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51
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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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그녀의 말에,
연습실에 있는 사람들의 시선이 곧장 나에게 모이는 것이 느껴졌다.
배우들에게 이런 관심을 받은 건 또 처음이라, 좀 부담스럽다.
독특한 상황이긴 하다.
까메오는 보통 대중들이 모두 알만한 배우들의 특별 출연이 보편적이니까.
“단순히 안무가 님 혼자 까메오는 아니구요.”
그렇게 내가 머뭇거리고 있길 얼마.
그런 내 모습은 아랑곳없는지, 박영자가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
“‘거리의 댄서들’ 팀이 함께 짧은 공연을 하는 그림이 괜찮아 보여서요.”
“팀들이요?”
나는 그 말에 더욱 놀라 그녀를 쳐다봤다.
내가 까메오로 영화에 출연하는 것 정도야 어려운 게 아니다.
근데 ‘거리의 댄서들’팀을 다 모으는 건 어려울 것 같은데?
“영화에 이벤트 성으로 잠깐. 최 안무가 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저는 괜찮은데…”
나는 곧장 그런 생각을 박영자에게 전했다.
“다른 사람들을 모을 수 있을까요?”
거리의 댄서들 때 매주 모였던 거야, 정해진 예능 스케줄이었으니 괜찮지만.
고작 까메오의 출연을 위해 그 출연진들을 모을 수 있을까?
단순한 안무가들이 아니고, 화이언이나, 박가을은 아이돌인데.
“자자, 그럼 최 안무가 님은 괜찮다는 거죠? 확인했습니다.”
하지만 그런 내 의문에 박영자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만만하게 말하는 것이었다.
‘설득시킬 특별한 비법이라도 가지고 있는 건가?’
뭐. 어떻게 연락을 할 진 모르겠지만.
함께 출연하면 재밌긴 할 것 같았다.
확실히 홍보용으로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사람들이고.
“결정되면 연락 주시나요?”
“그러죠.”
자신만만하게 답한 박영자가 인사와 함께 돌아선다.
그렇게 나는 대답을 건넨 후, 자연스럽게 주변을 둘러봤는데…
어느새 내게 다가와 있는 사람들.
“오~.”
“까메오~!”
“연우 안무가 님. 연기하세요?”
기다렸다는 듯 놀리려 드는 배우들을 보며,
나는 숨을 흡 들이킬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하하…”
“도망간다!”
“부끄러워한다!”
암수(?)를 뻗어대는 배우들을 피해.
곧장 연습실에서 도망치듯 빠져나갔다.
.
.
.
레슨이 끝난 후.
슬슬 해가 어둑어둑해질 시간에 출출한 배가 신호를 보내왔다.
그래서 식사나 할 겸. 친분이 있는 김빛나와 함께 근처의 식당으로 향했다.
“어? 빛나 쌤?”
그런데 우리보다 먼저 앞서 도착해 있던 사람이 있었다.
우리가 들어서자마자 알아보고 손을 흔드는 여자.
그녀는 바로 바로 「Sign Here」의 주연 배우 중 한 명인 오사라였다.
그녀의 곁에는 주연 배우진인 김혁과 성현철 역시 자리하고 있었다.
“어? 연우 안무가 님?”
오사라가 김빛나를 알아보고 손을 흔들길 얼마.
그녀가 금방 나를 알아보고는, 눈을 가늘게 뜨며 김빛나를 바라봤다.
“두 사람 뭐야? 레슨 끝나고 오붓한 저녁?”
“언니, 그런 거 아니에요.”
곧장 김빛나가 눈을 크게 뜨더니 반박했다.
“어머, 빛나 부끄러워 하는 거 봐.”
“그런 거 아니라니까.”
함께 레슨을 진행하며 친해진 오사라와 김빛나가 연신 투닥대는 사이.
나는 자연스럽게 성현철과 김혁 쪽으로 향했다.
레슨이 끝날 때까지 쥐죽은 듯 있던 김혁은 식당에서까지 그 모습이 이어진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임마, 넌 왜 인사 안 해?”
“방금까지 봤는데 또 무슨 인사야.”
성현철은 김혁과 이전부터 아는 사이였던 듯,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재촉하듯 말하자, 김혁이 낮은 목소리로 투덜댄다.
“그래, 넌 좀 최 안무가 님 얼굴 보기 부끄러워 해라.”
그의 그런 모습에 혀를 찬 성현철이 자리에서 일어나 공손하게 손을 내밀었다.
“처음 뵙겠습니다. 배우 성현철입니다.”
“안무가 최연우입니다.”
성현철은 뚜렷한 이목구비에 두꺼운 입술. 그리고 운동을 열심히하는지 든든한 어깨가 인상깊은 남자였다.
김혁은 살짝 왜소하고, 날라리 같은 느낌이라면.
성현철은 선도부 부장 선배 같은 느낌이랄까.
‘캐스팅은 잘 했네.’
영화 내의 캐릭터의 이미지가 곧장 실제 배우들의 이미지와 연결되는 느낌이었다.
주인공은 문제아 같은 캐릭터고, 성현철은 ‘마운틴’ 댄스팀의 든든한 기둥 같은 댄서니까.
성현철이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앉아있는 김혁을 흘깃 보더니, 입을 열었다.
“이 녀석 레슨하느라 고생 많으십니다.”
“아, 네…”
어째 말하는 게 학부모님 상담을 하는 것 같다.
“저도 알고 있었거든요. 이 녀석이 춤 좋아하고, 황천이란 안무가랑 친하다는 거. 그런데 역시 좋아하는 거랑 실력은 비례하지 않네요. 크크.”
“아니, 그게 아니라니까. 내가 연습을 별로 안 해서…”
“모든 배우들한테 같은 시간이 주어졌는데, 연습을 안 한 니가 문제지.”
“…”
김혁이 그의 말에 꾹 입을 다문다.
할 말이 없겠지.
바로 눈앞에, 자신이 연습을 안 했다는 사실을 똑똑히 증명해줄 수 있는 내가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김혁의 지금껏 했던 행동들이 모두 그의 잘못이라고 생각하진 않았다.
물론 김혁의 잘못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 동안, 김혁 배우님께 좋다 좋다 해준 황천 안무가가 잘못이죠.”
가장 큰 문제는 바로 학생이 아니라 선생이었으니까.
그런 내 말에 김혁이 번쩍 깔고 있던 눈을 치켜떴다.
“맞아. 이번 영화에서 황천 안무가가 맡은 안무를 당신이 맡았다고…”
“당신이 뭐야. 최연우 안무가가 니 부하야?”
옆에 학부모가 붙어있으니 좋네.
성현철이 김혁의 말을 끊으며 질책한다.
“…최연우 안무가 님이 어떻게 그 안무를 맡은 겁니까?”
들어본 적 없는 공손함으로 물어오는 김혁의 모습.
나는 피식 웃고는 답했다.
“단순해요. 그냥 제가 황천 안무가보다 안무를 잘 만들었으니까요.”
물론 단순히 잘 만드는 것 뿐만 아니라. ‘영화 안무’에 잘 맞는 안무를 만들어서 그런 것도 있지만.
“그걸 어떻게…”
하지만 김혁은 여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릴 뿐이었다.
나는 그런 김혁을 보고서야.
마지못해, 지금껏 생각해뒀던 말을 꺼낼 수밖에 없었다.
“황천 안무가가 김혁 씨한테 저에대해 어떻게 말했는지 대충 알 것 같은데…”
내가 직접적으로 본 건 아니지만. 지금껏 김혁의 행동으로 유추할 수 있었던 것들.
“김혁 씨는 황천 안무가와 오랫동안 함께 했으니, 당연히 그 사람의 말을 믿었던 것도 이해를 합니다. 하지만 그 사람, 별로 뛰어난 사람이 아니에요.”
‘뛰어난 사람이 아니다’라는 말.
어쩌면 오만한 말일 수 있지만, 나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있었다.
몇 주째 감독에게 반려되며, 황천이 고전했던 안무.
그것을 내가 일주일 만에 담당한 것으로 증명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김혁이 충격받은 얼굴로 고개를 푹 숙였다.
이해는 간다.
자신이 믿고 있던게 부정당한 것일테니까.
“쯧쯧, 너는 미안해해야 돼. 네가 오늘 연습 때 못한 걸로, 최 안무가 님이 못 가르친다고 욕을 먹을 뻔 했으니까.”
그렇게 있길 얼마.
김혁과 나의 대화를 가만히 지켜보던 성현철이,
대화가 일단락되자, 곧장 끼어들어 다시 한 번 핀잔을 하는 것이었다.
“…그건 뭐 어쩔 수 없죠.”
나는 그의 말에 허탈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못 가르친다는 얘기를 듣고 싶지 않아서, 그렇게 김혁을 몰아붙였던 것도 있지만…
뭐, 결국 거기까지가 내 역량인거겠지.
“에이, 누가 최 안무가 님이 못 가르친다고 해요?
하지만 곧장 성현철이 반박을 해왔다.
“안무가 님 레슨 잘 하는 걸로 유명하던데. Free Plus에서 레슨 한 적 있다면서요?”
“…네?”
한 적 있긴 있는데.
딱 한 번.
“그때 레슨을 들었던 사람 중 한 명이 오늘 조연 배우 중에 있었어요. 몰랐죠?”
“전혀 몰랐는데.”
그때라면 막 Free Plus에 입단했던 초기이기도 하고.
모든 레슨생을 기억하기는 힘들었다.
성현철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
“그 배우가 최 안무가 님이 얼마나 잘 가르치는지, 얼마나 열변을 토했는데요.”
그래서 다행히,
내가 형편없다는 소문은 안 돌았다는 모양이었다.
“고맙네요.”
“뭐 실제로 중간중간에 가르쳐주실 때 귀에 팍팍 들어오기도 했고.”
어쩐지 레슨을 할 때, 딱히 불만이 없더라.
“밥 먹으러 왔는데 너무 떠들기만 했네요. 밥부터 먹죠?”
그렇게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으려니.
성현철이 대화를 일단락지으며 말했다.
그런데…
“저…”
어째 그런 성현철의 말을 들은 김혁의 눈이 반짝거리며 나를 보고 있는 것이었다.
“?”
뭐지? 할 말이 있나?
물끄러미 그를 쳐다보니,
김혁이 뜬금없는 얘기를 꺼내는 것이었다.
“혹시 최 안무가 님은 개인 레슨 하십니까?”
…아.
황천이 나가리 됐으니.
이제는 나한테 갈아타려고.
‘나보고 못 가르친다고 한참을 뭐라고 할 땐 언제고.’
나는 허탈한 웃음을 감추며,
그를 보고 싱긋 웃어보였다.
“저는 개인 레슨 안합니다.”
그냥,
너는 이번에 맡은 「Sign Here」안무나 열심히 했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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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흥-.”
“야 넌 신나는 노래 없냐?”
“신나는 노래 있잖아. ‘Higher’ 아인이 노래.”
“아니, 아인이 느낌 말고. 따라 부를 수 있으면서 신나는. 그런 거.”
“…하울 보이즈 노래? ‘폭포수 처럼‘ 신나잖아.”
“아니, 그런 거 말고.”
“클럽 노래를 원하는 거야, 뭐야?”
“그것도 괜찮고.”
작업실.
나는 연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헬리에게 물었다.
영화의 작업을 하면서 골머리를 썩히던 것을 해결하니,
이렇게 기분이 좋을 수가 없다.
김혁은 이후 갑자기 나를 ‘선생님!’ 이라고 꼬박꼬박 부르며 열심히 임하고.
황천에게서 받아온 안무를 가르 치는 레슨에서도.
그들은 조연이니만큼, 안무로 임팩트를 남기기 위해 눈에 불을 켜고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니까.
이 좋은 기분을 표현할 노래가 있으면 좋겠는데.
헬리의 노래는 뭔가 2프로 부족하단 말이지.
“…얘 왜 이렇게 텐션이 높아?”
헬리가 옆에 있는 남궁수를 향해 감당이 안 된다는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
“왜, 그 우중충하던 때보단 낫지.”
남궁수가 피식 웃으며 답했다.
“텐션이 높긴, 난 원래 이랬는데.”
그런 그들의 사이에서 내가 꺼낸 말.
“원래 그러긴.”
“야, 니가 최근 한 달간 스스로의 모습을 봤어야 그런 말이 안 나오지.”
헬리의 질문에 나를 변호해주던 남궁수도 내 말에 질겁을하며 속사포처럼 말했다.
“…최근에 내가 많이 그랬나?”
그런 모습들을 보니 조금 미안하기도 하고.
괜히 머쓱하게 머리를 긁적이며 말하니, 곧장 남궁수 역시 고개를 돌리며 답한다.
“그런 모습도 신선하긴 했어. 예민한 예술가라니, 섹시하잖아.”
“…뭐? 섹시?”
“일단 얼굴이 된다는 가정 하에.”
헬리가 그런 남궁수의 대답에 어처구니 없다는 듯 말하다가,
이내 힘이 빠진 듯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하루 이틀 일이 아닌 모양이다.
“그런데, 전에 네가 말했던 거는 언제 작업 들어가는 거야?”
그렇게 헬리가 방으로 들어가고.
남은 남궁수가 문득 나를 바라보며 말을 건넸다.
“내가 말했던 거?”
내가 뭘 부탁했더라.
“남현우랑 뮤직 밀리언 엔터랑 같이 작업한다고 했던 거 말이야.”
“아아.”
그녀의 말을 들으니 금방 생각이 났다.
헬리의 프로듀싱 앨범 마지막 트랙에 참여한 보컬.
4대 기획사 소속인 남현우.
그의 실력만 확인하면, 이후 안무를 함께 만드는 컨텐츠를 촬영할 수도 있다고.
뮤직 밀리언 측에서 제의를 받았다는 걸, 남궁수에겐 미리 말했었지?
“이제 영화 쪽도 어느정도 안정이 돼서. 시간 나면 현우에게 연락 해보려고.”
“하게 되면 조금 빨리 작업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
남궁수가 테이블에 놓인 달력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곧 있으면 앨범 발매되고, 그러면 남현우 보컬에도 관심이 생길거고… 그때 업로드하는 게 제일 좋을테니까. 뭐, 실력이 없어서 작업이 무산되면 할 말 없지만.”
그녀의 말은 틀린 게 하나도 없었다.
지금껏 H&C Gallery가 해왔던 대로. 영상의 업로드는 ‘타이밍’이다.
사람들의 관심이 생겼을 때, 그것을 최대한 끌어모을 수 있는 시기. 그 시기를 이용하는 건 당연한 일.
“현우도 아이돌인 만큼 비주얼이 괜찮으니까.”
헬리라는 작곡가의 프로젝트 앨범이지만.
보컬의 외모가 영향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는 일.
당장 선공개된 민아인만 해도,
그녀의 청아한 외모가 인기를 끄는데 한 몫 한 건 확실했으니 말이다.
“그럼. 한 번 연락을 해볼까.”
나는 남궁수의 말에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4대 기획사인 뮤직 밀리언에서 데뷔하는 ‘스키즈’의 멤버, 남현우.
그의 춤 실력을 체크해 볼 때가 온 것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