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19
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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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음식을 많이 주문한 게 나쁘지는 않았다.
내가 올 걸 예상하고 시킨 건 아니지만, 덕분에 나도 배를 채울 수 있었으니까.
한참을 밥을 먹기에 집중하길 얼마.
“라디오 잘 듣고 있어.”
내 말에 민아인이 쑥쓰럽다는 듯 머리를 긁적인다.
“아니, 뭐… 내가 하는 게 아니라, 연채 언니가 다 하는 건데 뭐.”
겸손하게 말했지만, 이미 사람들 사이에선 조금씩 반응이 오고 있었다.
유튜브 같은 곳에 올라오는 보이는 라디오의 커버곡 영상.
민아인의 팬들은 벌써부터 리메이크 앨범에 기획을 들어가라고 아우성이었고,
민아인을 모르는 사람들 역시, 어쿠스틱한 기타 한 대를 가지고 자신만의 스타일로 부르는 노래에 매 주 기대를 하고 있었다.
“아, 그리고 저 회사 계약했어요.”
“회사?
그러다가, 민아인의 표정이 한층 밝아지더니 자랑스럽게 말했다.
나는 어쩐지 이어지는 말을 듣지 않아도, 어느 회사인지 알 것 같았다.
“라디오 DJ하는 연채. 그 사람 회사야?”
“어? 어?”
그리고 예상대로.
내가 하는 말을 듣자, 놀래켜주려던 민아인의 얼굴이 당황으로 물든다.
“어떻게 알았어요?”
“매주 꾸준히, 가장 가까이에 있는 게 그 사람이니까. 연채의 소속사에선 네가 탐나지 않을 리 없을테니, 먼저 제안을 했겠지.”
민아인이 배시시 웃는다.
“맞아요. 그리고 저도 계속 연채 언니랑 회사랑 어떤 관계인지 보니까, 좋아 보이더라구요?”
“그거 네 앞이라서 좋은 척 한 거 아냐?”
우악스럽게 음식을 먹던 헬리가,
뿌듯하게 말하는 민아인의 말에 끼어들었다.
“너가 마음에 들어서 꼬시려고, 앞에서 연기를 한거지. 섭외 조작단?”
어처구니없는 헬리의 말에 민아인의 눈동자가 파르르 흔들린다.
아니.
저걸 실제로 믿는 거야?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나는 허탈하게 웃으며 툭 건네니, 헬리도 장난이었는지 씨익 웃는다.
“우리 아인이 이렇게 순진해서 어떡하냐?”
“에이, 장난이었어요, 설마 그걸 믿었겠어요?”
하지만 그렇게 해명하는 네 목소리도 지금 떨리는 걸.
“아무튼, 제가 이렇게 될 수 있던 것도 다 헬리 피디님 덕분이죠.”
“그럼, 그럼. 나 때문이지.”
얄밉게 고개를 끄덕이는 헬리를 보니 딱밤을 한 대 때려주고 싶었지만.
작곡가 선생님이라는 그의 자존심이 있으니 참자.
“그런데, 아인이 너는 연우 쌤한테는 오빠라고 하면서 왜 작곡가님한테는 꼬박꼬박 존댓말을 써?”
그러던 중.
아무 말 없이 우리들을 구경하던 민서연이 물어온다.
“그러게.”
그건 나도 궁금하긴 했다.
가끔 통화를 할때나, 문자를 할 때도.
나한테는 엄청 가볍고 살갑게 대하던 민아인이 헬리한테는 조심스러워 한다는 게 느껴졌거든.
“그건… 선생님이니까.”
“어?”
“내가 사실, 헬리 쌤한테 작곡을 배우려고 부탁을 드렸거든.”
아아.
작곡 선생님?
“근데 지금은 너무 바빠서 안 된다고, 나중에 가르쳐주기로 했어.”
그러면 이해가 되긴 한다.
나는 안무가고, 민아인은 아이돌이 아닌 전형적인 보컬리스트니까.
나 역시 민아인이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는 앨범을 발매했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한 것 같았다.
먼 훗날에 개인 콘서트를 할 때나 안무를 추지.
그걸 안무라고 해야 할 지, 율동이라고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하긴, 녀석이 요즘 정신없긴 하지. 근데 그건 이번에 너랑 같이 하는 앨범 만드려고 그런 거니까.”
나의 말에 민아인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이번에 만들었다는 곡은 어디 있는 거야? 녹음은 끝냈어?”
지금 여기가 녹음 스튜디오니까.
“아니, 아직. 녹음 하려고 오라고 했는데, 일단 밥부터 먹자고 해서…”
“하하. 여전하네.”
나는 그런 헬리의 얘기를 들으니, 이전에 했던 녹음이 떠올랐다.
“저번에 이유라랑 작업할 때도 밥부터 먹었었는데.”
한결 같은 녀석.
“아, 유라… 유라도 이번 피디님 앨범에 더 참여해요?”
“아마? 유라가 총 두 곡, 네가 세 곡. 그리고 마지막 가수 한 명이 두 곡. 총 7개 곡으로 생각 중이야.”
“그럼 다음에 유라 녹음할 때 저 구경와도 돼요?”
민아인이 눈을 반짝이며 묻는다.
“뭐, 상관없지. 유라만 괜찮다고 하면.”
“괜찮을 거에요. 같이 학원 다닐 때 녹음하는 건 서로 많이 봤으니까.”
“…그런데 왜 또 구경하러 오는거야?”
헬리가 아인의 말에 모순을 느끼며 고개를 갸웃거릴 쯤.
나는 시종일관 조용히 음식을 하나씩 먹으며, 구경만 하고 있는 민서연이 눈에 들어왔다.
‘역시 예쁘네.’
저번, 카페에서 처음 마주쳤을 때도 느꼈는데.
나는 뮤직비디오 촬영을 할 때나, 민서연이 화려한 화장을 했을 때보다.
이처럼 베이직하고 자연스러운 상태일 때가 민서연의 매력이 더욱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청초한 느낌의 외모. 그게 만들어주는 분위기 때문이다.
“그런데 서연이는 왜 여기 왔어?”
“아, 저요? 저는 아인이 구경하러…”
서연이 어색하게 웃는다.
민아인은 이유라의 녹음을 구경하러 온다고 하고.
민서연은 아인의 녹음을 구경하러 왔고.
아주 그냥 현장 학습이 따로 없다.
“뭐, 구경하면 되지.”
하지만 그걸 막을 것까진 없었다.
우리가 무슨 커다란 투자 기획을 가진 회사도 아니고.
“그런데, 너는 소속사는 구했어?”
나는 아직도 수다를 떨고 있는 민아인과 헬리를 보다가 서연에게 물었다.
이번 퍼플링크의 뮤직비디오 이후,
서연도 어느 정도 대중들의 관심에 오르내렸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게 오래 가진 않을 거다.
홍보를 해서 땔감을 계속 넣어주는 것도 아니고.
결국 연속극 드라마나, 영화 같이 임팩트가 있어 사람들이 계속 찾아보는 것도 아닌.
뮤직비디오에 불과하니까.
“아직 안 구했는데… 구하고 있는 중이에요.”
민서연이 조용히 고개를 젓고는 답한다.
“아 맞다!”
그러던 그녀가, 번쩍 고개를 들더니 나를 보는 것이었다.
“?”
“저 안무가 님한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었는데.”
“부탁? 어떤 부탁?”
“네, 연우 쌤, 혹시 춤 레슨 하세요?”
…레슨?
소속사 얘기를 물었더니,
갑자기 떠오른 게 왜 내 레슨 얘기야?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대화의 흐름에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으려니,
민서연이 더더욱 빠른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제가 찾아보니, 대부분의 안무가들은 학원에서나, 개인 스튜디오에서나 어반 댄스 레슨을 하고 있더라구요.”
…그건 그렇지.
Free Plus나 인기 안무팀들처럼, 계속해서 안무가 들어오는 팀이 아닌 이상.
오히려 안무가들의 주된 수입원은 레슨비인 경우가 많았다.
‘그런 Free Plus도 정기적으로 레슨을 하고 있긴 하지만.’
물론 임성준 같은 스타 안무가는 레슨을 하지 않거나, 해도 굉장히 드물게 하긴 했지만.
“근데 나는 레슨을 안 하는데.”
“아…”
민서연의 얼굴이 구멍 뚫린 풍선처럼 푸쉬쉬 가라앉는다.
“갑자기 레슨을 왜? 이유는 들어 보자.”
“그게… 오디션이 있는데…”
“오디션?”
“네. 이번에 소속사를 구하려고 이런저런 연락을 돌리는 와중에, 에이전시에서 영화의 조연 역 오디션 제안을 받았거든요. 그런데 그 역할을 하려면 춤을 추는 게 조건이라…”
“하하, 왜 연락을 받았는지 알 것 같네.”
뮤직비디오에서 춤을 열심히 췄으니까. 캐스팅 디렉터에서는 이처럼 딱 맞는 배우는 찾기 어려울 거다.
“그래서, 이젠 제대로 춤 연습을 해야하거든요. 사실 이번에 계속 아이돌 소속사에서만 연락이 와서… 영화에 출연하게 되면, 배우 쪽에서도 눈길을 끌 수 있을테니.”
어느 정도 이해는 했다.
그러니까. 소속사를 구하기 위해서라도, 꾸준히 커리어를 쌓기 위해서라도 이번 영화에 출연을 해야한다는 건데…
“그런데 영화는 괜찮은 영화 맞아?”
조금은 걱정이 됐다.
“B급 영화라거나. 아니, B급은 괜찮은데, 캐릭터가 어떤지 중요할텐데.”
만약.
민서연의 첫 필모그래피에 올라갈 영화가 코미디라거나.
캐릭터의 이미지가 너무 가벼우면, 다음 작품에도 꾸준이 영향을 미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 내 걱정을 이해한 건지.
민서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이번에 오디션 대본 받아 봤는데, 괜찮은 것 같아요. 여주인공 동생 역할이거든요. 진중하면서도 툭툭 쳐주는, 씬스틸러 같은 느낌도 많구요.”
하긴, 내가 민서연 담당 회사가 되어줄 것도 아니고.
영화배우에 대해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니까.
더 이상 말을 할 수 있을 것도 없다.
“그럼 레슨…은 뭐, 원래 안하는데. 많이는 못 봐주고 가끔 춤을 가르쳐 줄 수는 있어. 기본기 말하는 거지?”
“네, 네! 목표 댄스가 있는 게 아니라, 기본기요!”
서연이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는 모습이 귀엽긴 한데…
어째 걱정이 된다.
“아인이는 헬리한테 작곡을 배우고, 너는 나한테 춤을 배우고…”
이거 좀 이상한데.
“저희는 복 받은거죠.”
민서연이 해맑게 웃으며 말했지만.
글쎄.
‘나도 그렇고, 얘도 그렇고…’
어째 안무를 만들거나, 작곡을 하는 과정이.
다른 평범한 사람들과는 조금 달라서.
‘괜히 이상한 물만 들이는 거 아닌가 몰라.’
특히나 나는 기본기만 가르치는 거라 상관이 없겠지만…
아인은 헬리에게서 뭘 배울 수 있을지, 참 걱정이다.
원래 천재라는 녀석들이 가르치는 건 더 못하는 편이라.
‘그래도 괜찮을 것 같긴 해.’
하지만 나는 슬쩍 입가에 미소를 띄우며 걱정을 털어냈다.
그렇게 걱정을 하기엔.
민아인도 충분히 천재라는 영역에 있는 사람이었으니까.
xxx
MW엔터의 연습실.
나는 또 다시 익숙한 이곳에서 퍼플링크의 멤버들과 함께 연습을 준비하는 중이었다.
“무언극이요?”
“응.”
멤버들에게 이번 컨셉을 설명하니,
당연하게도 놀라는 모습과 함께, 기대하는 반응 반.
그리고 걱정된다는 반응 역시 있었다.
‘노래 없이 퍼포먼스만 보여준다’라는 건 이전에도 몇 번 나온 적 있었지만.
그 무대에 대놓고 스토리를 덧입혀, 무언극의 형태로 꾸미는 건 처음이었으니까.
“이미 무대 감독님과는 얘기를 해 둔 상태야.”
박 팀장에게서 받은 소리파도 어워즈의 무대 감독.
내가 이번 퍼플링크의 특별 무대에 관해서 얘기를 하니, 그는 부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기술적으로도 그렇게 어렵지 않은 일이었기 때문이다.
“…어려운 건 퍼플링크 너네들이지.”
“아아아~.”
내 장난스런 말에 녀석들이 새끼줄에 엮인 굴비들처럼 축 늘어진다.
“사실 안무가 다 나온 건 아닌데… 이건 뭐, 어쩔 수 없지. 천천히 익혀보자.”
내가 엄청난 속도로 안무를 모두 뽑아냈으면 모르겠지만.
아무리 나라도, 하루 아침에 뚝딱 특별 무대의 안무에 야마 있는 것들을 뽑아낼 수는 없었다.
그런데 멤버들이 한창 활동을 이어나갈 스케줄 상,
이후 느긋하게 시간을 두고 연습을 할 수도 없었고.
조금씩 나오는 대로, 연습을 하는 수밖에 없었다.
“초반 부분, 기저가 되는 내용은, 너네들이 보석의 조각들을 찾는 컨셉이야.”
스토리를 입으로 설명하려니 부끄럽긴 한데.
그 스토리에 맞는 안무를 몸으로 보여주는 거니까.
멤버들이 순식간에 피곤했던 몸을 다시 잡으며 집중을 했고.
나는 뒤이어 설명을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