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60
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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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남유현과 계속 연락하고, 미팅을 진행하며 만들었던 헬리의 작업물.
“좋네.”
나는 헬리가 들려주는 노래를 끝까지 듣고, 헤드셋을 벗으며 담백하게 말했다.
“괜찮아?”
“최근 네가 계속 발라드, 어쿠스틱, 이런 쪽으로만 곡을 내서, 조금은 뻔한 느낌으로 또 곡이 나올까봐 걱정했거든.”
“…최근 좀 그러긴 했지.”
최근 들어 민아인의 노래나, 남현우의 「프렌치 토스트」처럼.
보컬 위주의 곡을 많이 쓴데다, 남유현도 어쿠스틱 발라드 가수다보니,
비슷비슷한 포크송이 나오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올드팝 느낌이네.”
“응. 유현이가 그런 쪽으로 한 번 만들어보고 싶다고 하더라고.”
“좋아. 3분이 짧게 느껴질 정도로.”
“사실 길이가 2분 40초밖에 안돼.”
헬리가 농담처럼 건네며 씨익 웃었다.
어쨌든 내 긍정적인 평가에 만족스러운 표정이었다.
사실 뭐.
내가 노래를 만드는 쪽이나, 음반 제작 쪽으로 전문가는 아니다보니.
노래를 들어도 조언이라고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았다.
기껏해야 좋다 나쁘다 정도?
그런데도 헬리는 꼭 노래가 나오면 이렇게 들려준다.
언제부터였더라.
‘민아인을 찾았을 때부터인가?’
나와 수많은 보컬 학원들을 돌아다니며 민아인이라는 보컬을 찾아냈을 때부터.
헬리는 나를 무슨 엄청난 선구안이 있는 캐스팅 디렉터 쯤으로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그 정도는 아닌데.
‘어쨌든 믿어주니 좋은 건가.’
물론 애초에 내가 나쁘다고 할 만한 작업물을 만들어낸 적이 없는 헬리였지만.
“흠흠-.”
헬리가 기분이 좋은 듯 콧노래를 흥얼거린다.
“이 곡 딱 완성되고, 유현이가 나보고 곡 홀랑 가져가서 써먹을 거냐고 묻더라.”
“하하, 김대주가 한 것처럼?”
물론 이번 노래는 헬리와 남유현이 같이 만든 케이스지만.
어쨌든 자신의 애정이 들어간 노래를 빼앗겨버린다는 것에 트라우마가 제대로 박혀있나보네.
“장난으로라도 그러면 대박이긴 하겠네.”
“대박이긴. 다른 그 어떤 사람한테 곡을 줘도 남유현보다 성적을 못 낼텐데. 그러는 게 바보 아냐? 클클.”
헬리가 너털웃음을 터트리며 말했다.
결론은 김대주가 바보라는 소리다.
끼익-.
“너네 뭐 해?”
그러는 사이.
작업실의 거실 테이블에 앉아 늘 그렇듯 노트북과 씨름을 하던 남궁수.
그녀가 작업을 끝낸 듯, 슬그머니 헬리와 내가 있는 방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남유현이랑 작업할 타이틀곡 한 번 들어보고 있었어.”
“어? 그거 완성됐어? 나도 들어봐도 돼?”
헬리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까딱인다.
“으쌰.”
나는 남궁수에게 자리를 비켜주고, 기지개를 쩍 폈다.
“나른하네.”
그나저나, 이런 휴식은 꽤 오랜만이네.
영화의 안무를 수정하게 된 것과, 헬리의 앨범 프로젝트가 진행된 것. 거기에서 뮤직밀리언 엔터와 얽힌 남현우와 팝업 스튜디오의 선아까지…
소리파도 어워즈 이후로 쉴 새 없이 달려와서 쉴 틈도 없었던 것 같다.
“어디 보자…”
그래도 할 일이 전혀 없는 건 아니고.
당작 닥친 건 SIS 엔터와 지수의 솔로 앨범 작업. 그리고 영화의 마무리인데…
영화의 까메오 출연은 크랭크인 들어간 후에 하기로 되어 있었다.
다른 출연자들의 스케줄을 고려해, 크랭크아웃되는 마지막 촬영 며칠 전.
따로 모여 연습할 필요도 없었으니 그 사이 시간이 많이 비고, SIS 엔터에서도 곡이 나오려면 기다려야한다.
즉.
“할 일이 없네.”
이렇게 나른한 게 오랜만이니 어째 어색하게 느껴진다.
“…”
그렇게 의자에 등을 젖히고 빙글빙글 돌고 있길 얼마.
노래를 다 듣고 헬리와 대화를 나누던 남궁수가 힐끔 나를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슬슬 연우 촬영도 해야 될 텐데.”
“촬영?”
“응. H&C Gallery에 네 영상 올라간 지 꽤 됐잖아.”
그러고 보니, 최근 우리 채널엔 헬리와 관련된 것들만 올라갔지.
“헬리 프로듀싱 앨범이랑, 최근에 내가 기획해서 헬리랑 아인이랑 리뷰 컨텐츠 같은 것도 찍어 올렸고.”
약 네 다섯개 영상이 헬리 작업물로 채워지고,
나와 관련된 건 ‘영화 안무를 담당했다’라는 소식밖에 없으니.
유튜브에 나를 궁금해하는 팬들이 목놓아 떡밥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리였다.
그런데.
“무슨 컨텐츠를 해야 하지?”
나는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내가 연예인이고 소속사가 있으면야 이런 저런 예능이나 스케줄을 잡을텐데.
나를 좋아해주는 팬들에게 미안하네.
“브이로그?”
남궁수가 슬쩍 말했다.
“또?”
“또라고 해도, 결국 독자들이 가장 원하는 게 브이로그인 걸.”
…맞는 말일지도.
SNS를 한다고는 하지만, 매일 구름 사진이나 음식 사진만 찍어 올린다고 핀잔을 맞는 게 일상인데.
브이로그에서라도 팬들에게 모습을 보여줘야 할 것 같았다.
춤 영상을 찍어 올리는 것도 방법 중 하나지만, 그러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까.
“그런데 브이로그라고 해도…”
물을 한 모금 마셨다.
브이로그도 뭐, 찍을 게 있어야지.
예전엔 브이로그 보면 그냥 일상을 담는 거라는 생각에 쉽게쉽게 생각했는데.
막상 찍으려니, 그럴 듯한게 있어야 올리던가 말던가 하지.
집에서 누워 놀고 자는 걸 찍을 수도 없고.
한 번 생각해보자.
지금까지 뭘 찍었더라.
“첫 번째가… 작업하는 거. 두 번째가 홍대에 나갔던 거…”
끙.
나는 턱을 부여잡고 작은 신음을 내뱉었다.
“사실 얼굴만 찍어도 컨텐츠이긴 한데…”
남궁수는 전혀 도움 안 되는 이야기를 중얼거리고 있었고.
그렇게 이런 저런 생각을 하길 얼마.
헬리가 슬쩍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 차 한대 뽑을까?”
.
.
.
그러고 보니 차를 마련해야겠다고 생각만 했지, 뽑을 시간이 없었네.
난 자기가 오히려 더 신이 난 헬리에게 이끌려 작업실을 나섰다.
지하에 위치한 작업실이다보니, 밖으로 나오니 햇살이 곧장 내리쬔다.
“아~ 날씨 좋네!”
“추운데…”
“이게 추워? 약하네, 약해!”
그런데 겨울이 다가온만큼, 햇살에 비해 칼바람이 몰아친다.
옷깃을 여미던 남궁수가 잔뜩 신난 헬리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더니 나를 보며 슬쩍 귓속말을 건넨다.
“…왜 저렇게 신났어?”
“헬리가 차 좋아하잖아.”
“그래? 왜 난 몰랐지?”
“평소에 보면 차 찾아보고 그러던데?”
생각해보니, 회귀 전에 알았던 거구나.
내 기억에, 헬리는 차에 애정을 쏟기로 유명했다.
작곡가 업계에서 탑을 찍은 만큼, 결코 적지 않은 수입을 올렸었기에.
슈퍼카를 여러 대 보유하고, 내킬때마다 다른 차를 타고 다닌다는 얘기를 들었던 것 같기도.
‘나는 관심도 없었지만.’
애초에 돈은 있지만, 밖에 나갈 일이 많지는 않았던 나는 해당사항이 없는 일이다.
어쨌든 카메라맨으로 따라나선 남궁수와 함께, 나는 헬리를 따라 자동차 매장으로 향했다.
‘…외제차?’
그런데 어째 끌고 가는 곳이 내가 생각지도 못한 곳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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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나와 남궁수는 잔뜩 힘이 빠진 채, 축 늘어져 테이블에 엎어져 있었고.
헬리 혼자 만족스럽다는 듯이 커피를 홀짝였다.
나는 그냥 적당히 타고다닐 수 있는 차를 생각했는데,
처음 찾은 매장부터 외제차 매장이더라니.
“여러분. 이게 지금 어떻게 된 거냐면…”
남궁수가 나를 카메라로 찍으며 한숨을 푹 내쉬었다.
나는 그런 그녀의 말을 이어서 답했다.
“제가 차를 사러 왔는지, 이 녀석이 차를 사러 왔는지 모르겠네요.”
“이게 힐링이지.”
헬리가 몽롱한 표정을 지었다.
차를 무슨 애인처럼 생각하는 모양이다.
“제가 큰맘 먹고 차를 뽑으러 왔는데, 딜러들이랑 얘기는 이 녀석이 다 하고. 저랑 남궁수는 떨어져서 구경만 했다니까요.”
“그래도 나 때문에 도움은 됐잖아? 시승해본 차들 전부 어땠어? 좋지 않았어?”
“이 녀석이 이건 어떻다, 저건 어떤거다 설명을 해 주는데, 사실 그것도 못 알아듣겠더라구요.”
“커헉.”
내 말에 헬리가 가슴에 화살이 날아와 꽂힌 표정으로 비틀거린다.
“그럴 수가.”
“어쨌든 차를 계약했으니까요. 도움은 많이 됐어요.”
나는 장난처럼 웃으며 말했다.
처음엔 아무래도 헬리가 생각하는 드림카나, 비싼 차들에 대해서만 찾고 그랬지만.
결국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럽게 차를 계약했다.
바로 산 건 아니고, 처음 들렀던 과분한 외제차를 산 것도 아니고.
혼자서 타고 다닐 수 있고, 남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정도?
물론 헬리 같은 슈퍼카만 눈에 들어오는 사람에겐 성에 안 찰 수 있겠지만.
“그래서 저희는 이제 밥을 먹으러 가겠습니다.”
“네…”
잔뜩 힘이 빠진 목소리로 남궁수가 웅얼거린다.
“마지막으로 한마디 해주세요.”
그리고 정신을 차린 헬리가 내게서 카메라를 빼앗더니, 나를 촬영하며 물어왔다.
“한마디?”
팬들에게라.
어색하고 부끄럽네.
“앞으로 재밌는 영상과 멋진 안무로 찾아뵙겠습니다.”
심플하지만 뭐라고 해야할 지를 몰라서.
뚝-.
그리고 끝난 촬영.
“와, 진짜 노잼이다.”
“…”
헬리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촌철살인 멘트를 던진다.
“내가 너처럼 생겼으면, 어? 막 아이돌처럼 손가락 하트도 날려주고 말야. 그래야 팬들이 좋아하지.”
“네 팬들한테 해.”
“…내 팬들은 그런 거 싫어해.”
단호하게 말하는 헬리.
어쩐지 그의 목소리가 서글프게 들린다.
“그럼 밥 먹으러 갈까?”
남궁수가 엎드려있던 자세를 일으켰다.
“이번 영상은… 잘 나오겠지?”
“에이, 우리 편집자 실력이 어떤데. 개똥같이 소스를 만들어도 기똥차게 편집하시지.”
내가 슬쩍 눈치를 보며 꺼낸 말에 헬리가 주저리 설명을 덧붙였고.
자리에서 일어난 남궁수는 너무도 해맑은 표정으로 웃으며 답했다.
“몰라, 망한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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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함께하자는 제안을 거절당한 김대주여서.
혹시나 이번 SIS 엔터와의 작업에서 문제가 있으려나, 했는데.
다행히도 김대주는 문제 하나 일으키지 않고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 모양이었다.
하긴, 그에게도 이번 기회는 포기할 수 없는 것이겠지.
신생 소속사로서 입지를 다져야 하는 시기에,
SIS 엔터와 협업을 했다곤 하지만, A&R팀의 실력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니까.
“최 안무가 님 덕분에 제가 회사에서 사랑받고 있어요.”
SIS 엔터의 연습실.
나는 부름을 받아 찾아간 작업실에서 오랜만에 지수의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그녀가 팔을 뒤로 쭉 뻗는 스트레칭을 하며 말해왔다.
“덕분에?”
사랑을 받는다는 게 또 무슨 소리야.
“음반 팀이랑 같이 준비하는데, 안무 쪽에서 든든하다고. 이번에 엄청 기대를 하고 있던데요?”
아무래도 SIS 엔터 측에서 생각 이상으로 더 나를 좋게 보는 모양이다.
‘거리의 댄서들’으로 지수와 함께 대박을 내서 그런가.
“뭐, 멤버들은 아무런 말도 없지만요.”
그러다가 지수가 작은 목소리로 말한다.
하긴, 아무래도 모든 그룹들이 퍼플링크처럼 서로 화기애애 할 수만은 없겠지.
SIS엔터처럼 회사가 적고, 멤버 한 명 한 명 케어를 할 수 없는 케이스면 더더욱.
게다가 R-ade는 아이돌 판에서 ‘실력파 보컬 그룹’이라는 이름은 있지만.
그럴듯한 메가 히트곡이 하나도 없는 처지.
사람 따라 다르겠지만 그런 조건들을 생각해보면 멤버끼리 조금은 서먹한 것도 이해는 갔다.
나 역시 그런 걸그룹을 많이 봐왔고.
“네가 이번 솔로로 엄청 대박을 터트리면 돼. 화이팅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걸그룹들의 문제 아닌 문제는 결국 ‘인기’를 얻게 되면 해결되니까.
한 멤버가 얼굴이 되어 유명세를 타서 이름을 알리는 케이스는 굉장히 흔했다.
퍼플링크의 ‘서은아’, 스프링컬러의 ‘조가빈’, 리버티의 ‘한세나’…
지수가 서은아처럼 인기 멤버로서 멤버들의 신임을 받으면서 갈지.
한세나처럼 그룹 내에 여왕처럼 군림하며 갈 지는 모를 일이지만 말이다.
“그런데 제 솔로가 지금까지 그룹 컨셉과는 다르다는 말이 나와서 말인데… 이번 앨범 컨셉. 괜찮을까요? 아, 물론 의심하는 건 아닌데.”
지수의 입장에선 걱정이 될 만도 한 일이다.
솔로 데뷔니까 새로운 컨셉으로 나가야 경쟁력이 있는데,
정작 그게 자신 당사자라고 생각하면 맨땅에 헤딩을 하는 기분일테니 말이다.
근데 아쉽게도 나는 아직 정확히 어떤 컨셉인지는 듣지 못한 상태여서.
“…글쎄?”
“허얼. 쌤이 그러면 어떡해.”
그녀를 안도시킬만한 얘기를 해줄 수가 없었다.
그렇게 서 있길 얼마.
띠리링-!
내 주머니에 있던 핸드폰이 울린다.
전화였다.
“어?”
그런데, 전혀 생각지도 못한 인물에게서 온 전화.
그런 내 모습에 지수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쳐다본다.
“왜요?”
“잠깐만.”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
‘주혜린이 왜 전화를 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