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20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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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활동은 어때?”
“정신없죠…”
한창 레슨을 하던 도중, 잠시 쉬는 시간.
슬쩍 물어봤더니, 푹 쳐진 말투로 대답하는 유원의 말꼬리가 흐려진다.
이번이 두 번째 앨범.
퍼플링크는 인지도부터, 팬덤의 크기 모두 데뷔 이후 천천히 상승하고 있었고,
이번 앨범의 발매 이후 계단처럼 급상승하는 것까지 이상적인 활동을 이어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하지만 그만큼 멤버들은 바빠질 수밖에 없는 일.
내가 함께 활동했던 「나른한 오후」때는 기껏해야 음악 방송, 행사, 그리고 몇몇 잡지사 인터뷰 등이 스케줄의 끝이었는데.
지금은 인터넷 광고나, 여타 여러 예능에도 출연하는 등.
한 명 한 명이 더더욱 바빠진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번 안무도 반응이 좋아서 다행이에요.”
“그러게. 처음엔 진짜… 좀 그랬는데.”
그러던 중.
나와 유원의 대화에, 옆에서 몸을 풀던 서은아가 쭉 기지개를 펴며 끼어든다.
“…처음엔?”
그런데 그녀의 말머리에 붙은 말이 조금은 신경 쓰인다.
처음엔 좀 그랬다니?
“그러니까. 처음에 이번 앨범 안무 봤을 때 엄청 쪽팔렸…”
그런데 그런 대답은 서은아 뿐만 아니었다.
역시 옆에 있다가, 아무렇지 않은 목소리로 서은아의 말에 대답을 하던 현진.
그러던 그녀가 이내 거울 속에 비친 내 눈과 마주치더니.
그제야 흠칫 말을 멎고는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쪽, 쪽팔렸다니.”
하지만 이미 다 들었는데.
…내 안무가 마음에 안 들었나?
녀석들의 말에 괜히 마음이 싱숭생숭해진다.
상처…를 받은 건 아닌데.
어째 몸이 전봇대가 된 것처럼 안 움직이네.
“야, 너 말이 왜 그래? 쪽팔리다니.”
이윽고 시현이 그런 현진을 흘기더니, 타박하며 질책을 한다.
그래, 너라도 내 마음을 대변해주는구나.
“쪽팔리다는 단어 말고, 그럴 땐 부끄럽다라는 말을 쓰란 말이야. 쪽팔리다는 비속어같잖아!”
…그거 말고.
어째 메인 댄서인 시현의 입에서까지 말을 들으니, 힘이 빠진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미리 말해 줬어야지.
“…는 사실, 장난이에요.”
그러던 시현이 나를 향해 뚫어져라 쳐다보더니 장난스럽게 웃었다.
“…?”
“그런데 완전 다 장난은 아니고.”
“그게 무슨 소리야?”
“쌤, 상처 받은 거 아니죠?”
현진이 익살스럽게 웃으며 내게 다가온다.
“아니, 우리 이번 안무를 처음 봤을 때는 솔직히 부끄럽긴 했거든요.”
“왜?”
“그렇잖아요. 한 명씩 한 명씩 가운데서 막 외모를 강조하는 춤을 추는 게 당사자 입장에선…”
…
무대 위에 서야 하는 당사자 입장에선 그럴 것 같기도 하고.
나는 어디까지나 멤버들을 한 명의 캐릭터, 팬들에게 선보여야 할 이미지를 생각하고 퍼포먼스를 짰는데.
생각해보면, 직접 그걸 표현하는 얘네들은 물건이 아니었다.
“너네들 예뻐서, 예쁜 모습 하나 하나 보여주는 건데 뭐.”
“그렇게 말하면 고맙긴 한데.”
현진이 오바하며 양 손으로 볼을 덮고는 말한다.
“그래도 부끄럽죠. 쌤 잘 생겼다고 누가 무대에서 잘난 척하라고 하는 걸 생각해봐요.”
그렇게 말하니까 한 순간에 확 이해가 되네.
하지만.
“나는 댄서고, 너네는 아이돌이잖아.”
나는 잘생긴 척을 할 일이 없는 걸.
“그건 맞지. 우리는 아이돌이니까, 그런 거에 익숙해져야 한다고.”
그런 내 말을 동의하며 다가오는 시현.
그리고.
“세상에…”
“언니나 잘 해!”
“언니가 젤 어색해하잖아!”
멤버들 중 가장 ‘예쁜 척’, ‘귀여운 척’, ‘애교’ 같은 것을 못하는 그녀에게…
다른 멤버들의 폭격 같은 투덜거림이 쏟아질 뿐이었다.
xxx
“그게 아니라니까?”
“헉, 헉. 죄송해요.”
“으음…”
휴식시간 이후.
한창 연습을 이어나가고 있는 멤버들.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무대의 시작은 모든 멤버들의 실루엣만 보인 상대에서 춤을 표현하는 장면이었다.
어쩌면 ‘무언극’이라는 무대의 컨셉을 제일 잘 표현해야하는 중요한 파트.
하지만 멤버들이 한창 활동에 피곤해서인지, 안무를 받아들이는 것에 조금은 애를 먹고 있었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할까.”
지금은 안무를 익히는 단계.
디테일한 동작의 포인트, 이미지 같은 것을 가르치기보단 순서를 암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런 동작의 암기는 설명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서.
“다운한 다음, 업~ 할 때 웨이브로.”
“업~.”
그래서 나는 동작을 설명할 때 리듬감을 넣기로 했다.
그런 거 있잖아.
어렸을 때부터, 어떤 거 암기할 때 노래로 외우면 잘 외워진다고.
“다운, 업~.”
“업 할 때 웨이브~.”
내가 동작의 시범을 보여주고 흥얼거리듯이 말하니,
멤버들이 한 명 한 명 그 목소리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한 쪽 발을 내딛고, 다른 발 따라올 때 지금 계속 반대 발을 바닥에 끌고 오고 있거든? 그러니까 이걸 떼! 고.”
다음 동작.
마치 문워크를 하는 것처럼, 스텝을 밟아 한 발자국 동선을 이동할 때 멤버들이 발을 질질 끄는 경향이 있다.
그것도 임팩트 있게 받아들일 수 있게.
“떼! 고요?”
“그치, 그렇게.”
목소리를 특이하게 냈더니, 멤버들의 입가에 헤실헤실 웃음을 맺힌다.
“하나, 둘, 떼! 고.”
“그렇지.”
그리고 그런 방식이 효과가 있는지.
“아까부터 계속 틀리던 동작인데, 드디어 좀 익숙해졌나보네.”
“죄송해요.”
“괜찮아. 아직 시간은 많으니까.”
특히나 많이 실수를 저지른 서은아가 눈을 내리깔며 사과를 한다.
그런데 그 사과를 하는 모습마저 피곤해보이니, 뭐라고 할 수가 있나.
여기서 무슨 스파르타식으로, ‘이런 식으로 할 거면 자러가!’라고 하기도 그렇고…
그렇다고 너무 오냐오냐 받아주기엔, 앞으로도 꾸준히 이런 피곤한 상태에서 레슨을 할 수밖에 없는 퍼플링크여서.
조율점을 찾아야했다.
“역시 연우 쌤. 가르치는 거 하나는 직빵이라니까요?”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다른 멤버들관 다르게 다소 안무의 숙지를 쉽게 쉽게 하고 있는 멤버.
시현이 물을 한 모금 마시더니, 혀를 내두르며 말했다.
“다른 쌤 레슨보다 훨씬 알아듣기 쉽다니까? …물론 다른 쌤이 우리 앨범 안무를 담당한 적은 없지만.”
그렇지만 연습생 시절이나, 트레이닝 레슨을 받아봤으니,
안무가들끼리의 레슨 방법을 비교할 순 있을 거다.
“말이라도 고맙네. 역시 시현이는 다르다니까?”
“하하, 물론이죠 전 메인댄서인데.”
귀엽기는.
그녀가 해 준 칭찬을 받아줬더니, 얼굴에 철판이라도 깐 듯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흥, 난리들 나셨네.”
그리고 그런 우리 둘을 보며 막내 두 명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고 있었지만.
어쨌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시현과 으레적인 칭찬을 주고받았는데도 힘이 나긴 한다.
“근데 시현 언니 말에 동의하긴 해. 연우 쌤 레슨 잘 하긴 하지. 내가 전에 연우 쌤 레슨 들은 사람을 만난 적 있는데, 그 사람도 그렇게 말하더라.”
그러던 중, 현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말해왔다.
“내 레슨?”
보통 안무가들이라면 레슨을 많이 해서, 언제를 말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내가 레슨을 했던 기억이라고는, 단 한 번 밖에 없었다.
Free Plus에 소속되어 있을 당시. 자기 자존심만 내세우며 레슨생들 추행하던 녀석과 함께 했던 레슨이었으니까.
‘딱히 좋은 기억은 아닌 것 같은데.’
내 생각엔 그렇게 남아있지만.
다행히 내가 가르쳤던 레슨 자체는 나쁘지 않았는지, 당시 수업을 들었던 레슨생의 평을 들으니 기분이 좋아진다.
“쌤은 레슨 왜 안 해요?”
“내가 왜 레슨을 안 해? 너희한테 하는 게 레슨이잖아.”
“아니, 이건 안무 작업이구요.”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레슨은 레슨이지.
“장난이고, 레슨을 굳이 할 필요가 없어서 그러지 뭐.”
내가 돈이 부족하거나, 시간이 넉넉한 것도 아니고.
“쌤이 가르쳐주면 실력이 성큼성큼 늘 것 같은데.”
“맞아. 해브잇 분들 춤 진짜 잘 추던데, 쌤이 가르쳤잖아요.”
퍼플링크 멤버들 이전, ‘춤터뷰’ 컨텐츠를 진행했던 해브잇.
멤버들 역시 자료 조사 차원에서 미리 그것을 봤고,
해브잇의 실력에 대해 감탄했다는 것을 듣긴 했다.
근데 조금 오해가 있는데.
“내가 커렌트 엔터에서 걔네 댄스 트레이너로 좀 있긴 했는데. 해브잇 멤버들은 애초에 춤을 잘 췄어.”
처음 녀석들의 춤을 봤을 때 놀랐던 기억이 잊혀지질 않는다.
“야, 내가 가르친다고 다들 그 정도로 할 수 있으면, 이 세상에 댄서 아닌 사람이 없겠다.”
“…그건 맞아요.”
“이결 그 분은 키도 엄청 크시던데.”
멤버들이 고개를 주억거린다.
“그래도 쌤이 잘 가르치는 건 변함이 없는데.”
“안 그래도, 이번에 개인적인 부탁으로 레슨 하나 맡긴 했어.”
“엥?”
“레슨 안 하는 거 아니었어요?”
“굳이 나서서 하진 않는 거지.”
“그런데, 누구? 그럼 쌤이 아이돌 키우는 거예요? 아니, 아이돌이 아니라 댄서인가?”
“내가 무슨 MW같은 기획사인줄 아냐? 그런 거 아니고.”
현진이 그런 내 대답에도 눈을 반짝이며 쳐다본다.
“서연이 알지. 너희 뮤직비디오 같이 촬영한 애.”
“서연 언니요? 헐! 그 언니가 안무 레슨 받으면, 드디어 아이돌로 데뷔를 하는 건가?”
“아니, 내가 아이돌 키우거나 그런 거 아니라니까.”
호들갑을 떠는 현진의 말에 허탈하게 웃고는 이어서 말했다.
“배역에 춤이 중요한 파트가 있어서. 오디션에서 춤을 춰야 한다더라.”
“아아, 배역.”
“오오, 배역.”
멤버들은 아이돌이지 연기자는 아니어서.
민서연의 얘기를 꺼내니, 다들 흥미진진하게 들었다.
“그래서 레슨 아닌 레슨을 조금 해주기로 한거고. 야, 너네는 그럼 그렇게 남들이 좋다는 내 레슨을 받고 있는 건데. 지금 이렇게 연습해도 되는 거야?”
“갑자기 변화구 무엇.”
“으으, 피곤해요오…”
하지만 언제까지 내 레슨 얘기를 하고만 있을 순 없지.
안 그래도 활동과 연습이 겹쳐 시간도 부족한데, 진도도 느리면…
정작 어워즈가 닥쳐왔을 때 멤버들이 고생하게 될 일이다.
“자 하자!”
짝짝!
박수를 치며 독려하는 리더, 시현.
그리고 멤버들 역시 결국 본인들이 힘들어질 것을 아는지, 다시 일어나서 거울을 보고 마주섰다.
“다운, 업!”
“웨이브~.”
“좋아!”
확실히 나아진 동작과 함께.
멤버들이 안무를 조금씩 익혀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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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소리파도 어워즈에 참석한다구요?”
“응. 남자 신인상 쪽에 노미네이트 됐으니까.”
해브잇 멤버들의 숙소의 거실.
옹기종기 모여 앉아있는 네 명의 멤버들, 그리고 그들과 마주앉아있는 매니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우리가 무대를 올라가진 않지만, 자리는 참석해달라고 하더라고.”
“무대 없이, 수상을 한 것도 아닌데 참석을…”
이결이 작은 목소리로 핵심만을 콕콕 찝어 말한다.
그의 말에 매니저가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니까, 병풍이라는 소리구나.”
“땜빵…”
“땜빵은 아니지, 펑크 난 다른 아이돌 자리에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그래도 우릴 부른 거니까.”
“…”
살짝 시무룩해지는 연호.
하지만 매니저가 그런 멤버들의 눈치를 살피는 것이었다.
“땜빵…이에요?”
“그래도 우리한테는 좋은 기회야. 소리파도 쪽이랑 관계도 좀 좋아지고… 이번에 펑크 낸 하이브 그룹한테 빚도 좀 얹어두고. 그쪽 회사랑도…”
커렌트 엔터테인먼트는 대표가 실장마냥 움직이는 소규모 회사.
다른 회사와의 친분, 관계가 다른 쪽보다 중요한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다만 그 친분을 위해서 해브잇이 희생되는 느낌이었지만…
“괜찮아요. 다 이해해요.”
리더인 희민이 말하며 멤버들을 휘 둘러본다.
“어차피 우리 당장 스케줄도 없었잖아? 병풍이라도, 가서 선배들 무대 보고 배울 점도 있을 거고.”
회사에서 해브잇을 엿먹이려고 그러는 게 아니라.
결국 해브잇의 앞으로 활동을 위해서. 성공을 위해서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멤버들은 금방 그 시무룩한 것을 떨쳐낼 수 있었다.
“명분이 없는 것도 아니잖아? 우리도 신인상 후보에 이름이 올라갔는데, 당당히 가서 앉아 있어도 돼!”
“맞아!”
힘을 되찾은 멤버들이, 미안해하는 매니저를 보며 오히려 소리쳤다.
매니저가 그런 멤버들을 보며 미소 지었다.
‘착한 녀석들.’
외모도, 실력도, 인격도 되는 이 녀석들을 성공시키지 못하는 회사가 원망스러우면서도.
어떻게든 대박날 수 있게 할 거라고 다짐하면서.
얼굴 천재 안무가가 되었다 – 119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