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29
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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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나서 얘기를 나누자.’
-라는 말로 마무리 된 통화를 끝마친 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겉옷을 챙겨 입었다.
“무슨 일이야?”
작곡에 집중하고 있는 헬리, 그리고 그걸 배우듯 구경하고 있는 민아인.
그런 그들과 한 뼘 떨어져 앉아, 나를 지켜보던 남궁수가 의아하다는 목소리로 물어온다.
“말도 안 되는 루머가 나온 것 같아서, 회사 쪽이랑 얘기를 좀 해봐야 할 것 같아.”
“말도 안 되는 루머?”
MW엔터와 통화를 하면서 들은 이야기들.
그리고 엮여있는 Tred 엔터의 관계자들까지 회사에 있다는 말.
나는 뒷머리를 긁적이며 복잡한 머리를 정리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여기서 설명하긴 좀 힘들었다.
“일단 얘기 끝나면 말 해줄게.”
그제야 헬리가 보고 있던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나와 남궁수를 바라본다.
“뭔 얘기래?”
“아냐, 넌 작곡 계속 하고. 아인이는 배우고. 남궁수 너는… 그, 오늘 염색 브이로그 촬영한 거 편집하면 되겠네.”
이번 문자가 온지 얼마 안 된 걸 생각하면, 사건이 터진 지도 오래되진 않았을 거다.
전에 표절 사건도 그렇고,
어떤 사건이든, 골든타임이 넘기기 전에 빨리 대처를 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잠깐 나갔다올게.”
그렇게 금방 채비를 마치고 작업실을 나서려는데…
“야, 야. 어떤 일인지 말은 해 줘야지.”
내 뒷모습을 향해 말을 거는 남궁수.
그녀의 목소리가 마음에 걸린다.
“너네랑은 상관없이, 내가 관련된 일이라서 그래.”
“너랑 관련 돼 있는 일이 곧 H&C Gallery랑 관련 있는 거 아니야?”
“아니, 너희가 괜히 신경 쓰면 하던 일도 못하니까.”
“그렇게만 말하고 다급하게 사라지는 게 더 신경 쓰이게 만든다는 생각은 안 해?”
서운하다는 것 같기도 하고,
화가 난 것 같기도 한 말투였다.
“에이, 연우 오빠 입장에서도 배려하려고 한 거잖아요. 너무 화내지 마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중재하려 아인이 나섰다.
덕분에 나는 다급한 마음을 조금 가라앉혔다.
배려하려고 한 거.
개인적인 사건.
하지만 남궁수의 입장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아무리 개인적인 사건이라도, 내가 만약 사건에 휘말린다면.
그게 H&C Gallery에 영향이 안 간다고 말하긴 힘들테니까.
“후우.”
나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 신발을 챙겨 신으며 생각을 정리했다.
내 입장에선 말하지 않는 게 배려라고 생각하긴 했지만, 남궁수 역시 단순한 궁금증 때문에 묻는 건 아닐거다.
“나랑 주혜린이랑 스캔들이 났어.”
“…어?”
그래서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투 던지듯 말했다.
“주혜린? 한세나가 아니고?”
눈을 크게 뜨는 남궁수.
그리고 헬리가 입을 쩍 벌리더니, 어벙한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니, 니가 우리 혜린이랑…!”
“루머라니까.”
…그러고 보니 헬리는 프로원의 광팬이었지.
“그러니까 해결하고 온다고. 루머니까.”
스캔들이라는 건 전혀 예상하지 못한 듯,
남궁수는 놀란 표정으로 눈을 껌뻑이고 있을 뿐이었다.
어이가 없을 만도 하지.
나도 어이가 없는데.
그래, 차라리 한세나라면 스캔들이 터진 것도 이해는 가는데.
주혜린이랑…?
끼익-.
“갔다 올게.”
여전히 할 말을 찾지 못하고 있는 세 사람을 두고, 작업실을 나섰다.
목적지는 MW엔터테인먼트 사옥이다.
xxx
개소리도 정성껏 늘어놓으니, 꽤나 그럴듯해 보이…
지 않는다.
아무리 정성껏 한다고 해도, 개소리는 결국 개소리지.
“논란을 논란으로 덮겠다는 건가?”
“HY가 HY한 거지. 여전히 더러운 방법을 쓰네요.”
MW엔터 사옥.
꼬리에 꼬리를 물듯 쏟아지는 기사들. 그리고 사옥의 회의실에 모인 관계자들이 기사들을 보고 한 마디 씩 내뱉는다.
“처음 터진 건 한세나 쪽이지?”
“네.”
“그건 매스매치 쪽에서 낸 거고… 후, 강 건너 불구경이라고, 뜬금없이 내부 불화 사건이 터진거에 갑자기 왜 주혜린이 끼어든거야?”
고개를 저으며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내뱉는 박 팀장.
나는 회의실 내부의 그런 모습을 보며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딱히 방음을 생각한 것도 아닌지,
문 밖에서도 회의하는 얘기가 잘도 들리더라.
“아, 연우 안무가 님.”
회의실 내부에 있는 직원들의 모든 시선이 내게 꽂힌다.
이러고 보니 나도 연예인이 된 것 같네.
논란의 중심에 선 루머의 당사자이니, 지금 당장은 유명인이긴 한가?
물론 나를 보는 시선이 고운 것만은 아니었다.
‘조금 억울하네.’
나도 피해자인데 말이야.
나와 다소 친분이 있는 박 팀장과 MW사원들 말고.
특히 회의실에 자리한 몇몇 Tred 엔터 쪽 관계자들의 시선이 날카롭다.
저벅저벅.
그들이 걸어오더니, 사진 한 장을 들이밀며 말한다.
“이거 뭡니까?”
어두운 곳에서 찍은 사진에 명도 조절을 한 것 같았다.
어떤 건물인지 알 수는 없으나, 기숙사 같은 곳. 방문이 달려있는 길다란 복도. 그 앞에 서 있는 한 쌍의 남녀.
사진이 선명한 건 아니지만,
누가 봐도 신원 정도는 알아볼 수 있을 사진이었다.
“저와 혜린이네요.”
심지어 최근도 아닌, 프로듀스 101의 촬영 때다.
이건…
상시 카메라에 찍힌 것을 캡쳐 한 건가?
이때는 분명 새벽 늦게까지 안무 연습실에서 혼자 연습하던 주혜린.
그녀를 만나 잠깐 대화를 나눴던 때의 사진 같았다.
구도부터 시간대까지.
누가 몰래 촬영을 했다기엔 말이 안 되는 사진이다.
“스캔들 터진 내용 중, 이런게 있어요. 프로듀스 101의 촬영 때 이처럼 개인적으로 만나서 레슨을 했다. 불공정한 뒷거래가 있었다…”
소위 말하는 ‘특혜’가 있었다는 건데.
“말도 안 되는 말입니다.”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특혜는 옘병.
그때 당시에도 괜한 논란이 안 되도록 얼마나 신경 썼는지 모른다.
심지어 이 사진을 봐도 알 수 있든, 안무 연습실 안에서 본 것도 아니고. 개인 레슨은 더더욱 아니었다.
단순한 몇 마디 대화였을 뿐.
물론 F반에 배정을 받으며, 연습생시절 봤던 것과 전혀 다른 그녀의 모습에 도움을 준 건 맞지만.
트레이너가 연습생에게 ‘자신감을 가져라’라고 힘을 불어넣어주는 것이 특혜라고 할 정도면 대화조차 하지 않아야 할 일이었다.
“…사실입니까?”
나의 그런 설명을 듣고도 으르렁거리며 말하는 Tred 엔터의 관계자.
“잠시만요, 성 실장님.”
프로원의 매니저인지,
성 실장이라고 불린 이가, 박 팀장의 만류에,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선다.
나를 잡아먹을 듯 들이대던 얼굴이 그나마 조금 멀어진다.
“매스매치가 이따금 이런 사건을 터트리는 건 누구나 아는 거잖아요. 그런데 HY에서 그걸 막으려고 뜬금없이 이런 스캔들을 터트린거고.”
그러던 박 팀장이 나를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혹시 이번 기사 터트린 HY쪽과 무슨 일 있었던 거 있어요?”
“…HY의 홍보팀이요?”
내가 HY와 엮인 거야 한 두개가 아니지만.
기사와 이슈거리를 다루는 홍보팀이라면 딱 하나 있다.
“표절을 물 먹인 거…”
헬리의 「구름 광장」노래에 표절 시비를 걸었던 장재원 작곡가.
그리고 그의 주장을 뒷 받쳐줄 인터뷰를 진행했던 HY엔터의 기자들.
하지만 결국 내가 장재원을 직접 찾아가 녹음했던 것을 터트리며, 상황이 완전 뒤바뀌었다.
거짓 기사와 선동을 했다며 HY쪽 기자들이 오히려 물을 먹었지.
박 팀장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어쩐지, 그런 일이 있지 않으면, 한 안무가를 이렇게 쫒아다니면서 엮을 사건을 모을 일이 없지.”
어지간히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았나보다.
헬리보다는 내가 스타성과 유명세가 있으니, 나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모아놓은 건가.
그리고 그걸 주혜린과 엮은거고.
무섭다 무서워.
“이건 사실입니까? 이전 혜린이의 인터뷰에서 나온 말이라던데.”
현재 주혜린은 프로원 소속. 사건에 대한 해명 기사라면 담당하는 Tred 쪽에서 내는 게 맞지만.
오히려 MW엔터의 사옥에 몇 명의 Tred쪽 관계자가 있는 건 이유가 있었다.
바로, 프로원에 들어오기 전부터.
나와 주혜린이 커넥션이 있었다는 것을 스캔들의 증거로 내세웠기 때문.
“1분 PR영상을 만드는 데 최연우 안무가가 도움을 줬다고 했다. 하지만 정작 주혜린의 1분 PR영상에 안무는 없다. 이상하지 않은가? 그들은 그렇게 몰래 컨택하며 팬들을 기만했다… 주혜린이 MW엔터 연습생으로 있을 때부터의 일이다.”
“허, 참.”
성 실장이 소리내어 기사를 읽었다.
주혜린이 1분 PR 영상을 찍는 것에 도움을 줬다는 것도 해명을 해야 하나.
“복면가왕 때 목소리만 듣고도 최연우의 정체를 알아맞힌 주혜린.”
“조가빈과 최연우가 사이가 안 좋다는 등 어그로성 발언을 한 것도, 관심을 받기 위한 방법이었다.”
…주혜린이?
이미 신인상을 받을 만큼, 프로듀스 101로 인기를 끌은 걸그룹인 그녀가 대체 왜?
아무리 봐도, 루머와 스캔들 기사들은 말이 안 되는 것들에 불과했다.
따져보면 어이없는 이야기들을 그럴싸하게 엮어놓은, 찌라시에 불과하다는 것.
하지만 그런 것들에 사람들은 관심을 가진다.
특히 걸그룹의 불화는 내부 팬덤들의 와해를 일으킨다지만.
스캔들엔 팬덤이 아닌 이들 역시 관심을 가지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이걸 어떻게 해명을 해야 하냐는 건데…”
덜컹.
의자를 길게 끌며 자리에 털썩 주저 앉은 성 실장이 까끌까끌한 수염을 문지르며 중얼거린다.
그래, 어쨌든 여기 모인 사람들은 누군가를 탓하기 위해서 모인 게 아니다.
결국 어떻게 처리를 하느냐지.
내가 당사자이고, 어떻게 보면 말도 안 되는 폭로를 당한 입장이지만.
정작 스스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다는 게 아이러니 하지만.
끼익.
그 사이.
회의실 문을 열고, 나와 같은 입장의 사람이 조심스럽게 들어온다.
어느새 길게 길러진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허리를 굽히며 연신 인사를 건네는 여자.
주혜린이었다.
“아, 연우… 님.”
그녀가 고개를 들어 나와 눈이 마주치자, 어색한 말투로 인사를 건넨다.
…저 호칭은 또 오랜만에 듣네.
다시 예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후우. 혜린아.”
성 실장이 작은 목소리로 혜린을 불렀다.
움찔 몸을 떨며 실장에게 다가선다.
“너, 안무가 님이랑 아무런 관계 아닌 거 맞지?”
“하하, 그건 당연한 거 아니예요? 혜린이랑 안무가 님이랑 뭐 같이 작업한 것도 없었는데.”
“잠시만요.”
성 실장의 물음.
당연하다는 듯이 대신 답하는 박 팀장의 말을 끊고, 성 실장이 뚫어져라 주혜린을 쳐다본다.
“아무 것도 아니지?”
주혜린이 긴장한 듯 몸을 굳히다가,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왜 회사 SNS 계정 외에, 개인 계정으로 최 안무가 팔로우하고 있어?”
“…?”
주혜린이 고개를 푹 숙인다.
“개인 인스타 계정…?”
그 말에 놀라 박 팀장 역시 주혜린을 바라본다.
아이돌마다 회사의 정책이 다르긴 하지만.
프로원의 경우, 멤버 개인의 SNS의 이용은 금지되고 모두 공식 계정만을 이용하도록 되어있었다.
물론 주혜린이 개인 계정으로 사진을 올린다거나 한 건 아니지만.
개인 계정을 만들었다는 것, 그리고 나를 팔로우하고 있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 회사에서는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게 이상한 게 아니라는 것.
주혜린이 아무 말 못하고 고개를 숙인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는 거다.
하지만 그렇다고 주혜린이 나를 좋아한다거나, 우리가 무슨 사이가 되는 건 아니지.
‘후.’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말했다.
주혜린이 나를 팔로우한 이유. 나는 그걸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어쩌면 그 이유가, 이번 스캔들을 해명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기도.
“저기…”
나는 성 실장과 주혜린의 사이를 한 발자국 끼어들고는.
회의실에 모인 관계자들을 둘러보며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사실, 이번에 저랑 혜린이가 엮인 말도 안되는 루머들을 모두 설득시킬 수 있는 게 하나 있는데요.”
“설득이요?”
“진짜 사귀기라도 했다고 발표하렵니까? 그러면 설득은 되겠네. 사람들을 설득하자는 게 아니라, 아니라고 주장을 해야…”
성 실장이 갑갑하다는 듯이 말을 끊고 가슴을 친다.
“사실 저랑 혜린이, 회사에 들어오기 전부터 아는 사이였습니다. 혜린이가 개인 계정으로 저를 팔로우 한 것도, 저에 대한 고마움 때문일 거구요.”
“…고마움이라니.”
뜬금없이 나온 단어에 성 실장이 눈썹을 살짝 찡그린다.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주혜린은 그런 반응에 아랑곳하지 않았다.
그녀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더니, 조용한 목소리로 내 말을 잇는다.
“연우 님이 제 생명의 은인이거든요.”
“비유적인 표현이나 그런 게 아니라… 진짜 제 목숨을 살려준. 생명의 은인이요.”
얼굴 천재 안무가가 되었다 – 12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