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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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
반복재생. 그리고 또 반복재생.
침대에 누워, 최연우 안무가에게서 받은 영상을 계속해서 돌려본다.
몇 번을 보는 것인지 모르지만.
머릿속을 어지럽히는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선 손과 눈을 가만히 둘 수가 없었다.
슬쩍.
침대에 누운 채, 영상에 나오는 춤을 조금씩만 흉내 내 봤다.
볼 때와는 또 다르게, 춤을 춰 보면 더욱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노래의 박자와 미세하게 맞아떨어지는 춤을.
즐거우면서도 짜릿하게 만들어주는 그 순간의 감각을 말이다.
‘음…’
풀썩.
침대에 누워서는,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러다가도 번쩍 고개를 돌려, 안무 영상을 쳐다본다.
“진짜 말도 안 돼…”
서은아는 그 일련의 과정을 한참 반복하고 있었다.
“…미친년.”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쭉 지켜보던 한 사람.
같은 방에 있는 동생, 서연아가 진절머리 난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진짜 제정신 아냐.”
하지만 서은아는 아랑곳 않고는,
“안무가 너무 좋아.”
다시 침대에 푹, 얼굴을 파묻을 뿐이었다.
몇 번이고 반복하는 그 모습에, 서연아는 핸드폰으로 다시 시선을 돌렸지만.
서은아는 그런 동생을 가만히 내버려두지 않았다.
“야. 생각해봐. HY야. 5대 기획사 HY. 거기서 노래를 내면 이것보다 더 좋은 안무를 만나지 않을까?”
호들갑을 떨며, 듣지도 않는 동생에게 말을 떠들었다.
“아니? 이 노래 이 안무보다 좋은 게 있을까? Free Plus인데? MW은 안무팀 하나만큼은 우리나라 어디 부럽지 않은 팀이잖아.”
그녀는 처음 최연우 안무가의 얘기를 들었을 때에는, 자신이 이렇게 고민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냥 궁금했을 뿐이다.
너무나 마음에 들었던 그 곡에, 대체 어떤 안무가 입혀졌을지.
칭찬을 그토록 받았다니, ‘한 번 보기나 할까?’ 하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 완성된 안무를 두 번, 세 번. 반복해서 보다보니.
지금에 와서는 도저히 욕심을 떨쳐낼 수가 없었다.
‘무대에… 서고 싶어.’
화려한 조명 아래에서 관객과 소통하는 그 쾌감.
겪어보지 못한 사람은 모를 것이었다.
그리고 서은아의 머릿 속에는, 이미 이 안무로 무대 위에 서는 모습이 선명하게 그려지고 있었다.
파격적이고도. 새로운 시도.
그러나 모험이라기엔 안정적이고 세련된 안무.
‘이 노래를 처음 들었을 때, 딱 내 노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안무 역시 그런 느낌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건 아니었다.
안무의 문제가 아니라, 이 노래로 데뷔를 하기까지의 문제.
안무가는 말했다.
안무팀이 담당하던 곡이었는데, 엎어졌다고.
그건 아마 HY에서 한 일이겠지.
작곡가에게 접근해서. 알지 못할 혜택들을 제안해서.
이 안무는 명백히 MW 엔터테인먼트의 것이었다.
회사 소속 안무팀인 Free Plus에서 만든 거니까.
‘그러니, 내가 지금 HY로 회사를 옮기면…’
이 안무는 결국 세상에서 사라지게 된다는 거…겠지?
서은아는 왠지 가슴이 갑갑해져 오는 것 같았다.
아쉬워서.
‘오디션을 나가는 것보다, 여기서 이 노래로 데뷔하는 게 더 낫지 않을까?’
문득.
자신의 머릿속에 드는 생각에, 서은아가 흠칫 헛바람을 내뱉었다.
결국 MW와 HY 사이에서의 선택이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5대 기획사인 HY를 선택해야 하지만…
그 선택을 주저하게 만드는 건, 이 안무 뿐만이 아니다.
‘HY에 가면 오디션을 나가야 하니까…’
오디션.
그것을 생각하면 안 그래도 갑갑한 가슴이 더욱 죄어오는 느낌이었다.
물론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 자체는, 분량만 받으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서은아는 K-Singer에 출연했었으니, 분명 기본 분량은 보장되어 있다.
하지만 두려움이 더욱 크다.
서바이벌 오디션이란 결국 우승자는 한 명.
그 한 명이 아닌 이상, 모두 탈락이란 걸 전제해야 하니까.
생에 두 번째 오디션.
그곳에서 탈락하고 난 뒤에도 나는 인기를 끌고 HY에서 데뷔할 수 있을까?
아니, 오히려 없었던 안티가 생기는 건…?
서은아의 머릿속이 그런 생각들로 가득 찼다.
자신은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무엇이 더 나은 선택일까?
“…후회 없는 선택.”
하지만, 그 정답은 이미 자신은 알고 있었다.
“좋아, 결심했어!”
“아, 깜짝이야!”
갑작스럽게 서은아가 소리를 지르자, 동생이 빽! 반격을 해왔다.
“미치려면 곱게 미쳐!”
“아~ 시끄러!”
물론 서은아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마침내 계속해서 틀어져 있던 안무 시안 영상을 껐다.
얼마나 많이 봤으면,
당장 러프하게 춤을 출 수 있을 정도다.
꾸욱-.
그녀가 마음을 다잡으며.
양손으로 꾹 주먹을 움켜쥐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할 거야!”
서은아는.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xxx
“형, 뭐해요?”
“…”
MW 사옥 5층.
Free Plus의 프로젝트 팀이 이용하는 안무실.
데뷔할 걸그룹의 새로운 곡이 확정될 때까지.
프로젝트 팀 댄서들은 개인 연습을 가지는 시간을 갖고 있었다.
당연하게도 그들이 하는 것은 부족한 걸리쉬 댄스를 보충 연습하는 일이었다.
나 역시 한 자리를 차지하고, 멍 하니 거울을 바라보고 있는데.
“이거 한 번 봐줄래요?”
나에게 말을 걸던 선아가, 순간 눈앞에 핸드폰을 불쑥 들이밀었다.
뭐지?
“방금 녹화한 거.”
핸드폰에선 영상이 재생되고 있었다.
선아의 춤이었다.
“그래.”
굳이 나에게서 피드백을?
…이라고 생각할 필요까진 없겠지.
애초에 나는 Free Plus에 부족한 장르적 색깔을 위해 오디션에서 뽑힌 게 크니까.
딱히 나를 제외하면 걸리쉬 댄스의 피드백을 해줄 수 있는 댄서도 없을 것이었다.
“어, 음. 괜찮네.”
하, 근데 문제는.
내가 당장 선아의 춤에 집중이 안 된다는 거지.
물론 그건 이 녀석이 걸리쉬 댄스를 특별히 못 춰서.
춤이 부족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그게 다야?”
“어, 음. 그러니까…”
“그 [어, 음.] 좀 빼고 말해주라.”
“어? 아. 음…”
아니, 무시하려는 건 아닌데…
입버릇처럼 붙어버린 추임새가 떼어지지가 않네.
어색하게 웃으며 최대한 피드백을 머릿속에서 정리했다.
어, 전형적인 걸그룹 춤을 선택했네. 살짝 유연성이 부족한 것 같기도 하고… 아닌가?
하지만 어떻게 해도 제대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애초에 머릿속이 다른 걸로 가득 차 있기 때문이었다.
선아가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더 이상 보채지 않았다.
아니, 슬슬 나를 피해서 멀어진다.
“똑똑똑~. 어디 고장 났나? 상태가 메롱이네. 다음에 올게요~.”
다음에 올 땐 서비스 듬뿍!
이라는 말을 내뱉으며 사라지는 선아.
‘아우우우.’
그런 그녀를 보며, 신경질적으로 머리를 벅벅 긁었다.
선아한테 미안하네.
하지만 내가 이처럼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그래서 결과는 언제 나오는 거야!’
서은아를 만나고 안무 영상을 보내준 뒤.
그로부터 3일의 시간이 흘렀다.
하지만 그동안 서은아에게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니 사람이 피폐해질 수밖에.
마치 시험을 치고 나서, 결과를 기다리는 학생이 된 것만 같았다.
…아니, 그것보다 심하다.
그 경우에는 언제 결과가 나온다는 확신이라도 있잖아.
이건 기약 없는 기다림이나 다를 바 없으니, 더욱 미칠 노릇이다.
‘괜찮겠지?’
하루, 이틀은 사실 시간이 해결해 줄 거라고 기다렸다.
그런데 3일이 되니, 처음에 가득했던 내 확신도 무뎌져가는 느낌이었다.
안무가 마음에 안 들었나?
아니 설마 혹시나!
서은아가 HY로 가버리면 어떡하지?
그렇게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오는 가운데.
“연우. 어딨어?”
안무실의 입구에서, 나를 작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
특별히 꼭 지목해서 부르다니.
내가 들을 수 있는 소식이래 봤자. ‘다시 노래 담당하게 됐다!’ 라는 공지라고 생각했는데…
“여기 있어요.”
나를 불렀던 사람은, 당연하다면 당연한 한결이었다.
그가 나를 향해 손짓하더니 말했다.
“TF 1팀 회의실로 같이 좀 가자.”
“!!!”
드디어.
시험 결과를 확인할 때가 온 건가?
“나도 자세한 건 못 들어서, 뭐라고 말은 못하겠긴 한데.”
한결이 머쓱하게 귀를 만지며 하는 말했다.
“올라가서 들으면 되겠지. 근데 A&R 팀장님 말고 다른 팀장님이 꼭 너를 데리고 오라더라? 너 뭐 아는 거 있어?”
…다른 팀장님이면, MW의 회사 사람?
나와 연관 있는 안무가나 댄서면 몰라도. 회사 관계자를 알고 있을 리 없었다.
게다가 테스크 포스 1팀 중 한 사람이라면, 이번에 데뷔하는 걸그룹을 관리하는 사람일 텐데…
글쎄.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어 고개를 저었더니,
“그럴 줄 알았다. 박 팀장님은 널 왜 부른 거지?”
한결 역시 의아하단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가도, 금방 그가 문을 열고 다시 안무실을 나선다.
“일단… 가자.”
.
.
.
회의실.
전에 왔을 땐 입구에서 들어서지 못했던 바로 그 곳이었다.
드르륵-.
한결의 뒤를 따라 조심스럽게 들어서니.
방 안은 굉장히 단출했다.
중앙엔 둘러앉을 수 있는 네모난 스퀘어 테이블이 놓여있었고, 접이식 의자들이 놓여있었다.
그리고 그 테이블의 한 켠.
미리 앉아있는 남자의 얼굴은 조금 익숙하다.
깔끔하게 머리를 올려 고정시킨, 인텔리한 이미지의 팀장.
MW의 TF 1팀, A&R을 담당하는 홍 팀장이었다.
“반가워요, 연우 씨.”
하지만 그의 옆에 앉아있는 사람은, 뜬금없는 사람이었다.
홍 팀장보다 앞서 말을 건네는 여자 팀장.
그녀의 소개는 홍 팀장에게서 나왔다.
“기획팀 박 팀장. 오늘 꼭 이 자리에 그림을 보고 싶다고 해서.”
…기획팀?
박 팀장은 생글생글 웃는 모습으로 인사를 건넸다.
그리고는 곧바로 털털하게 말하며 손을 내저었다.
“아이고, 저 신경 쓰지 마시고 대화 나누세요. 오늘 진짜 구경만 하려고 온 거니까.”
“…뭔가 있지?”
“있기는~?”
홍 팀장 역시 박 팀장의 의도를 모르는 모양이었다.
그녀가 능글맞게 말하더니, 테이블로부터 한 발자국 멀어진다.
어디까지나 제 3자의 입장에서 볼 거라는 뜻인 것 같았다.
아무튼,
그런 그녀를 두고, 나와 한결은 홍 팀장의 맡은 편에 앉았다.
난 그녀를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저번에 말했던 노래… 무산 됐던 곡.”
내가 쳤던 시험의 결과.
그것이 홍 팀장의 입에서 나오기 일보 직전이다.
활동의 여부는?
꿀꺽.
숨을 죽이고 기다린다.
…나 빼고 이미 결과를 다 아는 눈치이긴 했지만.
“그거, 작곡가가 다시 그대로 한다고 해서, 퍼플링크의 데뷔곡으로 가기로 했습니다. 아티스트 1팀 모두 다들 컨셉과 안무 모두 마음에 들어 하는 눈치였구요.”
아, 역시.
됐다!!
예상을 하고 있다곤 해도, 명확한 확답을 듣게 되자,
그간 하고 있던 긴장이 한 순간에 풀리는 느낌이었다.
“그러면 이번 곡의 메인 안무는, 원래 계획대로 여기 연우 씨가 짜는 걸로?”
“그렇게 합시다.”
마침내.
MW에서 런칭하는 걸그룹의 곡이 확정된 셈이었다.
그 말인 즉, 그 곡의 안무를 맡은 프로젝트 팀.
잠시 멈춰졌던 안무팀의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런데 난 진짜 궁금한데.”
그렇게, 홍 팀장과 일련의 이야기가 정리된 이후.
한결이 이해가 안 된다는 말투로 말했다.
“대체 그 작곡가는 왜 그랬답니까?”
“…”
하긴, 한결 입장에선 뜬금없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이랬다, 저랬다. 그것도 패널티를 두고.
나야 그 작곡가에게 HY 엔터테인먼트에서 접근을 해서,
그랬다는 걸 알고 있지만 말이다.
‘…그걸 감안해도 좀…’
하지만 그래도 이 작곡가는 줏대가 없긴 해.
그래도 결국 노래의 주인은 작곡가인데.
HY의 말에 홀랑 넘어가서 곡을 걸어잠궜다가,
서은아가 MW를 선택하자, 곧바로 그 말을 철회하다니.
‘그야말로 박쥐같은 사람이네.’
보지도 않은 그 작곡가의 얼굴에 박쥐가 연상되는 기분이었다.
“작곡가 마음은 알 수가 없네, 정말.”
한결과 홍 팀장이 합심해서 작곡가의 뒷담을 나눴다.
나야 뭐, 다른 악감정이 생길만한 것까진 없었다.
그렇다고 딱히 좋게 보이는 것도 아니었고…
그냥, 얼굴만 한 번 보고 싶은 정도?
“…그래서, 당장은 안무에 피드백이 없다구요?”
“네. 일단 노래가 결정됐고, Free Plus팀에서 안무 창작 시안도 인정받았고… 일단 컨셉 아트랑 가사가 나오면 다시 회의하죠.”
그렇게 회의실에서 잠깐의 만남이 끝이 보일 쯤이었다.
“아무리 봐도 아쉽단 말이야.”
“?”
그러고 보니, 아직 있었구나.
어느 순간부터 회의실에 있다는 것을 깜빡하고 있었던, 박 팀장이 말을 걸며 다가왔다.
정말 처음 말했던 대로 구경만 하던 박 팀장.
또각 또각.
그녀가 내가 앉아있는 자리 앞에 우뚝 선다.
“박 팀장. 뭐가 아쉬워? 안무가?”
“No~ No. 기획팀인 제가 안무에 왈가왈부할 위치는 아니고.”
홍 팀장이 혹시나 하며 물었다.
하지만 검지를 좌우로 까딱이며 부정하는 박 팀장.
“그럼 뭐가?”
“최연우 안무가님이 아쉽다구요.”
“저요?”
갑자기 날 왜?
박 팀장이 음… 하고 감탄사를 내뱉고는 말을 이었다.
“너무 잘 생겼거든요.”
“…”
…네?
얼굴이요?
생각지도 못한 말에 멍하니 그녀를 바라봤다.
박 팀장이 그런 날 보고는, 씨익 웃고는 말했다.
“저희 기획팀은 연우 씨 얼굴을, 그냥 안무가로만 쓰기 조금 아쉽다고 말하고 있는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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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천재 안무가가 되었다 – 1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