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58
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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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차 안.
새벽 늦은 시간 도로 위를 달리는 검정색 밴 안에는 낮은 코고는 소리와 함께, 잔잔한 음악이 흐르고 있었다.
뒷좌석에 엉킨 실처럼 부둥켜 앉아서 자고 있는 세 명의 멤버들.
퍼플링크의 차량이었다.
자고 있는 시현, 현진, 유원과 달리.
앞 조수석에 앉아, 핸드폰을 보고 있던 서은아가 작게 하품을 내뱉으며 물었다.
“언니, 언제쯤 도착해?”
“음, 한 시간 정도? 좀 자도 되는데. 요즘 정신없었잖아.”
“난 원래 잠 잘 안자잖아. 엄청 피곤하지 않는 이상.”
“그건 그렇지.”
지방 행사를 끝마치고 돌아가는 길.
오늘의 스케줄은 이것으로 끝이 나서, 숙소로 돌아가면 달콤한 휴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서은아는 잠을 자기보다 끊임없이 이어질 것만 같은 고속도로를 내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힐끔.
그런 그녀를 쳐다보던 매니저가 걱정이라는 듯 말했다.
“보통 이동 시간에는 잠을 자는데. 너처럼 별로 안 자는 애는 처음 봤으니. 처음엔 잠이 부족해서 무대에서 사고치는 건 아닐까 했다니까.”
매니저, 다영의 말마따나.
최근 퍼플링크는 눈코뜰새없이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는 중이었다.
그것은 연말의 특수성 때문이기도 했지만,
소리파도 어워즈에서 보여준 무대의 임팩트가 워낙 컸기 때문이었다.
예능을 비롯해 인터뷰, 음악 방송, 행사 등등…
신인 그룹 중 둘 째가라면 서러울 일정을 소화하는 중인 퍼플링크.
그러다보니 잠을 잘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바삐 움직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서은아는 하루에 잠을 두, 세시간 밖에 안 자는 것 같은데도.
지금껏 문제 하나 없이 스케줄을 소화하니, 매니저의 입장에선 신기하기도 할 법 한 것이다.
서은아가 피식 웃으며 툭 말을 내뱉었다.
“최근에 바쁘긴 했지. 그래도 이제 며칠간 휴일이니까.”
“참았다가 몰아서 자는 거야? 너도 자긴 해?”
“자죠. 내일 10시간 넘게 잘 거예요.”
“잘 생각했어.”
그래도 부족한 잠을 채운다는 게 어디인가.
다영이 안도의 미소를 지으며 엑셀을 밟았다.
그렇게 조용한 차가 도로를 질주하길 얼마.
물끄러미 앞을 바라보고 있던 서은아가 질문을 던졌다.
“그렇게 했는데, 신인상은 받기 힘들겠죠?”
“응?”
“이번 연말 시상식…”
소리파도 어워즈의 경우는 여름에 열리는 시상식으로 특이한 케이스였지.
보통 올해의 아티스트나 아이돌들에 대한 평가는 연말 시상식들에 몰려 있곤 했다.
그리고 퍼플링크는 그 소리파도 어워즈와 연말 어워즈 모두 한 그룹에 신인상을 넘겨줄 수밖에 없었다.
“프로원이 받겠지.”
퍼플링크가 사람들의 인지도가 높고, 코어 팬덤을 구축한 건 맞지만.
TV프로그램으로 시작한 그룹인 프로원은 출발선상이 달랐기 때문.
다영이 아쉽다는 목소리로 답했다.
“내년으로 넘어가면 신인상은 힘들겠지만, 그게 아니라 올해의 걸그룹 상을 노려보자.”
“…”
서은아가 고개를 작게 끄덕였다.
프로원은 프로젝트 그룹.
1년 후에 해체를 하게 될 테니까.
퍼플링크가 이 상승세를 유지한다면, 2년차는 최고 걸그룹의 이름을 받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전에 얘기를 들었겠지만, 다음 회사의 TF 2팀 쪽이 하울 보이즈 컴백을 준비하고, 그 다음에 퍼플링크 앨범 준비가 들어갈 거야. 그러니 이번 스케줄들이 끝나면 그동안 휴가를 가도 되고.”
다만 그러기 위해서라면 쉴 새 없이 활동을 해야 될 거고.
다영의 말처럼,
보통 같은 회사의 소속 그룹은 같은 시기에 앨범 발매를 할 수가 없었다.
서로의 소비자 파이가 비슷하거니와,
그것을 나눠먹는 건 큰 손해니까.
“…”
“그러니 일단 올해부터 잘 마무리 짓자.”
서은아가 창 밖에 빠르게 지나가는 차들을 물끄러미 바라봤다.
‘올해를 잘 마무리 짓는다…라.’
K-Singer에서 시작해, 퍼플링크 데뷔까지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그러니, 자신에게 영향을 줬던 사람이 생각나지 않을 수 없었다.
‘최연우 안무가 님.’
요즘 서로가 바빠 연락을 한 적이 꽤 된 것 같은데.
‘한 번 찾아가야겠다.’
xxx
프로원의 숙소.
11명의 멤버인 탓에, 2개의 숙소로 나눠서 생활하고 있는 멤버들.
그들 중 한 숙소의 큰 방에는 두 개의 침대에 다섯 명이 나눠서 누워 서로 부대끼고 있었다.
“자기 방 놔두고 왜 여기서 자려는 거야.”
“그냥 가끔 이러는 것도 좋잖아.”
불을 꺼 둔 방은 깜깜했지만, 침대의 양쪽 끝에 켜둔 수면등이 주황색 빛을 은은하게 밝히고 있었다.
오늘따라 어쩐지 감성적인 멤버들의 모습.
그들 사이에 주혜린 역시 휩쓸려 혜정의 이불 안을 파고들었다.
“얼마 안 남았다. 그치.”
“…”
주혜린의 말에 멤버들이 입을 다물었다.
연말의 분위기 때문일까.
평소엔 멤버들이 얘기하지 않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그룹의 해체에 관한 이야기였다.
서로가 한 켠에 생각은 하고 있지만 하지 못했던 말들.
“다들 소속사로 돌아가는 거지?”
“그치.”
“혜정 언니는 걱정 없겠다.”
멤버 중 한명이 말했다.
혜정은 ‘뮤즈 엔터테인먼트’ 소속.
4대 기획사 중 한 곳이며, 프로듀스 101에 트레이너로 출연했던 한재성 프로듀서와 같은 소속사였으니까.
“돌아가면 바로 데뷔조로 합류하겠지?”
“…”
그리고 뮤즈 엔터테인먼트에서 새로운 걸그룹이 나온 적도 4년.
신인 그룹이 나올 때가 됐고,
혜정이 그 그룹에 합류할 거라는 건 다들 아는 사실이었다.
물론 혜정은 그녀 나름대로 고민이 있었다.
현재 프로원이 가진 인기만큼, 다시 새로운 그룹에서 사랑받을 수 있을까.
하지만 그녀는 더 이상 자신의 고민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몇몇 멤버들에게는, 자신의 그런 고민조차 사치라고 여겨질 테니 말이다.
“나는 어떻게 될지…”
주혜린이 걱정 섞인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
“MW는 퍼플링크가 데뷔한 지 얼마 안 돼서.”
주혜린의 소속사는 MW엔터.
그녀가 활동을 하려면 MW의 새로운 걸그룹을 기다리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
프로원과 같은 시기에 데뷔한 퍼플링크가 있었기 때문.
그러면 결국 솔로로 데뷔하거나,
혹은 다른 회사로 나가, 새로운 걸그룹으로 데뷔하거나.
“퍼플링크 새 멤버로 합류할 수도 있지 않아?”
“…그것도 힘들 걸.”
차라리 퍼플링크가 인기가 없었으면 모르겠지만.
이미 코어 팬층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새로운 그룹 멤버로 합류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었다.
“어떤 경우에도 걱정이 안 될 수가 없네.”
“그건 우리 모두 그렇지.”
혜정이 피식 웃으며 주혜린의 머리를 쓸어내린다.
“도연이는?”
“어, 어?”
“너는 계획 있어?”
“…글쎄.”
그들 중.
특히나 가장 대화에 끼지 못하는 멤버가 있었다.
프로듀스 101 프로그램을 통해 데뷔한 만큼, 다들 소속사가 있었지만…
도연은, 유일하게 프로원에서 개인 소속사를 통해 선발된 멤버였기 때문이다.
“도연이는 끝나고 오디션 보면 당장 데려갈 소속사가 줄을 섰을 걸?”
“솔로로도 엄청 잘 어울릴 것 같은데.”
하지만 오히려 소속사가 없는 그녀를 멤버들은 더욱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었다.
키가 크고, 훤칠한 모델 느낌의 도연.
그녀라면 솔로로 데뷔해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으니.
“사실. 최근에 연락이 오긴 했어.”
“…무슨 연락?”
“소속사 영입 제안.”
“벌써?”
멤버들이 놀라서 누워있던 몸을 일으킨다.
“아직 해체도 결정지어진 게 없고. 그래서 거절하긴 했는데…”
“그래. 프로원이 끝나고 나서 연락해도 늦지 않을 텐데.”
혜정이 눈살을 찌푸렸다.
조금은 도연에 대한 배려가 없다고 느껴졌기 때문이다.
해체가 예정된 그룹이라곤 하지만,
프로원은 그들에게 소중한 그룹이었다.
적어도 활동 중에 건드리는 건 아닌데.
“그쪽도 조금 절박해 보이긴 했어. 그래서 조금이라도 빨리 나를 원했던 것 같고.”
“…어딘지 말해줄 수 있어?”
도연이 머리를 긁적였다.
“어. 나도 아직 고민 중이지만. 어딘지 정도야.”
“어디야?”
“Bigcity 엔터테인먼트.”
도연의 말에 멤버들이 곧장 입을 다물었다.
“HY엔터가 망하고 만들어진 곳…?”
“응.”
프로듀스 101의 프로그램에 개입했던 회사. 비리. 그리고 마약 사건들.
하지만 Bigcity는 그런 것들과 엮이지 않은, HY의 노하우만을 가지고 만들어진 회사.
도연의 입장에서도 고민이 될 법 한 회사임엔 틀림없었다.
도연이 슬쩍 그런 멤버들을 돌아보더니 피식 웃었다.
“근데, 그냥 무시했어. 아직까지는 프로원만 생각하려구.”
“뭘 해도 잘 될 거야, 너는.”
“정말.”
도연이 웃으며 말했다.
“Bigcity도 엄청 여기저기 찔러보는 것 같더라구. 덩치를 키워야 하니까. 그래서 일단 지켜보려고.”
신생이지만 신생이 아닌 Bigcity 엔터테인먼트.
그렇게 조금씩 그들에 대한 소리소문들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xxx
“오늘 스케줄 있어?”
헬리의 작업실.
여느 때와 같이 팝업 스튜디오에 올라온 영상의 반응을 살펴보던 남궁수.
내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겉옷을 챙겨입자, 그녀가 시선을 흘깃 올려다보며 물어왔다.
“아, 어어. SIS엔터랑 미팅해야 되거든.”
“SIS엔터?”
처음 들어보는 엔터라는 듯 고개를 갸웃거린다.
모를 만도 하지.
회사도, 그리고 나와 작업하는 그룹도 그렇게 유명한 건 아니거든.
“R-ade랑 작업하러. 정확히는 ‘거리의 댄서들’에 함께 출연했던 지수의 솔로 앨범을 담당하게 돼서.”
“오오~ 여자 솔로? 느낌이 다른데?”
“다르긴.”
남궁수가 오바하며 하는 말에 나는 미소를 지었다.
뭐, 다르긴 하지.
R-ade는 보컬 중심의 걸그룹이니.
거기서 유일한 메인 댄서인 지수는 지금껏 R-ade가 보여주던 모습과 확 다른 컨셉으로 솔로로 나오는 거니까.
“어, 잠깐만. R-ade?”
그렇게 남궁수와 대화를 하고 있길 얼마.
오랜만에 작업실에서 얼굴을 비춘 헬리가 하품을 쩍 내뱉다가 문득 고개를 갸웃거렸다.
요즘 남유현이랑 작곡부터 함께 작업한다고 하던데.
피곤하긴 해 보인다.
“왜 그래?”
그런 녀석의 의아한 반응에 물어봤더니.
턱을 부여잡고 곰곰이 생각하던 헬리가 손가락을 딱! 튕기며 말하는 것이었다.
“거기, 네가 전에 곡 작업을 Bigcity 엔터테인먼트랑 한다고 하진 않았어?”
“아!”
그의 말을 들으니 나도 떠올랐다.
SIS 엔터, 지수와 솔로 관련 얘기를 할 때.
A&R팀을 Bigcity엔터 쪽 A&R팀과 협업해서 타이틀 곡을 뽑아낸다고 했던 것 같은데.
Bigcity면…
‘김대주를 볼 수도 있겠네.’
아마, 회사의 사정이 쉽진 않을 거다.
잘은 모르겠지만, 내부 사정은 커렌트 엔터테인먼트보다 조금 나은 정도려나.
그러면 아이돌 솔로 기획이면 꽤나 큰 건이었고, 김대주가 직접 컨트롤 한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특히나 김대주는 기획팀에서 1선으로 뛰던 팀장이었으니까.
‘…보기 싫은데.’
그리고,
회귀 전 나를 ‘이용했던’ 그 김대주의 본성을 아는 내게는 꽤나 탐탁지 않은 이름이었다.
“그런데…”
헬리가 머쓱하게 뒷머리를 긁적였다.
이걸 말해도 되나? 하는 듯한 눈치.
끈질기게 기다리니, 그가 슬쩍 나와 눈을 맞추더니 말했다.
“남유현이, Bigcity쪽과 최대한 얽히지 말라고 하던데. 왜 그런지 모르겠지만.”
“나도 같은 생각이야.”
…굳이 엮이고 싶지는 않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굳이 쫄려서 피할 이유는 없지.
“SIS측에서도 솔로 가수의 케어에 대해 아무런 정보가 없는데, Bigciry의 A&R 팀은 매력적일테니까.”
내가 할 건 A&R작업이 아닌, 지수와 함께 안무를 짜는 것.
조금은 거리를 둘 수 있을 것이었다.
“다녀 올게.”
그렇게 나는 작업실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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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SIS 엔터에 도착했을 때.
미팅을 진행하는 자리에 앉아있는 김대주의 모습.
나는 그를 보자 놀랄 수밖에 없었다.
회귀 후, 처음 마주하게 되는 김대주였기 때문에 조금은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는데…
“안녕하세요. 최 안무가 님.”
그는 회의실에 내가 들어서자마자…
90도로 고개를 숙이며, 내게 공손하게 인사를 건넸기 때문이다.
얼굴 천재 안무가가 되었다 – 158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