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28
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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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에이전시?”
내 귀에 핸드폰을 대어주던 남궁수의 눈이 크게 떠진다.
그녀에게도 목소리가 들린 모양이었다.
나 역시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영화 에이전시에서 왜 나와 미팅을 하자는 거지?
‘안무?’
물론 영화 「Sign Here」가 춤 영화라는 건 안다.
민서연에게서 들은 게 있고, 그녀가 캐스팅이 될 수 있도록 오디션 준비에 도움을 주기도 했으니까.
하지만 현재 캐스팅이 진행되고 있는 영화라면…
이미 계획들은 다 나온 상태일 거다.
콘티나 스토리보드. 촬영의 세부 일정이나 촬영장 계약. 당연하게도 배우들을 캐스팅하고, 로테이션 촬영을 진행 할 예산까지.
소위 프리-프로덕션이라고 하는 영화의 사전 제작단계가 한창 짜맞춰갈 시기라는 소리인데.
‘당장 안무를 구하는 건 너무 늦은데?’
영화 제작이 한 두 달 만에 뚝딱 되는 것도 아니고.
이미 영화에 사용 될 춤들이나 안무는 몇 달 전부터 계약된 안무 팀들에 완성됐을 텐데.
[바쁘지 않으시면 시간 내주실 수 있으신가요?]가만히 생각에 잠겨있는 사이.
통화 너머의 담당자가 작은 목소리로 되물었다.
무슨 일로 미팅을 원하는 지, 구체적으로 질문을 하기엔 상황이 여의치 않았다.
여기가 나와 남궁수만 있는 작업실도 아니고.
한창 머리 염색을 하고 있는 중이라.
“아, 네. 알겠습니다.”
가까운 시일 내.
빈 시간에 미팅 약속을 잡고 통화를 끊을 수밖에 없었다.
“…너 연기 해?”
그렇게 통화를 끊으니, 내 귀에 핸드폰을 대주고 있던 남궁수가 혀를 내두르며 물어오는 것이었다.
“연기는 무슨.”
“그런데 영화사에서 왜 미팅 제의가 와?”
그러니까 내 말이.
“춤이 중심이 되는 내용의 영화라서 그런 거겠지 뭐.”
정확한 건, 연기를 하라고 하는 건 아닐거라는 것.
“춤 내용 중심…?”
설명하기 힘들어 대충 둘러대니, 남궁수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아.
얘는 민서연이 내게 안무를 배웠던 것부터, 영화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구나.
가만히 턱을 괴고 생각을 하던 남궁수가 주변을 힐끔 돌아보더니,
어깨를 으쓱 들어올린다.
다른 손님들도 있고, 나중에 물어봐야겠다고 생각하는 거겠지.
게다가 갑작스런 전화를 받아서 그렇지,
오늘의 메인은 나의 영화 캐스팅이 아니니까.
남궁수가 잠깐 내리고 있던 카메라를 다시 들어올렸다.
그러고는…
“그럼, 염색이 다 된 모습으로 찾아뵙죠!”
거울 속에 비친 내 모습과 함께 화면에 담으며 활기찬 목소리로 말한다.
존댓말을 하는 거 보니, 딱 브이로그 용 멘트다.
피식 웃으며 그런 남궁수의 프로정신에 감탄을 하던 도중.
“최연우 손님. 이쪽으로 오실까요?”
타이밍 좋게 미용사가 나를 불렀다.
미용사의 안내에 이끌려 자리를 옮기며, 거울 속에 우스꽝스러운 내 모습을 다시 한 번 쳐다봤다.
색이 물들길 기다리던 시간에는 별 생각 없었는데,
다 됐다고 하니 내 인생의 첫 염색이 어떤 모습일 지 궁금하다.
엄청 안 어울리면 어떡하나.
…다시 검은색으로 염색해야 하나?
쏴아아-.
샴푸대에 누워 머리에 남은 염색약들을 씻어내고,
수건을 뒤집어 쓴 채 의자에 앉았다.
위이잉-!
드라이기로 젖은 머리가 점점 말리며, 색이 물든 머리카락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리고…
“오아…”
그런 내 모습을 뒤에서 보던 남궁수에게서, 가벼운 감탄이 들려왔다.
xxx
“이렇게 하는 건 어때요? 코드 진행을 3번째 루프에서 살짝 바꾸는 거.”
“음. 나쁘진 않은데, 아니, 나는 나쁜 것 같아.”
“…왜요?”
“아니, 그냥 들으면 좀… 느껴지지 않아? 조금 나쁜 거?”
“저는 안 느껴지는데.”
“끄응.”
나와 남궁수는 미용실에서 염색을 끝낸 후, 곧장 헬리의 작업실로 돌아왔다.
그런데 들어오면 항상 들리는 시끄러운 노래 대신,
투닥거리는 말다툼이 들려오는 것이었다.
“아인이인가?”
남궁수가 중얼거리더니 들어간다.
나 역시 뒤따라 가니, 예상대로 헬리와 함께 작곡을 하고 있는 아인이 보인다.
정확히는 함께 작곡한다기보다, 작곡을 가르쳐달라고 해서 레슨을 받고 있는 거지만.
최근에 아인의 「Higher」의 성공적인 업로드 이후.
아인은 이처럼 작곡을 배운다며 작업실에 찾아오곤 했다.
“어휴, 진짜 가르치는 데 소질 없다는 건 알겠네요.”
“야, 배우겠다고 한 건 너였잖아!”
물론 헬리가 좋은 선생님은 아닌 것 같지만.
“많이 친해졌네.”
그래도 예전보다 편해 보이니 다행이다.
물론 헬리 본인이 다행이라고 생각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웃으며 들어서니, 두 사람의 얼굴이 동시에 내게 꽂힌다.
“왔…어?”
“어?”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게 인사하던 표정이 굳는다.
그런 그들의 반응에 나 역시 어색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상하냐?”
“아니.”
“와, 잘 어울리는데요?”
헬리가 고개를 작게 끄덕인다.
“염색만 했는데 분위기가 확 달라지네.”
“무슨 색이에요?”
아인은 가만히 있지 않고, 자리에서 일어나 내게 다가오며 묻는다.
“와인색. 살짝 보라색이랑 섞은 거.”
하지만 대답을 하는 건 내가 아닌 남궁수였다.
어째 뿌듯하다는 듯한 얼굴이다.
뭐 나도 처음엔 염색을 하려고 한 번도 생각 안 했고 남궁수의 설득 때문에 한 거긴 한데.
완성된 것을 보니 나름 만족스럽긴 하다.
나는 작업실 쪽 의자에 앉으며 연신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이거 좀 어색한데.”
질감이라고 해야 할까. 손가락에 느껴지는 느낌이 낯설다.
아인이 다가와 머리카락을 슬쩍슬쩍 만지니, 그 느낌도 이상했다.
“색깔 이쁘다. 머리 영양도 했나봐요? 부드럽네.”
“응. 첫 염색이긴 한데, 머리카락 상하면 안 되니까.”
머리카락을 만지기만 했는데 그런 것까지 아는 건가.
아니면 모르는 내가 이상한 건가.
“그런데 연우는 땀 많이 흘리잖아. 그러면 염색도 빨리 빠지는 거 아냐?”
“어?”
그렇게 가만히 우리를 보고 있던 헬리가 문득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푸흡.”
그러자,
그 대답을 들은 남궁수가 작게 웃음을 흘린다.
“너네 둘은 어떻게 하는 생각이 똑같냐?”
그거, 아까 내가 남궁수한테 했던 질문이거든.
“탈색한 게 아니라서 땀이 많이 나고, 샴푸를 많이 한 정도로 색이 쭉쭉 빠지진 않아.”
“…그래? 난 몰랐지. 염색을 해 본적이 없으니.”
“너도 한 번 해 볼래?”
그러고 보니, 헬리가 염색을 한 걸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하는 거야 뭐 본인 맘인데… 굳이?”
그런데 그런 내 제안을 단칼에 컷하는 남궁수.
헬리가 발끈해서는 그녀를 바라봤다.
“내가 왜, 뭐?”
“아니, 내가 뭐래? 하려면 해. 그런데 굳이?”
“그러니까 그 마지막에 ‘굳이’라는 게 무슨 소리냐고.”
“원판 불변의 법칙이라고, 혹시 아나? 다른 말로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이 안 된다는 거. 아니면 머리의 완성은 얼굴이다. 뭐 그런…”
“참내. 자기는 맨날 어울리지도 않는 머리 스타일 하다가 머리털 개털 됐으면서.”
“…야! 내 머리는 천성 곱슬이어서 개털처럼 보이는 거지, 머리가 상한 게 아니거든?”
“어쨌든.”
“어쨌든은 무슨!”
에휴.
“또 저러네.”
만나면 반갑다고 다퉈대는 헬리와 남궁수.
두 명을 보고 한숨을 내쉬니, 민아인도 이젠 익숙해졌는지 입가에 미소를 짓고 보고 있었다.
저러다가 금방 화해한다는 걸 아는 거겠지.
“작곡은 잘 돼 가?”
“아뇨.”
“하하.”
예의상 물었더니, 단호한 대답이 돌아온다.
“에휴, 생각보다 너무 어렵네요.”
“너도 알지? 헬리 같은 스타일이 가르치는 데는 서툴다는거.”
“그러니까요.”
아인이 싱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여간 재능 있는 사람들은.”
“게다가 헬리는 사운드 엔지니어 작업까지 본인이 다 할 수 있어서 더더욱 듣는 게 다를 거야.”
이 부분에 어떤 이펙트가 들어갈지, 어떻게 공명시켜야할지를 다 생각하면서 작곡을 하는 스타일인데,
정작 자신이 듣는 것들을 말로 설명은 못 하니.
“저도 곡 만들어서 오빠랑 작업해보고 싶었는데.”
그렇게 헬리의 천재성에 대해 감탄하고 있길 얼마.
아인이 작은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나랑 작업을?”
“네.”
“네가 댄스곡을?”
“네!”
뭐가 이상하냐는 듯 올려다보는 아인.
나는 그제야 내가 생각하던 것과 조금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알고 있는, 회귀 전의 민아인은 작곡에 소질이 있는 녀석이었다.
싱어송라이터.
자신이 작곡한 노래로 한 앨범 전체를 프로듀싱한 적도 있고 말이다.
즉, 내가 보기엔 충분히 민아인도 천재에 속하는 녀석이라는 거다.
그런데 조금 다른 점이라면…
‘어쿠스틱 베이스의 노래들이었지.’
민아인이 작곡하는 노래들은 결코 댄스곡이 아니었다.
어쿠스틱 기타를 베이스로 한, 잔잔하면서도 개성 넘치는 자기자신의 ‘목소리’를 잘 살릴 수 있는 곡들.
‘허, 참.’
그런데 뜬금없이 안무가인 나와의 콜라보를 얘기하며, 댄스곡을 말하니 당황할 수밖에.
나는 허탈하게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나랑 콜라보 하고 싶어?”
“음… 네.”
“왜?”
아인이 생각에 잠기더니.
살짝 붉게 달아오른 얼굴로, 작게 말했다.
“유명해질 수 있으니까요.”
“…솔직해서 좋다.”
당장이야 민아인보다 내가 더 유명하니,
나와의 콜라보를 통해 인기를 얻을 수야 있겠지만.
내가 볼땐 그것 보다 더 확실한 성공 방법이 있다.
“너, 앞으로 당분간 내가 하라는 대로 작곡 한 번 해 볼래?”
“네?”
민아인이 눈을 크게 뜨고 바라본다.
‘안무가가 왜 작곡에 조언을?’ 하는 듯한, 불신이 가득한 표정이다.
“…아니 불신을 하는 것도 이해하는데, 그래도 한 번 믿어봐.”
“아, 헤헤.”
내가 속을 읽은 게 부끄러운지 혀를 내밀고 웃는 민아인.
“일단 들어볼게요.”
“앞으로 헬리랑 같이 미디(MIDI)로 작곡 배우는 건 멈춰.”
“네? 그럼 뭐로…”
아인이 고개를 갸웃거린다.
“기타.”
“기타요?”
“응. 기타 한 대로, 한 곡 전체를 작곡할 필요까진 없고 느낌이 오는 부분들만. 물론 미디를 배우지 말라는 건 아니고. 일단은 그렇게 해 보라는거야.”
요즘 세상에 싱어송라이터, 작곡을 하려면 미디를 못한다는 건 말이 안 된다.
앞으로 시간이 흘러갈수록 더더욱.
민아인도 그걸 알기에 당장 미디부터 배운 거겠지만…
내가 보기엔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기타…”
본인은 모르겠지만. 그래서 걱정이 안 될 수 없겠지만.
나는 안다.
민아인의 성공을 말이다.
민아인이 아리송한 얼굴로 생각을 거듭한다.
기타야 지금도 매 주, 라디오에서 연주하면서 익숙한 악기니까.
“알겠어요.”
이윽고 고개를 끄덕이는 아인.
“그리고는 만들어지면 헬리에게 한 번 들려줘봐. 그래도 녀석이 평가는 제대로 해줄테니까.”
가르치지는 못하지만.
노래의 평가 정도는 가능할거다.
헬리는 수십, 수백곡을 히트시키는 스타 작곡가.
곡을 들으면 어느 정도는 느낌이 올 테니까.
“근데 쟤는 뭐해?”
그렇게 아인에게 설명을 끝마치고, 홀가분 기분으로 올려다보니.
남궁수와 말다툼을 하던 헬리가 어느새 컴퓨터 앞에 앉아서 모니터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남궁수가 못말리겠다는 표정으로 피식- 웃고는 말한다.
“작곡 중.”
“…갑자기?”
“네가 염색한 거 보고 영감이 떠올랐단다. 잘 생긴 녀석이 더 잘 생겨지는 거. ‘Over and over, More and more’ 뭐, 이런 거?”
설명을 들어도 뭔 소린지 잘 모르겠다.
헬리가 저렇게 뜬금없이 영감을 받는 거야 익숙하다.
그러려니, 하고 있길 얼마.
지이잉-.
지잉-.
갑작스럽게 내 핸드폰이 진동을 보내기 시작했다.
‘전화?’
진동이 너무 와서 전화인가 했더니, 문자나 메시지다.
그것도 폭탄처럼 쏟아지는.
‘Tred 엔터?’
그런데 그 문자의 발신지에 뜬금없는 이름이 보인다.
Tred 엔터.
프로듀스 101을 통해 데뷔한, 프로원을 제작 기획하는 엔터테인먼트 소속사.
이곳에서 나를 왜?
[무슨 소리야?]박 팀장님에게서 온 문자도 보인다.
난리가 나긴 난 모양인데.
염색하고 작업실에 있느라 연락을 받은 게 없었다.
나는 당장 핸드폰을 켜 검색엔진 사이트들 들어갔다.
가장 최상단에 떠 있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들이 보인다.
그런데,
그것 역시 예상치 못했던 것들이었다.
[1위. 한세나] [2위. 방시연] [3위. 리버티 불화]한이연 기자의 매스매치 단독 기사.
그게… 터졌구나.
아마 터트리기 전에 분명 리버티의 소속인 HY엔터와 연락을 취하고 조율을 했을 텐데…
난리가 나 있는 걸 보면, 그 조율이 잘 되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 폭로 관련해서 내가 언급됐나?’
슬쩍 눈살을 찌푸렸다.
한이연 기자가 언급을 했을 리는 없다.
내게 정보를 들었다고 해도, ‘업체의 관계자’등으로 표시하지 굳이 실명을 언급할 리는 없으니까.
뚜루루-.
나는 곧장 문자를 보내 온 박 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직통으로 통화하는 게 무슨 일인지 더 빠르게 파악할 수 있을 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