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25
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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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성거리는 사람들.
도현과 조가빈의 다툰다는 이야기가 퍼지며, 안 그래도 대기실 근처엔 눈치를 보는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곧장 대기실로 달려 온 프로원의 주혜린과 그녀의 뒤를 따라 온 한세나.
그리고 논란의 당사자인 조가빈까지 모두 모이자, 사람들의 눈이 더더욱 흥미로 번들거린다.
‘세 사람 같은 연습생 출신이잖아?’
조가빈과 주혜린, 그리고 한세나가 HY엔터의 ‘클로저스’ 연습생 출신이라는 건 아이돌에 조금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겐 꽤나 유명한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사람들의 눈에야 이 삼자대면이 핑크빛으로 보이겠지만.
세 사람의 관계를 알고 있는 나는.
특히나 주혜린과 한세나가 심상치 않다는 걸 알고 있는 내게는 당장 천둥이 쳐도 이상하지 않는 조합이었다.
쩌적-.
하는 소리가 들린 건 내 착각일까.
한세나를 마주한 조가빈의 표정이, 북극의 찬 서리 내린 얼음마냥 꽝꽝 얼어붙는다.
톡 건드리면 유리처럼 깨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모습.
그런 그녀의 눈동자가 한세나를 거쳐, 붉게 달아오른 주혜린에게 옮겨가자 또 다시 바뀌어갔다.
“…”
눈에 불이 켜지는 게, 꽁꽁 얼었던 표정이 녹는 느낌.
뭐, 거창하게 말했지만.
조가빈이 잔뜩 화가 나서 성큼성큼 주혜린에게 다가간다는 소리다.
“…무슨 양심으로 니가 혜린이 얼굴을 쳐다보고 있어?”
탁.
한세나를 향해 돌아보지도 못하고 있는 주혜린.
그녀의 어깨에 툭 손을 얹고는 조가빈이 말했다.
하지만 그런 날이 서 있는 조가빈의 말에도, 한세나는 표정 변화 없이 어깨를 으쓱 들어올린다.
“못 쳐다볼 이유는 뭐야? 내가 주혜린한테 뭘 했다고.”
움찔.
그녀의 말에 주혜린의 어깨가 살짝 떨린다.
그렇게 가만히 또 있으려나 싶었는데.
휙.
주혜린이 뒤돌더니, 한세나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한세나 얘기만 들어도 덜덜 떨만큼 무서워 하던 녀석이.’
그런 주혜린이 대견해 보이는 지,
조가빈 역시 살짝 눈을 크게 뜬 채. 주혜린을 바라본다.
그러길 얼마.
“야.”
조가빈이 뜬금없는 반응을 보이며, 한세나를 불렀다.
“어디서 반말이야?”
“…뭐?”
주혜린의 변화에 흥미롭다는 표정을 짓고 있던 한세나.
이번엔 그녀가 눈을 크게 뜨고는 입을 벌린다.
조가빈이 뻔뻔한 모습으로 턱을 치켜들더니,
한세나를 내려보는 모습으로 말을 이었다.
“선배한테 반말하게 돼 있나?”
“지금 나한테 존댓말 듣겠다는 거야?”
“이 싸가지 없는 후배 님 보게.”
조가빈의 입꼬리에 미소가 맺힌다.
“당연한 얘기를 왜 물어?”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조가빈이 후배들을 그렇게 쥐 잡듯이 잡았던 이유.
‘한세나한테 선배 취급 받으려고 그랬던 거야?’
어이가 없어 웃음이 나온다.
왜 조가빈이 걸그룹 계의 꼰대를 자처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
어라?
그런데…
어째 그게 잘 먹혀들어간 느낌이었다.
한세나가, 차마 조가빈에게 존댓말로 입을 떼지 못하고 우물쭈물 거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
여자애들 자존심 싸움은 알래야 알 수가 없네.
그나저나.
‘주변 시선을 진짜 1도 신경 안 쓰네.’
애초에 꼰대 망나니로 이름을 날리는 조가빈이야, 음악 방송 대기실에서도 쩌렁쩌렁 울리게 후배를 잡는 걸로 유명했고.
한세나도, 공연장 바로 앞에서 내게 대놓고 ‘보고 싶었다.’라고 말할 만큼 눈치를 안 보는 성격이었으니.
이처럼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대놓고 말싸움을 하는 것을 꺼리는 녀석이 한 명도 없었다.
어째 내가 더 걱정이 될 정도다.
“혜린아. 잘 지냈어?”
한편.
한세나가 조가빈을 노려보더니, 타겟을 바꾼다.
주혜린을 향해 나긋나긋한 말투로 말을 거는데,
어째 그 모습이 숨을 몰아쉬며 눈물을 훔치던 주혜린의 모습과 대비되어 어색하게 보였다.
“…네.”
“혜린이 다 컸네. 대답도 할 줄 알고. 예전엔 답답이처럼 말도 못하더니.”
한세나가 허리를 숙이며, 주혜린의 눈앞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나는 네가 잘 될 것 같더라. 이번에 출연한 프로듀스 101도 잘 봤어. 완전 멋있던데. 같이 출연한 세연이한테도 얘기 들었거든.”
박세연.
프로듀스 101에 출연한 연습생이자.
미리 안무를 연습했다는 것이 들켜 퇴출당한, HY엔터 출신 연습생.
주혜린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마음을 다잡는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를 참는 것 같기도 했다.
“조용히 해. 이미 프로원으로 데뷔한 애한테, 왜 프로그램에서 방출당한 박세연 얘기를 꺼내는…”
“그때는… 솔직히 언니 얘기만 들었어도 무서웠어요.”
“…”
조가빈이 신경질적으로 끼어들며, 주혜린의 말을 대신해서 하려는 순간.
작은 목소리로, 주혜린의 입이 얼렸다.
‘무서웠다고…?’
나는 기억하고 있었다.
당시, 한세나라는 이름을 듣고,
기획사 평가 때 아무 것도 못하고 얼어버렸다는 주혜린의 무대를.
“언니는 저를 왕따시키고, 제 친구가 연예인을 포기하게 만들었는데 이미 데뷔를 해서 잘 나가고 있었으니까요.”
주혜린의 울먹거리는 말이 귀에 꽂힌다.
왕따.
분명 아까, 서성욱의 입에서 들었던 말이다.
조가빈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다는, 그 키워드.
찌릿.
주혜린이 중얼거리던 작은 목소리에서, 한세나의 눈을 마주봤다.
“하지만 이제는 예전의 제가 아니에요. 언니가 생각하는 것처럼 약하지도 않고, 결국 이렇게 프로원으로 데뷔도 했으니까.”
힐끔, 옆에 서 있는 나를 바라보는 주혜린.
“죽을 고비도 넘겼고. 제 팬도 있어요. 더 이상 저는 제 실력을 의심하지 않을 거예요.”
자신감.
내가 일전에 주혜린에게 강조했던 것이었다.
아이돌은 반짝반짝 빛이 난다.
단순히 그들의 춤 실력이나, 노래 실력이 엄청나게 뛰어나서가 아니라…
자신의 매력을 스스로 알고, 확신을 가지고 있을 때.
혜린이 MW의 오디션을 보기 전에도 이미 ‘이미 아이돌이다.’라는 자신감으로 차 있던 것처럼 말이다.
피식.
그렇게 눈을 빛내며 말하는 주혜린. 그녀의 말을 들은 한세나가 웃음을 흘린다.
“연습생 때도 그랬으면 좋았을 텐데, 아쉽네.”
“저는 안 아쉬워요. 지금 HY 망했잖아요.”
여유롭게 말을 받는 한세나에게 대차게 받아치는 주혜린.
“푸흡.”
듣고 있던 나는 너무 적나라한 그녀의 말에 터지는 웃음을 막았다.
아,
HY 망하긴 했지.
“그런 회사에서 데뷔를 했을 바엔, 저는 지금이 더 좋네요.”
당당하게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주혜린.
잔뜩 여유롭던 한세나의 표정이 무표정으로 변했지만…
어째 그것이, 처음 보는 한세나의 진짜 모습인 것 같았다.
팡팡!
그 순간.
“공연장으로 이동할게요. 1차 무대에 올라가는 그룹 에잇쿠키 제외하고 모두 이동해주세요!”
이 싸움을 끝내러 온 건지.
소리파도 어워즈의 관계자가 연신 팻말을 부딪치며 소리쳤다.
“끄응.”
그제야 대기실에서 슬금슬금 기어 나오는 루키앤즈의 도현.
“내가 주인공이 아니라 다행이네.”
그가 입가에 얄미운 웃음을 머금고는 한세나와 주혜린을 쳐다본다.
안에서 대화를 다 들은 모양이다.
하긴.
이곳에 처음 모인 사람들은 분명 조가빈과 도현이 일으킨 사건의 전말을 들으러 온 건데.
뜬금없이 ‘클로저스’ 출신인 세 명의 걸그룹 멤버에 얽힌 얘기를 듣게 됐네.
“…”
하나 둘, 그들을 멀리서 지켜보는 사람들이 사라진다.
물론 그들이 일반 관객들은 아니고,
이번 소리파도 어워즈를 준비한 스탭, 다른 아티스트들의 스타일리스트나 직원들이 대부분이었다.
아무리 관계자들이라도, 그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퍼지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는 일.
하지만 기사가 나온다 해도, 크게 이슈화가 되지는 않을 터였다.
증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이슈를 퍼트리려고 기획사가 나설 일도 없으니까.
게다가 스프링컬러, 리버티, 프로원은 그런 찌라시로 타격을 입을 팬덤이 아니었고.
“그만 저희도 갈까요?”
나와 함께 삼자대면을 구경하고 있던 서성욱.
그가 어색한 목소리로 나를 보더니 말했다.
힐끔.
시계를 쳐다보니, 스탭 관계자의 말대로 이제 곧 어워즈가 시작 될 시간이었다.
‘괜히 말 안거는 게 낫겠다.’
무표정한 모습으로 뒤돌아가는 한세나.
그리고 주혜린의 머리를 쓰다듬는 조가빈을 뒤로하고.
나 역시 공연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xxx
“꺄아아아!!!”
“케이즈!”
“프로원!”
화려한 조명이 가득한 공연장 아래.
관객석을 가득 채운 사람들이 외치는 신음 같은 함성 소리가 소리파도 어워즈의 시작을 알렸다.
MC를 맡은 남, 녀 배우의 진행에는 관심이 없이, 팬들의 함성은 자신들이 좋아하는 가수들의 이름을 부르짖기 바쁘다.
어두운 조명임에도 불구하고 테이블에 앉아있는 자신의 가수를 집요하게 쫒는 직캠까지.
무대를 할 때마다 ‘무대 리액션’이라는 이름으로 올라오는 영상들.
‘그것들을 다 이렇게 찍는 거구나.’
그런 아이돌들과 조금 떨어진 공간. 2층 관객석의 아래 사각지대에서 무대를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작은 감탄을 내뱉었다.
일단 소리파도 어워즈는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잠깐 생각을 정리해보자.’
그러니까, 주혜린과 한세나의 사이를 정리해보면…
결국, 한세나의 주도 아래.
주혜린이 왕따를 당했고, 자존감을 떨어뜨렸고. 그때의 기억들이 트라우마로 남아있었다는 건가.
‘대체 얼마나 심했길래.’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이해하지 못할 건 아니다.
녀석들이 걸그룹 연습생을 할 시기면, 약 16살에서 17살.
막 사춘기를 지날 시기의 여자 아이들. 특히나 학교를 다닌다면, 편을 가르고 팀을 나누는 것이 그 또래들에겐 오히려 익숙할 것이다.
그걸 기획사의 연습생들에게까지 끌고 온 것이 문제지만.
‘아직 기획사들이 연습생들 인성 케어에는 그렇게 철두철미하지 못하던 시절이니까.’
아이돌에게는 ‘실제 성격’이 있다고들 한다.
조가빈도 그렇고, 한세나도 그렇고.
카메라 앞에서 팬들을 위해 ‘연기’를 한다는 거지.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당연하게 여겨지는 그런 점들이 점점 줄어들게 된다.
실제 성격은 나쁘지만, 좋은 성격으로 잘 포장시킬 수 있는 아이돌을 뽑는 게 아니라.
기획사에서 인성 교육부터 깔고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어쨌든 다행이네.’
주혜린의 바닥까지 떨어졌던 자신감.
자신을 의심하고 부족하다고 여기는 그런 마음이.
의도했던 건 아니지만,
내 덕분에 해결을 할 수 있었다고 하니까.
‘정답을 말했을 뿐인데.’
그런 모습을 보면 조금은 씁쓸해지기도 한다.
내가 주혜린에게 했던 조언이 대단한 비법 같은 것도 아니고.
당연히 아이돌을 꿈꾸는 연습생이라면, 스스로를 믿고 자신감을 가지는 건 당연한 일인데.
그런 점들조차 누군가 옆에서 되새겨주지 않으면,
한없이 스스로 곪아가는 것이 ‘아이돌 연습생’이라는 게.
[그럼 1부는 여기서 끝마치고, 잠깐의 휴식 후, 2부에서 찾아오겠습니다.] [2부에는 오늘 신인상을 탄 프로원의 무대와, 후보에 이름을 올린 퍼플링크의 특별한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고 하니까요. 조금만 기다려주시길 바라겠습니다.]그리고 MC들의 정리 멘트를 끝으로.
“자, 움직이자.”
퍼플링크의 매니저, 다영이 멤버들을 챙겼다.
2부의 오프닝 무대, 프로원.
그리고 그 다음 무대가 바로 퍼플링크의 특별 무대였기 때문이다.
“후!”
“아, 가, 갑자기 긴장이… 저 화장실 좀요!”
“나도 같이가!”
“아직 시간 있으니까 천천히 갔다 와.”
현진과 유원이 갑작스럽게 화장실을 부르짖으며 손을 잡고 움직였다.
어지간하다는 듯한 미소와 함께 시현이 웃었고.
퍼플링크와 함께 준비해야 할 걸그룹.
프로원의 11명의 멤버 역시 북적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나기 시작했다.
인원이 많긴 하네.
11명 인원의 안무라면 나도 짜 본 적이 없다.
특히나 과거엔 안무 동선을 머릿속으로만 기억했어야 하니까.
11명의 동선을 전부 머리로만 구상을 하기는 어려웠다.
‘그래도 이번엔…’
한 번 담당해보고 싶기도 하다.
재밌을 것 같은데.
‘난이도 조정이 조금 힘들겠네.’
아무래도 온라인 투표로 정해진 그룹이다 보니.
멤버들 중 실력이 떨어지는 애들이 몇 명 있는 걸 감안해야겠고.
안무의 난이도는 쉽겠지만.
안무를 만드는 안무가의 창작 난이도는 최상급인 그룹이다.
“대기실로 가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맞춰볼까요.”
“아, 그러자.”
어느새 내 옆에 다가온 서은아가 체크를 부탁한다며 말해온다.
나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어수선한 공연장의 분위기, 여전히 가수들의 이름을 부르짖느라 난리인 팬들.
그리고 그들 사이에서 나는 퍼플링크와 함께 대기실로 이동했다.
터벅 터벅.
대기실로 향하는 길.
살갗에 닿는 바람이 괜히 차다.
긴장 때문인가.
소리파도 어워즈.
쇼케이스나 음악방송, 일반 행사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커다란 무대.
그곳에 내 안무를 올린다.
사람들의 기억에 잊혀지지 않을, 퍼플링크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공연으로.
‘무언극.’
꿀꺽.
난 침을 삼키며, 내가 지나온 공연장의 좁은 입구를 다시 한 번 쳐다봤다.
“쌤, 빨리 빨리!”
그런 나를 이끌고 한시라도 빨리 연습을 위해 이동하는 멤버들.
무대의 시작이 얼마 남지 않았다.
얼굴 천재 안무가가 되었다 – 12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