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10
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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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민서연 씨. 조금만 집중합시다.”
“네. 죄송합니다!”
“말로만 그러지 말고. 몇 번째 NG인지 알기나 합니까?”
퍼플링크의 두 번째 앨범. 타이틀곡 「커피」의 뮤직비디오 촬영장.
스튜디오엔 한창 촬영이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촬영을 시작한 시간에 비해 진행이 느려지고 있었으니, 그건 다름 아닌 민서연 때문.
감독이 짜증난 얼굴로, 쓰고 있던 모자를 벗었다.
“잠깐 쉬고 가죠.”
싸해진 분위기의 촬영장은 정적만이 맴돈다.
한편, 민서연을 멀리서 지켜보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배우들.
그들은 여전히 자기네들끼리 모여,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
민서연은 그 대화 내용을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자신의 욕이겠지.
하지만 스튜디오에서 처음 저들을 만났을 때와 달리.
지금 당장 자신감이 바닥까지 떨어진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 표정이 너무 냉랭하다.
– 소개팅을 나가기 전, 여주인공 캐릭터가 춤에 관심을 가지는 장면의 연기가 부자연스럽다.
감독은 조언이랍시고 말을 하는 데, 민서연의 입장에선 뭐가 문제인 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다.
모니터링을 해봐도 마찬가지.
“괜찮아요?”
“어, 네, 네! 헉.”
자리에 주저앉아 숨을 고르고 있는 민서연. 그런 그녀에게 퍼플링크의 멤버, 서은아가 다가와서는 위로하듯 말을 걸었다.
“이렇게 말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사실 제 눈에는 다 똑같아 보이는데. 감독님이 왜 이렇게 유난인지 모르겠네요.”
“아니, 아닙니다. 제가 못해서 그런 거겠죠. 후. 죄송합니다. 딜레이 때문에…”
“괜찮아요.”
서은아가 피식 웃더니 말을 이었다.
“그나저나, 이번에 저희 뮤직비디오 주인공 어떻게 참여하게 된 거예요?”
하지만, 서은아의 말이 끝나자마자 곧장 민서연의 표정이 어두워진다.
“아, 혹시나 오해할까봐 말하는 건데, 진짜 궁금해서 그런 거예요.”
혹여나 ‘그런 실력으로 어떻게 뽑혔냐’는 말투로 들릴까봐.
곧장 자기변호까지 하는 서은아.
하지만 민서연의 표정은 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또 다시 ‘낙하산’ 얘기를 들을 까봐, 겁이 났기 때문이다.
“저는…”
그녀가 우물쭈물거리다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번에, 동생이 버스킹을 하는 일산 쪽에 구경을 갔다가, MW엔터 신인 개발팀한테 명함을 받아서…”
“동생이 버스킹이요?”
“네, 아인이라고. 아직 데뷔도 안한… 모르실거에요.”
“알아요! 민아인. 「구름 광장」부른.”
혹시나 퍼플링크는 최연우 안무가와 친분이 있으니.
알고 있을까, 했는데…
정말 아이돌이 자신의 동생을 알고 있다는 말을 들으니, 어딘가 반가우면서도 신기한 기분이었다.
“무슨 일이야?”
“아는 사람이야?”
그 사이.
서은아의 호들갑에 관심을 가지는 퍼플링크 멤버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서은아가 주변은 아랑곳 않고 말을 꺼냈다.
“어쩐지 어디서 본 것 같더라니. ‘거리의 댄서들’에도 나오셨죠?”
“어, 거기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젓는 민서연.
“거기 안나왔다구요? 아닌데, 분명 본 것 같은데…”
“아! 그 패널석에서. 민아인 옆에 앉아 있던 예쁜 여자!”
“그 분이 민서연 씨 맞죠?”
하지만 뒤이어 다가온 현진과 유원의 말에 민서연은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어, 어떻게 기억하세요? 보통 제 옆에 있는 아인이는 기억하지만, 저는 잘 모르시던데…”
“에이, 재방송 할 때마다 민아인이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왔는데. 바로 옆에 앉아계셨는데 당연히 알죠.”
“원래 저희 예쁜 여자 잘 기억해요.”
멤버들의 농담 섞인 말에 분위기가 한층 풀어졌다.
민서연 역시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긴장감이 조금은 풀리는 것 같았다.
“그럼 버스킹 장소에서 길캐 당하신거구나?”
“네. 제 동생이 아니라 제가… 심지어 연기 지망생인데 아이돌로 캐스팅을 해서, 당황스러웠죠.”
“그런데 어떻게 저희 뮤비 주연을 하고 계시지?”
현진이 자연스럽게 물었다.
물론 현진 뿐만 아니라 다른 멤버들 모두 가진 궁금증이었다.
아이돌로 캐스팅을 당했다고 하고, 신인 개발팀에서 컨택을 받았는데. 왜 여기 있는지.
“사실, 제가 회사에 연락을 드려서 첫 미팅을 하는 날. 연기자 지망생이라는 걸 밝혔거든요. 그런데 그 자리에 있던 분이 신인 개발 팀 직원 분이 아니라, TF 1팀장님이 계셨었던 거예요.”
“와. 대박.”
“그 자리에서 곧바로 오디션 아닌 오디션을 보고, 뮤직비디오 자리를 제안하셨어요.”
“이 팀장님한테 완전 마음에 들었나보다. 하긴, 처음 딱 봤을 때 마음에 들지 않을 수 없는 외모이긴 해.”
현진과 유원이 연신 고개를 주억거리며 ‘인정, 인정!’ 하는 등의 말을 꺼낼 때 쯤.
“아아. 이 팀장님 직통이었구나. 그럴 줄 알았지.”
서은아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것이었다.
그런 그녀의 말을 들은 시현이 눈썹을 슬쩍 들어 올리고는, 곧바로 끼어들었다.
“그럴 줄 알았다니…?”
“이번 감독. 저번 앨범 뮤직비디오도 담당했는데, 오늘처럼 깐깐하게 하는 사람 아니었잖아?”
“그건 제가 못해서…”
서은아가 민서연의 말에 풉, 하더니, 손가락을 좌우로 흔든다.
“말도 안 돼. 민서연 씨보다, 저희 데뷔곡 뮤직비디오 주연이 훨씬 연기 못했어요. 그것 때문에 감독이랑 이 팀장님이 엄청 부딪쳤는걸요.”
“아마, 그래서 그런 거려나?”
은아의 말을 듣던 시현이 깨달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고.
“서연 씨가 이 팀장님 직속이라는 걸 알고 일부러 저러는 걸 거예요.”
은아의 말에 민서연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일부러?”
“네. 일부러. 그리고…”
위로하는 말을 건넨 은아.
그런데 그녀가 뒤이어 다른 말을 건네려다, 가만히 입을 다문다.
“아니에요. 이건 말 안 해도 되겠다.”
“왜요?”
“저기, 모여 있는 다른 배우들 있잖아요.”
“네.”
은아가 슬쩍 그들을 가리키며 말했다.
“크게 신경 쓰지 마요. 저쪽도. 감독이랑 다를 바 없는 사람들이니까.”
“다시 촬영 재개하겠습니다!”
이내, 스탭의 소리와 함께 다시금 스튜디오가 부산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민서연이 조금은 되찾은 자신감을 무기로 삼아 주먹을 불끈 쥔다.
“화이팅.”
“조금만 힘내요. 어차피 제 풀에 꺾여 쓰러지지 않겠어요?”
퍼플링크 멤버들이 도움을 줄 수 없어 아쉽다는 듯, 말 한마디씩 건넨다.
“…네.”
결국 어디까지나 을의 입장일 수밖에 없는 신인 연기자, 민서연은 힘없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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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언제까지 이러실 겁니까?”
“뭐가?”
“이번 촬영 여주인공이요. 어차피 픽스 됐고, 바꿀 수도 없는 것 아닙니까?”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는 스튜디오의 남자화장실.
대추처럼 붉게 달아오른 얼굴. 심술이 덕지덕지 들은 모습의 감독이 쏟아지는 물에 거칠게 손을 씻는다.
“이 팀장, 그 싸가지 없는 놈. 내가 그동안 혜빈이, 그 년 주연으로 꽂아준다고 얼마나 주변 사람들에게 밑밥을 던져 놨는데. 거기서 이번 뮤직비디오 주연을 자기 사람으로 꽂아 넣어?”
“참으십쇼. 결국 뮤직비디오는 회사에서 만드는 거고, 우리 쪽도 서로 윈윈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어려 보이는 남자가 감독을 말리듯이 말했지만, 감독은 참을 생각이 없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흥, 전체의 반 이상이 우리 쪽에서 투자가 들어가는데. 윈윈은 무슨. 최대한 해먹을 수 있을 만큼 해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그가 차가운 물을 얼굴에 두세 번 세안하고는 입 꼬리를 들어올렸다.
“이건 시위고, 선전 포고라고. 우리 쪽 의견 안 물어보고 MW 쪽에서 일방적으로 처리하면 이쪽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거라는.”
“…”
남자가 감독의 말에 가만히 입을 다물었다.
“민서연이라는 그 년이 포기했으면 혜빈이로 금방 촬영 들어가고. 깔끔했을 텐데, 쯧.”
“…큰형님이 아시면 가만히 안 있으실 텐데요.”
“왜 그런 걸 생각하지? ‘형이 안다’ 라는 사실은 일어나지 않을 일인데.”
감독이 인상을 찌푸리며 남자에게 말했다.
“너는 쓸데없는 걱정 말고, 그냥 따라다니면서 현장이나 구경해. 뮤직비디오 촬영 어떻게 진행되는지 익힐 준비나 하고.”
“알겠습니다, 형님.”
끼익-.
덜컹.
한차례 거친 대화가 오고 간 화장실. 그리고는 문이 여닫히는 것과 함께 그들이 나가는 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잠깐 뒤.
“기가 막히네.”
어두운 구석, 화장실의 한편에 허탈한 웃음을 지으며 한 남자가 걸어 나왔다.
혹시나 하고 가만히 대화를 듣고 있던 사람.
안무 디렉팅을 위해 뮤직비디오의 촬영 스튜디오를 찾은, 최연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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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화장실에서 감독과 정체모를 남자의 대화가 나가고 나서야, 녹음을 하고 있던 핸드폰을 중지했다.
‘어쩐지 이상하더라니.’
사실 나는 스튜디오에 온지 시간이 꽤 된 상태였다.
몇몇 스탭을 제외하고 다른 이들 몰래, 조용히 찾아와 한참을 촬영을 지켜보고 있었던 것이다.
뭐, 특별한 이유가 있어서는 아니고.
퍼플링크 멤버들을 놀래켜 볼까? 하는 가벼운 마음이었다.
하지만 촬영을 조금 지켜보니, 곧장 의아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상하리만치 민서연에 대한 감독의 지적이 많았던 것이다.
처음엔 내가 과민반응을 하는 줄 알았다.
내가 지금껏 담당했던 아이돌들의 뮤직비디오 촬영장을 찾아온 적은 처음이어서, 다른 촬영장의 분위기를 모르니까.
원래 그런 건가보다, 했는데…
‘역시, 이런 촬영 현장이 정상적인 현장일리가 없지.’
혹시나하고 화장실에서 들리는 감독의 목소리에 집중했더니,
오늘 어째서 이런 이상한 현장이 만들어졌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감독이 투자자인가 보네.’
적어도 감독과 투자자 사이에 커넥션이 있는 것은 분명해 보였다.
그렇지 않으면 그의 입에서 나올 수 없는 말이 너무 많았으니까.
아무리 뮤직비디오 연출이라고 해도, 뮤직비디오 자체는 분명히 회사에서 더욱 큰 힘을 갖는 것이 맞았다.
특히나 출연 배우를 선택하는 과정에서.
영화나 드라마라고 생각하면, 작가와 감독이 어느 정도의 캐스팅 권한을 가지고 있는 건 맞지만…
뮤직비디오는 그것과 전혀 다른 문제였다.
회사에서 컴백하는 가수를 위한 영상이니 말이다.
하지만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뮤비에서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그것이 바로 투자자들이었다.
송정호 감독이 했던 말로 미루어봤을 때, 그가 1차 투자자인 것 같진 않아 보였지만.
‘후.’
“다시 갑시다.”
“다시.”
“다시!”
조용히 돌아온 촬영장.
이번엔 퍼플링크 멤버들과 함께 촬영하는 씬인 것 같았다.
현장엔 여전히 감독의 예민한 목소리가 울려 퍼진다.
고개를 푹 숙이는 민서연의 모습.
“아니, 거기서 춤을 왜 그렇게 추냐고. 저기, 민서연 씨. 민서연!”
그것을 본 내 기분이 좋을 리 없었다.
그녀와 그녀의 동생, 아인은 내게도 어느 정도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니까.
게다가 그런 감독의 지적이 부당한 것을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오롯이 그것 때문에 내가 나선 것은 아니었다.
“감독님, 방금 민서연 씨가 췄던 춤에 대체 어떤 문제가 있었던 건지, 자세하게 한번 말씀해 주시겠어요? 제가 볼 땐 괜찮았는데.”
“!!!”
나의 등장에 멤버들과 민서연 모두 눈을 커다랗게 뜨고 돌아본다.
터벅터벅.
나는 큰 걸음으로 현장을 향해 걸어가며 감독을 뚫어져라 쳐다봤다.
다른 건 몰라도.
안무에 대해서는 건드리지 말았어야지.
얼굴 천재 안무가가 되었다 – 10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