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09
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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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W엔터의 사옥.
Free Plus의 팀원들이 연습할 수 있는 5층의 연습실.
홀로 연습실에 남아 땀을 흘리던 선아가 잠깐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기분 좋아 보이네.”
선아가 슬쩍 미소를 지으며 연우의 라이브를 바라본다.
그와 함께 라이브를 진행하고 있는 H&C Gallery 유튜브 팀.
선아는 일전에 한 번 본 적이 있는 멤버들이었다.
그들과 함께 있는 연우의 모습이 밝아보였다.
“언제부터였을까…”
‘팀’이라는 것.
어느새부턴가, 선아는 Free Plus의 활동을 하면서 느끼지 못하는 것이 되어버렸다.
처음엔 분명 무대에 올라가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팀에 들어오는 안무 요청을 받고, 수석 안무가의 리드에 따라, 춤을 추는 일의 반복.
그것들이 어딘가 답답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것이 팀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Free Plus는 프로 안무팀이고, 회사에 소속되어 있으니 프리랜서 안무가와는 다른 과정을 지니는 게 당연할테니까.
더 안정적인 작업.
하지만…
‘분명 처음 연우 형을 만났을 때는 안 그랬는데.’
연우와 칼국수 집에 갔을 때.
그때만 해도 분명 이런 안무가 생활이 재미있었는데.
춤을 미치도록 좋아하는 선아였지만, 어쩐지 커다란 기계의 한 부품이 되는 것 같았다.
댄서는 자유로운 것 같으면서도, 결코 자유롭지 않은 직업이라서.
그래서 이처럼 연우의 모습을 보면, 부러우면서도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그러니까, 연습을 하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아는 연습을 거듭하고 있었다.
누구도 나와 있지 않는 안무 연습실에 혼자.
그건 초심을 찾기 위해서나, 자기만족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녀는 춤을 여전히 좋아하고 있지만, 단순히 그것만이 아닌 새로운 목표를 찾았기 때문이다.
‘최연우.’
그가 만든 팀이라는 목표가.
연우의 팀이 부러워서, 팀에 들어가고 싶어서가 아니었다.
그것보다 더욱 더 높은..
연우가 궁극적으로 목표라고 밝혔던, 아카데미.
안무 시장의 확장. 그것에 자신도 보탬이 되고 싶었기 때문.
탁.
선아가 보고 있던 핸드폰을 내려놓고는 자리에서 일어난다.
쉬는 시간은 끝났으니, 이제 다시 춤을 출 시간이다.
“아자!”
화이팅을 외친다.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거울 속에 비치는 동작을 확인했다.
기존에 있는 춤이 아닌, 자신의 창작 댄스.
21살의 선아는 비로소 댄서에서 안무가로 조금씩 거듭나고 있었다.
xxx
퍼플링크의 2집 컴백곡, 「커피」의 뮤직비디오 촬영장.
촬영을 위해 스튜디오를 찾은 뮤직비디오의 여주인공.
정확히는 뮤직비디오 ‘스토리’의 여주인공인 민서연이 촬영장으로 들어섰다.
‘아니, 분명 곡 소개에는 편안한 분위기의 캐쥬얼한 곡이라고 했던 것 같은데…’
그녀가 떨리는 손을 부여잡았다.
촬영장이 예상했던 것보다 더 화려했기 때문이다.
물론 아이돌의 뮤직비디오 하면 화려한 게 당연한 것 같기도 하지만. 「커피」라는 노래의 분위기만 생각하면 그렇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부담된다.’
화려한 만큼 부담감도 강해졌다.
“누구세요?”
“민서연입니다.”
“아, 배우시구나.”
저벅저벅.
그녀가 촬영장에 들어가니, 스탭처럼 보이는 여자가 바로 다가오더니 이름을 체크했다.
“어디보자, 조금 일찍 오셨네요. 매니저는 없으세요?”
“어… 네.”
매니저고 자시고, 소속되어 있는 회사조차 없는 신인 배우다.
물론 다니는 연기 학원의 이름을 소속으로 말 하려면 할 순 있었지만. 이러나저러나 매니저가 없는 건 마찬가지다.
“아직 준비 중이라 잠깐 대기하시면 되세요.”
“저, 감독님께 먼저 인사를 드리고 싶은데.”
그런 스탭의 말에 민서연이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뮤직비디오도 자신의 데뷔 작품으로 기록될, 분명한 커리어였다.
물론 대사가 없으니 표현력이 중점이고, 기획, 연출 등은 MW엔터에서 다 조율을 한 것이겠지만.
그래도 예나 지금이나 현장의 최고는 감독이니, 인사를 하는 게 이상한 것이 아니었다.
“지금 바쁘셔서, 나중에 시간 되면 따로 알려드릴게요~.”
하지만, 민서연을 담당하는 여자 스탭이 귀찮다는 듯이 끊어 내고는 휙 뒤돈다.
노트에 연신 무언가를 끄적이는 스탭. 민서연이 그런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
“그래도, 제가 주인공인데 잠깐 인사만…”
“민서연 씨. 여기는 드라마나 영화 촬영장이 아니에요. 주인공은 퍼플링크고.”
“…”
탁.
스탭이 짜증을 내며 붙잡고 있는 민서연의 팔을 털어낸다.
“어…”
“대기해주세요.”
사라져버리는 스텝.
민서연은 어쩔 수 없이 더 말을 붙이지 못하고,
가만히 있을 수밖에 없었다.
.
.
.
퍼플링크가 도착할 시간이 되어가자, 촬영장엔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배우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세 명밖에 안 됐지만, 민서연의 입장에선 많아 보였다.
그녀를 제외한 이들이 서로 서로 붙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기 때문이다.
홀로 떨어져 눈치만 살피는 상황.
‘…먼저 말을 걸어야 할까?’
그들끼리는 서로 알고 있는 사이인지,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신나 보인다.
인사만 건넬 요량으로 그들에게 다가서는 민서연.
하지만 그녀는 금방 그 발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쟤가 주인공이야?”
“들어본 적 없지.”
“응. 그냥 갑자기 하늘에서 내려 꽂혔잖아?”
“연습생도 아니라며. 하. 갑자기 아무것도 없는 쌩 신인을 왜 꽂아? 뒷배 있는 거 아냐?”
“스폰?”
“그럴 것 같기도 하고. 깔깔.”
자신을 대놓고 흘겨보는 다른 배우들. 그들의 대화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꾸욱.
민서연이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낙하산.
맞는 말이기도, 틀린 말이기도 했다.
자신은 회사 TF 1팀의 눈에 들어, 캐스팅을 된 케이스였으니까.
하지만 이건 영화나 드라마가 아니라 뮤직비디오였다.
주연 배우를 사측에서 캐스팅해 밀어 넣는 건 당연한 거지, 낙하산이 아니었다.
“자, 출연자들 모두 모였어요?”
게다가, 스폰이라는 말도 안 되는 루머까지.
하지만 민서연이 채 반박을 하기 전에, 배우들의 사이에 한 남자가 찾아왔다.
덮수룩한 수염에 선글라스를 낀 채, 그들을 스윽 둘러보는 뚱뚱한 남자.
이번 뮤직비디오의 감독, 연출을 맡은 송정호 감독이었다.
“쯧쯧.”
그런데.
배우들을 보던 그의 시선이 민서연에게 멈칫하더니.
모두가 들을 수 있는 소리로 혀를 차고는 말하는 것이었다.
“다른 배우들은 미리 인사를 하러 다 왔는데. 한 명은 안 와서 알 수가 있나.”
“네, 네?”
민서연이 당황해서 한 발자국 걸어 나온다.
“이름이 뭐예요?”
“미, 민서연입니다! 찾아뵈려고 했는데, 너무 바쁘시다는 연락을 받아서…”
민서연이 잔뜩 긴장해 몸을 굳혔다.
차렷 자세로 선 채 말을 꺼내는 그녀. 하지만 그녀가 말을 끝맺기도 전에 감독이 손을 휘저었다.
“변명은 됐어요. 이번 뮤비에서 여주인공 역할 맞죠. 소개팅 나가는 여자 역할.”
“네… 맞습니다.”
“신인에, 첫 주연이라던데… 맞죠? 이번 이 팀장님이 꽂은. 이건 업계 사람으로 하는 조언인데, 첫 작품으로 주연 맡았다고 어깨 힘 들어가서, 그러면 오래 못 가요.”
“죄… 송합니다.”
“킥킥.”
민서연이 어쩔 수 없이 고개를 숙이자, 그녀의 뒤에 서 있던 배우들의 비웃음이 들려온다.
“자, 이쪽 로케이션에선 집중하면 다섯 시간이면 충분히 끝낼 수 있을 겁니다. 당연히 멤버들이 아닌 여러분들 쪽에서 실수가 나오면 안 되겠죠. 다들 집중해서 촬영 합시다.”
“네!”
“네에~.”
사실상 단역에 가까운 배우들이 활기차게 답했다.
‘후, 그래. 인사 안 한건 내가 못한 거니까. 딜레이만 시키지 말자.’
…조금은 억울한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중요한 건 뮤직비디오 촬영이다.
민서연은 이번 퍼플링크의 컴백곡 안무를 봐서 알고 있었다.
멤버 한 명 한 명을 강조하고,
댄서 없이 멤버 네 명이서 무대를 꾸미는 앨범이라는 것을.
그러니 사실상 NG가 난다면, 배우들 중에서도 춤을 춰야하는 자신에서 나올 확률이 제일 높았다.
멤버들이야 타이틀곡 안무를 숙지하고 있는 건 당연한 것일 테고.
자신도 그동안 연습을 하긴 했지만, 여전히 부족하고 긴장도 많이 된다.
“퍼플링크 왔습니다!”
“오우.”
그 순간,
스탭이 외치는 알림과 함께, 입구에서 시끌벅적한 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세요, 퍼플링크입니다!”
들어오자마자 스탭들에게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인사를 건네는 멤버들.
본격적인 뮤직비디오 촬영의 시작이었다.
xxx
[네, 오후 2시의 뮤직토크박스! 청취자 여러분들 잘 지내셨나요?]“갑자기 무슨 라디오?”
작업실.
뜬금없이 내가 틀어놓은 라디오에 남궁수가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며 물어온다.
“아, 이거. 매주 월요일마다 이 라디오에서 진행하는 코너에 아인이 고정 게스트로 정해져서. 오늘 첫 방송이라기에 한 번 들어보려고.”
“아인? 아, 헬리 앨범 작업한 민아인?”
“응.”
[아인 씨와 함께합니다.] [네, 처음 뵙겠습니다. 가수 아인이라고 합니다.] [와아아, 박수!]진행되는 라디오.
자리에 앉아 편집 작업을 하는 남궁수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귀를 기울였다.
본디 라디오란 게 크게 이슈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듣는 사람도 이처럼 일을 하며 동시에 청취하고, 하는 사람도 매일매일 꾸준히 두 시간씩 잔잔히 얘기하는.
다만 꾸준히, 아주 천천히 사람들의 일상 속에 스며드는 것.
그런 면에서, 아인은 목소리만으로도 충분히 매력이 있는 가수였다.
[지금 보이는 라디오인데, 사람들이 예쁘다고 난리, 난리가 났어요.] [하하… 감사합니다.] [안 그래도, 최근에 한 예능 프로그램에 관객석에서 찍힌 장면이 화제가 됐었잖아요?] [네네. 연 DJ랑 같이…] [그쵸. 그때 제가 같이 있었긴 한데. 저도 깜짝 놀랐어요. 너무 예뻐서.]물론 그것보다 더한 무기가 있긴 했지만.
“보이는 라디오인가보네.”
“음악 라디오야?”
“어.”
뮤직토크박스라는 이름답게, 라디오는 음악에 대한 얘기를 나누는 것이었다.
다만 아이돌이나 K-pop보다는 잔잔한 노래들.
어쿠스틱이나 발라드. 인디 밴드의 모던록 장르랄까.
[오늘부터 진행되는 코너는, 어쿠스틱 콜라보라는 이름입니다. 아인 씨가 한 번 설명해주시겠어요?] [네. 매주 월요일, 저 아인에게 듣고 싶은 노래를 보내주시면, 제가 기타 하나와 목소리로 편곡을 해서 들려드립니다. 노래 장르는 어떤 것이든 OK. 다들 많은 사랑 부탁드려요!]“어쩜 저렇게 딱 맞는 코너를 들어가게 됐을까?”
남궁수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저번에 헬리랑 네가 말했잖아. 민아인은 다른 사람의 곡을 마치 자기 노래처럼 불러버리는 매력이 있다고. 커버곡이면 딱 잘 어울리네.”
[♪♬♪♩」타이밍 좋게, 라디오에선 첫 민아인의 커버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언제 들어도 목소리가 사기야.”
남궁수가 곧장 따라 흥얼거린다.
나 역시 그런 남궁수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인의 커버곡.’
회귀 전부터. 민아인은 다른 노래를 커버해 자신의 노래처럼 부르는 것으로 유명했으니까.
그것으로 많은 선, 후배 아티스트와 콜라보를 해 리메이크 앨범을 내고,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그런데 과거로 돌아왔는데도 어쩜 커버곡을 부르는 코너를 담당하게 되다니.
‘날아오르겠지.’
나만 알고 있는 스타가 유명해지는 것을 보는 마음은 어딘가 아쉬우면서도, 싱숭생숭하다.
민아인은 천천히 유명해질 거다.
라디오처럼, 사람들의 마음에 조금씩 와 닿는 노래들을 불러가면서 말이다.
.
.
.
“어, 여보세요?”
[연우 오빠!]“너 뭐야? 방금까지 라디오 들었는데.”
[라디오 끝난 지 꽤 됐잖아요. 지금 저 집.]라디오가 끝나고.
뜬금없이 아인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오빠 혹시 퍼플링크 뮤직비디오 촬영하는 곳 가요?]“…어? 그걸 니가 어떻게 알아?”
[가는지 물어보는 거였는데. 가시는구나.]안 그래도 지금 가려던 길이었는데.
퍼플링크의 안무 연습은 이어지고 있지만, 오늘부터 약 3일 간은 휴식이었다.
멤버들이 뮤직비디오 촬영과 뮤비 트레일러 촬영으로 바쁠 예정이어서.
그리고 나는 그런 촬영들에 함께 참석을 요청받았다.
일종의 안무 디렉터랄까.
[저희 언니가 지금 퍼플링크 뮤직비디오 촬영하고 있잖아요. 저 구경 가도 되냐고 물었다가, 바로 퇴짜 맞았잖아요.]“…당연하지. 뮤비 촬영을 구경, 하하, 야 무슨 현장 학습이야?”
[헤헤.]민아인의 말에 나는 어이없는 웃음을 지었다.
“지금 촬영장 가고 있어.”
[아~ 나도 가고 싶다. 어쨌든. 우리 언니 잘 부탁해요.]“청탁이야? 오냐.”
[예이.]뚝.
민아인이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다.
하여간, 귀여운 녀석.
“청탁이라고 해도…”
연출 감독도 아니고. 단순히 안무를 봐주러 가는 거라서. 듣기론 민서연도 뮤비에서 안무를 조금 소화한다고 했으니, 그걸 봐줄 순 있겠네.
“뭐 크게 도와줄 일이 있겠어?”
나는 별스럽지 않게 피식 웃고는.
뮤직비디오 스튜디오를 향해 가는 택시에 몸을 실었다.
얼굴 천재 안무가가 되었다 – 10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