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13
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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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야. 가빈아. 최연우 안무가를 이기라니.”
스프링컬러의 소속사인 G-eight엔터.
그 회사의 안무팀인 Gravity의 외부연습실.
연습실에는 서성욱 뿐만 아니라 조가빈의 매니저 역시 함께 자리하고 있었다.
그가 난감한 얼굴로 서성욱을 힐끔거리더니, 조가빈을 질책한다.
하지만 조가빈은 얼굴 빛 하나 변하지 않는 모습으로 당당하게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왜, 못 이길 건 또 뭐야?”
“그게 아니라. 어워즈는 축제지. 경쟁이 아니잖아.”
“그게 무슨 소리야?”
조가빈이 눈살을 찌푸렸다.
“보는 사람한테나 축제지. 아이돌이 무대 한 번 한 번에 얼마나 시달리는 줄 몰라? 특히 특별 무대 같은 건 더 심하다고.”
“…”
“그래도 굳이 최 안무가랑 비교할 필요는 없지 않아요? 걸그룹 무대랑, 가빈 씨의 듀오 무대는 느낌이 다른데.”
하지만 곧장 서성욱이 싱긋 웃으며 하는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비교 대상이 잘못된 것은 맞았기 때문이다.
그냥, 최근에 가장 실력으로 인정받고 유명한 안무가가 최연우니까. 같은 특별 무대를 하는 안무가이기도 하고.
그래서 비교 대상으로 선정한 것 뿐이었다.
“그건…”
덕분에 잠깐 할 말을 잃어버린 조가빈.
그녀가 입을 웅얼거리며 할 말을 찾는 듯 하더니.
“그냥 당신 자극하려고 한 번 해본 말이에요.”
궁색한 변명 한 마디를 내뱉고는 벌떡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이었다.
그러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기지개를 펴고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했다.
‘아무튼 자존심은.’
서성욱이 그런 조가빈의 모습을 보고는 피식 웃는다.
뭐, 조가빈의 그런 성격에 대해서는 이미 많이 들어본 바라. 그렇게 놀랍지도 않다.
서성욱이 따라 일어서며 이번 무대에 대해 설명했다.
“일단 저희가 초반 독무 30초. 그리고 루키앤즈에서 이어받아 30초. 그 다음 듀오 댄스로 2분 30초. 총 3분가량의 분량인거 아시죠?”
“…”
대답 없이 고개만 끄덕이는 조가빈.
“그런데 이게 독무라고 해도, 바로 다음에 루키앤즈의 무대가 이어지기 때문에 당장은 막 혼자 화려하게 날아다니고, 그런 느낌의 안무를 만들 수가 없어요. 일단 반대쪽 독무가 나오면, 조율을 해 보는 걸로 하죠?”
“알았어요.”
탁탁!
조가빈이 손뼉을 마주치며 손에 뭍은 먼지를 털더니 툭 답한다.
“아까 제가 말했던 거에 기분 나쁜 거 아니죠? 자극하려고 한 말이라니까요.”
“괜찮아요. 전 기분 안 나쁜데.”
옆에서 지켜보는 매니저의 눈초리가 어지간히 사나운가보네.
답지 않게 되물어 오는 조가빈의 모습에, 서성욱이 손을 저으며 답했다.
그는 애초에 승부욕이라는 게 많지 않은 사람이었다.
춤을 춰 보니 잘 추고.
댄스 경연 대회 같은 곳에서도, 나가면 어쩌다보니 우승하고.
굳이 남과 비교해 상대방을 이기기 위한 동력으로 춤을 추지 않았다.
‘게다가 최연우 안무가는 그럴 대상도 안 되지.’
성욱은 그가 얼마나 춤을 잘 만드는지 알고 있었다.
이길 수 없다고까지 생각이 드는 건 아니지만… 애써 목표로 삼으려고 생각이 들지도 않는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떤 방향으로든 수정 해나갈 수 있는 느낌이니까. 지금 안무도 크게 나쁘진 않네.”
한편.
성욱이 생각에 잠긴 사이, 조가빈은 처음 선보인 안무를 되새기며 중얼거리고 있었다.
성욱의 안무는 그림으로 따지면 원을 하나 그려놓은 것에 불과했다.
이 동그라미가 배경에 따라서 선풍기가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사람의 얼굴이 될 수도 있는 것처럼.
안무의 수정 방향은 무궁무진했다.
“아, 가빈 씨.”
그런 방향성을 생각하던 성욱.
그가 문득 조가빈을 불렀다.
“?”
“그러고 보니, 전 루키앤즈의 도현이란 멤버랑 한 번도 작업을 해본 적이 없어서… 그쪽은 어떤 이미지의 멤버에요?”
그걸 알면 안무를 구상하는 게 훨씬 수월해질 터.
조가빈이 우뚝 멈춰서서는 팔짱을 낀다.
“으음…”
그녀가 한쪽 손으로 턱을 부여잡고는 고민하더니,
“망나니?”
한 마디를 던지는 것이었다.
“조가빈 씨 처럼요?”
“?”
“…아.”
성욱이 차마 참지 못하고 내뱉어버린 말.
조가빈이 어이가 없다는 듯 웃고는 말했다.
“네, 망나니 두 명이 특별 무대를 하네요.”
xxx
퍼플링크의 뮤직비디오 촬영은 순조롭게 마무리 되었다.
역시 감독이 문제였던거지.
한참을 딜레이되고 길어지던 뮤직비디오 녹화가 이처럼 마무리 될 수 있었던 건 바뀐 감독의 역량이 컸다.
화이팅을 외치며 심플하고도 빠르게 돌아가는 로테이션 촬영.
애초에 뮤직비디오 촬영에 아이돌 그룹이 아니라 출연 배우 때문에 문제가 있는 것 자체가 이상한 일이었다.
“오케이 좋아요!”
“수고하셨습니다!”
처음 예상했던 것만큼이나, 정작 정상화된 뮤직비디오 촬영장엔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많지 않았다.
“고생했어.”
“감사합니다…”
“끝났다아아!”
멤버들이 끄으으 하는 괴성과 함께 외친다.
CG를 입힐 크로마키를 뒤에 둔 채, 넓은 스튜디오에서 촬영한 마지막 무대.
3일에 걸친 촬영이 마무리 되었기 때문이다.
“서연 씨도 고생했어요.”
그리고 자신의 분량까지 모두 촬영이 끝났지만 마지막까지 기다린 서연.
고개를 숙이는 그녀에게 한 마디를 건넸다.
“서연 언니…!”
“오늘 완전 멋있었어.”
그리고 촬영 동안 어느새 친해졌는지.
누구에게나 그러는 것처럼, 다가가서 안기는 현진.
메이크업과 의상 때문에 에어 허그를 하는 것처럼 됐지만, 그것 역시 익숙한지 아무렇지 않게 서연이 받아줬다.
서연이 겪은 그 우여곡절.
그리고 갑자기 바뀐 감독.
소문이 나지 않을래야 나지 않을 수 없는 탓에, 멤버들 역시 서연과 관련된 사건을 모두 알고 있었다.
“네가 진짜 고생했지.”
그래서인지, 시현이 덤덤하면서도 따뜻한 목소리로 서연에게 말했다.
“에이, 저는 뭐. 몸 고생은 멤버들이 더 했지. 이번 앨범 진짜 대박 날거예요. 느낌이 왔어. 노래가 너무 좋잖아.”
서연이 최대한 아무렇지 않게 말하며 답했다.
“…안무도.”
그리고는, 아차 했다는 듯 나를 힐끔거리며 덧붙인다.
“야야, 시끄러. 괜히 덧붙이니까 더 초라하잖아.”
“헤헤.”
칭찬 할 거면 미리 하던가.
뭐, 성적을 결정짓는 것에 노래가 안무보다 중요한 건 맞지만.
헬리가 만든 노래라는 생각이 들어서인지, 괜히 경쟁심이 일어서 그렇지.
“그래도 저는 이번에 안무 때문에 뮤직비디오가 엄청 예쁘게 나온 것 같아요.”
“맞아, 저희 메이크업 엄청 화려하게 하고.”
현진과 유원이 서로 주고받는다.
이번 뮤직비디오의 내용은, ‘멤버들의 컨셉 스타일링’이었다.
안경을 끼고 다소 수수하고 청순한 이미지의 소녀, 민서연.
그녀가 소개팅을 나가게 되고, 각각의 멤버들의 매력을 살린 스타일링 조언을 듣고 바뀌어가는 내용인 것이다.
그런 컨셉이 나올 수 있었던 것이 바로, 내가 안무의 컨셉으로 멤버들의 한 명 한 명의 매력을 부각시키는 컨셉이었다.
덕분에 뮤직비디오에서도 멤버 넷의 캐릭터가 확실히 부각되는 의상, 헤어, 메이크업이 이루어졌다.
다정하고 여신 같은 느낌의 시현과 왈가닥 현진. 친구 같은 유원.
그리고 도도한 서은아의 이미지까지.
“데뷔곡 뮤비 촬영보다 훨씬 재밌었어.”
“맞아.”
“언니, 다음에 동생이랑 같이 밥이라도 같이 먹어요.”
현진이 생글생글 웃으며 서연에게 말했다.
“아인이랑? 정말? 걔 엄청 좋아할 걸. 이번에 촬영장도 오고 싶어했는데.”
“근데, 일단 저희 활동 끝나고. 그 전까지는 힘들 거예요.”
“당연하지!”
펄쩍 뛰며 두 사람이 새끼 손가락을 걸었다.
‘귀엽네.’
그런 친목의 현장을 지켜보던 내가 주변을 둘러봤다.
그나저나.
마지막 촬영이 끝나고 하나 둘 정리하고 있는 스탭들.
그러면 보통 매니저와 담당자가 와서 멤버들을 케어해줘야하는데…
꽤나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나타나지를 않고 있었다.
‘다른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나?’
끝났다는 연락이 가지 않은 건 아닐 테고.
“수고했어.”
그 사이.
멤버들과 서연이 있는 곳에 다가온 감독, 여수진이 멤버들 한 명 한 명과 악수를 나눴다.
“꽤 됐는데 아직 여기 남았네?”
“매니저 님이…”
시현이 나와 같은 생각인 듯, 주변을 둘러보며 말을 흐린다.
“곧 오겠죠.”
“음.”
여 감독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연을 쳐다봤다.
“우리 주연 서연 양.”
“네, 네. 감사했습니다.”
서연이 잔뜩 긴장해서 90도로 고개를 숙였다.
…저걸 좋게 됐다고 해야 하나?
첫 출연, 첫 감독으로 송 감독이라는 악질을 만나서 그런지.
서연은 감독의 앞에만 서면 저렇게 긴장을 잔뜩 해서는 로봇처럼 인사를 건네곤 했다.
그래도 촬영에 들어가서는 저러질 않으니.
감독에게 깍듯한 게 문제될 건 없겠지.
“아직 소속사가 없다면서? 어쩜 이런 인재를 안 채갈까.”
여 감독이 그런 서연의 모습을 안타깝게도, 흐뭇하게도 바라보며.
지갑을 꺼내, 명함 한 장을 건넸다.
“제 명함이에요. 혹시나 연락할 일 있을 수 있으니. 번호는 저장해 둬요.”
“네! 감사합니다!”
다시 꾸벅.
“MW는 배우 매니지를 안하니… 서연 양은 원하는 매니지먼트 없어요?”
“저는… 받아주기만 하면 가야죠.”
“아니, 그러면 안 돼. 소속사도 잘 알아보고 가야지. 음, 이번 뮤직비디오 나가고 나서는 소속사보다 웹드라마 오디션을 보러 다니는 건 어때요? 요즘 그쪽은 뉴 페이스에 목말라있던데.”
“네, 넵.”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진 말고, 오지랖이라고 생각해요. 오지랖 조언. 아무튼. 또 볼일 있길 바래요.”
여 감독이 싱긋 웃으며 말하고는 뒤돌아 사라졌다.
“그런데, 은아 언니 어디갔어?”
“어?”
하지만 그동안에도 MW에서 사람이 오지 않아.
나도 그만 가보려고 하는데…
멤버들이 주변을 둘러보며 중얼거리는 말이 들려왔다.
“서은아?”
그러고보니 아까 촬영 끝나고 서연과 만났을 때부터 은아의 모습이 보이지가 않았다.
현진과 유원, 시현. 이렇게 세 명에 서연이 끼어있어 익숙한 네 명이어서.
퍼플링크 멤버가 다 있는 줄 착각했네.
“그럼 나도 가 볼게, 수고했어.”
화장실이라도 간 걸까.
더 이상 함께 움직일 필요가 없어, 나도 그만 멤버들과 인사하고 밖을 나섰다.
“저, 저도. 그럼.”
나가는 김에 함께 움직이기로 한 서연이 옆에 따라붙는다.
“택시타고 갈까?”
“좋아요!”
스튜디오를 나서는 길.
“어?”
그런데, 건물 밖. 한쪽 구석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서연이 외마디 의문사를 토해냈다.
“저거 은아… 랑 퍼플링크 매니저 님 아니에요?”
그녀의 말마따나.
그녀가 가리킨 곳엔 잔뜩 심각한 표정으로 두 사람이 마주보고 서 있는 것이었다.
‘매니저가 있었네.’
그러면 촬영이 끝난 후, 지금까지 은아와 관련된 일을 처리하느라 안의 멤버들을 케어하지 못한 걸까?
두 사람이 한숨을 내쉬는 것 같더니, 고개를 저으며 천천히 스튜디오 안으로 함께 걸어갔다.
잔뜩 심각한 표정은 유지한 채였다.
아무튼 매니저가 멤버들을 챙겨, 퇴근을 하려는 모양.
“무슨 일이… 있는 걸까요?”
“…글쎄.”
나도 저 멀리서 얼굴 표정만 보고 그런 것까지 읽어내는 능력은 없어서.
그렇게 마무리 된 퍼플링크의 뮤직비디오 촬영.
하지만 나와 민서연이 봤던, 그날의 서은아와 매니저.
그들이 나눴던 사안에 대해서 얘기를 들을 수 있게 된 건, 얼마 지나지 않은 후였다.
그것도…
“루키앤즈의 도현이랑, 서은아?”
뜬금없는 ‘망나니’ 한 명의 이름과 함께 말이다.
얼굴 천재 안무가가 되었다 – 112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