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59
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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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건지,
SIS 엔터의 회의실에 내가 등장하자, 모두가 벌떡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래봤자 회의실에 있는 인원이 많진 않았다.
거리의 댄서들을 함께 촬영하며 몇번 얼굴을 본 적 있는 지수의 매니저.
그리고 딱 봐도 SIS엔터 쪽 기획 담당자로 보이는 30대 중반의 여자.
“안녕하세요, 최 안무가 님.”
그리고 그들의 맞은편에 있는 김대주.
내가 들어서자, 갑작스럽게 90도로 숙이는 김대주의 행동에 놀란 건 나뿐만이 아니었다.
SIS엔터 쪽 관계자들 역시 놀라 한 발자국 뒤로 물러섰다.
잠깐 가슴을 추스리고는, 내게 다시금 인사를 건네온다.
“처음 뵙겠습니다. SIS 엔터 음반팀 팀장 이인혜라고 합니다.”
“아, 네. 최연우입니다.”
이 정도면 귀빈이 온 것 같은 환영이다.
고맙긴 한데, 조금은 부담스러울 정도.
“이쪽은…”
슬쩍.
그러던 중 특히나 회의실의 공기를 무겁게 하는 사람.
고개를 들어올리는 김대주의 모습에, 어색하게 이인혜 팀장이 나와 김대주를 힐끔거린다.
나는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고 말했다.
“아, 알고 있습니다. 전에 Bigcity랑 같이 작업한다는 얘기를 들어서요.”
“아아. 다행이네요. 김대주 대표님이십니다.”
대표.
그 자리에 있는 김대주의 모습이 생각보다 어색해 보인다.
“…”
만약 내가 평범한 안무가였다면 김대주의 행동에 꽤나 많이 놀랐겠지.
한 소속사의 대표가, 영업맨처럼 90도로 고개를 숙인다는 게 어색하게 보일 법도 했으니 말이다.
“오랜만입니다.”
“…네.”
하지만 나는 그가 어째서 이런 행동을 하는 건지 알고 있었다.
‘살아남기 위해.’
김대주가 아무런 목적 없이 이럴리는 없을테니까.
Bigcity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인력.’
김대주를 필두로, A&R팀은 대부분 유지되어 왔다고 하지만.
그 대형 기획사 내부에서 능력있는 사람들을 김대주가 모두 붙잡았을 리는 없을 것이었다.
결국 신생 소속사가 어떻게든 자리를 잡기 위해선, 아티스트를 대박내야하고.
그 대박내기 위한 인력이 필요하다.
“일단 앉아서 얘기를 나눠도 될까요?”
“네.”
나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빈 자리를 향했다.
한편,
이인혜 팀장은 연신 싱글벙글한 모습이었다.
“이번에 함께하는게 서로에게 좋은 기회가 됐으면 좋겠어요. 최 안무가 님.”
“네, 저도요.”
“우리 R-ade 애들이 이번 ‘거리의 댄서들’ 나가기 전까지만 해도 걱정이 많았는데. 이번을 계기로 지수 솔로에 많은 걸 걸고 있습니다.”
이인혜가 말하며 슬쩍 김대주를 쳐다본다.
“저희가 솔로 아티스트를 케어한 경험이 없는데, 이렇게 Bigcity 쪽과 컨택을 한 것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구요.”
“하하하.”
김대주가 어색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Bigcity 쪽은 예전에 솔로 아티스트와 많이 작업을 해 봤나요?”
“음. 회사는 신생이지만, 아무래도 팀원들은 베테랑이다 보니.”
내 질문에 김대주가 자신만만한 얼굴로 말했다.
회의실에 있는 모두 의도적으로 HY엔터라는 이름을 내뱉기를 꺼리는 느낌이었다.
아무래도 워낙 부정적인 이미지라 그런 것 같았다.
“후. 그래도 이번 솔로 앨범으로 팬들도 만족할만한 결과가 나왔으면 하네요. 워낙 팬들한테 시달리는 터라.”
이인혜가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원래 팬덤에게 미움받지 않는 소속사가 없죠.”
김대주가 그런 그녀를 위로하듯 덧붙인다.
김대주의 말처럼,
보통 아티스트의 소속사들은, 팬덤에게 ‘일처리 못한다’라는 이미지가 박혀 있곤 했다.
모든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긴 힘든 일이라.
아무리 일처리를 잘해도, 한번 삐끗하면 ‘역시 쯧쯧’ 하는 소리를 듣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그건 대형 기획사보다 SIS 엔터처럼 중소 기획사가 더했다.
R-ade를 좋아하는 팬들의 입장에선,
자신의 최애 그룹이 뜨지 못하는 이유는 소속사의 잘못으로 떠넘길 수밖에 없을 테니까.
“저희 R-ade 팬덤이 그게 좀 심하긴 한데. 그래서 이번 솔로도 Bigcity쪽이랑 같이 하게 된 거고.”
SIS 엔터 쪽도 지수의 솔로 앨범은 처음 해보는 작업.
팬들을 만족시키기 위해 최선의 수를 쓴 것이었다.
그래서 구해진 게 Bigcity와, 내 안무였으니.
이인혜가 싱글벙글한 게 이상한 것도 아니었다.
“일단…”
간단한 신변잡기와, 함께 작업하게 된 배경에 대해 얘기를 나누길 얼마.
이내 김대주가 핸드폰을 꺼내들고는 준비해 온 자료를 슬쩍 쳐다본다.
“솔로 아티스트로 갈 때는, 일단 컨셉을 R-ade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는 게 좋아 보여요.”
그의 말에 금방 이인혜가 고개를 끄덕인다.
“R-ade는 보컬을 위주로 하는 그룹이었으니까요.”
“지수는 다른 멤버들에 비해 귀여운 이미지가 있으니, 그런 컨셉으로…”
“아닙니다.”
하지만 도중.
나는 김대주의 말을 끊고 답했다.
“?”
“귀여운 컨셉으로 가는 건 딱히 메리트가 없어 보여요.”
김대주가 가만히 나를 쳐다본다.
“왜 입니까?”
…사실,
이건 회귀 전에는 누구나 하는 공식 같은 것이었다.
보통 걸그룹의 솔로 데뷔는 인기멤버, 혹은 메인 보컬이 나오는 게 보통.
솔로로 데뷔할 때 기존의 그룹과 다른 이미지를 가져가는 건 당연하지만.
그게 귀여운 컨셉이면 차라리 여럿이 모여서 안무를 추는 그룹 활동으로 써먹는 것이 훨씬 볼거리가 많았다.
하지만 그건 수많은 회사들이 시행착오를 겪어서 나온 결론.
‘지금 김대주를 설득시키려면…’
다른 이유를 대야만 했다.
나는 잠깐 그와 눈을 마주치고는.
지수의 이미지를 머릿속으로 그려봤다.
“지수가 이번에 솔로 앨범을 기획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가 뭔가요?”
“…”
“그건 R-ade에 있을 때의 지수 때문이 아닙니다.”
“그건 그렇죠.”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이인혜까 곁들이듯 말했다.
“만약 지수가 R-ade 소속으로만 활동을 해왔고, 거기서 솔로 데뷔를 기획했다면 귀여운 컨셉도 나쁘진 않을 겁니다.”
물론 그렇게 되면,
앨범의 대중적인 성공을 노린다기보다, 기존의 지수를 좋아하는 팬덤을 노리는 이벤트성 앨범일 확률이 더 높았다.
내가 아는 멤버의 새로운 모습.
그것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팬들은 좋아할테니까.
하지만 이번 앨범은 그것이 아니었다.
이미 형성된 고정된 팬층을 위한 솔로가 아닌.
더 많은 팬층의 유입을 위한 솔로 앨범.
“하지만 지금 대중들이 지수를 알고 있는 건, ‘댄서’로서의 모습이 더 큽니다. 하지만 아직 그 이미지를 확실히 각인시킬 앨범이나 노래가 없죠. 이번 솔로는 그 목적이 가장 먼저 돼야 할 겁니다.”
“아…”
이인혜가 입을 벌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한 아티스트를 떠올렸을 때,
그 가수의 대표곡이 떠오르고, 그 가수가 주로 부르는 노래의 이미지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하지만 지수는 예능을 통해 ‘춤을 잘 추는 아이돌’의 이미지는 있지만.
그것과 함께 떠오르는 대표곡이 없었다.
“확실히, 익숙한 이미지를 다지고 가는 게 좋겠네요.”
“새로운 건 그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나는 쐐기를 박듯 말했다.
물론 그 이후에도 새로운 것보다 대중들이 기대하는 이미지를 계속해서 보여주는 게 안전하다는 건 알지만.
일단 지금은 첫 앨범이니까.
“알겠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쉽게 받아들이네.’
이미 김대주가 지수를 보고 준비해 온 컨셉이나, 노래가 있을텐데.
생각보다 빨리 그는 내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게 나쁠 건 없는데, 조금 의아하긴 하다.
내 기억속의 김대주는 자신의 의견을 관철하는 게 확실했던 사람이었으니까.
‘…상황이 바뀌었으니, 사람이 같을 수도 없겠지.’
하지만 나는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지금 김대주의 상황은, 과거 내가 알던 5대 대형 기획사 HY엔터의 팀장이 아니었으니까.
“그럼 노래와 컨셉이 나오면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 후에 안무 컨셉도 잡아보죠.”
이인혜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렇게 회의실을 나가려는 순간.
“잠깐 얘기 좀 할까요?”
김대주가 나를 붙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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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처의 카페.
나는 그와 마주보고 앉은 후에야, 똑바로 얼굴을 쳐다볼 수 있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인데, 내 기억 속 모습과 꽤나 달라졌네.
그는 남자다운 외모에, 젠틀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 그의 이미지 덕분에 HY 내부에서 빠른 승진을 했던 것도 있었을 테고.
그런데 지금 보는 그의 모습은 다소 칙칙해보인다.
얼굴의 피부부터 상태가 좋지 않았고, 적당히 올라와 있던 살집도 쫙 빠져, 눈빛이 다소 날카롭게 느껴질 정도였다.
“푸하-!”
그는 나온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한숨에 들이키고는 나를 바라봤다.
“오랜만이네.”
“네. 형.”
둘만 있는 자리에 오니, 자연스럽게 말을 놓게 된다.
호형호제하던 사이였으니까.
하지만 회귀 후 그와 의도적으로 연락을 끊고 지낸지도 1년.
김대주 역시 나를 어색하게 보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냐.”
피식.
그가 자조적인 한숨을 내쉬더니 중얼거렸다.
그의 말마따나.
그는 HY에 입사해, 탄탄대로를 밟고 올라갔을 사람이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실적을 올려 승진. 실제로도 그랬으니까.
하지만 현재에는 다소 억울할 법도 했다.
마약 게이트에 얽히지는 않았으나, 회사가 공중분해되어버렸다.
“하지만 난 이번이 오히려 새로운 기회라고 생각한다, 연우야.”
김대주가 슬쩍 손을 내밀더니, 내 손을 붙잡았다.
나는 슬쩍 손을 빼냈다.
“같이 가자.”
그가 고개를 숙이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어쩌면 처음부터 그의 목적은 이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Bigcity와 SIS엔터가 함께 한다고 했을 때.
오늘 이 곳으로 내가 올 때도, 조금은 이런 결과를 예상했었다.
‘헬리에게도 제안을 했었으니까.’
주변에 여기저기 다 찔러본다는 걸 모를 수가 없었다.
“…”
문득,
그가 HY엔터로의 영입을 제안했을 때가 떠올랐다.
어디까지나 내가 1순위가 아니었던 그 때.
그리고 지금 내게 손을 내미는 그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김대주는…’
후회 했을까.
그 때, 나를 상가에 두고 다른 댄서를 선택했던 자신의 선택을.
어쩐지…
‘그럴리 없지.’
김대주는 그러지 않았을 것 같았다.
“형, 너무 늦었어요.”
나는 피식 웃으며 그에게 말했다.
“저는 이제 남의 밑으로 들어가기보다, 제가 누군가를 품어줄 거거든요.”
“팝업 댄스 스튜디오. 그거 말하는 거야?”
“아시네요.”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 회사에서도 새로운 안무가의 느낌을 원한다면 의뢰하세요. 에이전시 개념으로도 운영하니까.”
물론 아직 사원을 뽑고 정식으로 운영하는 건 아니었지만.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연우야, 너는 날 잘 모르지.”
그 순간.
김대주가 의자에 등을 기대며, 나를 올려다본다.
비쩍 마른 그의 모습이 더욱 서산하게 보였다.
“…”
“나는 어떻게든 올라갈거야.”
그가 입술을 꾹 깨물며 말했다.
“그러니, 지금 나를 선택하지 않은 걸 넌 후회할거고.”
“알아요.”
나는 그런 그의 모습에 피식 웃었다.
알고 있다.
그가 얼마나 악바리이고, 독종인지.
HY엔터에서 나를 이용해 먹고, 수많은 다른 댄서들까지 이용해 실적을 채우던 녀석이니까.
하지만 그 모습을 알기 때문에,
그의 밑으로 들어가고 싶지 않은 거다.
“후회하게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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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유현이랑 한 작업물, 한 번 들어볼래?”
얼마 후.
SIS 엔터와 Bigcity에서 지수에 관련된 작업물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꽤나 걸릴 일이었고.
덕분에 나는 망중한을 즐기고 있는 와중.
헬리의 말에 나는 금방 고개를 끄덕이고 컴퓨터 앞으로 향했다.
타다닥.
헬리가 노래를 검색하고, 클릭하며 말했다.
“아, 그러고 보니. 전에 남유현이 나한테 Bigcity와 얽히지 말라고 했던거. 그거 계속 물어보니, 왜 그랬는지 말해주더라?”
“응?”
나는 헤드셋을 끼다가 하는 그의 말에 문득 호기심이 생겨 돌아봤다.
그러고 보니,
남유현은 왜 헬리에게 Bigcity와 얽히지 말라고 했을까.
이전에 얽힌 게 있었나, 했는데…
“거기 대표인 김대주. 그 사람이 HY시절에, 그리고 남유현 신인 시절에. 남유현이 만들었던 자작곡을 뺏어서 다른 가수한테 줬던 것 같더라고.”
나는 헬리의 말에 어이가 없어 웃음을 지었다.
“뺏어서?”
“근데 남유현은 신인 입장에서 밉보이면 안될 것 같고. 상대 소속사는 대형 HY에. 눈 뜨고 코 베였다는 거지.”
나는 허탈한 한숨을 내쉬었다.
김대주가 무슨 짓이든 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렇게 대놓고 적을 만드는 스타일이었을 줄이야.
남유현의 입장도 이해가 가네.
“남의 잘나가는 거 빼앗는 게 전문인 모양이야.”
헬리가 피식 웃으며 노래를 재생시켰다.
더 생각할 겨를도 없이, 헤드셋에서 노래가 흘러나온다.
“잠깐, 다시 틀어줄래?”
나는 생각을 다잡고 노래에 귀를 기울였다.
남의 것 빼앗는 게 전문.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