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27
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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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이시죠. 태워 드릴게요.”
한이연 기자가 슬쩍슬쩍 주변을 돌아보며 말했다.
프레스석의 기자들이 자리할 수 있는 주차장과 아티스트들의 주차장은 분리되어 있었다.
‘그쪽은 난리가 났겠지.’
아마,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이 차에 올라타는 모습까지 보려는 팬들로 주차장은 경호팀과 매니지먼트 쪽에서 관리로 난리가 났을 거다.
반면 여기는 비교적 한산한 편에 속했다.
아직까지 몇몇 본 공연장에 남아있는 아이돌도 있었고, 팬들 역시 그쪽으로 치우쳐져 있었으니까.
하지만 아무리 뒷문이고, 조금은 널널하다고 해도.
보는 사람들의 눈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다.
그녀가 눈치를 보는 건 그런 이유겠지.
낮 말은 새가 듣고, 밤 말은 쥐가 듣는다고.
혹시나 누군가가 듣는다면 조금 난감할 수 있는 얘기를 한다는 거다.
“네, 차 태워주세요.”
“아주 좋아요.”
뭐,
차를 태워다 준다는 데 내가 거절할 이유는 또 없지.
안 그래도 대중교통 타고 퇴근하는 게 힘들었는데.
물론…
‘한세나.’
한이연이 아까 꺼낸 한세나라는 이름.
그리고 그녀에 대해 들은 게 있다는 것…
그것이 조금은 궁금하기도 했다.
‘뭔지 예상이 가기도 하고.’
낮 말은 새가, 밤 말은 쥐가 듣는다면,
연예계의 말은 기자가 듣는다.
한이연이 들은 얘기가 있다면 뻔했다.
오늘 연습 대기실에 있었던 ‘클로저스’ 삼인방에 대한 이야기같은데…
아마 그 자리에 내가 있었다는 것까지 들은 거겠지.
하지만 그건 뭐,
당시에 워낙 보는 눈들이 많았다.
소리파도 어워즈의 관계자들.
다른 무대를 준비하는 회사의 매니저들. 스탭, 스타일리스트들까지.
‘애초에 한세나와 조가빈은 사이가 안 좋다는 걸 숨기려고 하지도 않았잖아.’
덜컹.
“아, 조수석에 짐들 뒷좌석으로 넘겨드릴게요.”
역시.
오늘 소리파도 어워즈에 취재를 올 때만 해도 조수석에 누군가를 태울 생각을 하진 않았던 모양이다.
차에 올라타니, 곧장 한이연이 엑셀을 밟는다.
주소는 헬리의 작업실.
아마 오늘 내일 내로 유튜브에 새 영상이 올라갈 거다.
촬영은 일찍 했는데, 편집은 조금 늦어진 선아의 안무 영상.
나와 헬리가 아닌 신인 안무가와 신인 작곡가의 안무를 제공하는 건 새로운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남궁수와 얘기를 나눠볼 게 있었다.
“오늘 어땠어요?”
머릿속으로 앞으로 내가 할 일들을 조금씩 정리하고 있는데.
이윽고 한이연이 첫 마디를 꺼내왔다.
“어워즈는 첫 경험이었는데, 올림픽 경기장 같은 큰 무대는 확실히 분위기가 다르네요.”
“하하. 특별 무대 진짜 난리가 났잖아요. 대박, 대박.”
한이연이 표정으로 감정을 숨기지 않으며 말해온다.
“기사들도, 사람들 반응들도. 앞으로 특별 무대 하면 몇 년은 얘기가 나올 것 같던데.”
“좋게 봐주시니 감사하네요.”
“그래서 말인데, 다음 번에 이번 특별 무대 포함해서 인터뷰 한 번 하실래요?”
“…네?”
“뜬금없긴 한데, 제가 또 최 안무가님을 퍼플링크 쇼케이스 데뷔 때부터 봐 왔잖아요? 원래부터 계획은 했는데, 제안할 시기를 찾고 있었거든요. 지금이 딱 적절한 것 같은데.”
“네, 저야 뭐.”
안무가 인터뷰.
보통 댄서들이 관심을 가지는 매거진이거나, 스타 안무가가 아니면 할 일이 없는 건데…
‘스타 안무가.’
아직은 부끄러운 단어처럼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남궁수는 계속 ‘너 자신을 좀 알아라’라곤 하지만 말이야.
“그럼 인터뷰 일정이란 사전 질문지 같은 건 다음에 다시 맞춰보기로 하고…”
끼익!
빨간불.
말을 멎으며 딱 멈춰선 차량.
라디오도 틀어놓지 않았으니, 그야말로 조용한 침묵이 깔린다.
하지만 그 침묵이 어색함으로 이어지지 않았다.
오히려 긴장감이라고나 할까.
“아까 하다 말았던, 한세나에 관련된 이야기인데요.”
“네.”
나는 최대한 태평한 모습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나는 이번 ‘클로저스’ 3인방에 대한 사건을 기사로 쓰기는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언젠가 ‘한세나, 조가빈, 주혜린의 사이가 좋지 않다’라는 정도는 알려지기 마련이겠지만.
한세나가 주혜린을 왕따시켰다는 것.
그 사실 자체는 가수 자체를 저격하는 기사다.
그만큼 사람들을 설득시킬 수 있는 증거가 있어야한다.
뜬금없이 ‘과거에 이런 일이 있었다’라고 기사를 쓰는 건 당연히 말도 안 되는 일인 것이다.
“일단 그 전에.”
그녀가 고개를 휙 돌려 나와 눈을 마주친다.
뭐지?
“한세나랑 혹시 사귀는 사이 아니시죠?”
“…절대요.”
이 사람이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아무리 연예계의 소문은 기자가 듣는다곤 하지만,
한세나가 내게 보낸 DM까지 한 기자가 알 수 있었을 리 없고.
아마 공연장에서, 눈치 하나 보지 않고 나를 향해 ‘보고싶었다’라고 말한 한세나의 행적을 들은 모양이었다.
가만히 내 눈을 보던 한세나가 피식- 웃음을 흘리더니 말했다.
“하긴.”
부웅-.
신호가 열리자, 다시 한 번 차가 출발한다.
“저도 뜬금없이 한세나랑 최 안무가님이랑 무슨 접점이 있나 했어요. 지금까지 한세나를 취재 다닐 때. 겹치는 거라곤 헬리 작곡가 밖에 없었는데. 그것도 작업을 같이 한 게 전부고.”
한이영 기자가 말했다.
그래. 그녀의 말에 틀린 거 하나 없다.
내가 한세나와 접점이 하나도 없는데,
내 얼굴만 보고, 잘 생겼다고 들이대는 한세나가 이상한거지. 심지어 아이돌인데.
그런데 그녀의 말 중에 다소 신경이 쓰이는 점이 있었다.
“한세나를 취재해요?”
한세나와 헬리의 관계를 알고 있을 정도면.
이번에 발매된 리버티의 앨범. 그 작업의 전부터 한세나를 취재하고 있었다는 뜻인데?
한이영 기자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했다.
“이번에 소식이 들리기 전부터, 저는 한세나에 대해서 주변의 사람들과 HY엔터에서 리버티를 보는 내부 소문들을 취재하고 다녔거든요.”
“…이전부터요?”
“네.”
뭔가 내가 모르는 게 있는 건가?
“그리고 이번에 소리파도 어워즈에서 제가 조사하던 주장을 뒷받쳐줄 마지막 퍼즐이 맞춰졌지 뭐예요?”
“한세나에게 뭐가 있어요?”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비밀이라도 폭로하려는 듯한 모양.
“그러니까 한세나가…”
그러자 한이연 기자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같은 팀 멤버인, 리버티의 방시연을 왕따시킨다는. 내부의 불화에 대한 취재를요.”
.
.
.
한이연 기자가 말했던 한세나에 대한 말.
그게 왕따 이야기는 맞긴 했다.
내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의 왕따여서 그렇지.
“팀 내부 불화요?”
“네. 여러 정황들을 통해 그걸 ‘왕따’라고 정의내리긴 힘들겠지만, 적어도 불화는 있는 게 확실하다고 결론 내렸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한이연이 말을 끊는다.
하지만 끝까지 듣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주혜린과 한세나. 두 사람의 관계. 그리고 연습생 시절 사건.
한세나가 과거에도 그런 경력이 있었다는 건.
내가 생각했던 것처럼 그 자체를 폭로한다기보다…
현재 일어나고 있는 ‘같은 팀원과의 불화’에 힘을 실어줄 수 있는 증거가 된다는 것이었다.
“…하.”
나는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생각해보니 그제야 방시연의 행동들이 이해가 가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어워즈에서 리버티를 처음 만났을 때.
나를 향해 다가오던 다른 리버티 멤버들과는 달리, 동 떨어져 혼자 앉아있던 방시연…
단순히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해서 그랬던 건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나?
한이연 기자가 어느 정도의 확신을 가지고 있는지 알 일이 없으니.
나는 최대한 객관적인 시선으로, 간략하게 대기실에서 있었던 일을 말했다.
“음…”
한이연이 머리를 긁적인다.
“사실 ‘왕따’라는 워딩을 사용하긴 조금 애매하긴 해서. ‘불화’ 정도로 해야할 것 같네요.”
정리가 끝난 듯 중얼거리는 그녀.
생각해보니,
내가 회귀 전, 리버티를 담당했을 때. 계약 만료 직전까지 방시연은 리버티에서 소속되어 있었다.
왕따를 당했다면 그처럼 오래 활동을 하기는 힘들었을테니.
‘애초에 개인적인 성향은 맞나보네.’
그리고 한세나와 사이가 좋지 않은 것도 맞는 것 같다.
대신 한세나가 대중들에게 인기가 많으니 서로 벽을 치고 지내는 건가.
끼익.
“오늘 감사했어요.”
이윽고, 어느새 도착한 작업실.
부드럽게 작업실의 앞에 차를 세우며, 한이연 기자가 싱긋 웃었다.
하지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한 기자님.”
“네?”
“오늘 얘기했던 거, 아직 기사화 안 된 거 아니에요?”
그녀가 눈을 끔뻑거리며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인다.
“당연하죠. 오늘까지 취재를 한 건데.”
“그런데 저한테 말해줘도 돼요? 제가 한 기자님이 취재한 특종을 다른 기자한테 넘기면 어떡해요?”
“최 안무가 친한 기자 없잖아요?”
…아.
그건 맞지만.
한 기자가 손을 내저으며 장난이라는 듯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최 안무가 때문에 제가 몇 달 기사를 든든하게 채웠는데, 그리고 심지어 저번 달에는 단독도 하나 줬잖아요?”
내가 한이연 기자에게 연락을 했던 거라면…
헬리의 작곡 표절 관련 시비.
“저는 최 안무가랑 길게 가고 싶어요. 그래서 믿는거죠.”
여전히 웃는 얼굴로 말한 한 기자가 이내 차를 출발시켜 사라진다.
그래.
“저도 굳이 매스매치 기자님이랑 척을 지고 싶진 않네요.”
뭐 내가 연예인은 아니라지만.
그래도 무서운 건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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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속보) 우리 동네 미용실에서 최연우 안무가 목격.SSUL] [여자친구인가? 키가 엄청 작고 귀욤귀욤한 여자 분이랑 왔는데, 계속 머리 자르는 내내 말다툼하더라.그러다가 미용사님이 한마디 하면 동시에 입을 꾹 다뭄.
그리고 지금 방송되고 있는 ‘거리의 댄서들’ 다음 주가 마지막 무대라고 하지 않았나? 그래서인지, 염색하더라.
게릴라 공연 때 비주얼 진짜 폭발할 듯.] [여자 친구가 아니라 편집자 같은데?] [ㅇㅇ 유튜브에 올라오는 춤터뷰에서 인터뷰 할 때나, 목소리 들리는 거 본 적 있음.] [와 머리 길어도 잘 생겼는데, 잘라도 잘 생겼네.] [남자는 머리빨이라더니, 그냥 존잘인데? 현타온다…] [얼굴 천재 안무가 ㄷㄷ] [군대가면 어떻게 될지 모름. 유명 연예인들도 빡빡 밀면 어쩔 수 없었다고 하잖아.] [솔직히 최연우는 빡빡 밀어도 넘사벽일 듯.] [응 연우 군대 갔다 왔어~ 머리 빡빡 깎을 일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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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진짜 이 머리로 하자니까.”
“…내 머리 내 스타일대로 좀 하자.”
“스타일 변화를 좀 주는 게 어때서?”
인형 놀이도 아니고.
미용실까지 따라온 남궁수가 연신 아쉬운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거울 속에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그녀의 한 쪽 손에 들려있는 L자형 캠코더.
미용실에서 머리를 자르는 것을 촬영하는 것.
그러니까…
이른바, 또 다시 돌아온 ‘연우`s BLOG’ 라는 건데.
어젯밤.
작업실에서 만나, 선아의 창작 안무의 업로드에 대해서 회의를 끝마친 우리들.
내가 앞머리를 만지며 내일 머리나 자르러 가야겠다고 하니,
기어코 이렇게, 당일날 캠코더를 들고 찾아온 남궁수였다.
“이번에 안무 영상 올라가면 또 편집할 거 없단 말이야.”
…라고.
거절할 수 없는 확실한 명분은 있는데…
“이 머리 스타일 어때?”
“이거. 이거. 화이언 씨랑 비슷한데, 조금 더 기장이 길어. 이게 스왈로 펌이라는 건데, 너랑 진짜 잘 어울리…”
“야 야. 이게 진짜 대박이다. 딱 짧게 깎은 다음, 앞머리를 까는 거야! 너 올림머리 한 번도 안 해봤찌!”
나보다 더 신나서 머리 스타일을 추천해주는 걸 보면,
진짜 목적이 촬영이 맞는 지 의심이 든다.
‘에휴.’
신나 하는 남궁수를 보니 오랜만에 산책을 나간 푸들을 보는 것 같아 귀엽긴 한데.
아무래도 그녀가 말하는 헤어스타일은 조금 부담스럽다.
“매일 아침 나갈 때 드라이하고, 머리 만져야 되잖아.”
“…? 원래 다 그러는 거 아냐?”
아닐 걸.
안 만지는 남자들이 더 많을 거다.
“와, 그럼 너는 지금껏 그냥 대충 머리 털고 다녔는데도 그 정도였어? 역시… 얼굴이 다 했다.”
또 다시 삼천포로 빠지려는 남궁수.
어쨌든,
그녀의 그런 닦달을 조금은 받아들인 것이 바로 염색이었다.
‘염색은 처음인데.’
염색약을 머리에 묻히고, 기계 아래에서 가만히 앉아 있으려니 어색하다.
“기분이 어때요?”
“어… 어색하네요. 처음이라.”
“그렇군요. 그래도 들리지 않으세요?”
“뭐가요?”
“팬들의 기대감이 올라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으세요?”
“…조용히 해주세요, 편집자님.”
분량을 채운다는 명목으로 말하는 이 얄미운 녀석에게 뭐라고 할 수도 없고…
내 말에 쿡쿡거리며 웃은 남궁수가 대기자리에 가서 앉는다.
브이로그 촬영 중에는 서로 존댓말을 쓰니, 그것도 어색하다.
지이잉-.
그렇게 시간을 보내길 얼마.
남궁수가 앉아있는 옆, 내 핸드폰에서 진동이 울렸다.
“전화 왔다. 모르는 번호인데?”
남궁수가 슬쩍 들어 올려 내 귓가에 댄다.
“모르는 번호?”
“응.”
툭.
[여보세요?]전화기 넘어에서 들리는 목소리.
그 목소리 역시, 처음 들어보는 남자의 목소리였다.
[안무가 최연우 씨 핸드폰인가요?]“네. 최연우입니다.”
[휴, 네. 안녕하세요.]다행이라는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남자.
그가 곧바로 말을 이었다.
[필름크루즈 에이전시입니다. 현재「Sign Here」라는 영화의 촬영 준비에 있구요. 혹시 이번 저희 영화의 안무와 관련해서, 미팅 가능할까요?]「Sign Here」라면,
민서연이 조연으로 캐스팅 된, 춤 영화?
얼굴 천재 안무가가 되었다 – 12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