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43
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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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빛나 씨. 연락 받았어요?”
[네.]“다행히 수정 없이 진행될 것 같죠? 밤 새서 연습한 보람이 있네요.”
영화사에서 안무의 최종 컨펌이 난 후.
나는 홀가분한 마음으로 김빛나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혹시나 문제가 되는 부분이 있을까,
영화사 쪽에서 피드백을 주면, 시간을 좀 더 투자해야 되나 싶었는데.
오히려 생각지도 못한 칭찬과 함께 컨펌을 받아, 기분이 좋을 수밖에 없었다.
특히,
‘감독에게 개인적으로 연락까지 받을 줄은 몰랐는데.’
B22
갑자기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와서 받았더니,
자기가 이번 「Sign Here」의 연출을 맡은 이대창 감독이라며 칭찬을 늘어놓았던 건…
깜짝 놀랄만 한 일이었지.
물론,
나 역시도 이번 안무가 마음에 들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대창 감독이 전화를 준 건, ‘이렇게 칭찬을 받을 정도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과한 칭찬이었다.
애초에 전화번호를 알아내서 따로 연락을 준다는 생각 부터가 평범한 감독들의 마인드가 아니긴 하다.
‘성격이겠지.’
좋을 때는 확 꽂혀서 좋아하는 것.
그게 감독의 평소 성격이고, 스타일인 모양이다.
뭐, 그러니 김빛나를 캐스팅한 것 같기도 했고.
[덕분에 한 번에 통과 할 수 있었네요. 감사합니다.]영화사로부터 연락을 받은 직후 하고 있는 통화.
어쩐지 전화기 너머 김빛나의 표정이 보이는 것 같다.
“저한테 감사할 게 뭡니까? 같이 했는데.”
[그래도, 저 혼자 했으면 이렇게 통과되지는 못했을 거예요.]…그건 뭐,
처음 내가 왔을 때 봤던 김빛나의 안무들.
그 톱니바퀴가 어긋나있던 안무들을 생각하면 틀린 말이 아니긴 한데.
“제가 혼자 했어도 이런 결과를 받진 못했을 거에요.”
나는 진심을 담아 김빛나에게 말했다.
“제가 생각지도 못했던 동작들. 김빛나 씨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감각적으로 만든 안무들. 그것들이 합쳐져서 안무가 탄생한 거니까. 너무 저한테 감사하지 마요.”
감사하지 말라고 하는 것도 웃긴 얘기긴 하지만.
김빛나에겐 해도 될 것 같다.
[…네.]그녀의 목소리가 침묵 속에서 작게 툭 들려온다.
“그나저나, 그럼 이제 배우들 레슨 들어가야한다고 하는데… 들었어요?”
[저도 들었어요.]최종 안무가 나왔지만.
어떻게 보면 진정한 시작은 지금부터라고 할 수 있었다.
영화 스크린에서 관객들에게 보여줄 영상.
그것은 결국 우리가 아닌 배우들의 몸에서 펼쳐지는 춤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나와 김빛나가 기가 막힌 안무를 만들고, 완벽한 춤을 선보이고. 영화사에서 만족을 했다고 해도.
배우들이 그것을 표현해내지 못하는 이상,
이 안무는 자기만족에 가득한 안무로 남을 뿐이다.
“스케줄 때문에, 아마 각자 다른 배우들 담당하게 될 것 같아요. 그래서 동선에 따른 디테일을 수시로 체크해야 하는데… 괜찮죠?”
[연락드릴게요.]“알겠습니다. 그럼 쉬시고 저도 다음에 전화 드릴게요.”
뚝.
이윽고 끝낸 통화.
“레슨은 어떤 배우를 맡아야 하려나.”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일반적인 레슨처럼,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 배우들을 모두 모아 한 번에 가르치는 방법이 배우들의 레슨에 가능할 리 없었다.
개별 배우들마다 스케줄이 다르니, 시간과 장소들을 다르게 해 여러번 해야된다는 소리인데.
결국 고생하는 건 안무가들이라는 소리다.
“끄응.”
나는 기지개를 크게 키고는 방에 대(大)자로 드러누웠다.
스케줄 조정이야, 배우들을 직접 만나서 해야 하는 거고.
그 배우들과 연락을 이어주는 건 기다리면 영화사 쪽에서 해 줄 테니까.
“좀 쉬자.”
나는 누워 있던 그대로 눈을 감았다.
xxx
삼성동에 있는 촬영 스튜디오.
“와, 넓고 좋네. 우리도 이런 곳 계약할까?”
헬리가 스튜디오 내부를 한번 휘- 둘러보며 감탄사를 내뱉었다.
“내 연습실을 조금 넓은 곳으로 옮기면, 거기서 그냥 스튜디오를 겸하자. 새로 계약하지 말고.”
“…그럴까?”
하지만 그러다가도, 내가 말하자 금세 고개를 끄덕이는 헬리다.
“좋긴 좋네.”
스튜디오를 둘러보니 확실히 조명과 세팅, 카메라가 차원이 다르다.
촬영 스튜디오엔 나와 헬리, 남궁수 외에도 꽤나 많은 스텝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오늘은 헬리가 메인인 컨텐츠.
우리 H&C Gallery에 올라온 이들을 인터뷰 하는 영상을 촬영하기 위해서, 외부 스튜디오를 찾아온 것이었다.
평소였다면 그냥 헬리의 작업실에서 촬영을 했을 텐데…
이처럼 외부로 나온 이유는, 물론 우리의 의견이 아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아, 네.”
나와 헬리, 남궁수에게 와서 인사를 건네는 스탭들.
그들은 바로 민아인이 계약한 매니지먼트 쪽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무슨 예능 프로그램 촬영하는 것 같네.”
“그러게.”
우리들에게 있어서 H&C Gallery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안무’와 ‘작곡’ 이었다.
즉, 그게 아닌,
브이로그나 현장 스케치. 그리고 진행한 ‘춤터뷰’같은 컨텐츠들은,
우리들보단 인터뷰하는 이들인 퍼플링크나 해브잇, 혹은 유튜브를 보는 시청자들을 위해 기획한 컨텐츠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가수들의 인터뷰, 이른바 ‘목터뷰’의 핵심은,
지금껏 유튜브에서 녹음 영상으로만 얼굴을 비췄던 민아인, 이유라가 핵심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보니, 그 사이에 회사가 생긴 민아인의 엔터 쪽에서 이처럼 지원을 해 준 것이고 말이다.
“결국 헬리 앨범 홍보를 위한 건데, 민아인도 도움이 된다는 거지.”
남궁수가 중얼거린다.
‘뭐, 그것도 있겠지만…’
당연히 민아인의 소속사, QL 엔터 쪽에서 홍보의 목적도 있긴 하지만.
내 눈에는 다른 부분들도 들어오긴 한다.
지금껏 민아인과 함께 작업한 헬리의 작업물들.
그리고 그 퀄리티와 완성도.
‘헬리에게 투자를 하는 거지.’
그들이 손해보는 장사를 할 리 없고.
이런 과정들을 통해, 헬리가 민아인과 꾸준히 작업을 하길 원하는 거겠지.
‘굳이 그렇게 안 해도 헬리는 민아인을 자기 가수로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헬리가 QL엔터와 계약을 하진 않겠지만.
어쨌든 실력있는 프로듀서와의 친분을 유지한다는 건 좋은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조명 세팅, 카메라 세팅.
그리고 앉아있을 테이블과 의자까지.
“대본은 좀 숙지했어?”
“어. 후, 이럴 줄 알았으면 좀 더 제대로 외울 걸 그랬다.”
이번 인터뷰의 MC는 이번에도 내가 담당하게 됐다.
따라서 미리 대본을 받긴 했는데…
인터뷰가 우리 채널의 메인 컨텐츠는 아니니까. 당연히 지금까지처럼 가볍게 익혀오기만 했을 뿐이었다.
이렇게 무슨 토크쇼 프로그램처럼 준비를 할 줄은 몰랐지.
“왜 하필 또 나야.”
“네가 잘 생겼잖아.”
에휴.
자조적인 목소리로 말했더니, 헬리가 흐뭇하게 웃으며 어깨를 두드린다.
원래라면 이번 인터뷰의 MC는 작곡가인 헬리가 담당하는 게 맞겠지만…
‘H&C Gallery의 대표는 최연우지!’ 하는 느낌으로, 내가 진행을 담당하게 됐다.
“넌 맨날 스스로 잘 생겼다고 하잖아.”
“스스로 생각하는 거랑 남이 말하는 거랑 다르지.”
평소에 외모에 대한 자신감을 뿜어내던 녀석이,
이럴 때만 냉철해지네.
“…그걸 알면서도 매일 그렇게 노래를 불러?”
“넌 조용히 해라.”
그러면서도 남궁수가 태클을 걸자 칼 같이 끊어낸다.
“안녕하세요!”
그렇게 먼저 도착한 우리들이 실랑이를 하고 있길 얼마.
입구의 문이 열리며, 오늘의 주인공들이 들어섰다.
회귀 전,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모습과 비슷한 느낌의 녀석.
이제는 정말 연예인이라고 느껴지는,
풀 메이크업을 끝내고 들어서는 민아인과 이유라였다.
.
.
.
“‘목터뷰’?”
“응, 이전에 인터뷰 컨텐츠엔 아이돌들이 나왔잖아. 퍼플링크와 해브잇. 그리고 걔네들의 안무 위주로 대화를 나눠서 ‘춤터뷰’였고.”
“우리는 춤을 못 추고 목을 쓰는 가수니까 목터뷰?”
“응. 어때? 춤터뷰처럼 한 글자로 맞춘건데.”
“…누가 정했는지 모르겠는데, 촌스러워.”
“정말.”
윽.
내가 정한 건데.
이유라가 민아인이 마치 한 마음 한 뜻으로 네이밍 센스가 없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아무리 니들이 그래도 이름은 안 바꿀 거다.
그렇게 이들이 들어온 것을 마지막으로.
오늘 촬영할 인원들은 모두 모인 셈이었다.
메인 MC인 나, 그리고 아티스트인 이유라와 민아인.
마지막 트랙을 담당하는 남현우는 이번 인터뷰에서 빠지게 된 셈이다.
아직 유튜브 채널에 남현우의 어떤 영상도 올라와 있지 않았기도 했고…
이번 앨범에서 처음으로 공개되는 보컬이라.
당장 인터뷰에 출연한다고 해서 질문을 던질 거리가 없다.
‘나중에 기회가 되겠지.’
일단 뮤직 밀리언 엔터 측의 제안으로, 남현우는 나와 안무 영상을 촬영하게 될 가능성도 열려 있으니까.
물론 그렇게 오늘 촬영을 안 한다고 해서.
“와, 와! 안녕하세요! 팬이에요.”
스튜디오에 구경을 하러 오는 것까지 막기는 힘들었다.
어느새 스튜디오에 들어서서는, 민아인과 이유라에게 성큼 악수를 하는 녀석.
“어, 어…”
“안녕하세요.”
남현우가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자, 오히려 민아인과 이유라가 당황하며 인사를 받는다.
어떻게 보면, 세 사람 다 아직 정식 데뷔는 하지 않은 입장인데,
남유현은 마치 선배를 대하듯 깍듯하게 두 사람을 대하고 있었다.
“TV에서 봤어요. 거리의 댄서들!”
“아, 감사합니다.”
“라디오도 잘 듣고 있어요!”
특히나 민아인에게는 할 말이 많은지 신이 나서 떠들어댄다.
어째 잘 생기고 번거로운 구경꾼 한 명이 생긴 느낌이다.
“너 여자애들만 보이고, 나는 안보이냐?”
“앗, 하늘이 형님! 에이 무슨 소리십니까?”
그러다가도 헬리의 말에 능글맞게 걸어가서는 헬리를 끌어안는다.
헬리도 낯을 가리는 편은 아니어서 그런지.
두 사람이 친해지는 속도가 아주 남다르다.
“형님한테 제일 먼저 인사를 드렸어야 했는데, 이 동생 잘못입니다요.”
“…그래서 미안해?”
“에?”
“미안하면 나 남유현 씨 소개 한 번만 해 줘라.”
“그건 좀.”
“쳇, 까비!”
아니, 그냥 덤앤더머 같기도 하고.
“오빠, 오늘 인터뷰는 단순한 질의응답이에요?”
“어. 아직 미공개 된 앨범의 트랙들 있잖아? 너는 「Gambler」, 너는 「Vivid」. 그거에 대한 소개랑 코멘트. 선공개 된 곡들을 불러보는 것…정도?”
“아아.”
“근데 나도 자세히는 몰라.”
아인이 물어오는 말에 머쓱하니 머리를 긁적였다.
그동안 안무 짜느라 바빠서…
‘춤터뷰’때는 내가 기획한 거여서 조금은 익숙했는데.
그 때와 다르게 진행되려나?
이번엔 내가 참여한 게 많지 않아, 사실상 민아인과 이유라와 다를 바 없는 입장이다.
“그럼 준비할까?”
그렇게 민아인, 이유라, 스탭들의 준비가 끝나고.
남궁수가 신호를 받더니 내게 고개를 끄덕인다.
시작하자는 얘기인 것 같았다.
‘후.’
긴장되네.
세팅 되어있는 테이블과 의자.
조명으로 가득찬 앵글 속에 들어서니, 주먹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간다.
“어차피 녹화고, 편집 할 테니까 편하게 해.”
남궁수의 말을 들으니 그나마 조금 편해지긴 했다.
그런데…
씨익.
눈을 마주친 남궁수의 표정이 어딘가 의미심장하다.
미소가 꼭…
‘장난을 치기 전 모습인데.’
왠지 모를 불안감에 떠는 사이.
마침내 시작된 인터뷰.
“그럼 촬영 시작하겠…”
내가 최대한 자연스러운 말투로 진행을 하려는 순간.
“오늘의 주인공, 작곡가 님 입장하겠습니다!”
“?”
“어?”
남궁수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하더니,
카메라 앵글 가득한 곳으로 헬리의 등을 떠미는 것이었다.
녹화는 계속되고 있는 중.
나를 포함한 출연진 모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남궁수를 쳐다봤다.
그러자 남궁수가 말하는 것이었다.
“작곡가 님 앨범이 곧 발매되는데, 인터뷰에 정작 당사자가 빠지면 안 돼죠. 서프라이즈! 솔직한 인터뷰, 시작합니다!”
나를 대신해 진행을 시작한 남궁수.
스탭들은 일사분란하게 의자를 하나 더 준비해, 헬리를 앉힌다.
“여러분들, 저 출연진 분들의 놀라는 표정 보이시나요?
오늘 인터뷰는 원래 작곡가 님 없이 진행을 된다고 고지를 했었는데요, 사실은 서프라이즈로 우리 헬리, 최연우 님과 보컬 분들께 노래와 채널에 관한 질문을 하는 컨텐츠랍니다.
대본 하나도 없이 진행되는 만큼, 솔직한 대답을 기대해도 되겠죠?”
…남궁수가 연신 싱글벙글한 표정으로 말하더니,
마지막엔 질문까지 한다.
솔직한 대답을 기대한다는,
저걸 질문이라고…
‘너, 진짜.’
가만 안 둬.
“어, 지금 안무가 님 눈빛 보이시나요? 저를 가만 안 둔다는 저 눈빛! 저게 최연우의 실체입니다 여러분!”
생방도 아닌데, 그냥 막 나갈까 싶기도 했지만…
“‘목터뷰’가 아니네?”
“솔직한 인터뷰. 오히려 이게 더 낫다, 그지.”
“어쩐지 센스없는 ‘목터뷰’라는 이름을 왜 남궁수 언니가 오케이 했나 했어.”
이러나 저러나 다를 바 없는 민아인과 이유라는 이 상황이 웃기기만 한지.
서로 대화를 나누며 웃고 있었다.
어째 중간에 살짝 마음 아픈 말이 들리긴 한 것 같은데.
…그런 것도 일단 촬영부터 끝내고 얘기를 해야겠지.
뭐, 어찌 됐든.
나 역시 서프라이즈에 당황을 하긴 했지만…
결국 이 남궁수의 계략(?)의 최대 피해자는,
“나는 왜…”
“말이라도 좀 해주지.”
“존잘 존예들 사이 꼴뚜기 한마리가 돼부렀네…”
혼잣말을 중얼거리고 있는 우리의 작곡가 님.
마음 편한 관객 입장에서 주인공이 되어버린 헬리였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