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40
139.
+++++++
“늦어서 죄송합니다!”
남현우가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모두 끝마치고는, 다시 한 번 중앙에서 90도로 고개를 숙인다.
“제가 예~전에, 뮤직 밀리언 엔터 쪽 관계자와 친분이 있었는데… 그 쪽에서 갑자기 계약을 제안해서요. 거절을 할 수가 없었네요.”
그리고는 변명 아닌 변명을 늘어놓는데…
뭐, 저건 이해할 만 하다.
그의 말마따나.
만약 남현우가 아이돌 지망생이고, 보컬이라고 하면.
4대 기획사인 뮤직 밀리언의 계약은 거절할 수 없는 유혹일 테니까.
그러니까 중요한 건,
그가 결국은 녹음을 하러 나타났다는 거다.
“아까 전화로, 계약했다고 하지 않았어요?”
헬리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동시에 그에게 물었다.
“네.”
“그래서 저희는 오늘 녹음을 하러 못 올 줄 알았는데…”
헬리의 말에 남궁수가 목이 부러질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번 수록곡의 녹음이 늦춰지면 연쇄작용으로 일정이 다 흐트러지는데.
일단 그러지 않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듯한 모습이었다.
“회사에 얘기를 안 한 건 아니죠?”
“아뇨. 오늘 헬리 작곡가 님 채널에서 녹음을 하기로 되어있다고…”
“얘기를 했는데… 오케이 하던가요?”
“그러던데요?”
그러니까.
회사에서도 분명 남현우가 이번 앨범의 보컬로 데뷔를 한다는 걸 알고 있다는 거지.
‘…어쩌면.’
나는 그의 말을 듣고 나서야.
뮤직 밀리언 쪽 의도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이네요.”
“에이, 당연히 녹음은 하러 와야죠, 원래 선약이 되어 있던 건데!”
남현우가 의기양양하게 외쳤다.
정말로 뮤직 밀리언 측에서, 남현우가 선약을 잡아 놓았으니까 도의적인 이유로 허락을 해 준 걸까?
‘그럴 리 없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 원하는 대로 되는 거였으면, 헬리와 남궁수가 그토록 걱정을 했을 리 없다.
일반적으로는 선약이고 뭐고,
‘우리 쪽과 계약 할래, 녹음 하는 걸 포기할래?’ 하는 선택지를 내밀었을 거다.
그리고 당연히, 연습생은 뮤직 밀리언이라는 대형 기획사와의 계약을 선택할 테고.
하지만 회사에서 그런 양자택일 선택지를 내밀지 않았다는 건…
‘이용해 먹겠다는 거지.’
이름값이 올라가고 있는 작곡가, 헬리. 그리고 우리의 채널, H&C Gallery를 알고 있다는 거다.
겸사겸사 작곡가와 아이돌이 친분을 가지는 것도 나쁘지 않고.
남현우의 이력으로 보컬 데뷔 이력을 넣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 느낌?
하지만 이러나 저러나.
우리 쪽에서도 굳이 나쁠 것 없는 일이다.
아니, 오히려 좋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중에 남현우가 스키즈로 데뷔를 하고 난 뒤.
다시 한 번 이번 헬리의 앨범이 재 주목 받을 수도 있는 일이니까.
“와, 와! 최연우 안무가 님! 형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처음 뵙겠습니다. 와.”
“어… 네.”
“대박! 형님 저 완전 팬이에요!”
그렇게 구석에서 혼자 생각에 잠겨있길 얼마.
헬리와 남궁수, 그리고 이유라와 왁자지껄하게 인사를 나누던 그가 이윽고 나를 향해 다가왔다.
그러고는…
“어이구야.”
“어머.”
와락 나를 끌어안는 것이었다.
아니 팬이라고 반가워하는 건 고마운데.
갑자기 끌어안는 건 좀 당황스럽네.
“제가 주변에 잘생긴 형들 많거든요. 근데 진짜 연우 형이 제일이에요!”
세상에 이렇게 낯을 안 가리는 사람은 처음 본다.
“이제 주변에 아이돌 연습생들 보게 될 테니까. 그러면 그 생각도 바뀔거야.”
“에이, 아이돌 연습생들 100명 모아 둬도 형보다 못 생겼을 것 같은데.”
“…그건 맞지.”
누군가 했더니,
의자에 앉아 있던 이유라가 작은 목소리로 동조한다.
“나는? 너 왜 나한테는 왜 아무 말도 안 해!”
“야, 너는 조용히 좀 있어라.”
그리고 그 순간.
그 사이를 참지 못하고, 헬리가 남현우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며 눈을 빛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남궁수가 그런 그의 옷자락을 붙잡으며 질책한다.
뜯어말리듯 남현우를 향해 가는 헬리를 잡는 남궁수.
헬리의 눈을 피하며 남현우는 어색한 미소만 짓고 있을 뿐이었다.
“존잘 투 샷 망치지 말고.”
남현우가 불편하지 않게, 헬리를 말리는 건가 했더니…
그건 또 아니었나보네.
어느새 카메라를 꺼내들고, 나와 남현우를 찍고 있는 남궁수.
그것보다는 남현우와 나. 두 사람이 있는 앵글에 헬리가 들어오는 걸 막은 느낌이었다.
렌즈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빛이 몽롱하게 풀어진다.
“그림 좋다.”
헬리의 이번 앨범, 녹음 현장 스케치.
벌써 그 그림을 생각하는 걸 보면…
천상 프로라고 해야 하는 걸까?
“…”
…그냥 사심을 채우는 것 같기도 하고.
“에휴, 쯧쯧. 언제 철 드냐.”
헬리가 그런 그녀를 보며 혀를 찬다.
뭐, 헬리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 건 아닌데…
내가 볼 땐, 잘 생긴 거 인정받으려고 황소처럼 달려들던 헬리도 똑같다.
“너네 두 명은 언제 철 드냐.”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그런 우리들의 모습을 익숙한 듯 이유라가 바라보고 있었고.
여전히 남현우는 내 손을 붙잡고 흔들 뿐이었다.
.
.
.
“그럼 녹음 해 볼까요?”
인사는 이쯤하면 됐고.
어쨌든 남현우가 뮤직 밀리언과 계약을 하고도 녹음을 하러 왔으니.
원래 하려고 했던 녹음은 해야겠지.
털썩-.
“아, 좀 피곤하네.”
나는 비어있는 의자에 앉으며 중얼거렸다.
“작업하다 왔어?”
“어? 응.”
이유라가 놓여있는 사탕 한 개를 집어, 내게 건네며 물었다.
“당 보충 해.”
“땡큐.”
“기사 봤는데, 영화 안무 작업한다고… 오빠는 그럼 배우들도 좀 봤겠다? 어때?”
이유라가 눈을 빛내며 물어왔다.
“넌 예전에도 그렇고. 그런게 제일 궁금하냐?”
“제일 궁금한 건 아니고. 그냥 좀 궁금한 거지. 내가 배우들 볼 일이 있나 뭐.”
얘는 언제 철 드려나.
“그래서, 봤어? 어때?”
“아직 안 봤어. 아니, 못 봤어. 연습실에 틀어박혀서 안무만 짜는 게 전부야.”
“그래? 까비.”
이유라가 김 빠진 목소리로 의자에 등을 기댄다.
“넌 언젠가 음악 방송 출연하게 되면 대기실에서 다른 가수들 싸인받으러 돌아다닐 것 같아.”
주변에 있는 아이돌이나 보컬들.
민아인이나 해브잇 멤버들이나… 심지어 오늘 처음 본 남현우도 그럴 것 같진 않은데.
이유라는 어쩐지, 다른 가수들 눈 앞에서 덕질을 할 것 같았다.
“왜? 그럼 안 돼?”
“아니, 안 되는 건 아닌데…”
이유라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놀라더니, 되물어왔다.
그렇게 대놓고 물어보면 딱 잘라서 안 된다고 하긴 좀 힘든데.
하지 말라고 정해놓은 건 아니니까.
“진짜 팬인 사람은 대기실에서 서로 싸인도 받고, 사진도 찍는다고 하긴 하던데… 모든 사람들한테서 다 싸인을 받는 건 좀.”
“왜? 난 모든 사람들 팬인데.”
“…그래, 네가 새 개척자가 되라.”
생각해보니 안 되는 건 아니라서.
그냥 인정해주기로 했다.
이유라가 내 대답에 만족스럽다는 듯 음료를 한 모금 들이킨다.
♬♪
그리고 그 순간.
마침내 녹음 부스에 들어선 남현우가 고개를 끄덕였고, 노래가 흘려나왔다.
이번 앨범의 마지막 트랙.
「프렌치 토스트」다.
“…”
전에 남현우의 보컬까지만 들어봤지.
그 목소리에 맞춘, 헬리가 작곡한 이번 곡까지는 들어보지 못했던 차였다.
“으, 느끼해.”
이유라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마치 내 머릿속을 읽은 것 같은 반응에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너도 그래?”
“네.”
특히나 이유라가 느끼기엔 그럴 법 했다.
낮고 리드미컬한, 그리고 섹시한 느낌의 보컬인 이유라.
반면 이번 남현우의 노래는, 치즈 100만개를 끼얹은 것 같은 브라스 inst에 BPM역시 한참 느리다.
작정하고 이런 느낌으로 써보자! 한 느낌.
하지만 그런 음악에 남현우의 보컬이 얹히자 느낌이 확 달라진다.
“와, 콜라.”
“응?”
“방금까지 노래를 듣는데 음료 없이 프렌치 토스트만 꾸역꾸역 먹는 느낌이었거든요? 근데 목소리를 들으니까 거따가 콜라를 들이 마시는 느낌?”
“하하!”
너 음악 프로그램 나가면 잘 되겠다.
이 미묘한 느낌을 이렇게 비유해내다니…
이유라의 말을 들으니 단숨에 이해가 간다.
그녀의 말대로,
대놓고 느끼하게 만들었던 곡이 남현우의 보컬을 만나자 순식간에 변했다.
찰떡같이 보컬에 스며드는 소리들.
“보컬이 대단한거야, 노래가 대단한 거야?”
이유라가 감탄을 하며 중얼거린다.
그렇게 느낄만큼.
지금까지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노래였기 때문이다.
“왜 다른 보컬을 구할 수 없었는지 알겠네.”
이번에 남현우가 만약 녹음을 하러 오지 못했으면…
이 노래에 다른 보컬을 얹었어야 한다는 건데.
어째서 헬리가 모래를 씹은 표정으로 있었는지 알 것 같았다.
이 노래에 다른 보컬의 노래를 얹을 바에야, 새로운 노래를 작곡하는 게 낫지.
100퍼센트 이해가 가네.
[저녁에 먹는 프렌치 토스트는 아침에 먹는 것과 달라. 네가 없어서 그런 가봐.]“…”
그렇게 헬리의 디렉팅을 보고 있으려니.
이유라가 노트를 꺼내, 무언가를 끄적이고 있는 것이었다.
“뭐 해?”
“공부.”
그러자 나를 돌아보지도 않고, 이유라가 답한다.
공부?
슬쩍 쳐다보니…
헬리의 디렉팅, 그가 남현우의 어떤 부분의 보컬을 터치하는지, 어디를 건드리는지를 체크해놓는 것이었다.
“나도 언젠가 이런 느낌의 곡을 부를 일이 있을 수 있으니까.”
이유라가 설명 아닌 설명을 덧붙였다.
“…너 그거 때문에 안 가고 남아있었던 거야?”
그녀가 고개를 끄덕인다.
안 그래도,
왜 녹음이 끝난 이유라가 계속 작업실에 남아있나 했더니…
‘보컬 실력을 늘리려고.’
나는 혀를 내둘렀다.
예전부터 이유라는 승부욕이 있었다.
민아인과 같은 학원, 투 탑으로 불렸을 때부터.
지금 민아인이 라디오를 출연해 보컬로 인정을 받고 있으니,
그녀를 라이벌로 생각하는 이유라는 더더욱 열을 올리고 있는 건가. 싶기도 하고.
“…”
나는 낮게 깔리는 남현우의 노래를 들으며, 피곤한 몸을 다시 한 번 의자에 묻었다.
그녀가 성공을 하고자 하는 이유야, 다른 가수들의 싸인을 받겠다는 불순한(?) 목적일 지 몰라도.
성공을 할 자격이 있다는 것에는, 충분히 동의할 법 했다.
천성을 타고난 유니크한 목소리에 더불어,
보컬 스킬까지 연구하는 노력파이니까.
xxx
다음날.
헬리의 앨범 녹음 작업은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나는 피곤해서 채 끝까지 앉아있지 못하고 퇴근을 했지만…
어떠냐고 물어오는 헬리의 질문에는 만족할만한 대답을 해줄 수 있었다.
‘완벽한 마무리’ 라고.
앨범의 마지막 트랙에 잘 어울리는 노래라고 말이다.
언제부턴가 나를 무슨 성공을 점치는 문어마냥 여기고 있는 헬리다.
‘뭐 나는 느낀 점만 얘기할 뿐이니까. 부담되는 건 없지만.’
“겉옷을 입을 걸 그랬나?”
한창을 걷고 있길 얼마.
하늘에 구름이 끼니, 바람이 조금 쌀쌀하다.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 한창 낮과 밤 일교차가 심할 시기.
그렇다고 옷을 한 벌 더 입고 나오기엔 애매해서, 챙겨 나올 껄, 싶기도 했다.
저벅저벅.
그래도 햇빛이 뜨면 좀 따듯하니까.
나는 빨리 발걸음을 옮겨 목적지로 향했다.
“어디보자…”
지도를 보아하니 이 근처가 맞는데.
어째 건물이 잘 안 보인다.
“…여기야?”
그렇게 주변을 조금 배회하다, 마침내 건물을 찾아낼 수 있었다.
혹시나 했는데…
눈앞에 보이는 건물을 보니 허탈하지 않을 수 없었다.
[Music Million Ent.]이 건물이 지금껏 한국에서 대형 기획사로 불리던 뮤직 밀리언의 사옥이 맞나?
5대 기획사라고 하면, 다들 삐까뻔쩍하고…
기본 7층에, 커다란 건물을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정도면 아무리 좋게 봐줘도 MW엔터보다 좋지 않은 사옥이었다.
‘혹시 사기 아냐?’
오늘 미팅을 위해, 뮤직 밀리언 측에서 온 전화를 받고 찾아온 입장이었다.
사옥이 이러다보니,
혹시나 하는 생각까지 든다.
“…아니네.”
하지만 인터넷에 쳐 보니, 사옥이 틀린 건 아닌 것 같았다.
안 그래도 팬들 사이에선 사옥이 형편없는 것으로 유명한 모양이다.
입구에 들어서서 인사를 건네니,
곧장 리셉셔니스트가 안내를 해준다.
미리 연락은 다 되어있는 모양이네.
‘후우.’
나는 속으로 긴장되는 마음을 숨기며 안으로 들어섰다.
사옥이 이래도,
연예계에서 영향력 자체는 어마어마한 대형 기획사였기에, 조금은 긴장이 된다.
오늘 뮤직 밀리언 쪽에서 나를 만나고자 한 이유는 하나였다.
“유튜브에 콜라보 안무 영상을 하고 싶다고.”
어떤 느낌의 그림을 원하는 걸까.
아니, 그것을 떠나…
뮤직 밀리언에서 뭐가 아쉽다고 먼저 콜라보를 제안 한 걸까?
…나야 좋긴 한데,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순 없는 일이다.
“이쪽 입니다.”
“네, 감사합니다.”
나는 그렇게 이것저것 드는 생각을 삼키며.
안내를 따라, 회의실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