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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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게 무슨 소리야?”
홍 팀장이 의문 섞인 목소리로 묻는다.
내가 하고 싶은 질문이었다.
안무가로만 쓰기 아쉽다니?
갑작스러운 박 팀장의 말에, 회의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그녀를 돌아봤다.
“흐-음.”
박 팀장의 대답을 기다리는데.
그녀는 가만히 내 앞에 서서는, 아무 말 없이 나를 보고만 있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느낌만 한 번 보러 온 거니까.”
박 팀장이 한 발 빠지며 말했다.
“일단은… 하나만 확인해둘게요. 연우 안무가님?”
“네?”
확인해 둘 것?
“이번에 Free Plus 안무팀, 데뷔하는 퍼플링크와 무대를 서죠?”
그러니까, 걸그룹과 함께 활동을 하냐는 걸 묻는 것 같았다.
혹시나 내가 아는 것과 다를까봐, 한결을 살짝 바라봤다.
그가 고개를 끄덕인다.
역시. 무대에 서는 건 맞는 것 같다.
애초에 그러지 않으면 걸리쉬 댄스를 출 수 있는 댄서를 뽑지도 않았을 테니까.
“좋아요. 일단 그거면 됩니다.”
박 팀장 역시 한결의 그런 움직임을 본 것 같았다.
내 대답이 채 나오기도 전에 그녀가 말했다.
“아까 말했다시피, 오늘은 느낌만 보러 온 거라… 기획 팀 단위에서 정확한 얘기 나오면 연락드릴게요.”
총총총!
그런 마지막 말만 남기고,
박 팀장은 홀랑 회의실을 벗어나버렸다.
“…그렇다네요.”
방에 남은 세 남자들.
한결과 내가 ‘설명 좀…’ 하는 눈으로 홍 팀장을 쳐다봤다.
박 팀장의 행동을 이해하기엔 너무 뜬금없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그래도 홍 팀장은 같은 아티스트 1본부 팀이니까.
뭘 좀 더 알지 않을까?
하지만…
“어쨌든 안무가 픽스 됐다는 소식은 전했으니까. 다음에 다시 연락드리죠.”
그는 그렇게 말하며,
도망치듯 회의실을 벗어나버렸다.
“…너 아이돌 할거야?”
“…아뇨?”
“네가 잘 생겼긴 하지…”
“…”
그리고 덩그러니 남아버린 안무가 두 명은.
서로를 멍청하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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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티스트 1본부라고 불리는, MW 엔터테인먼트의 TF 1팀.
그리고 그곳의 기획 팀장인 박은영 팀장.
그녀는 누가 뭐라 해도, 현재 1본부의 직원 중 가장 핫한 사람이었다.
그 이유는 단순했다.
타 회사에서 경영지원팀이라는,
기획과 전혀 상관없는 일을 하던 사원이었던 그녀가.
뜬금없이 1팀의 기획팀으로 스카웃되어, ‘하울 보이즈’라는 걸출한 보이그룹을 기획해냈으니 말이다.
– 미니 1집 「숨 죽여」
– 미니 2집 「Predators : 포식자」
그리고 마지막, 정규 1집 「강자」로 이어진 그룹의 ‘정글’ 3부작 기획.
그것은 성공적으로 인기를 끌은 것에 더해,
업계 비평가들에게도 역대급이라고 평가받은 성공적인 프로젝트였다.
그런 그녀가 하울 보이즈 다음으로 맡은 신인 걸그룹.
그것이 바로 이번에 데뷔하는 퍼플링크였다.
“박 팀장님은 뭘 생각하는 걸까요?
“응?”
회의실을 벗어나는 길.
“글쎄. 보통 안무가는 내려오는 기획안과 세부적인 사안에 맞춰 안무를 수정하는 게 전부이긴 한데…”
한결이 어깨를 으쓱하며 답했다.
“기획팀 일을 내가 알 수가 있나. 박 팀장님은 종잡을 수가 없는 사람이라.”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요…”
처음 본 사람인데, 그 느낌이 물씬 느껴지긴 했다.
좀, 능글맞다고 해야 할까?
“뭐, 박 팀장님은 둘째 치고… 우린 안무만 생각하자고.”
한결이 기지개를 쭉 펴고는 말했다.
하긴.
박 팀장이 말한 것들은 결국 우리 안무팀에겐 두 번째일 뿐이었다.
댄서에게 중요한 건 결국 안무.
아무리 고민해봐야 박 팀장님이 어떤 얘기를 들고 올 지 알 수도 없었고.
“일단 개인 연습을 하고 있어. 실감이 안 나겠지만, 한 앨범의 안무를 담당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 곧 정신없어 질 거다. 하하.”
데뷔 걸그룹에 노래는 확정 되었고, 안무의 기초 시안은 나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아직 퍼플링크가 몇인조 걸그룹인지 조차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그룹의 컨셉, 느낌. 앨범의 기획, 노래의 가사.
보통과는 다르게 조금 빨리 안무를 맡았던 Free Plus에겐,
자유로운 시간이 주어진 셈이었다.
“좀 쉰다고 생각하고, 체력 충전하고 있어.”
폭풍전야… 같은 느낌이다.
수석 안무가가 하는 일이 얼마나 힘든지, 겁을 주는 것 같기도 하고.
“흐음…”
하지만 내가 한 두 번 안무를 맡아본 것도 아니어서 그런지.
긴장이 되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정말 자유시간에 쉬기는 좀 그렇고…
‘아!’
시간이 난 김에.
그 사람을 한 번 찾아가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연락처는 있으니까.’
아마 곧 있으면 바빠질 거고, 따로 보기도 힘들 사람.
물어볼 것도 있었다.
이적 얘기까지 나왔던, HY 엔터테인먼트와는 어떻게 됐는지.
그리고 그 이후의 이야기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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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땡이 마카롱, 파나요?”
“네! 지금 다 팔리기 전에 딱 마지막 손님이세요.”
“아, 그럼 남은 거 포장이요.”
“맛을 선택해주셔야 하는데, 지금 남은 게…”
점원 여자가 진열대에 나열되어 있는 마카롱을 가리키며 설명을 해준다.
“이건 저희 가게 메인인 인절미 뚱카롱인데, 다 나갔구… 민트 좋아하시면…”
…그런데 왜 다 팔린 마카롱까지 맛 설명을 하는 거야?
아무리 맛있다고 해봤자 지금 난 못 사잖아.
신나서 말하는 점원에게, 남아있는 마카롱만이라도 포장을 부탁했다.
비싸긴 비싼데, 그렇다고 맛이 있는 건지 모르겠는 이 설탕 덩어리.
나야 딱히 좋아하는 디저트가 아니지만, 선물을 사기 위해 들린 가게였다.
선아의 말에 따르면, 아무튼 이 달달한 뚱땡이 마카롱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고 하니까.
‘가만.’
생각해보니 좀 이상하다.
분명 뚱땡이 마카롱 싫어하는 여자는 없다고 했으면서,
정작 선아는 마지막에 ‘난 별로 안 좋아하긴 해.’라고 말했던 것 같은데…
‘에이, 그게 뭔 상관이야.’
선물 받는 당사자만 좋아하면 되는 일이지.
“또 오세요~”
“감사합니다.”
“어?”
그렇게 마카롱을 사서 가게를 나서는 길.
그런데 그 가게의 입구에서.
내가 선물을 주려고 했던 당사자가 가게로 들어서고 있었다.
“안무가 님?”
“서은아 씨?”
시계를 쳐다보니, 만나기로 약속한 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같이 움직이면 되겠지.
그렇게 말을 하려는데, 서은아의 눈빛이 심상치 않았다.
‘…선물은 잘 고른 것 같네.’
그녀가 뚫어질 듯한 눈빛으로, 내 손에 들고 있는 마카롱과 텅텅 비어있는 마카롱 진열대를 번갈아가며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침이라도 안 흘리니 다행이지.
“이거.”
그녀의 눈높이로 마카롱을 들어 올리니, 거기까지 시선이 쫒아온다.
강아지 같은 그녀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올라가는 광대를 낮추며 말했다.
“이거, 은아 씨 주려고 산거에요. 가요.”
“!!!”
강아지가 신나서 꼬리를 흔들어댄다.
.
.
.
“합!”
서은아가 커다란 마카롱을 한 입 베어 물었다,
마카롱 안에, 보이지 않던 크림이 툭 흘러나온다.
“으음~ 맛있어!”
행복한 표정으로 먹고 있는 걸 보니, 나도 행복하…진 않고.
맛있어 보여서 나도 하나 먹어봤는데, 역시 그 맛이 그 맛이다.
“HY 관계자가 뭐라고 안 해요?”
“음… 이거, 안 먹어요?”
“? 아, 네.”
서은아가 질문을 못들은 척, 남은 마카롱을 집어 들었다.
마카롱을 한입 베어 물고 놔뒀더니.
그 반쪽까지 탐내는 모습이었다.
“…”
마카롱을 먹는 행복한 시간을 방해받고 싶지 않은 것일까.
기어코 커피 한 잔에 모든 마카롱을 먹고 난 뒤에야 서은아가 말했다.
“뭐라고 했죠. 노래가 마음에 들어서 HY에 안 가겠다고 하니, 작곡가한테 노래까지 받아온 사람들이었거든요.”
그건 나도 아는 얘기였다.
“그랬는데 이번에 MW에 남겠다고 했으니… 적어도 절 좋아하진 않겠죠?”
쪼로록.
남은 커피를 다 마시며, 그녀가 말을 잇는다.
아무렇지 않게 얘기를 하지만, 아무렇지만은 않은 얘기였다.
MW와 HY. 데뷔할 수 있는 소속사를 거절한 건, 그녀의 인생이 바뀔만한 얘기였으니까.
“왜 MW에 남겠다고 했어요?”
내 말에, 서은아가 짓궂게 웃으며 말했다.
“안무가 너무 마음에 들어서요…라고, 안무가님은 이 말 듣고 싶어서 계속 묻는 거죠?”
“아니, 아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뭐, 그런 얘기를 듣는 게 기분이 나쁜 건 아닌데.
“히히! 농담이에요.”
내가 놀라는 모습에 서은아가 장난스럽게 웃는다.
“후회하지 않아요? HY로 이적하면 좋은 게 더 많을 텐데. 앞으로 어떻게든 HY랑 엮일 일도 있을 테고…”
“근데 뭐, 딱히 후회는 없어요. 인생 성공하려고 사는 거 아니잖아요?”
서은아는 담담하게 말을 했지만,
그녀가 하는 말은 내 마음 깊숙이 꽂혀 들어오는 것 같았다.
“전 K-Singer 나간 것도, 유명해지고 싶어서 나간 게 아니거든요. 재밌어보여서 나갔지.”
그리고 그녀는 그렇게 출연한 공중파 프로그램에서, 본선까지 진출했다.
“이것도 마찬가지에요. 노래가 좋고, 안무가 좋고. 제가 이 노래로 무대에 서고 싶으니까 남은 거죠.”
…그래.
돈을 잘 벌고, 유명세를 얻는 것.
그것과 자신의 만족도는 비례하지 않는다는 건, 내가 누구보다 더더 잘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수많은 안무를 만들었지만, 결국 밖으로 나갈 수 없었던 이전의 삶이 그랬으니까.
하지만 나야, 직접 경험해 봐서 그 사실을 알고 있다고 쳐도.
서은아는…
‘성격이네, 성격이야.’
천성이 그런 성격인 것 같았다.
자신의 인생을 결정지을 선택.
그 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격.
그리고 그 성격이 서은아란 사람을 매력 있게 만들고 있었다.
‘역시, 서은아도 아이돌이네.’
새삼스레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돌을 볼 때마다 느낀다.
그들은, 그냥 가만히 보기만 해도.
혹은 대화를 조금만 나눠 봐도, 반짝반짝 빛이 난다는 것을 말이다.
그건 결코 외모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었다.
딱히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것.
그것을 사람들은 ‘매력’이라고 부르는 거겠지.
‘음…’
그러고 보니.
서은아에게서 느껴지는 이 느낌.
이 반짝반짝 빛나는 사람을 보는 느낌은 최근에도 한 번 느껴본 적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언제 아이돌을 볼 일이 있던가?
가만히 기억을 되짚어 갔다.
서은아를 만나기 전.
안무팀에서 노래를 듣고 안무를 짰고.
그 전에는 오디션을…
오디션?
‘주혜린!’
오디션 하면 김세진이라는 강력한 빌런이 기억을 파고들어왔지만.
그 전에 너무나도 인상 깊은 여자를 본 기억이 있었다.
까먹기도 힘들다.
태하 상가에서 그 난리를 같이 겪은 사람이었으니까.
‘그러고 보니, 합격 했으려나?’
같은 날 오디션을 봤는데, 합격을 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아직도 엘리베이터에서 내릴 때, 그녀가 했던 말이 기억에 선명했다.
‘‘아직은’ 아이돌이 될 거라고 했지.’
그 자신감 넘치는 모습이란.
만약 지금 연습생 생활을 하고 있다면,
서은아도 알고 있지 않을까?
갑작스레 치솟는 궁금증에 물어봤더니,
서은아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대답하는 것이었다.
“주혜린이요? 안무가님이 걔를 어떻게 알아요?”
“어, 너도 알아?”
“알죠. MW에 연습생인데요.”
역시!
어쩌면 나, 아이돌을 보는 눈이 있는 걸지도?
주혜린이 합격했다는 말을 들으니 괜히 내가 기뻐졌다.
사실상 그녀와 깊게 관련된 사이는 아니지만…
어쨌든 서은아도 그렇고, 주혜린도 그렇고.
자신만의 매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이 아이돌로 어떻게 될지. 나름 신경도 쓰이긴 하니까.
“그런데 나랑은 좀… 안 친해요.”
서은아가 말했다.
“왜?”
“아, 특별한 이유가 있는 건 아니고. 걔가 워낙 연습생 생활한 지 얼마 안 되서, 만날 일이 없거든요.”
하긴, 그럴 만도 하다.
내가 아이돌에 대해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연습생 오디션에 갓 합격한 아이돌이랑 데뷔조랑은 차이가 있겠지.
“걔는 회사에 들어오자마자 퍼플링크의 데뷔조로 들어올 것 같다고, 막 소문이 돌았는데…”
…아닌가?
오디션에 합격하자마자 데뷔조를 들어올 수도 있는 거군.
괜히 혼자 머쓱해진다.
“이번에 데뷔조에서 나가고, 다른 프로젝트 준비한다고 빠져서… 저랑은 정말 볼 일이 없죠.”
“응?”
다른 프로젝트?
“어떤 프로젝트?”
“아, 이건 말 하면 안 될 것 같은데…”
내 질문에 서은아는 곧잘 말하던 입을 앙 다물었다.
“응? 아니, 아니지. 어차피 안무가님은 회사 관계자구나. 친구들한테 말하지 말라고 했지?”
그러다가,
갑자기 비밀을 알려주는 것 같은 의미심장한 모습을 취하고, 몸을 슬쩍 들이미는 것이었다.
…하는 짓이 하나 같이 귀여웠다.
“그게… 회사 내부 프로젝트가 아니고, 외부 프로젝트거든요. 원래 제가 나가려고 했던 거기도 하고.”
서은아가 나가려고 했던 거?
외부의 프로젝트?
어째, 예상이 되는 것 같은데…
“이번에 혜린이, 케이블에서 하는 프로듀스 101 서바이벌에 출연하게 됐거든요.”
“!!!”
원래라면 서은아가 HY에서 출연해야 했을 그 프로그램.
거기, 주혜린이 출연한다는 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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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천재 안무가가 되었다 – 14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