을 한 적이 없을 텐데요.”
“확실해?”
“…”
PD의 말에 움찔한 안 작가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네. 제가 최연우 안무가 팬이라서, 작업한 것들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럼 뭐야. 주혜린이 지금 다른 사람이랑 착각한 거가?”
“그럴 가능성도 있긴 한데…”
안유희가 의문이 가득 담긴 목소리로 말꼬리를 흐린다.
“일단 주혜린은 조가빈과 최연우. 두 사람과 접점이 있긴 합니다. 조가빈과 같은 연습생 출신이라는 건 워낙 유명하고, 최연우는 프로원이 탄생한 프로듀스 101의 트레이너였으니까요.”
“…그러면 알아봤을 확률도 높고. 실제로 조가빈과 최연우가 사이가 안 좋다는건가? 아무튼.”
PD가 혼잣말을 중얼거리더니, 입가에 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리드 기사로 쓸 만한 멘트가 나오긴 했네.”
결과가 어쨌든.
방송국 입장에선 주혜린을 초대한 본전은 충분히 뽑은 셈이었다.
누가 승리를 해서 먼저 정체가 밝혀지든, 다른 한 쪽에 대한 궁금증이 커질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PD가 만족스러운 웃음과 함께 이어지는 진행에 귀를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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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1라운드 첫 번째 무대의 결과.”
가면을 쓰고 진행된 잠깐의 인터뷰.
그것을 지나고, 마침내 떨리는 결과 발표의 순간이 찾아왔다.
전광판에 번쩍거리는 숫자들에 주먹을 꽉 쥐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반응이 나쁘지 않았어.’
내가 조가빈을 상대로 압도적인 노래 실력을 보여줬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대기실에서 조가빈이 손해 봤다고 말했다시피, 선곡이 나에게 유리한 면이 있었다.
물론 그게 큰 차이가 나지 않도록 음악 감독이 편곡을 했지만 말이다.
“결과는…!”
혹시?
“44대 37으로, 스크류바의 승리입니다!”
“와아아아!”
“역시~.”
“나도 스크류바가 좋더라!”
“보석바 아쉬워!”
결과 발표와 함께 핀조명이 내 머리 위로 꽂혔다.
으레 그렇듯 과장된 패널들의 반응이 이어졌지만, 그 모습들이 눈에 들어올 리 없었다.
‘내가 이겼네?’
혹시나 했던 것이 실제로 이루어진 것에 어안이 벙벙했으니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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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라가지 못한 보석바, 조가빈의 다음 곡.
조가빈은 2라운드 역시 보컬을 살리는 것보다, 무난무난한 느낌의 음색을 살리는 곡을 택했다.
‘…나오기 싫었나?’
대기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나는 그런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다.
소속사 쪽에서 홍보를 위해 일부러 끼워 넣은 건가 싶기도 했다.
아니면 워낙 바빠 난이도 높은 노래를 연습할 시간이 없었던 걸수도.
“보석바의 정체는, 일곱가지 색깔의 알록달록한 걸그룹, 스프링 컬러의 리더 조가빈 씨였습니다!”
MC의 소개와 함께 가면을 벗자, 관객들의 환호성이 이어진다.
“와, 예쁘다…”
“처음 보는데, 뭐 저렇게 예뻐?”
그리고 그녀의 외모에 감탄한 사람들의 웅성거림까지.
“반갑습니다. 조가빈입니다.”
그녀가 싱긋 웃으며 건넨 말에 남자 패널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어올랐다.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죠.”
“네, 네.”
“스크류바님에 대한 건데요.”
정체가 공개된 후의 인터뷰.
MC가 궁금해서 참지 못하겠다는 듯 조가빈을 향해 물어왔다.
조가빈이 긴 머리를 슬쩍 귀 뒤로 넘기며 말했다.
“사실 저도 스크류바님이 누구인지 몰랐거든요. 여기 제작진 분들은 정말 촬영 전에 하나도 안 알려주셔서.”
“하하, 그렇죠. 저희는 미스테리 추리 쇼니까요.”
“그런데 이제 혜린이가 말하는 걸 듣고 누구인지 알게 된 케이스인데.”
“아아~.”
“그래서 그런 거였어?”
대기실에서 조가빈의 인터뷰를 보고 있던 나 역시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왜 무대 위에서 나를 그렇게 반갑다는 듯이 바라봤는지 말이다.
내가 누구인지 그 때 알아챘던 거구나.
‘하긴. 조가빈이 내 노래를 들어봤을 일이 없을 테니.’
반면 나는 조가빈의 노래를 많이 들어봤으니, 가면을 쓰고 있어도 금방 알아볼 수 있었고 말이다.
물론 그녀인 걸 알아본 건, 노래도 있지만.
가면을 쓰고 있어도 드러나는 그녀의 행동 때문이긴 했다.
“사이가 나쁘다는 게, 사실 그렇게 사적으로 문제가 있는 건 아니구요.”
한편.
무대 위에선 주혜린이 마이크를 잡고는 해명 아닌 해명을 이어가고 있었다.
“언니, 미안해. 내가 그렇게 말하려고 한 게 아닌데. 그니까.”
“사실, 스크류바님이랑 함께 작업을 하려고 제가 다가섰던 적이 있었어요.”
“작업이요?”
“오오.”
그녀의 말에 패널들이 즉시 웅성거렸다.
“가수는 확실하네.”
“노래를 그렇게 잘 부르는데 당연히.”
“작업이 뭐였는지, 뭐, 노래가 아닐 수도 있죠?”
그녀가 웃으며 헷갈리게 말하고는, 곧장 말을 잇는다.
“어쨌든. 제가 작업을 제안했는데, 스크류바님이 거절을 했거든요. 그것도 여러번. 그래서 살짝 사이가 어색한 정도? 막 사이가 나쁘다거나, 그런 건 아니에요.”
“…나쁜데.”
대기실에서 조가빈의 해명을 듣고있던 나는, 나도 모르게 혀를 내둘렀다.
막 사이가 나쁘다거나 그런 건 아니라니.
아무튼 저것도 조가빈 입장에서만 생각한 말이다.
이제는 녀석이 저러는 게 익숙할 정도지만.
“그런데, 혜린이 말대로 오늘 무대에서 생각보다 저희 듀엣곡도 잘 어울렸던 것 같고…”
무대 위의 조가빈이 카메라를 뚫어져라 쳐다보고는 말했다.
“다음번엔 진짜 함께 작업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런 그녀의 눈이, 카메라를 넘어 나를 쳐다보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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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이 좋았다.
라고 밖에 말을 할 수가 없겠다.
“3라운드 진출자는, 비비꼬였네 스크류바!”
2라운드. 남유현의 노래를 부르고 예상치도 못했던 승리를 거쳐.
준비했던 마지막 선곡, 「I CRY」까지 무대 위에서 부르게 됐으니 말이다.
“큰일 났네.”
하지만 잘 됐다는 생각보다, 걱정이 앞선다.
물론 연습을 더 안 해도 될 만큼 많이 부른 애창곡이긴 하지만…
너무 어려운 노래였으니까.
고음과 저음을 넘나드는 스킬풀한 노래.
‘춤이였다면 걱정할 것도 없을텐데.’
그런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춤이었다고 걱정은 했을 것 같기도 하다.
‘난 무대 체질이 아닌가봐.’
후.
깊게 한숨을 내쉬고, 넓은 무대에 나 혼자 섰다.
복면가왕에서의 마지막 무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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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류바님은 1라운드부터 선곡이 굉장히 좋았어요. 본인의 목소리를 살리는 1, 2라운드에. 마지막엔 실력까지 보여주는 선곡.”
“가수거나, 뮤지컬 배우? 보컬 트레이너? 아무튼 분명 관계자임에 틀림 없습니다.”
3라운드가 끝난 후.
정체를 알고 있는 주혜린은 입을 다문 채, 연신 패널들이 추리를 이어갔다.
그러면서도 카메라는 주혜린의 표정변화를 담는다.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고 있는 모습. 표정만 봐서는 어떤 생각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연기자 해도 되겠네.
“그렇다면, 가왕에게 도전할 마지막 복면가수는!”
두구두구두구.
긴박한 BGM과 함께 나온 결과는…
“죠스바입니다!”
휴.
당연하다고 해야 할 지, 다행이라고 해야 할 지.
3라운드의 상대인 죠스바가 가왕전에 올라가게 됐다.
자연스럽게 나는 탈락.
‘1라운드 탈락을 생각하고 왔는데, 3번째 곡까지 불렀으니.’
이것만 해도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다.
어차피 가왕전에 간다고 해도 이겼을 리가 없지.
정체를 감췄다곤 하지만, 현 프로그램의 가왕은 이미 정체가 다 알려져 있는 가수였다.
보컬 트레이너이자, 딱 한 장의 앨범을 냈는데도 메가 히트를 터트린 가수, 이재범.
지금 지나, 거기서 지나. 명예로운 죽음인 건 똑같다.
“휴.”
정체를 밝히고 무대 뒤로 내려온는 길.
“가면 벗으니 홀가분하니 좋네.”
작가가 지키고 있던 통에, 대기실에서도 벗지 못했던 가면이었다.
벗고 대기실을 향하려니…
“최연우. 씨.”
반대 쪽 대기실.
끝에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평소였다면 그냥 무시하고 지나쳤을텐데…
이번에는 상황이 좀 다르니.
“왜 퇴근 안하시고 아직 있으세요?”
“당연히 최연우 씨 내려오길 기다린 거죠.”
터벅터벅.
내 질문에 조가빈이 되려 맞불을 놓으며 내 앞으로 다가온다.
“어차피 가왕전은 못 가실테니까.”
그 가왕전은 못간 사람한테 1라운드에 패배한 게 본인이면서.
반박을 하고 싶었지만, 굳이 하진 않았다. 괜히 조가빈 같이 자존심을 부리는 것처럼 보일까봐.
“기다린 거 알면서 물어본 거야, 뭐야? 혹시 저한테 기다렸다는 말 듣고 싶었어요?”
“…”
그냥 부르는 거 무시하고 지나갈걸.
서로 가면을 쓰고 있을 땐 나름 괜찮았는데, 이렇게 얼굴을 보니 또 다시 머리가 지끈거려온다.
내가 미간을 부여잡자, 조가빈이 얄미운 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그나저나, 이제 정말 다음번에 저랑 작업 하나 같이 하는 거죠?”
“내가 왜요?”
“이번 녹화 분 방송되면, 이번에야말로 저랑 작업하길 원하는 팬들이 엄청 많아질 걸요? 삼고초려라고, 부탁도 몇 번인데.. 한 번 같이 해보자구요.”
신발로 바닥을 톡톡 찌르던 그녀가 힐끔 나를 올려다본다.
“뭐, 다음에.”
조가빈과 작업.
정말 그녀의 말대로 방송이 나간다고 콜라보에 대한 사람들의 기대가 많아질 지는 모르겠지만.
한다고 해도, 당장 하기엔 너무 바쁘긴 했다.
‘거리의 댄서들’ 촬영도 계속되고 있고, 퍼플링크의 컴백도 다가오고. 소리파도 어워즈의 무대도 있으니 말이다.
“진짜? 진짜 다음에 하는거지?”
그런 내 생각과는 다르게, 조가빈은 예상보다 더 반기며 기뻐하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가빈 씨도 한창 바쁠 때 아닌가? 스프링 컬러도 소리파도 어워즈 가잖아.”
“물론이지. 스페셜 무대도 하는데.”
고개를 끄덕이는 조가빈.
그런 그녀를 보니, 문득 인터넷에서 봤던 것이 떠올랐다.
라고 했던, HY의 과거 연습생들.
그리고 그들과 한세나.
“근데 예전부터 묻고 싶었는데… 한세나랑은 어떤 사이인 겁니까?”
떠오른 생각을 입 밖에 꺼냈더니,
한세나라는 이름을 듣는 순간 밝던 조가빈의 표정이 쩍, 하고 굳어졌다.
“갑자기 한세나는 왜…”
“어, 언니!”
그리고 타이밍 좋게.
대기실 입구에 서 있는 우리를 향해,
마무리 촬영을 마친 주혜린이 손을 들고 외치며 다가서고 있었다.
끝
ⓒ 원즈이
얼굴 천재 안무가가 되었다 – 10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