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22
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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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Sign Here’의 주인공, 태훈.
극의 핵심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그는, 춤에 미쳐 거리에서 춤을 추며 살아가는 댄서였다.
그런 그에게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었으니. 그것은 바로 자신의 댄스 팀, ‘마운틴.’
아무리 태훈이 춤에 미쳤어도, 그동안 혼자 하지 못했을 공연, 길거리 댄스 등은,
함께 춤에 미친 댄서들이 있어, 조금은 양심의 가책을 덜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주인공의 여자친구, 선민은 춤을 추는 걸 싫어하는 현실주의자였다.
주인공이 춤을 추는 걸 싫어하니, 당연히 춤을 추는 댄서 팀들도 싫어하고,
그의 소속 댄서들 역시 좋아할 리 없는데…
그런 선민의 골머리를 앓게 하는 건, 춤에 미친 사람이 자신의 가족 중에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가족이 바로,
이번 서연이 오디션을 보는 역할, ‘Sign Here’의 랜디였다.
여주인공의 동생이자.
본명인 ‘선아’보다 댄서 핸들네임인 ‘랜디’로 많이 불리는 캐릭터.
항상 춤 때문에 다투는 커플의 사이에서,
댄스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해져서 남주인공의 편을 들기도,
그러다가도 언니의 마음에 공감을 해주며 이해해주기도 하는.
두 사람의 조율자이자, 능글맞게 서로의 비위를 맞춰주는 역할이기도 했다.
그러면서도 어쩌면…
‘이번 영화에서 가장 자유로운 캐릭터.’
주인공과 여주인공은 언제나 꿈과 현실 사이에 갈등을 하고, 고민을 하지만.
조연인 랜디는 어떻게 말하면 대책 없는 캐릭터였다.
그저 춤을 사랑할 뿐이고,
현실에 대한 고민은 언제나 뒷전이었으니.
“90년대 음악은 상상도 못했네.”
‘Sign Here’의 작가, 척훈이 서연의 오디션을 보고 입을 쩍 벌린다.
그녀의 춤을 본 뒤.
작가의 머릿 속에는 곧장 그녀의 모습이 그려지는 중이었다.
만약 랜디가, 아무도 없는 안무 연습실에 홀로 남는다면.
자유롭게 남아 춤을 춘다면?
춤을 추는 서연을 봐서 그런가.
너무도 자연스럽게, 90년대 댄스 메들리를 즐겁게 소화하는 상황이 그러졌다.
“감독님.”
“네.”
“그려지네요.”
씨익.
두서없는 작가의 말에도 감독의 얼굴엔 흐릿한 미소가 뜬다.
생각지도 못했던 캐릭터의 구체화가 이루어지고.
그 캐릭터의 얼굴에, 민서연의 얼굴이 덧씌워진다.
“원래 캐릭터를 그릴 때, 최대한 모든 상황을 떠올리며 성격을 만들고 구상을 하지만…”
“디테일한 캐치, 현실 세계로 그 느낌을 끌고 오는 건 우리의 역할이 아니죠.”
자연스럽게 감독의 말을 받는 작가.
작가의 말에 또다시 감독이 흐뭇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녀의 눈빛이 기대감으로 차오른다.
“저게 배우지.”
대본 속, 활자로만 만들어져 있는 미지의 인물을 거짓말처럼 눈 앞에서 보여주는.
‘연기’가 아닌, 캐릭터 그 자체의 모습.
감독은 민서연에게서, 그것을 봤다.
.
.
.
“목소리부터 표정, 대사까지. 수고 많으셨습니다.”
“저희가 생각했던 랜디의 이미지가 그래도 있었는데, 서연 씨가 만들어내는 그림이 아주 좋았어요.”
준비해 온 오디션이 모두 끝이 난 후.
들뜬 감독과 작가의 반응에 민서연의 얼굴 역시 붉게 달아올랐다.
부끄러워서가 아니었다.
설렘과 기쁨이었다.
“사실 2, 3차까지 사실 갈 필요도 없는데…”
“다른 오디션자들도 공정히 봐야하니까요. 이해해주세요.”
이해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당연한 일이다.
“그, 선곡을 혼자 하신 거예요?”
지정 대사 연기까지 모두 끝낸 뒤, 오디션을 마무리 지을 시각.
감독이 프로필을 뒤적거리며 놀랍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뮤직비디오… 한 편. 소속사도 없고. 완전 쌩 신인인데.”
“원래 춤을 좋아했고?”
“아뇨. 원래 춤을 좋아하진 않았고, 뮤직비디오부터 관심을 가지고 추기 시작했습니다.”
“워, 지금 보니 뮤직비디오 촬영이 한 달도 안 됐다던데, 진짜에요?”
민서연이 머쓱하게 웃으며 답한다.
“네. 그 때부터, 제가 친분이 있는 안무가 님이 계셔서… 이번 오디션도 레슨을 받으며 준비했습니다.”
“레슨. 90년대 안무를 추는 것도 그 분 아이디어고?”
민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캐릭터에 대한 분석을 얘기하니, 저한테 제안을 해주셨어요.”
“허허.”
“캐릭터에 맞는 안무 추천이라, 분석이 배우 못지않은 사람이네.”
“춤에 관해서는 비할 바 없는 분이죠.”
서연이 자랑스럽다는 듯 웃는다.
그러자, 작가가 슬쩍 고개를 기울인다.
“혹시 안무가 이름이 뭡니까?”
“최연우라는 안무가입니다.”
“오!”
연우의 이름을 말하자.
감독이 박수를 짝! 치고는 탄성을 토해냈다.
“아세요?”
반면 작가는 모르는 눈치인지, 감독을 힐끔거리고는 물었다.
“당연히 알지. 지금 우리나라에서 가장 핫 한 안무가 아닙니까?”
“최근에 핫한 안무가요?”
“아, 서연 씨는 고생했어요. 2차 일정은 문자로 연락 드리겠습니다.”
“네, 네! 감사합니다!”
감독과 작가의 대화에 어찌할 바 없이 서 있던 서연.
감독의 배려로 그렇게 서연이 오디션장을 나간 후.
작가는 그 사이, 핸드폰을 켜 최연우의 이름을 검색해보고 있었다.
“이야…”
대단한 사람이네.
검색을 하자마자 인터넷 뉴스는 물론, 올라오는 최연우에 대한 SNS반응. 평가.
현재 최연우의 실력을 단 한 눈에 볼 수 있는 건 무엇보다 2주마다 하나씩 뽑아져 나오는,
프로그램 ‘거리의 댄서들’에서의 말도 안 되는 수준 높은 퍼포먼스들이었다.
클립 영상으로 남아있는 무대.
그것을 짧게 감상한 작가가 감탄에 감탄을 토해낸다.
“감독님.”
“예?”
“혹시, 이번 영화 촬영에 들어갈 안무들…”
“아아.”
감독이 고개를 끄덕였다.
“검수를 한 번 부탁해볼까요?”
당연하게도.
이번 영화에서 배우들이 표현할 퍼포먼스들. 안무들은 이미 대부분 결정이 나 있었다.
당연히, 한 안무팀으로부터 영화의 안무 모두를 만든 게 아니었고.
주인공이 참여하게 될 댄스 경연대회나, 거리에서 만나 댄스 배틀을 할 댄서들의 안무.
영화에서 보여줄 수많은 춤들의 느낌과 컨셉을 다양하게 하기 위해, 각각 다른 안무팀들에게서 안무를 부탁한 상태였다.
그리고 그 부탁한 안무팀에는 한국 안무팀도, 외국 안무팀도 있었다.
“단순히 안무만 검수하는 게 아니라. 오늘 랜디 오디션을 보니 캐릭터의 이미지에 맞는 안무를 선별하는 능력이 굉장히 좋은 것 같은데.”
“음…”
감독이 나쁘지 않은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 혹시 검수 겸, 까메오로 넣을 배역 하나 생각해볼까요?”
“…단순히 지나치기엔 너무 아까운 외모이긴 하죠?”
작가가 씨익 웃으며 동감이라는 듯 웃는다.
“안무가가 출연을 받아들일 진 모르겠지만요.”
“하하! 까메오인데 뭐. 되면 좋은 거고. 안 되면 아쉬운거지.”
최연우라는 좋은 인력.
제안하는 게 어려운 것도, 그들에게 나쁠 것도 없었다.
그렇게 그들은 ‘랜디’역에 꼭 맞는 배우를 발견한 기쁨과 함께.
웃음을 터트리며 오디션을 이어갈 뿐이었다.
xxx
“출발할까?”
커렌트 엔터테인먼트의 사옥.
입구에서 모든 메이크업과 의상 준비를 마친 스태프들이 해브잇과 함께 밴에 올라탄다.
“에어컨 안 틀어도 될 것 같은데요?”
“맞아. 많이 선선해졌다.”
여름의 끝자락.
오전 이른 시간이라 덥지 않은 날씨에, 멤버들이 한 마디씩 말한다.
마침내 다가온 9월.
비록 무대에 올라서지도 않고,
남자 아이돌 신인상 후보에 오르긴 했지만, 수상할 것을 기대하지도 않는.
그런 소리파도 어워즈였지만…
“재밌겠다.”
“나 어워즈에 참석하는 거 처음이야. 기대된다.”
해브잇 멤버들에게 그런 것들은 사소한 것에 불과했다.
데뷔한 지 얼마 안 된 그들은 스케줄 하나하나가 아직 신기할 시기였기 때문.
“연예인들 보겠다.”
“우리도 연예인이잖아. 아이돌.”
“활동 안 겹쳐서 음악 방송에서 못 봤던 분들도 있겠지?”
“우리도 아이돌이라니까유!”
연호가 연신 자신감을 되찾으려 외쳤지만.
다른 멤버들은 그의 말이 들리지도 않는 듯 행동했다.
“진짜 너무하시네요, 형님들.”
이내 투덜대는 그의 모습까지 무시하는 멤버들.
이결은 그런 멤버들이 익숙한지 고개를 숙인 채 쿡쿡 웃음을 참고 있었다.
“다 왔다.”
이번 어워즈의 무대가 되는 올림픽 경기장.
어워즈가 시작되기엔 한참이 남은 시간이었지만, 벌써부터 입구에서 대기하고 있는 관객들이 있었다.
“지정석일텐데, 왜 이렇게 일찍 오셨지?”
“혹시나 사람들 좀 없을 때, 가볍게 돌아다니는 연예인들 보려고 온 거 아냐?”
희민과 현우가 서로 주고 받으며, 매니저의 뒤를 따라 걸어갔다.
그런데.
“어디 쪽으로 가면 됩니까?”
“예?”
관계자들이 들어갈 입구.
스태프 비표를 목에 걸고 피곤한 한숨을 내쉬고 있는 스탭이 매니저의 말에 도끼눈을 뜨고 쳐다본다.
“누구신데요.”
해브잇 멤버들의 얼굴을 하나 하나 쳐다보는 스탭.
누가 봐도 아이돌이라고 볼 수 있을만큼, 의상과 헤어 메이크업을 갖추고 온 해브잇이었지만…
그는 눈살을 찌푸린 채 매니저의 답을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해브잇입니다.”
“해브잇… 휴. 그건 또 무슨 그룹이야. 처음 들어보네. 역시 요즘 개나소나 아이돌 한다니까.”
“네?”
그 순간.
스탭이 꺼낸 말에 매니저가 참지 못하고 벌컥 턱을 치켜세운다.
“태도가 그게 뭡니까?”
처음 봤을 때부터 느껴진 스탭의 태도.
해브잇 멤버들은 수다를 떨던 것 역시 꾹 다문 채, 눈치만 보고 있을 뿐이었다.
“이쪽으로 들어가세요.”
하지만 매니저의 반응에도,
태도의 변화 없이 눈을 가늘게 뜨며, 귀찮다는 듯이 손을 휘휘 저으며 가리키는 스탭.
심지어 어디로 들어가라는 건지 제대로 안내를 해 주는 것도 아니었다.
“…”
하지만 그런 스탭의 안하무인같은 행동에도.
매니저는 아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사실, 이번 소리파도 어워즈와 함께 연락을 취할 때마다 이런 대우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공연 쪽 관계자들과 회사는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했다.
굳이 나서서 문제를 일으키기보다는,
최대한 좋게 받아들이고, 다음 콘서트 공연 때 가수로 해브잇을 부를 수 있도록.
하지만 멤버들 앞에서는 최대한 그런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는데…
꾸욱.
매니저의 주먹이 꽉 쥐어진다.
“이동하자.”
스탭이 가리킨 방향으로 가는 멤버들과 매니저.
리더, 희민이 그런 매니저의 모습을 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알고 있다.
지금 화내면 안 된다는 걸.
회사의 입장에서 생각해야 하고, 우리는 아직 인지도가 없으니까.
‘개나소나…’
아이돌을 한다고.
말을 내뱉은 본인은 틀린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겠지만.
그것을 틀린 말로 만드는 건, 해브잇 멤버 본인들의 역할이었다.
‘더 유명해져야지.’
그러기 위한 웅크림이라고 생각하자.
“예? 해브잇이요? 여기는 무대를 준비할 아티스트들의 대기실인데… 해브잇이 올라가는 무대가 있나요?”
그런데.
그 스탭이 알려준 방향으로 가자,
다른 관계자가 나와서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해브잇 멤버들은 반대쪽 입구로 들어가서, 1층 무대 앞에 테이블과 의자들. 그리고 네임태그 놓여 있으니 찾아서 앉으시면 됩니다.”
“…”
반대로.
“악의적으로 우리를 엿 먹이려고 한 거라면… 대체 왜 그런걸까?”
그렇게 돌아가는 길.
잔뜩 기운이 빠진 목소리로 연호가 중얼거린다.
하지만 그의 질문에 대답을 해 줄 사람은…
멤버들 중엔, 한 명도 없었다.
반대쪽으로 가야하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다시 그 스탭을 지나쳐가야하는 멤버들.
해브잇을 보고 입꼬리를 말아올리는 스탭을 본 이결이 주먹을 꽉 쥔다.
‘후…’
유명해지자.
그렇게 그 역시 다짐을 하는 순간.
“저기요.”
어떤 한 목소리가,
해브잇과 그 스탭 사이를 끼어들었다.
날카로운, 신경질적인.
목소리만 들어도 ‘잔뜩 화났다’라는 스트레스가 느껴지는 사람.
“저 알아요?”
“조, 조가빈?”
조가빈이 팔짱을 낀 채, 스탭을 향해 뚜벅뚜벅 걸어간다.
스탭의 눈이 커다랗게 커졌다.
해브잇을 봤을 때와 확연히 다른 눈빛.
“패, 팬입니다. 와, 조가빈을 보네.”
그의 얼굴이 환해지더니 두서없는 말을 쏟아내는 것이다.
“방금 다 봤는데…”
하지만 조가빈은 그런 스탭의 반응을 무시한 모습이었다.
힐끔 해브잇을 흘깃거리고는 그녀가 고갯짓을 하며 물었다.
“나는 어디로 가야하나. 당신이 말한 반대로 가게.”
“에이, 조가빈 씨는 제가 대기실까지 안내를 드리죠.”
그런 그녀의 분위기를 모른 채,
히히덕거리며 답하는 스탭.
“조가빈 씨는? 그럼 쟤네는?”
그러자, 그녀가 이제는 대놓고 해브잇을 손가락질하며 말했다.
그제야 해브잇의 눈치를 슬쩍 본 스탭이 우물쭈물 말을 잇는다.
“저 분들은… 제가 잠깐 착각을 했었네요.”
스탭이 조가빈의 눈치를 살피며,
해브잇에게 슬쩍 고개를 까딱였다.
…저게 사과라고 하는 건가?
“조가빈 씨.”
하지만 그 순간.
그런 사람들의 사이에서, 또 다른 인물이 뒷편에서 말을 걸며 나타나는 것이었다.
“또 후배 잡고 있습니까?”
최연우 안무가가, 해브잇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얼굴 천재 안무가가 되었다 – 12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