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44
143.
+++++++
“어… 그러니까, 그거죠. 연우가 퍼플링크랑 함께 계속 꾸준히 작업하면서 친해지는 게 부러워서, 저도 아인이랑…”
“친해지는 게 부럽다는 말이, 아티스트와 안무가 간에 유대관계가 생긴다는 게 부러웠다는 거죠?”
“아, 예, 예. 제가 그렇게 말 안했나요?”
인터뷰는 나름 신선한 분위기가 연출 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런 인터뷰를 처음 하는 바람에 잔뜩 긴장한 헬리가 내뱉는 대사들.
그것들이 하나같이 주옥같다.
나 대신에 화면 밖에서 진행을 하는 남궁수.
일부러 그러는 건지, 그녀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헬리에게만 집중 질문을 쏟아냈다.
“작곡가 님 너무 긴장하셨어요, 조금 푸세요.”
보다 못한 아인과 이유라가 조언 아닌 조언을 해줬지만.
그녀들 역시 얼굴을 보면 즐기고 있는 게 틀림없다.
나는 말할 것도 없었고.
하지만 그것도 길게 가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금씩 적응을 하기 시작한 헬리가 자연스럽게 말을 내뱉기 시작했던 것이다.
“사람들이 연우 안무가에 대한 관심만큼이나 헬리 씨에 대한 관심이 많은데, 어떻게 생각하세요?”
“어… 어색하네요. 첫 브이로그 촬영 때도 그랬는데. 감사하기도 하고.”
원래 그랬다.
회귀 전에도,
헬리는 개인 촬영 때는 0개 국어라며 말을 버벅이던가, 팬들과 농담 따먹기를 하곤 했지만.
시상식이나,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깔끔하게 대답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니 말이다.
그 때문에 헬리의 팬들은 또 반전 매력이라고 좋아했던 것 같은데.
‘스위치 온, 오프가 확실한 녀석이지.’
그리고 헬리의 그런 성격은, 작업을 할 때에도 드러나는 편이었다.
어떤 컨셉, 영감에 꽂혀 밤 새 작곡을 틀어박혀 할 때 예민해진다던가.
뜬금없이 며칠을 사라졌다가 나타난다던가.
그렇게,
‘할 땐 한다!’ 라고 하는 헬리의 모습을 몰랐던 남궁수는 빠른 속도로 적응해가는 헬리의 모습에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나 역시,
최근엔 그런 어벙한(?) 헬리의 모습 밖에 볼 수 없었는데, 나름 신선하긴 했고.
“그럼, 작업한 곡에 대한 얘기를 안 할 수가 없겠죠.”
그 이후, 인터뷰는 자연스럽게 이번에 발매되는 앨범들의 노래로 이어졌다.
그 곡을 작곡한 헬리와, 노래를 부른 보컬들이 동시에 답할 수 있는 주제다.
그런 질문으로 넘어가자 곧장 헬리의 눈이 반짝거린다.
얘기하지 못해 담아뒀던 걸 드디어 꺼낸다는 느낌.
물론 나와 남궁수는 함께 작업을 하는 걸 보며, 들었던 내용이었지만.
사람들에게는 처음 공개되는 말이었다.
“일단 두 사람 모두 같은 보컬 아카데미 생이라는 게 대박이죠. 두 보컬을 키운 그쪽 학원 선생님께 홍삼이라도 보내야 하는 건 아닐지 모르겠어요.”
헬리가 이제는 완전히 긴장이 풀린 모습으로, 슬쩍 미소까지 지으며 말을 이었다.
“아인이의 두 번째 트랙「Higher」는, 사실 아인이가 음악 라디오 프로그램 고정 게스트로 들어가고 난 것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거예요.”
“엥? 제 라디오에서요?”
노래를 부른 보컬도 그런 비화는 몰랐는지, 귀를 기울였다.
“라디오에선 매일 기타 한 개 들고, 어쿠스틱한 노래만 부르니까. 저는 아인이가 고음을 얼마나 잘 뚫는지 아니까 아쉬웠던 거죠.”
“아…”
“그래서 다들 시원하셨죠? 아인이 팬 분들도 「Higher」가 새로운 느낌이라 좋으셨을 거에요.”
그렇게 신이 나서 말을 하는 헬리.
하지만 문제는…
“다들 아시겠지만, 유라의 보컬은 굉장히 특이하죠. 그러니까, 개성이 강하다고 해야 하나? 「Husky」는 애초에 유라를 위해 만든 곡이었고, 이번 「Vivid」는…”
“어어, 잠시만!”
신이 나다 못해.
아직 발매되지 않은 곡까지 스포일러를 해버릴 뻔 했다는 거다.
남궁수가 놀라서 헬리의 입을 막으며 말했다.
“아직 공개되지 않은 신곡의 얘기는 빼고 해야지.”
“아, 맞다.”
“유라 씨에 관한 코멘트를 전부 날릴 순 없으니, 다시!”
헬리가 머쓱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녹화라는 사실이 더없이 다행이다.
“민아인 씨는, 헬리 작곡가 님과 작업이 어땠어요?”
“어, 처음엔 조금 힘들었는데…”
이후에도 줄줄이 대화가 이어졌지만.
‘나는 딱히 할 게 없네.’
질문을 남궁수가 하니, 딱히 내가 답할 것이 많지 않았다.
아무래도 처음에 MC로 이 자리에 있기로 했었으니 말이다.
내게 오는 질문은…
“최연우 안무가는 어떻게 생각하나요?”
같은 의견을 묻는 질문이라던가.
“이번 노래들에 안무를 만들 가능성은?”
과 같은 질문들이었다.
물론 나는 이번 헬리의 앨범곡들에 오리지널 코레오라는 이름으로 안무를 남기고 싶지 않았고 말이다.
“솔직히 제 생각에, 아인이는 천재거든요? 근데 헬리 작곡가 님도 천재고. 그래서 두 사람이 좀 잘 맞는 느낌?”
그러던 중 이유라가 던진 말.
“에이, 무슨…”
“그건 맞지.”
손사레를 치며 부정하는 아인과, 헬리는 능청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천재 얘기가 나와서 그런데, 최 안무가 님은 천재라고 생각하시나요?”
“제가 안무는 잘 모르긴 하지만. 천재 같아요.”
이유라가 남궁수의 질문에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그런데,
그런 그녀의 답에도, 남궁수는 진행 없이 내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는 것이었다.
…나도 어떤 반응이든 보여달라는 소리인가?
“글쎄요.”
나는 머쓱하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
“저는 노력파 같은데. 진짜 천재는 따로 있죠.”
“어어?”
“최 안무가가 생각하는 천재 안무가?”
그 순간.
남궁수를 비롯,
인터뷰를 지켜보던 스탭들 역시 놀라서 쳐다본다.
‘이건 분명 어그로가 끌린다!’ 라는 눈빛이 틀림없었다.
근데 뭐.
내 대답 정도로 그렇게 관심이 끌릴까 싶기도 하고.
애초에 나는 처음부터 생각에 변함이 없었다.
내가 천재라고 생각하는 사람.
“사실 아는 안무가가 별로 없어서… 제가 춤에 관련해서 가장 처재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이돌 중 한 사람인데요.”
아니, 댄서.
아이돌.
“‘거리의 댄서들’에 함께 출연한 화이언 씨?”
꿀꺽.
이유라 역시 궁금하다는 듯 지켜보다 툭 던지듯 말했다.
하지만 틀렸다.
“재현이도 춤을 정말 잘 추지만. 제가 생각하는 천재는 아니에요. 재현이도 노력파.”
“노력하는 천재, 뭐 그런건가요?”
“재현이 정도면 그럴 수도 있겠네요.”
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러면 진짜 천재는 누구에요?”
“…”
내게 주목된 시선이 보인다.
어째 내 대답을 들으면 조금 실망할 것 같은데.
“그 천재는…”
xxx
“그동안 수고했어요!”
“선아 너도 고생 많았어.”
안무 연습실.
선아가 고개를 꾸벅 숙이며 하는 말에, 함께 있는 댄서들이 한 마디씩 건넨다.
그들은 Free Plus가 아닌 여성 댄서들이었다.
여성 댄서로 걸그룹 댄서 제안을 받아, 함께 활동을 했던 것이 마무리 지어졌기 때문이다.
“연습실에 놔두고 가는 거 없고?”
“저는 다 챙겨다녀요.”
최근 한 달간.
선아는 Free Plus가 아닌 이쪽 안무팀의 연습실을 제집처럼 드나들었다.
보통 타 댄서들이 이처럼 함께 연습을 하는 경우,
자신의 짐들을 종종 연습실에 두고 다니는 경우도 있다.
물론 선아는 매번 챙겨다녔기에 그러지 않았지만.
“선아는 이제 뭐 해?”
“저 이제 백수죠.”
선아가 웃으며 말했다.
“헐, 왜? Free Plus에서 작업 맡긴 거 없어?”
“하하, 있었는데, 하나에 집중한다고 다 거절해가지구…”
다른 댄서들이 백수라는 말에 걱정을 하며 말했지만.
선아라고 계획이 없는 건 아니었다.
이번 안무를 담당하기 전에도,
Free Plus에서 쉴 새 없이 작업을 하느라 조금은 쉬고 싶었던 것도 있고…
‘안무 창작.’
요즘 그거에 맛들이기 시작해서.
오히려 쉬는 것보다, 자유롭게 혼자 연습할 수 있는 개인 시간이 주어진 것이 더 기뻤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잘 만들면 채널에 등록되잖아.’
선아는 알고 있었다.
최연우의 채널인 H&C Gallery.
자신이 안무를 잘 만들기만 하면, 그곳에 올릴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 기회인지 말이다.
단순히 스스로의 만족을 위해 안무를 만드는 건,
물론 연습이 되고, 실력이 늘어 레퍼토리가 추가되니 좋긴 하겠지만…
안무가는 결국 대중 앞에 선보이는 직업이다.
아무리 멋진 안무를 만들어도,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없으면 기운이 빠질 수밖에 없다는 뜻.
단순히 자기 채널을 만들어 업로드를 한다고 봐주는 이가 있을 리 없고, 그래서 수많은 댄서들, 안무가들의 힘이 빠지곤 했다.
그런데, 그렇게 자신을 선보일 수 있는 채널이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힘이 나는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나저나 선아 너 그 사람 알지 않아?”
그렇게 선아가 최연우의 채널에 대해 생각하고 있길 얼마.
옆에 있는 댄서가 두근대는 눈빛으로 물어왔다.
“누구요?”
“최 안무가!”
“…알긴 알죠.”
최근 이쪽 업계에서 모르는 게 말이 안 되는 안무가라면 딱 한 명 있다.
“아니, 친하잖아. 같은 회사였다가, 퍼플링크 작업도 같이 했고…”
“맞아. 그 사람 성격 어때?”
“성격이요?”
그런데,
여성 댄서들의 예상치 못한 질문에 선아가 입을 버벅였다.
“실력 뛰어난 거야 누가 몰라?”
“사적인 모습이 궁금한 거지!”
“어… 글쎄요.”
선아가 어색하게 미소를 띄우며, 손가락을 꼼지락댄다.
“딱히 미디어에서 비친 거랑 다르진 않을 걸요?”
그보다 조금 더 멍청(?)하다고 해야할까?
실력만 생각하면, 그녀들의 말대로 완벽주의적이고 뭐든지 뚝딱 해내는데…
가끔 하는 행동들이 바보 같아 보일 때가 있다.
“남자친구로선 어때?”
“네, 네?”
그러길 얼마,
댄서들의 질문이 선아의 폐부로 깊숙히 찔렀다.
“너도 친하게 지내다 보면 그런 생각이 들 법도 하잖아? 잘 생겼고 능력있는데.”
“솔직히 그 정도면 최상이지.”
그녀들의 말에 선아의 얼굴이 더더욱 붉어진다.
“남자친구로는…”
가만히 생각에 잠기는 선아.
“별로죠.”
“왜?”
“너무… 바빠요.”
하지만 그러다가도,
금방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도 안 된다는 듯 한숨을 내쉬며 답한다.
“매일매일이 스케줄에 가득 차 있을 걸요? 능력 있는 남친이라고 참기에도 너무 바빠.”
“쯧, 그러니까 그게 말이 안 되는 거지.”
그 순간.
안무실의 화장실에서 손에 묻은 물기를 털어내며, 한 남자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안무가가 아무리 바빠도, 그게 말이 돼? 바빠서 사귀지 못하는 거라면 그냥 붙잡아. 어차피 곧 있으면 일거리 떨어져서 시간 남아 돌테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사상누각. 무슨 뜻인지 알지? 결국 최연우는 반짝 하는거야. 결국 스테디 해야 하는데 말이야.”
남자의 이름은 황 천.
걸리쉬 댄서로, 이번 걸그룹 안무에 자문을 도와준 안무가였다.
그가 연신 혀를 차며 연우에 대해 평가를 내린다.
“반짝…”
“그래. 걔 뜬지 얼마나 됐다고.”
“오빠 질투하는거죠?”
“질투가 아니라, 합리적으로 싫어하는 거다.”
다른 댄서들이 던져대는 질문에,
황천은 당당하게 답했다.
‘합리적으로 싫어한다는 게 무슨 소리지?’
그런 그의 말이 이해가 되지 않는 선아.
그녀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그가 투덜대며 말을 이어간다.
“우리 팀이 힘들게 잡은 기회를 그 유명세로 냉큼 잡아먹으니 열받지, 안 그래?”
“무슨 소리예요?”
“영화. 몰라? 이번에 우리 안무팀이 작업한 댄스 영화.”
그의 말에 댄서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알죠. 「Sign Here」. 오빠가 이번에 참여한다고 엄청 자랑했잖아요.”
“그래. 그거. 근데 거기에 최연우가 참여했잖아. 그것도 유명세 하나로.”
“에이, 최 안무가가 실력 있는 걸 모르는 사람이 어딨다고.”
“아무리 그래도. 이전까지 아무 말 없다가 안무 컨펌 몇 주 전에 뜬금없이 합류하는 건 대체 뭐냐고.”
불평을 쏟아내는 황천의 말.
그러자, 자연스럽게 다른 댄서들이 선아의 눈치를 봤다.
선아와 최연우의 사이를 모르는 이는 없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얘기를 들어보니.
어쨌든 황천의 입장에선 최연우의 존재 자체가 얄밉게 보일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게 실력으로 딴 자리이든, 아니든.
하지만 선아는 딱히 그들을 눈치보지 않았다.
그녀는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맘대로 생각하라지.’
애초에 전제부터 잘못됐다.
최연우의 실력이 사상누각이 아니라는 사실. 그것부터.
물론 황천의 말처럼,
실제로 실력이 부족하지만, TV 출연으로 반짝 유명세를 얻는 안무가의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미 최연우가 그렇지 않다는 건, 수많은 댄서들도 알고 있을 정도였다.
그것을 모른다는 건…
‘믿지 못하는 게 아니라, 안 믿는 거지.’
선아가 피식 웃었다.
‘그나저나, 영화라.’
영화에 참여하게 된 최연우.
그가 보여줄 안무가 어떨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면서도…
‘황천 같은 사람이 많다면.’
어쩐지 최연우의 입장에서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겠다.
라고 생각하며, 선아는 슬쩍 한숨을 내쉬었다.
xxx
해브잇.
커렌트 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수많은 히트곡을 써낸 Laky의 프로듀싱과, 내가 안무를 담당한 데뷔곡 「Rainy City」로 데뷔한 4인조 남자 아이돌.
하지만 그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았다.
이름도 모르는 소속사의 신인치고는 데뷔곡 성적이 나쁘진 않았지만…
아직도 형편없는 유명세였기 때문이다.
아쉽기 그지없는 일이다.
내 생각에 해브잇의 네 멤버들은 그 실력에 비해,
인기가 터무니없이 부족한 편이니까.
하지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오히려 흔한 일이지.’
내부적으로 관계자들에게는,
안무가들에게는 최고의 평가를 듣는 이들이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
덕분에 안타깝다는 얘기가 나오는 건…
굉장히 평범한 일이니 말이다.
해브잇이 조금 더 그들을 뒷받쳐줄 수 있는 회사였다면.
5대 기획사까진 아니더라도, MW정도만 되었더라면…
나는 누구보다 해브잇 멤버들의 열의와 노력을 아니까 더욱 아쉬운 일이었다.
…그런데.
[최연우가 인터뷰에서 뽑은 ‘천재’ 아이돌. 누구?] [안무가 최연우, ‘나는 노력의 천재라면, ‘진짜 천재’는 따로 있다…’ 그 주인공은?] [해브잇, 관계자들은 이미 알고 있었던 ‘실력파 그룹’]그런 해브잇이 내 단순한 발언 하나로 그토록 주목을 받게 될 줄.
나 역시 상상하지 못한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