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56
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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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을 지나, 후 불면 입김이 나올 것 같은 완연한 추위가 찾아왔다.
약속 장소에서 주머니에 손을 꽂아 넣은 채, 주변을 둘러보고 있으려니.
금방 한 여자가 다가와서는 툭툭 어깨를 건드렸다.
“어.”
“안무가 님.”
마스크를 끼고 있는 탓에 못 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오히려 내가 그녀를 알아보기도 전에, 먼저 나를 알아보고 아는 척을 해 왔다.
“어떻게 잘 알아 보셨네요?”
“딱 보면 알 수 있죠.”
내 말에 희미한 미소를 지으며 답하는 김빛나.
나는 물끄러미 그런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게 됐다.
본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오랜만에 보는 느낌이었다.
평소에 자주 보던 연습실에서의 느낌과 전혀 달라서 그런가.
가장 다른 것은, 늘 얼굴의 반은 가리고 있던 넓은 캡모자를 벗은 것.
그리고 원피스를 입고 있는 것이려나.
당연하게도, 안무 연습을 할 때에는 늘 바지에 편한 활동복을 입을 수밖에 없으니까.
“왜 그래요?”
“아, 아닙니다.”
“오늘 좀 이상한가?”
김빛나가 어색한 듯이 치맛자락을 쥐며 말했다.
“잘 어울리시네요. 평소에도 그런 옷을 입고 다니세요?”
“아뇨. 오늘 데이트하는 날이라 특별히.”
직설적인 그녀의 말에 나는 어색하게 미소를 지었다.
“평소에는 조금 편하게 입고 다니시는 편이죠?”
“그럼요.”
“대부분 댄서들이 그렇긴 하더라구요.”
댄서들은 대부분 자유분방하고, 활동적인 걸 좋아하다보니.
옷을 입는 패션도 치마보다는 바지, 블라우스보다는 티셔츠나 맨투맨 등을 선호하곤 했다.
중성적인 패션이라고 해야 할까.
그래서 늘상 그런 옷들을 보다가, 화사한 느낌의 옷을 입은 김빛나를 보니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
“저희 밥 먹으러 갈까요?”
“네. 혹시 먹고 싶으신 거 있으세요?”
“제가 예약 해뒀어요.”
김빛나가 씩씩하게 말하며 나를 올려다봤다.
“데이트 신청한 사람이 코스는 짜야죠.”
원래 그런 건가?
데이트라는 걸 해봤어야 알지.
나는 그런 김빛나의 펫이 된 것처럼, 뒤를 졸졸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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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명 작업을 하거나, 혹은 작업 외적인 자리에서도.
예쁘다면 예쁜 아이돌이나 여자 배우들을 몇 번 본적이 있었다.
그래서 분명 예쁜 여자를 대하는 게 어색한 건 아닌데 말이야.
“어때요?”
“맛있네요.”
괜히 이런 자리에서 둘만 있으니, 어색하기 그지없다.
김빛나가 찾아온 식당은 테이블이 네 다섯 개 밖에 없는, 분위기 있는 나베 집이었다.
딱 커플들이 데이트 코스로 올 법한 식당.
맛집이라고 하는데, 사실 음식 맛이 잘 안 느껴진다.
차라리 연습실에서 안무에 대해서 조언을 해주는 게 편하겠네.
그런 데이트는 없나? 안무실 데이트.
둘 다 안무가인데, 그럼 나도 좀 편하게 대할 수 있지 않을까?
“…안무가 님?”
“아, 죄송해요.”
쓸데없는 생각을 하고 있으려니,
김빛나가 금세 눈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아무튼, 그래서 곧 앨범이 나온다는 거죠?”
“네. 헬리 앨범. 타이틀곡이 새로 바뀌는 바람에, 남현우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죠.”
“유일하게 안무도 만드는 노래니까요.”
“아, 정확히 이번 앨범 수록곡에 안무를 만드는 건 아니고. 그냥 남현우의 댄스 영상이 채널에 업로드 되는 거죠.”
그래, 차라리 이런 얘기가 더 편하네.
생각해 보면, 내 인생은 연애와는 꽤 거리가 있는 삶을 살아왔다.
회귀 전에는 말할 것도 없고.
주변에 여자들이 없는 건 아닌데, 다들 남궁수처럼 친구 같은 사이.
“멋있네요.”
그래서 그런지.
이처럼 대화를 하다가도, 김빛나가 내뱉는 말 한마디에 순간 합 하고 입이 다물어진다.
단순히 유튜브 댓글이나, 공연장에서 멋지다, 잘생겼다라는 말을 듣는 거랑 느낌이 달랐다.
‘원래 김빛나가 이런 성격이었나?’
처음 봤을 때는 무뚝뚝한 느낌이었던 것 같은데.
저번 고백 아닌 고백 이후로 나를 대하는 느낌이 확 달라진 것 같다고나 할까.
“민트초코! 저도 좋아해요!”
“달달한 거. 저는 초코라떼보다는 바닐라라떼…”
“저두요!”
그 후로 한참을 우리는 대화를 나눴다.
예상보다 걱정을 꽤 했던 식성에 대한 것도 나름 잘 맞았고.
안무가로 일을 하는 것에 대한 조언도.
김빛나는 시종일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답을 해줬다.
수수한 느낌의 평소 화장과 달리 화려한 메이크업과, 질끈 묶은 머리와 달리 웨이브를 넣은 머리.
그런 그녀의 모습은 예쁘고, 예뻤다.
“그런데, 그거 아세요, 안무가 님?”
“네?”
“우리 저번에 봤을때 제가 했던 질문에, 대답을 안 해줬던 거요.”
나는 그녀의 질문에 물끄러미 김빛나의 얼굴을 바라봤다.
침착한 표정. 아니, 침착하려 애를 쓰는 표정으로 그녀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어때요?”
그녀는 예쁘고, 예뻤다.
행동과 말투에서 나를 배려해주고 좋아한다는 게 느껴졌고, 그런 느낌이 처음이라 마음이 밍숭맹숭했다.
하지만…
“…”
나는 남궁수의 조언이 어쩐지 가슴 속에 박혀있는 듯한 기분이었다.
내가 설레고, 좋아하는 사람.
적어도 김빛나에게는 그런 느낌이 아니었다.
마치 어린아이가 놀이동산을 처음 갔을 때 느끼는 설레임.
아니, 그렇게까지만 생각하기엔 그녀에게 너무 미안한 것일지도 모른다.
단지…
‘두근거리지가 않아서.’
나는 김빛나를 향해 어색하게 미소를 지을 수밖에 없었다.
‘죄송해요.’
사과는 마음속으로만 담아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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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lly`s 1st EP – Tell you something]헬리의 프로듀싱 앨범.
꽤나 오랜 시간 공들여서 준비한 첫 번째 앨범이 마침내 발매했다.
[드디어!!!!] [음원차트에서 노래 듣고 바로 영상 보러 왔어요!] [타이틀곡이 바뀌었는데? 원래 Gambler저번 인터뷰 영상에서 Gambler라고 했던 것 같은데.] [└전에 헬리 SNS 라이브 방송에서 심의 때문에 바꿀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어요.]앨범 발매 직후,
우리는 발매와 동시에 채널에 영상 세 개를 업로드했다.
선공개 된 세 곡을 제외한 앨범에 포함된 남은 세 곡.
「Vivid」 ,「Gambler」, 그리고 타이틀곡인 「프렌치 토스트」까지.
즉, 앨범 전곡을 유튜브에 업로드한 것이다.
당연히 음원 자체를 올린 건 아니고.
녹음 촬영을 포함한, 라이브 보컬 영상이었다.
“와, 드디어 이게 음원으로 올라왔네.”
“그러게.”
작업실.
나와 남궁수는 과일 차트에 나오는 헬리의 앨범을 감개무량한 표정으로 보고 있었다.
어쩌면 남궁수가 더욱 감회가 새로울 지 모른다.
첫 아인의 보컬과 함께 헬리의 노래, 「구름 광장」이 공개되고.
댓글로 수없이 많은 음원 공개의 압박에 시달렸을테니 말이다.
“결국 타이틀곡을 바꾼게 이득이 됐네.”
“헬리는 조금 아쉽겠지만.”
음반을 만드는 입장에서, 타이틀곡을 예상과 다른 것으로 하게 되었으니 마음이 아프겠지만…
그 바뀐 타이틀곡이 남현우의 노래라는 점에서.
뮤직 밀리언 측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이라곤 50만 구독자가 다 되어가는 채널과, 우리 개인의 SNS 뿐.
이른바, 소속사가 없다는 것은 홍보에서 크게 기댈 것이 없다는 건데.
거기서 뮤직 밀리언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데뷔 전, 어떻게든 남현우의 이름과 얼굴을 알리려고 하는 뮤직 밀리언 쪽에선 더할 나위 없는 기회로 여겼기 때문.
[이번 앨범 타이틀곡 남현우 프로필.txt] [뭐야, 인터넷에 쳐도 안 나오는데. 뮤직 밀리언 아이돌 연습생임?] [뮤직 밀리언 쪽 남돌이면, 프로핏인가. 걔네 동생 그룹이 벌써 나온다고?] [언제 데뷔할 지는 모르지. 근데 딱 봐도 아이돌 같이 생기긴 했네 ㅋㅋㅋ] [메인 보컬이겠지? 노래 진짜 기가 막힌다.] [보컬이랑 딱 맞는 노래여서 그런 것 같기도 함.]헬리의 이번 앨범에 기사들이 쏟아졌고, 당연히 사람들은 타이틀 곡을 담당한 남현우에 대해 관심을 가졌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한 건 당연히 뮤직 밀리언의 아이돌, 프로핏의 팬덤.
“와, 음원 차트 50위?”
“남자 아이돌 팬덤 파워는 진짜 다르네.”
남궁수가 음원 차트에 올라가 있는 헬리의 노래를 보며 혀를 내둘렸다.
프로핏이 비활동기에 있기 때문인 건 맞지만.
아직 정식으로 데뷔하지도 않는 연습생의 노래를, 같은 소속사라는 이유만으로 이 정도로 푸시를 해준다니.
“헬리 입 찢어지겠네.”
안 봐도 뻔하다.
안 그래도, 예전 하울 보이즈의 「Like Waterfall」이후 음원 차트에 곡을 올리지 못하고 있던 헬리였다.
아, 그 사이 한세나가 소속된 ‘리버티’의 앨범 프로듀싱을 맡긴 했지만…
‘그룹이 폭파되어 버렸으니, 뭐.’
하반기를 흔든 마약 게이트에 연루되는 바람에,
그 실적은 내밀 수도 없게 되어버렸으니.
그런데 이번 앨범은 심지어 자신의 이름으로 된 앨범.
기쁘지 않을 수가 없을 것이었다.
“근데 그 녀석은 지금 어디 갔어?”
당장 환호성을 지르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을 상황에,
작업실에 얼굴도 비치지 않고 있는 헬리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남궁수에게 물었다.
“오늘 미팅하러 갔을 걸? 남유현이랑.”
“아아. 전에 말했던 거.”
저번 뮤직 밀리언 엔터에서 만난 남유현이 부탁했던 것.
“작업 하기로 한 건가?”
“헬리 입장에선 안 할 이유가 없지, 뭐. 자기 앨범도 성공적으로 작업 끝났는데.”
나 덕분에 인연이 이어져, 결국 작업을 하게 된 것 같았다.
남유현의 소속사가 4대 기획사이거나, 그런 건 아니지만…
남유현 정도 되면, 그의 이름 자체가 유명 소속사나 다름이 없었다.
앨범을 발매하면, 일단 사람들이 들어 볼 정도의 인지도는 가지고 있으니까.
“그런데, 너는 어떻게 됐어?”
“나? 나는 왜?”
그러길 얼마.
연신 헬리의 앨범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던 남궁수가 뜬금없이 나에 대해 질문을 해왔다.
나는 최근에 영화 작업 끝내고, 작업한 게 없는데.
“김빛나 씨 말이야.”
“…아.”
그거.
“거절하고 왔어.”
“그래?”
남궁수가 슬쩍 내 눈치를 살피며 고개를 끄덕인다.
답을 듣긴 했는데,
더 궁금해하는 눈치였다.
왜 거절을 했는 지나, 뭐 그런 거?
“데이트할 때 꾸미고 오지 않았어?”
“…어? 어. 꾸미고 왔지.”
“꾸미고 왔으면 엄청 예뻤을텐데. 딱 봐도 화장하면 예쁠 것 같던데…”
남궁수는 김빛나가 수수하게 있었을 때밖에 못 봤을 텐데.
원래 여자들은 딱 보면 ‘얘 화장하면 예쁘겠다.’라는 게 보이나?
“예뻤는데, 두근거리진 않더라.”
“…”
“네가 그랬잖아, 내가 좋아하는 여자랑 만나라고.”
“그건 그랬지.”
남궁수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슬쩍 질문을 던졌다.
“그럼 다른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는 거야?”
그런 그녀의 질문에.
나는 문득 한 명이 떠올랐다.
두근거린다기보다.
가끔 생각이 나고, 생각이 날 때면 가슴이 따듯해지는 사람.
“아직 잘 모르겠어.”
나는 재미없는 대답을 하며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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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의 앨범이 발매가 된 후.
남현우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부분이 ‘메인 보컬이겠지’ 하는 것이었다.
아이돌 연습생, 게다가 뮤직 밀리언 엔터라는 배경이 워낙 임팩트가 크다보니.
그의 뛰어난 실력에도 당연히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런 인식이 팽배해져 갈 때 쯤…
[Choreography By Sun.A with 남유현]선아와 함께 콜라보.
H&C Gallery와 연관 채널로 떠 있는, 새로이 시작되는 한 채널.
팝업 댄스 스튜디오 라는 이름의 채널에,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한 영상이 올라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