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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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무 디렉터.
이번, MW엔터에서 나를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 부르며 부탁했던 직책.
…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들 역시 엄청 전문적인 피드백을 기대하고 나를 부른 건 아니었을 것이다.
퍼플링크와 함께 컴백을 준비한 지도 어느덧 시간이 꽤 되어가고,
나 없이 멤버들이 자체적으로 연습을 한 적도 한두 번이 아니었다.
모니터링을 통해 안무의 디테일정도는 자체적으로 멤버들이 체크할 수 있다는 것.
내가 퍼플링크의 안무가이기 때문에 뮤직비디오 촬영 현장에 부른 거지, 정말 도움이 필요해서 부른 게 아닌 만큼.
나는 최대한 신경을 쓰지 않으려고 했는데…
자체적으로 안무를 체크한다고 해도 멤버들에게다 해당되는 거지.
안무 한 번 확인하지 않은 감독이 그러는 꼴을 보니 지나칠 수가 없었다.
“누구…야?”
감독이 나를 보더니, 존댓말을 해야 할지 반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나이가 어려 보이니 반말을 하긴 했는데, 긴가민가한 모습이다.
나는 곧장 걸음을 옮겨 감독의 앞으로 다가섰다.
“이번 퍼플링크의 안무를 담당한 안무가 최연우 씨입니다.”
감독의 옆에 있던 남자가 작은 목소리로 알려줬다. 대충 보아하니 화장실에 같이 있던 남자 같다.
감독에게 안무에 대해서 다시 말을 건네려는 찰나. 나는 말을 잇지 못하고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연우 쌤!”
“연예인 왔다!”
퍼플링크 멤버들이 잔뜩 신나서는 내게 말을 걸어댔기 때문이다.
“쌤, 저희 오늘 어때요?”
“이번 뮤비 컨셉 너무 마음에 드는데. 저 괜찮죠.”
얘네는 말을 이어갈 틈을 주지를 않네.
최근에 연습할 때 자주 만나 수수한 모습들만 봤는데. 풀 메이크업을 한 것을 보니 달라 보이긴 하다.
그래도 현진은 여전히 10대 특유의 앳티가 많이 나서 예쁘다기보단 귀여운 느낌이긴 하지만.
전형적인 막내 느낌이랄까.
“여기 반짝이. 하트랑 별이랑 섞여있어요. 쌤한테만 알려주는 비밀.”
신나서 얘기하는 현진은 뒤로 하고.
다른 멤버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내게 다가온 서은아가 주변을 돌아보더니, 가벼운 한숨과 함께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네요. 분위기가 조금 풀려서.”
현진이 일부러 그런 것 같지는 않지만. 현진이 끼어드는 통에 감독에게 더 이상 그 근본 없는 안무에 대한 지적을 뭐라고 할 수가 없었다.
어수선해진 촬영장의 분위기. 이걸 풀린 거라고 해야 하나.
나는 멤버들의 뒤편에서 가만히 서 있는 민서연을 바라봤다.
축 쳐진 모습으로 눈치를 보고 있었다. 땀에 젖은 머리를 조심스럽게 가다듬는다.
아인의 말을 들어보면 이번 뮤직비디오가 배우로 첫 커리어라고 했던 것 같은데.
‘하필 감독이 걸려도…’
이상한 놈이 걸렸네.
당장 민서연이 까이고, 까이고, 또 까이던 분위기는 조금 해소된 것 같긴 한데.
감독 쪽은 오히려 더 냉랭해진 분위기였다.
“안무가 님이 여기는 무슨 일이십니까?”
자기네들끼리 대화를 끝 마쳤는지, 감독이 내게 한걸음 다가와서는 물었다.
“사측에서 저한테 뮤직비디오의 안무 디렉터를 맡아 달라고 해서요. 그리고 마지막 날 들어갈 컨셉 트레일러 촬영에 인트로 음악 제스쳐도 멤버들이랑 얘기해보고.”
“어, 인트로 제스쳐도 컨펌을 받아야 해요?”
“그거 그냥 하려고 했는데.”
“아냐, 딱히 제스쳐까지 정해주는 건 아니고. 너네가 그냥 해도 되는 거 맞는데, 도움을 주라고 하더라고.”
내 말에 곧이어 반박을 하려던 감독이 멤버들이 끼어들자 타이밍을 놓친다.
감독이 잠깐 침묵을 고수하더니 곧바로 이어서 나를 째려보며 말한다.
“회사 쪽에서 어떤 분이랑 얘기가 된 겁니까? 저는 들은 적 없는데.”
감독의 못마땅해 하는 눈빛.
그런 모습에 장난을 쳐보기로 했다.
“이승수 팀장님이랑 얘기가 다 된 겁니다.”
사실 기획팀 박 팀장에게 부탁을 받은 것이었지만.
아니나 다를까. TF 1팀장인 이승수의 얘기가 나오자 송 감독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진다.
“그래서.”
나는 입을 꾹 다무는 감독에게 다시 말을 건넸다.
“아까 민서연 씨가 췄던 춤이 뭐가 문제가 있었던 겁니까?”
“…”
감독이 가만히 있더니.
“동작이 안 맞았습니다. 화면 상에서 민서연 씨와 멤버들이랑.”
“제가 알기로 이번 뮤직비디오에 댄서는 출연하지 않는 걸로 아는데요.”
“…”
“멤버들처럼 완전히 합을 맞춰서, 여주인공을 댄서처럼 보여주는 게 목표인가요?”
민서연은 댄서가 아니고, 그저 뮤직비디오에 메인으로 흘러가는 스토리에서 약간의 안무를 추며 흥을 돋우는 역할이었다.
“그래도 그 동작 자체가 느낌이 안 살지 않습니까.”
“느낌이 안 산다는 게 어떤 거죠? 어떻게 디렉팅을 해주면 느낌이 산다는 소립니까?”
“춤 선이라는게 있잖아요. 미리 연습을 해 왔어야지. 당장 완벽히 수정하긴 힘드니까, 반복 촬영하면서 찾아보는 거죠.”
감독이 주저리주저리 말을 쏟아냈지만…
내가 듣기엔 헛소리에 불과한 말들이었다.
아마 그가 지금 대화하는 건 내가 아니라 이승수 팀장일 것이다.
자존심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지.
이대로 굽히면 이 팀장한테 진다는 생각이라고나 할까.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단호하게 말했다.
“앞으로 춤, 안무에 대한 부분은 제가 픽스를 하겠습니다. 그 외 카메라에 담기는 연출, 그림은 하던대로 감독님께서 일임하시죠.”
감독이 아무 말 못한 채 주먹을 꽉 쥐었다.
왜 화를 내는지.
자존심을 지키지 못해서인지, 아니면 더 이상 민서연을 골려먹지 못해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xxx
뮤직비디오는 3일에 걸쳐 이루어졌고, 스튜디오 역시 매번 다른 곳에서 촬영이 진행됐다.
다사다난했던 그 첫 날의 촬영이 끝나고.
다음날 촬영이 시작되기 전, 나는 곧장 MW엔터의 사옥으로 향하고 있었다.
이번 촬영. 그리고 감독에 대해 박 팀장에게 묻고 싶은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앉을까요?”
회의실을 들어서니, 여전히 다크서클이 턱 끝까지 내려온 박 팀장이 목소리만은 쾌활하게 의자에 안내했다.
“얘기는 들었습니다.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다구요.”
“트러블이랄 게 있나요. 그냥 제가 뮤직비디오 현장에서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인데.”
박 팀장이 물끄러미 나를 바라보더니 한숨을 작게 내쉰다.
“사실, 제가 처음 안무가 님께 부탁드린 건, 진짜 안무 디렉터로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부른 건 아니었는데요.”
“알고 있습니다.”
“…네?”
박 팀장이 내 대답에 놀라 바라본다.
“사실 안무 디렉터라는 직책보다, 제가 촬영장에 얼굴을 비추는 걸 원했다는 거를요.”
회사에서 필요했던 건 ‘스타 안무가 최연우’라는 이름일 것이었다.
이른바, 어그로라고나 할까.
“현장 스케치 때문에 저 부르셨던 거죠?”
“…네. 맞아요.”
촬영 스케치.
퍼플링크가 뮤직비디오를 촬영하거나, 녹음, 자켓 촬영 등의 스케줄을 소화할 때, 팬들을 위해 그 스케줄 과정을 B앱에 올리는 메이킹 필름이었다.
팬들에게 컨텐츠 제공과 소통의 일부로서 활용하는 창구.
그리고 박 팀장은 나를 그 현장 스케치에 얼굴을 비출 캐릭터로 이용하려고 했을 뿐인 것이다.
복면가왕으로 여타 가수들 못지않은 인지도가 생겼고, 퍼플링크의 안무가인 나는 멤버들과 자연스러운 케미도 보여줄 수 있을 테니까.
‘아니, 박 팀장은 그전에도 그랬지.’
정확히는 내가 유명하기 전에도, 그녀는 퍼플링크의 데뷔 리얼리티에 나를 이용했었지.
그런 박 팀장의 속셈을 알고도 제안을 받아들인 건, 퍼플링크의 안무를 담당한 내가 도움을 주는 일을 굳이 피할 이유는 없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송정호 같은 감독이 있다면 얘기가 다르지.
“L컴퍼니요?”
“네.”
퍼플링크의 이번 컴백 앨범.
투자자에 대한 얘기를 꺼내니, 박 팀장 역시 문제를 알고 있는지 미간을 찌푸리고는 말했다.
“어쩔 수 없죠. 첫 퍼플링크가 이렇게 성공적으로 데뷔할지 몰랐고, 계약은 두 번째 앨범까지 마쳤으니까.”
퍼플링크는 일반적인 걸그룹과 비교해서 말도 안 되게 성공적인 데뷔를 마친 그룹이긴 했다.
MW는 그런 성공을 예측 못하고, 두 번째 앨범까지 L컴퍼니 계약을 해, 투자를 받았다는 뜻.
“그래서 문제가 있는 곳과 계속 온 겁니까?”
조금 화가 났던 것이 조금은 가라앉았다.
어째서 회사는 저런 감독을 가만히 두고 보는 건지.
하지만 그럼에도 이해되지 않는 건 있다.
“문제가 있다뇨?”
“L컴퍼니에서 하는 갑질이요.”
“갑질?”
박 팀장은 모르는 말이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갑질이랄게 있나? 감독과 우리 TF 1팀장님이 연출이랑 디테일 부분에서 마찰은 있지만… 그건 감독 입장에선 충분히 말할 수 있는 부분이라서요.”
“그게 아니라…”
나는 가만히 대화를 나누다보니 어딘가 핀트가 안 맞는다는 것을 느꼈다.
‘혹시 모르나?’
감독인 송정호 감독이 독단적으로 뮤직비디오에 배우들을 꽂아 넣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이들에게 어거지를 부린다는 것.
그의 행동엔 분명 투자자 쪽이라는 뒷배가 있었지만.
어째 그 뒷배는 감독의 행태를 모르는 것 같았다.
“L컴퍼니는 젠틀한 곳이에요. 지금껏 크게 문제될 것 없었고, 좋은 관계만 유지하면 다음에도 언젠가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안 그래도 뮤비 쪽 감독만 회사랑 트러블이 있어서 문제인데.”
속으로 생각을 거듭하는 동안, 박 팀장이 나를 보고 말을 쏟아냈다.
“안 그래도 이 팀장님도 그런 트러블에 조금은 신경 쓰는 모양이니, 남은 뮤비 촬영 기간 동안 최 안무가님도 조금은 이해해 주세요.”
“…네.”
나는 단출하게 박 팀장의 부탁에 대답했다.
어디까지나 박 팀장이 알고 있는 선에서 생각해서.
젠틀한 투자자 쪽의 예술혼을 빚어내는 감독. 하지만 상업적인 것을 원하는 회사의 트러블.
…말로 표현하는 것처럼, 저런 단순한 대립이라면, 박 팀장의 말을 들어주는 것 정도야 어려운 게 아니었다.
하지만 내가 아는 건 그게 아니라서.
타닥.
사옥을 나오는 길.
나는 혹시나 하고 화장실에서 녹음했던 파일을 재생했다.
혜빈이라는.
정체모를 배우를 뮤직비디오의 주연으로 넣으려고 했다는 말을.
그리고 실패하고, 민서연을 일부러 몰아붙여 스스로 나가게 하려고 했다는 되도 않는 계획까지.
‘L컴퍼니.’
몰랐으면 넘어갈 텐데.
그런 사실들을 알고서도 그냥 넘어가기엔 내 성격이 그렇게 곱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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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컴퍼니는 음악 컨텐츠를 투자, 배급, 음반을 제작하기도 하는 종합 기업이었다.
자신의 앨범을 만들고 싶은 아마추어 가수들의 앨범을 투자 제작, 음반 기획, 유통까지 하는 기업.
덕분에 적지 않은 규모의 기업이었지만, 연락이 닿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인물을 만나서 그렇지.
“…Laky 작곡가님?”
“오랜만이네요.”
퍼플링크의 데뷔곡인 「나른한 오후」의 작곡가이자, 나와는 해브잇의 데뷔곡인 「Rainy City」를 함께 작업한 것으로도 인연이 있는.
작곡가 Laky가 왜 여기서 나와?
“사실 제가 담당자가 아닌데, 최연우 안무가님 연락이 왔다는 말을 듣고 부탁했어요.”
“…네?”
“복면가왕. 인상 깊게 봤거든요. 안무가 님이 그렇게 노래 잘 부르는지를 몰랐네. 저희 쪽이랑 같이 앨범 작업하려고 그런 거 아닙니까?”
“…아니.”
전혀 다른 방향으로 착각을 하신 것 같은데.
그것보다.
“Laky 작곡가님이… L컴퍼니 소속이었어요?”
“소속이라고 해야 하나. 저희 회사예요.”
하하.
의외라기보다, 어쩜 이런 우연이 있을까, 싶어 헛웃음이 나온다.
계약이 되었던 자신의 노래를 회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단독으로 취소한다거나, 원하는 가수에게 가지 않는다고 곡을 잠가버리는 등.
그런 행보를 통해 Laky가 금전적으로 여유로운 작곡가라는 사실은 예상할 수 있었지만.
하필 이번에 엮인 L컴퍼니 소속이라는 건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조금 착각하신 것 같아요. 저는 이번에 같이 앨범 기획, 제작 작업하러 연락을 드린 게 아니라.”
“…그건 좀 아쉬운데요.”
Laky가 가볍게 웃는다.
나는 그가 어떻게 작업하는지 알고 있었다.
해브잇도 그렇고, 서은아도 그렇고.
그는 마음에 드는 보컬을 보면, 그 보컬로부터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작곡을 했다.
그러니까, 이번엔 그 대상이 복면가왕에 내가 됐다는 거겠지.
아쉽게도 난 앨범을 낼 생각은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웬만한 일들은 다 처리할 수 있으니, 무슨 일로 찾으셨는지 한 번 말해보세요.”
Laky가 따듯한 커피를 한 모금 마시며 말했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도 따뜻한 커피를 마시네… 라는 생각이 들었던 건 잠깐 뒤로 하고.
나는 오늘 여기까지 찾아온 목적을 꺼냈다.
“저희 이번 퍼플링크 뮤직비디오에, 연출 감독이 송정호 감독인데… 아세요?”
“알죠. 제가 만든 데뷔곡 뮤직비디오도 작업했던 감독이거든요.”
탁.
그가 컵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왜…?”
나는 조심스럽게 핸드폰을 들어올렸다.
“L컴퍼니 쪽에서, 그 감독에 대해 조금은 신경써줬으면 하는 일이 있어서요.”
얼굴 천재 안무가가 되었다 – 11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