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57
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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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방 앞.
오늘은 오랜만에 「Sign Here」와 관련된 일정이 잡힌 날이었다.
그것도 의외의 사람들과.
곧 크랭크인이 얼마 남지 않아, 김혁이나 배우들의 레슨을 할 시간은 당연히 없었고.
오늘은 영화의 까메오 출연이 확정지어진 ‘거리의 댄서들’ 팀과 만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약속 시간이 다 되어가자, 한쪽 골목에서 차 한대가 미끄러져 들어온다.
거리의 댄서들 촬영 당시 줄곧 같이 움직였던,
하울 보이즈의 매니저인 강선우 매니저가 이끄는 밴이었다.
“형 오랜만이야.”
내가 차 문을 열기도 전에 안쪽에서 문이 열리더니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재현이야?”
그런데 어째 외모가 내 기억 속에 있는 느낌이 아니었다.
화이언은 첫 만남 때부터 회색의 탈색 머리를 유지하고,
성격이 어떻든 외형은 샤프한 이미지를 고수하고 있었는데.
지금 보이는 그는 새까맣게 염색한 흑발에 눈을 살짝 가리는 앞머리. 그리고 살도 조금은 올라 한결 부드러워 보이는 인상이었다.
덜컹.
옆자리에 앉자, 화이언이 곧장 부끄럽다는 듯 볼을 붙잡으며 말했다.
“살 많이 쪘나?”
“아니, 보기 좋아.”
워낙 말랐던 편이어서, 살이 오른 모습이 오히려 평범한 모습처럼 보인다.
놀랐던 건 이미지가 확 달라져서지.
“연말까지 비 활동기라… 멤버들도 다들 살이 통통하게 올랐더라고. 나는 거울을 잘 안보긴 하는데.”
멤버들과 별반 다르지 않겠지.
라며 화이언이 중얼거리고는, 어색하게 웃었다.
목적지는 일전에 배우들이 모여서 연습했던, 영화사에서 제공한 안무 연습실.
“그런데 넌 왜 까메오 출연을 하기로 했어?”
나는 오랜만에 만난 화이언에게 이해하지 못했던 것을 물었다.
처음 영화사에서 ‘거리의 댄서들’ 출연진들을 모은다고 했을 때.
사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거든.
“뭐, 최근에 활동이 없기도 하고. 뭣보다, 형이 출연한다고 해서 나도 하기로 했지.”
“내가 한다고 해서?”
화이언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솔직히 한국에서 이런 춤 영화가 또 언제 나오겠어. 형이 안무 참여까지 한다니까. 기사 났을 때부터 엄청 기대하고 있었는데. 까메오 출연을 안 할 이유가 없지!”
…그동안 잠깐 깜빡하고 있었네.
이 녀석이 춤에 미친 녀석이라는 걸.
보통 아이돌은 회사와 얘기하거나, 외부 스케줄을 잡기 힘든 편인데.
화이언은 예전 프로듀스 101에 댄서로 출연했을 때부터.
춤과 관련된 출연이라면 하고픈대로 다 하는 느낌이다.
“그렇게 너 하고싶은 거 다 하면 회사가 안 싫어하냐?”
“어? 아냐. 회사도 좋아해.”
“좋아해?”
“형이 하는 거는 다 잘 되잖아? ‘거리의 댄서들’도 CTBC 자체 예능 최고 시청률 찍었고. 퍼플링크 소리파도 어워즈 무대도 레전드 무대로 만들었고. 오히려 하자고 하면 좋아할 걸.”
화이언이 신나서 말했다.
“까메오 출연도 그래서 결정된 거지. 아마 다른 사람들도 똑같지 않을까?”
나는 화이언이 하는 말을 듣고 나서야,
영화사에서 그렇게 확신을 가지고 다른 거리의 댄서들 출연자들을 캐스팅할 수 있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예전에는 아이돌 메인 댄서라고 하면 리더나 메인 보컬보다는 인지도가 없었는데. 요즘은 그룹 내에서도 캐릭터가 확실해 졌으니까.”
그만큼 춤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뜻.
“형의 덕이 크지.”
화이언이 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내 덕이라.
나는 최대한 많이 대중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기회를 잡은 것 뿐인데.
그게 안무가, 댄서 쪽 업계에 도움이 될 줄은 몰랐네.
“요즘은 안무가 하면 딱 최연우 형 떠올리잖아. 그런데 잘 생겼으니까 이미지도 좋은거지.”
화이언이 장난스럽게 웃었다.
…아무튼.
그런 좋은 분위기를 타고, 차는 곧장 연습실로 향했다.
xxx
도착한 연습실.
약속시간보다 일찍 도착했는데, 먼저 도착한 팀이 있었다.
거리의 댄서들에서 꽤나 많이 안무를 함께 했던 R-ade의 지수와 댄서, 휘나였다.
“어휴, 까메오 출연인데 이렇게 모여서 연습까지 해야 하나?”
“와, 선배님 이미지가 완전 달라졌네요.”
투덜거리는 휘나와, 화이언을 보고 놀라는 지수.
“너는 똑같네.”
“저는 이제 곧 솔로 컴백 일정 잡혀서.”
오랜만에 만나 반가운 인사를 건네며, 지수가 나를 향해 성큼성큼 걸어왔다.
“쌤!”
“어, 어.”
…어째 얘를 보기 조금 미안해진다.
전에 ‘거리의 댄서들’ 마지막 회식 때.
약속을 했거든.
“제 컴백 안무 담당한다고 한거. 까먹은 거 아니죠?”
솔로 안무.
SIS 엔터 쪽에서 파격적인 조건으로 내게 안무를 맡겼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후로 워낙 바빠서, 연락을 할 시간이 없었네.
“당연하지. 이제 이 「Sign Here」영화 스케줄도 끝났으니까.”
“전에도 영화 스케줄 끝나면 시간 낸다고 했으면서.”
지수가 투정을 부리며 나를 흘겼다.
사실 이처럼 아티스트가 안무가에게 담당을 맡기는 건, 퍼플링크처럼 안무팀 오디션을 보는 것을 제외하면 친분에 기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처럼 일정이 딜레이가 되면 서면으로 정확히 시간을 정해야 하는데,
그러면 당연히 조금은 사이가 딱딱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즉, 알아서 내가 잘 처리해야한다는 뜻.
“미안, 이번에 H&C Gallery 앨범 준비 때문에 바빠서. 이제 진짜 시간 날 거야.”
헬리와 민아인, 그리고 김빛나와 남현우.
이제 정말 맡았던 일들이 일단락 됐으니.
“아, 맞다. 그러고 보니, 나 노래 들었어. 「프렌치 토스트」 . 엄청 좋던데?”
“맞아. 처음 들어보는 가수 노래가 과일 차트에 있어서 놀랐는데. 헬리 작곡가 님 노래더라구요.”
“아냐, 보컬은 그 남현우 보컬이 부른거야.”
“아, 진짜요?”
화이언이 지수보다는 조금 자세히 알고 있는지,
으쓱대며 설명을 했다.
“아, 그러고 보니, 남현우 씨 춤 영상 올라온 거. 연우 형도 봤어?”
“춤이요?”
지수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지,
‘보컬이 어떻게 춤을?’이라는 표정으로 화이언과 나를 돌아보는 것이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 우리 노래에 코레오 해서 올라왔던데. 그거 형이 만든 거야?”
그러고 보니.
팝업 스튜디오에 올린 선아와 남현우의 콜라보 영상.
그 창작 안무를 얹은 노래가 화이언이 소속된 하울 보이즈의 「Raridari」였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선아를 남현우와 연결시킨 건 맞지만, 노래 선정부터 안무까지 모두 두 명이서 한 거니까.
“나랑 친한 안무가랑 콜라보한 거야.”
“아, 선아 누나는 나도 알지. Free Plus였잖아.”
아. 그러면 나보다 화이언이 더 선아와 친할 수도 있겠다.
내가 Free Plus에 들어오기 전, 정글 3부작 앨범을 모두 Free Plus와 했으니.
선아가 Free Plus를 나오는 바람에,
나도 깜빡하고 있었다.
“잠깐, 그러면…”
“왜?”
문득 내뱉는 말에, 의아하다는 듯 화이언이 나를 바라본다.
그러고보니, 헬리의 앨범 발매가 되기 전.
선아가 남현우의 프로모션 안무 영상을 담당하기로 하고,
뮤직 밀리언 엔터와 미팅을 끝마친 후.
그녀는 나를 향해 곧장 [Raridari]라는 노래에 안무를 만들고 싶다는 연락을 전해왔었는데.
‘왜 그걸 얘기하나 했더니.’
어쩌면 그건 그녀에겐 의미가 컸던 것일지도 모른다.
소속되어 있는 팀.
그 팀장 안무가인 임성준이 노래에 안무를 만드는 걸 옆에서 지켜봤을 테니.
‘그 노래에 자기가 생각하는 대로 안무를 만든다.’
한 명의 안무가로서 자신감을 가지고 싶어 했던 걸 수도.
“어? 근데 이 채널. 연관 채널에 H&C Gallery가 떠 있는데요?”
그러는 사이.
우리들이 나누는 대화를 알아듣고, 곧장 휴대폰으로 유튜브를 킨 지수가 놀란 목소리로 말을 꺼냈다.
“응?”
그건 화이언도 몰랐는지, 금방 지수를 향해 돌아봤다.
선아와 남현우가 콜라보한 영상이 업로드 된 팝업 스튜디오.
그리고 연결되어 있는 채널인, H&C Gallery.
“형이 만든 안무 아니라며.”
“내가 만든 건 아니지.”
“…무슨 소리야?”
“내가 기획한 거일 뿐.”
나는 어쩐지 뿌듯한 마음이 됐다.
“내가 만든 회사야.”
팝업 댄스 스튜디오.
댄스 레이블 회사.
개방형 댄스 스튜디오로, 그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있는 채널.
그런 내 설명에 무엇보다 눈을 크게 뜨고 관심을 가진 건,
화이언이었다.
“그럼 나도 해도 돼?”
“되지. 댄서로.”
안무가의 입장에서, 자신의 춤을 보여줄 수 있는 시연자로 화이언이 나서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일일 거다.
“선아랑 계약했어. 소속 안무가로. 휘나 씨도 관심있으면 연락 주세요.”
나는 곧장 휘나에게 시선을 돌려 떡밥을 던졌다.
“생각 해볼게요.”
휘나가 피식 웃으며 답해온다.
이미 전문 안무가들 사이에서는 어느정도 입소문이 퍼져나갔을 테니, 알고 있겠지.
내 입장에선 휘나 같은 이름 있는 네임드 안무가의 영입은 초반 주춧돌을 다지기 가장 좋은 케이스다.
물론 선아처럼 자신의 팀을 나와서 계약을 하진 않겠지만.
‘하지만 점점 크기가 커 가면.’
난 그런 유명 안무가들이 모인 에이전시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러길 얼마.
끼익-.
“안녕하세요!”
입구의 문이 열리며, 몇 명의 출연자들이 얼굴을 비췄다.
켄과 반가을. 그리고 안무가인 임성준까지.
“다들 오늘 기분이 좋아 보이는데요?”
“영화 출연이니까요.”
CTBC의 춤 예능의 시초를 만들어낸 출연자들.
좋은 성적을 이끌었던 출연자들이 오랜만에 모였으니, 기분이 나쁠 리 없지만.
다들 춤에 일가견이 있는 출연자들이니만큼.
아직 크랭크인도 들어가지 않은 「Sign Here」영화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까메오 출연 자체에 기뻐하는 이들도 많았다.
“이번에 영화 안무에 외국 안무팀인 Maskshit도 참여했다던데. 연우 안무가 님은 보셨어요?”
“아, 아뇨. 저는 다른 팀 총괄이라…”
“아아. 아쉽다.”
반가을이 입맛을 다신다.
…Maskshit이라니, 안무팀 이름이 왜 그래?
아무튼.
“저희 연습할 건… 거리의 댄서들 프로그램에 마지막 무대죠?”
“네. 8명이서 함께 췄던 거.”
춤 영화에 까메오로 출연하는 것이니 만큼.
우리 8명이 한 팀이 되어 특별 출연을 하는 것이었다.
물론 스토리와 관련이 있는 경연 대회에 참여하는 건 아니고.
“실제 영화에서도 이름이 ‘거리의 댄서들’이라구요?”
“네. 시나리오 작가 님이 특별히 씬을 내주셨대요.”
이름답게.
거리에서 영화의 「마운틴」 안무팀원들과 함께 어울려 춤을 추는 컷이란다.
그러니까,
길거리 공연이라는 거.
“와, 저 길거리 공연은 한 번도 해본 적 없는데.”
“나도.”
화이언과 지수를 비롯한, 아이돌 댄서들은 다들 기대를 하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거리의 댄서들은 ‘게릴라 콘서트’ 경연이 프로그램 컨셉이었으니까.
영화 촬영이니만큼 길거리를 통제한다고 해도,
무대 위에서 추는 것 보다는, 많은 사람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춤을 추는 건 변함없었다.
“그럼 한 번 기억을 떠올려 볼까요?”
거리의 댄서들이 끝난 지도 어느덧 세 달이 지나가니.
까먹을 법도 한 시간이었다.
♬♪
노래를 틀자 모두 눈빛이 바뀐 채 거울 앞에 대형을 맞춰선다.
어려울 것 없는 연습의 시작이었다.
xxx
뮤직 밀리언 엔터테인먼트.
그리고 그곳과 함께 작업했던 선아와 남현우의 콜라보.
“영상 반응이 엄청나네요.”
“…그러게요. 생각보다 더…”
남유현의 작업실.
어쿠스틱 보컬답게, 다락방 같이 꾸며놓은 소소한 작업실에 함께 있는 두 사람은 팝업 스튜디오 채널에 올라온 영상을 확인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두 사람 모두 남현우와 관련이 되어있는 사람이다보니,
관심이 가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헬리가 오르는 조회수를 보며 감탄하며 말했다.
“역시 뮤직 밀리언 엔터테인먼트의 힘이 크네요.”
“아무리 사옥이 작아도, 누가 뭐래도 4대 기획사니까요.”
남유현이 형편없는 뮤직 밀리언의 사옥을 떠올리며,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H&C Gallery쪽, 그리고 헬리 작곡가 님 앨범의 영향력이 서로 시너지를 일으켜서 조회수가 잘 나오는 거겠죠.”
“그런가요? 그렇겠죠? 흐헤헤.”
헬리가 바보같이 웃으며 뒷머리를 긁적인다.
남궁수가 본다면 ‘어딜 내놔도 부끄러운 내 친구…’라고 핀잔을 할 법한 모습이었다.
그러던 중.
남유현이 물끄러미 그런 헬리를 쳐다보다가 말했다.
“헬리 씨.”
“네?”
“제가 요즘 듣는 얘기가 있어서 그런데. 실력 있는 작곡가들에게 한 회사에서 영입 제안을 뿌리고 있다고 하거든요.”
“…영입 제안이요?”
헬리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그런 제안 쯤이야 메일로 하루에도 수십번씩 받는데.”
“아, 역시… 그럼 혹시, 그 사이에 Bigcity라는 회사도 있었어요?”
“Bigcity요?”
헬리가 고개를 고심하다 번뜩 떠올리고 말했다.
“아, HY엔터에서 나와서 만들어진 회사요?”
“네.”
“기억 나요. 조건이 엄청 좋았던 걸로.”
그런 헬리의 반응에 남유현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 회사는 가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