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37
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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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업실.
“그냥… 엔지니어링은 레코딩 스튜디오에 맡겨야 하나? 죽겠네, 죽겠어.”
“이런 악플 들은 대체 왜 계속 다는 거야? 차단하고 삭제해도 끝이 없네, 끝이 없어. 으으.”
커다란 의자에 앉아, 빠져 들어갈 듯 모니터를 들여다보고 있는 헬리와,
테이블에 앉아 눈살을 찌푸린 채 노트북을 쳐다보고 있는 남궁수.
어째 바쁘게 일하고 있는 두 사람 사이에서,
나 혼자 의자에 몸을 파묻고 휴식을 취하는 중이었다.
“…넌 오늘 일 없어?”
“어. 오늘 휴식.”
“왜? 담당한 안무 있잖아”
“아, 그거. 빛나 씨가 오늘 스케줄 때문에 작업을 못한다고 해서.”
“그럼 너 혼자 하면 안 돼?”
“혼자서는 좀 힘들지.”
어제 아침 일찍부터 함께 작업을 했던 것도, 김빛나의 스케줄을 맞추기 위해서였다.
당장 참여하고 있는 댄스팀 일정이 있다고 해서.
아무래도 한창 활동기에는, 안무가보다는 댄서가 더 바쁠 수밖에 없지.
덜컹.
작업실 안쪽에서 한창 골머리를 싸매고 있던 헬리.
냉장고에서 물 한 통을 꺼내 벌컥벌컥 마시던 그가 내 모습을 보며 입을 삐죽 내민다.
“…자립심이 없는 자식.”
“엥?”
“백수 자식.”
“…”
“혼자서 힘들다니! 니가 한 명의 안무가라면, 다른 안무가의 도움 없이…”
“시끄러! 왜 연우한테 화풀이야.”
내가 혼자 쉬고 있는 게 마음에 안 드셨나보다.
우리의 투덜이 작곡가 님이 한참을 투덜 거리고 있으려니.
옆에서 남궁수가 지원사격을 하듯, 그의 말을 끊어버렸다.
헬리가 그녀의 외침에 흠칫 몸을 떨더니, 가만히 서서는 나와 남궁수를 번갈아 쳐다본다.
그러더니…
“내 편은 아무도 없어!”
뜬금없이 소리치며 작업실 안으로 들어가 버리는 것이었다.
남궁수가 끼고 있는 커다란 안경을 치켜 올리며 한숨을 내쉰다.
“애 키우는 것도 아니고. 저 작곡 스트레스는 아주 다채롭기가 그지없네. 오늘은 사춘기가 온 거야, 뭐야?”
그녀는 저런 헬리의 행동을 한 두번 본 게 아닌 듯 싶었다.
남궁수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중얼거린다.
그러다가, 순간 나와 눈이 마주쳤다.
“?”
뭐지?
눈이 마주친 후, 멍하니 나를 바라보는 남궁수.
그렇게 쳐다보다가 그녀가 뜬금없이 말을 꺼내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안무는 혼자 못 만들어?”
“…너도 내가 쉬는 모습이 보기 싫냐? 하긴, 옆에서 일하는 데 쉬고 있으면 재수 없지?”
“하, 하하… 아니, 그냥 궁금해서 그러지.”
남궁수가 어색하게 미소를 짓는다.
혼자서 작업이라.
엄밀히 말하면 할 수 없는 건 아니었다.
지금껏 김빛나가 만들었던 안무들. 그것들을 참고해, 비슷한 느낌으로 파이널 동작들 정도는 미리 만들어낼 수 있으니까.
하지만 나는 이번 안무는 어디까지나 조력자의 입장에서 있고 싶었다.
‘…에이전시 쪽에서는 원하지 않을 지 모르겠지만.’
나를 김빛나에게 붙인 입장에선,
내가 안무를 주도해 만들었으면 하겠지만…
그건 그쪽 입장이고.
김빛나는 충분히 실력이 있는 안무가고.
내가 아무리 그녀의 느낌을 흉내내서 안무를 만든다고 해도,
당사자가 직접 만드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즉, 어쩔 수 없이 지금껏 그녀가 만들어온 이전까지 안무들과 다른 ‘티’가 날 수밖에 없다는 뜻.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김빛나가 시리즈 안무의 마지막을 만드는 걸 보고 싶기도 하고 말이야.’
거기다 더해, 약간의 팬심도 없는 건 아니었고…
“지금껏 빛나 씨가 만들었는데, 내가 마지막을 장식한다고 하면 힘 빠지잖아?”
“음… 그럴 순 있겠다.”
지금까지 자신이 짰던 시리즈 안무의 마지막이니까.
케이크에 올려져있는 마지막 체리 한 방울을 빼앗는 격이다.
“으으.”
계속 쉬고만 있는 것도 피곤한 일이네.
나는 기지개를 크게 키며, 다시금 노트북을 바라보는 남궁수의 곁으로 다가섰다.
“이제 업로드 하려고.”
가까이 다가서자, 슬쩍 내가 보기 편하게 자리를 비켜주던 그녀가 말했다.
화면에 떠 있는 건 우리 유튜브 채널의 화면.
업로드 인코딩이 거의 다 끝나가고 있었고, 예약으로 설정된 시간이 다 되어간다.
“브이로그…”
“편집한 거 한 번 볼래?”
“아냐. 나중에.”
나 혼자 볼게.
물론 남궁수가 편집한 영상이니 화면에 나오는 내 모습이 그녀에겐 익숙하겠지만.
나 스스로는 어색하기만 했고,
같이 본다는 건 말도 안 된다.
프로듀스 101이나, 거리의 댄서들. 그리고 복면가왕같이.
예능 프로그램에서 무대에 올라서는 것은 딱히 부끄럽진 않았다.
아니, 오히려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 됐을 지 궁금하기까지 했는데.
브이로그는 너무 내 일상의 모습을 그대로 담아서 부끄러웠다.
“그래서 팬들이 더 좋아하는 건데.”
얼굴이 붉어진 것 같은데.
내 모습을 보며 남궁수가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그게 아이러니 하지.
“아, 업로드 됐다.”
“댓글만 봐야겠다.”
그리고 마침내 올라간 영상.
나는 그것들을 채 확인하지 못하고 훌쩍 작업실로 몸을 피했다.
.
.
.
다음 달에 발매될 프로젝트 앨범.
H&C Galley도, 이번 내 브이로그 영상 이후로는 당분간 헬리를 위주로 영상을 만들 생각이었다.
지금껏 안무가인 내 위주로 채널이 운영되는 바람에,
오히려 지금껏 선공개된 노래들에 대한 반응은 하지 못 했다.
그 중에서도 민아인과 이유라. 두 보컬에 관한 질문은 수도 없이 받았으니.
이번 앨범 발매와 함께, 보컬들과 인터뷰나 QnA 시간 등의 컨텐츠 역시 제작할 계획이었다.
“…뭐 해?”
조심스럽게 작업실에 들어서니, 의자에 반쯤 누워서 기대 있는 헬리가 보였다.
액체가 되서 흐물흐물 책상 밑으로 들어가기 직전인 모습이다.
“너 그러다가 허리 부러진다.”
“어, 끄응.”
헬리가 내 인기척을 느끼고는 의자를 붙잡고 자세를 고쳐 앉았다.
“네 편 돼 주려고 왔다.”
아까 헬리가 ‘내 편은 아무도 없어!’라고 했던 걸 기억해, 장난스럽게 말했더니.
“아무도 지금 내 편을 들어줄 순 없어…”
헬리가 여전히 우중충한 얼굴로 답한다.
…어느 정도는 회복되었을 줄 알았는데, 중2병 걸린 상태가 그대로다.
“지금 아인이가 작업한 신곡 믹싱 중인데… 포기.”
“포기?”
“어. 엔지니어링은 아직까지는 스튜디오에 맡기려고. 왜 내가 생각한 사운드가 안 나오는 거야?”
답답하다는 듯 헬리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한다.
아직 홈 엔지니어링을 완벽히 해내기엔 미숙한 부분이 있는 것 같았다.
‘회귀 전 내 기억에선 뚝딱 잘 해냈는데.’
…그건 지금으로부터 한참 뒤의 작곡가니까.
내가 볼 때 현재의 헬리는 귀는 높은데, 정작 기술력은 따라주지 않는 상황인 것 같다.
“한 번 들어봐도 돼?”
“어, 내가 안 들려줬나?”
“서로 바빠서 그렇지.”
헬리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내게 헤드셋을 가리켰다.
자연스럽게 받아들고 썼더니, 금방 노래가 나온다.
“제목은 「Gambler」야.”
도박사?
[으-으음~]어쩐지 제목과 어울리는 분위기.
거기에 베이스 사운드가 퉁, 퉁 들린다.
그와 함께 시작부터 낮은 음역대로 깔리는 민아인의 허밍.
♬♪
그와 함께 본격적인 음악이 흘러나왔다.
나는 눈을 감고 가만히 노래를 들었다.
[끝이 모를 듯 높은 건물의 천장. 화려한 조명과 알록달록한 색의 쿠키들.]이전의 추상적이었던 노래의 가사들과 달리, 이번에는 훨씬 직설적이었다.
[들어갈까, 그가 올까. 한 순간의 선택.] [속아줄까? 정말? 웃기지마, 싫어.]눈앞에 도박을 하는 사람의 모습이 그려진다. 그리고 그 쫄깃한 마음까지.
나는 말 그대로 감상을 하고 있었다.
평가가 아니라, 노래를 듣고 느끼는 거.
“어때?”
안절부절 하는 모습으로 노래의 재생바를 보고 있던 헬리.
그가 끝나마자 칼같이 눈을 빛내며 물어온다.
“후.”
나는 헤드셋을 벗으며 머리를 매만졌다.
3분을 조금 넘는 시간인데 너무 집중을 해서인지 땀이 나는 것 같다.
“사운드가 살짝 텅 비어있는 건 어쩔 수가 없어.”
변명하듯 말하는 헬리.
하지만 내가 작곡, 음악 쪽 전문가도 아니고.
그런 부분에서 크게 차이를 느낄 수 있을 리 없었다.
“확실히.”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넌 노래를 잘 만들어.”
노래가…
대중적이다. 라고 해야 할까?
헬리가 세 번째 얼마나 고심해서 만든 곡인지 느껴지는 노래였다.
민아인의 첫 번째, 「구름 광장」은 잔잔하면서 목소리를 살릴 수 있는 어쿠스틱한 노래.
두 번째 「Higher」는 그녀가 낼 수 있는 음역대를 자랑하듯 고음과 스킬들로 채운 노래.
그리고 이번 「Gambler」는 그런 어쿠스틱 발라드의 행보와는 달리, 리드미컬한 댄스곡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라디오에서 기타 한 곡으로 커버곡을 불러온 아인. 그런 그녀의 팬들도 들어보지 못했을 새로운 느낌.
게다가 가장 독특한 건, 아인과 맞지 않는 노래에 아인의 목소리를 얹은 느낌이었다.
억지로 짜 맞춘 것 같으면서도,
노래가 미묘하게 잘 어울린다.
‘그래서 믹싱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가?’
걸핏하면 ‘맞지 않는 옷을 입었다’ 라는 것처럼 들릴 노래.
그만큼 디테일이 중요할 수밖에 없나, 싶기도 하다.
“아니, 칭찬을 하려고 해도 좀 구체적으로 해 봐.”
“어…”
뭐, 내가 아는 게 있어야 피드백을 해 주지.
어느 정도 내가 다른 일반인들보다야 내가 노래에 대해 잘 안다지만,
작곡가보다 잘 알 수 있을 리가.
그래서 나는 그냥 하고 싶은 말을 내뱉었다.
“이 노래에 안무 만들고 싶네.”
진심으로.
다른 K-pop 노래들과 다르지 않는 빠른 BPM에, 기본적으로 듣는 이의 어깨춤을 흥얼거리게 만드는 리듬이었다.
“가사는 누가 썼어? 잘 썼던데.”
“아인이. 내 노래를 듣더니, 제목도 자기가 정했어.”
가사 역시 한 번 춤을 춰보고 싶게 하는 주제로,
눈앞에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풍경들이 있다.
역시.
민아인과 헬리가 만나서 안 좋은 작업물이 나올 리가.
“그러면 「Gambler」를 타이틀로 하고, 안무를 만들어서 뮤비 제작까지 해볼까?”
그게 어려운 일은 아닐 거다.
금전적으로도 헬리의 하울 보이즈, 퍼플링크 노래들이 음원 사이트에서 아직도 높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으니까.
하지만…
“아인이가 몸치라서 안 될 듯?”
아인이는 멈춰 서있고,
포인트 안무를 뒤에 댄서들만 추고 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그것 나름 독특하긴 할 텐데.
굳이 하고 싶진 않네.
어쨌든 헬리는 내 대답이 만족스러운 듯 해맑게 미소를 지었다.
“그런데 다른 노래는?”
“아직 녹음을 안 했어. 일단 타이틀부터 끝맺고 싶어서.”
다른 노래들도 궁금하긴 하다. 의심하는 게 아니라, 얼마나 좋을지.
이유라의 독특한 보컬을 헬리가 또 어떻게 살릴지.
그리고 아이돌 보컬인 남현우. 그것을 모르는 헬리는 그의 목소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노래를 만들었을지.
헬리의 팬들처럼, 발매될 다음 앨범을 기다리게 됐다.
얼굴 천재 안무가가 되었다 – 136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