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161
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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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세요?”
[…]“어? 뭐지? 여보세요?”
전화를 받은 직후.
나는 아무 말 없는 주혜린의 목소리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뭐지? 잘못 전화했나?”
다시 한 번 핸드폰 화면을 바라봤다.
내가 잘못 봤나?
‘아닌데, 주혜린 맞는데?’
[아, 아. 여보세요? 연우 오빠?]그렇게 잠깐 공백 직후에 주혜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어쩐지 조심스러운 목소리다.
핸드폰 너머에서 왁자지껄한 소리가 들린다. 적어도 숙소는 아닌 것 같았다.
아니, 프로원만큼 인원이 많으면 숙소도 왁자지껄하려나.
[쌤!]하지만 그런 내 생각과 동시에 핸드폰 저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소리지르듯 나를 불렀다.
“누구야?”
분명 프로원의 멤버는 아닌데.
또 다시 버퍼링이 걸리는 것 같은 침묵이 있다가, 이윽고 주변의 사람을 떼어낸 듯 주혜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현 언니에요. 퍼플링크의.]“시현이?”
어쩐지 목소리가 익숙하더라니. 퍼플링크였구나.
그런데 주혜린과 김시현이라. 생각지 못한 조합인데.
[혹시 오늘 저녁 시간 되세요? 같이 저녁 먹어요.]“음. 잠시만.”
나는 잠깐 귀에서 핸드폰을 떼고 핸드폰 시계를 확인했다.
“저녁이면 괜찮을 것 같아.”
[와! 정말요?]어째 너무 기뻐하는데.
[그럼 저녁에 봐요!]“어, 어?”
그렇게 약속을 잡은 뒤.
주혜린은 뭐라고 내가 말을 덧붙일 새도 없이 잔뜩 신이 나서는 전화를 끊었다.
바쁜 일이라도 있는 거야?
갑자기 전화해서 저녁을 먹자는 것도 그렇고,
무슨 일로 저녁을 먹자는 건지 물어보지도 못했네.
나는 그런 끊겨버린 전화를 멍하니 쳐다보다, 피식 웃고 말았다.
어쩐지 전화 너머의 주혜린의 모습이 눈에 선하게 그려지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끊고 나서 자기도 너무 뜬금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지도 모르고.
“무슨 일이에요?”
그러길 얼마.
한뼘 떨어진 곳에서 의아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던 지수가 물어왔다.
“아까 전화 받을 때 표정은 무슨 대학 시험 합격 발표를 받았을 때 같던데.”
“하, 하하.”
나는 어색하게 웃었다.
아까는 혜린에게서 전화를 받은 게 처음이라, 놀라서.
“애들이 저녁 같이 먹자고 해서.”
“어어 저녁이요? 저도 같이 먹자고 하려 했는데.”
“너? 너는 왜?”
특별히 할 말이라도 있나?
하지만 지수는 가벼운 목소리로 답해왔다.
“그냥요. 어차피 오늘 연습 끝내면 시간도 저녁 즈음 될 것 같아서…”
“그럼 다음에 먹자. 약속을 이미 잡아버려서.”
“그러죠, 그럼.”
지수가 가볍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럼 대신에.”
“?”
그러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핸드폰을 꺼내들었다.
그러고는 곧장 SNS를 키더니, 나를 향해 화면을 들이민다.
“맞팔해줘요.”
“아, 어?”
…인스타?
“쌤은 다른 거리의 댄서들 출연자랑은 다 맞팔했으면서, 왜 저는 안 해줘요.”
지수가 서운하다는 목소리로 투덜댔다.
“몰랐어. 난 너 그룹 계정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내가 딱히 SNS에 팔로우를 관리하거나 그러는 건 아니었다.
연예인들 중 아는 사람은 내가 먼저 팔로우를 하기도 하고, 맞팔도 하고.
보통 아이돌 그룹은 개인 계정보다는 그룹 계정으로 회사에서 운영하니까. 지수도 당연히 그런 줄 알았는데.
“저희는 멤버 각자 아이디 있어요.”
그런 케이스도 없는 건 아니지.
“내 SNS 팔로워 해도 뭐 별거 없을 텐데.”
나는 지수의 팔로우를 누르며, 어쩐지 부끄러운 기분으로 말했다.
풍경사진, 음식사진. 공연장 사진들. 그리고 가끔 만나는 아티스트들이나, 헬리와 남궁수와 함께 찍은 사진들이 다였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거든요.”
하지만 지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오늘 사진 한 번 찍어 올릴까요?”
그러더니, 나를 이끌고 연습실 중앙으로 걸어갔다. 연습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찍는다.
“이거 올리면 프로모션 일정에 영향 받는 거 아냐? 솔로 작업물에 내가 안무 담당한 걸 사람들이 알지 않을까?”
“에이, 쌤. 아직 저희 팬들도 다음 앨범이 제 솔로인 걸 몰라요. 게다가 연말에, 같은 거리의 댄서들 출연진인데.”
아무튼 눈치챌 리는 없을 거라는 말이었다.
“그럼 한 번 해볼까요?”
지수가 사진을 찍어 올리고는, 만족스럽게 말했다.
오늘 나를 만나자고 했던 이유 중에는 맞팔도 하나 있었던 모양이다.
‘참 내.’
나는 피식 웃으며 연습실 의자에 앉아, 가만히 지수를 바라봤다.
이젠 오늘 보러 온 원래 목적을 야 봐야 할 때가 왔으니까.
오늘 내가 지수와 연습실에서 만난 이유는 두 가지였다.
하나는 아직 결정 나지 않은 그녀의 솔로 앨범에 대해 얘기하려고.
그리고 또 하나는, 그녀가 내게 창작 안무를 한 번 봐달라고 부탁했기 때문이었다.
‘다들 하나 둘 씩 안무 창작을 하네.’
해브잇부터 지수. 그리고 원래부터 안무에 미쳐 살던 화이언까지.
원래부터 댄서는 자신의 안무를 만드는 것이 이상한 건 아니지만.
‘거리의 댄서들’ 이후로, 출연진 아이돌들은 더더욱 그러는 경향이 늘어난 것 같았다.
‘어쨌든 좋은 게 좋은 거겠지.’
그리고 그런 건 나에겐 나쁠 것 없는 일이었다.
자신의 안무를 만들면 자랑하고 싶거나, 뿌듯한 기분이 든다.
하지만 단순히 자신의 그룹 SNS나, 회사를 통해 안무 영상을 올리면 보는 사람은 자신의 팬덤으로 한정되어 있다.
그럴 때, 더 많은 사람에게 안무를 보여주고, 알리고 싶을 때.
팝업 스튜디오 채널이라는 게 눈에 들어올 수 있는 일이니까.
‘물론 그 수준이 어느정도 돼야 겠지만.’
적어도 전문가 수준으로.
지수가 만든 춤은 어느 정도로 괜찮을까?
거리의 댄서들 출연자는 다들 국내에 손꼽히는 춤꾼이니만큼, 창작 안무도 기대가 된다.
“합니다.”
지수가 살짝 긴장한 목소리로 말했다.
나는 입술을 살짝 핥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6시 쯤에 회사 근처에 엄청 유명한 떡갈비 집에서 봐요!]“떡갈비 집?”
지수와 연습을 끝마친 후.
나는 언제 받은 지 모를 문자를 확인하고, 식당으로 향했다.
회사라고 하면 MW사옥일거고.
SIS 엔터와 그렇게 먼 것도 아니니 괜찮긴 한데…
“유명한 떡갈비 집이 어디야?”
Free Plus 소속이래봤자 긴 시간 있었던 것이 아니라서, 사옥 근처에 맛 집을 잘 모르겠네.
[아, 떡갈비 집? 알지! 성북동 떡갈비!] [성북동? 사옥 위치가 성북동이 아닌데?] [그냥 가게 이름이 성북동 떡갈비야.]선아 찬스를 통해 알아낸 식당.
꽤나 고급스러워 보이는 인테리어와는 별개로,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분위기는 동네 포장마차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이 많긴 하네.”
“여기!”
괜히 식당 내부를 둘러보며 들어가고 있으려니,
내 앞에 불쑥 작은 몸집이 끼어들더니 손을 번쩍 들어올리며 시선을 끌었다.
오랜만에 보는 얼굴인 주혜린이었다.
그녀가 가리키는 자리로 향하니, 시현이 수저를 놓으며 슬쩍 고개를 숙인다.
“너네도 방금 왔어?”
“넵.”
자리에 앉고 간단한 메뉴를 주문 한 뒤.
가볍게 얘기를 꺼냈더니, 연신 싱글벙글 하고 있는 주혜린이 답해온다.
“어째 다들 안 바쁜가봐? 시간이 널널해 아주.”
“연우 오빠는 아닌 척 하네.”
장난스럽게 말했더니 입을 쭉 내밀며 주혜린이 말했다.
“나는 연예인이 아니잖아. 그리고 난 바빠. 근데 시간 내서 온 거야.”
…사실 거짓말이지만.
요즘만큼 스케줄이 널널한 때도 없을 거다.
“와아~ 그래요. 저희는 안 바빠서. 흥.”
시현이가 박수를 짝짝치며 말했다. 왠지 ‘어련하시겠어요’라는 듯한 말투가, 요즘 안 바쁘다는 걸 들킨 것 같은데.
“크흠. 그나저나 두 사람은 어떻게 아는 사이야? 아까 전화 받았을 때도 놀랐는데.”
빨리 말을 돌리던가 해야지.
“같은 소속사잖아요.”
그런 내 질문에 여전히 높은 목소리로 답하는 주혜린.
그녀를 본 시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타박했다.
“그걸 몰라서 물었겠니?”
“응? 그럼 왜?”
혜린의 어리버리 한 모습에 시현이 피식 웃으며 내게 말했다.
“전에 말한 적 있을걸요? MW들어오기 전에, 이전 회사에서 같이 연습생 생활을 좀 했었다고.”
“아아!”
기억이 나는 것도 같았다.
시현은 연습생 생활이 길어서, 여기저기 회사를 옮겨다녔다고 했지.
그래서 데뷔 후에도, 다른 그룹들의 멤버들을 마당발처럼 아는 것으로 팬들 사이에서 유명했고.
퍼플링크 멤버들이랑 다 같이 있을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니 주혜린과 퍼플링크 멤버들은 개인적인 친분이 있지는 않은 것 같았다.
“아, 사진 올라온 거 봤어요.”
“사진?”
그러던 사이.
주혜린이 핸드폰을 보며 말했다.
“R-ade 지수 님 SNS에 올라온 거요.”
“아. 방금 찍은거? 그거 바로 올렸나보네.”
연습실에서 찍은 사진.
“비율 엄청 좋다…”
주혜린이 사진 속 모습을 뚫어져라 보며 중얼거린다.
지수가 키가 큰 편이긴 하지.
아니, 거리의 댄서들에 출연한 아이돌들은 모두 키가 크다.
“부럽다.”
“…”
시현이 가만히 그녀의 모습을 보다가 어깨를 살포시 두드린다.
그 모습을 보니 어째 위로해주는 듯한 모습이다.
난 피식 웃으며 거기다 말을 더했다.
“괜찮아 혜린이 너는 키가 작아서 또 너만의 매력이 드러나잖아?”
진짜로.
주혜린은 활기차고, 에너지가 넘치는 그런 느낌의 이미지였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그런 에너지가 느껴졌고, 실제로 프로원으로 활동할 때의 캐릭터도 비슷했다.
‘물론 첫 프로듀스 101 촬영 땐 소심해서 놀랐지만…’
그것은 한세나에게 왕따를 당했던 트라우마 때문에 그랬던 거지.
지금은 원래의 모습을 되찾은 상태에, 까불어도 미워할 수 없는 귀여운 이미지다.
그런 주혜린의 이미지는 키가 컸다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보일 것 같았다.
그런데 주혜린이 의아한 눈동자로 나와 시현을 돌아본다.
“그게 부러운 게 아니라. 키 큰거는 안 부러워요. 저 키는 좀 작아도, 비율은 좋거든요?”
그러더니 자신감 가득한 목소리로 이상한(?)포즈를 취하는 주혜린.
한쪽 손을 머리의 뒤로 향하고, 반대쪽 손을 허리에 얹으며 몸매를 강조한다.
그래도 딱히 강조되는 것 같진 않지만.
“뭐야?”
“그럼 뭐가 부러워?”
멈칫.
하지만 거기서 이어진 시현의 질문에 혜린이 몸을 살짝 떨더니 다시금 양손을 배배꼬며 다리사이로 모은다.
어째 행동 패턴을 읽을 수가 없네.
“오빠랑 사진 찍은 게 부럽다구요.”
“…사진?”
나랑 사진 찍은 게 왜?
“그러고 보니 작업을 해본 적이 없어서, 사진 찍을 일도 없었구나?”
그러는 사이, 시현이 손뼉을 짝 마주치며 말했다.
엄청 오랜만에 보는 거라, 나도 조금 어색하긴 했다.
“…지금이라도 찍을까?”
“그것도 있는데… 저희 찍으면 안 되지 않을까요?”
하지만 주혜린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말하는 것이었다.
“왜?”
“저희, 스캔들 때문에.”
…아.
나랑 주혜린이 스캔들이 났었지?
너무 자연스럽게 넘어갔다보니, 났다는 사실도 까먹고 있었다.
그런데 주혜린은 내 반응에 다소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응? 왜?”
프로원 측 회사에서 그것 때문에 주혜린을 많이 쪼았으려나.
그것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라고 생각하니, 조금 미안하긴 했다.
어쨌든 그런 억지 스캔들이 터진 건, HY와 나 사이의 불화 때문도 조금 있으니까.
“…아무렇지 않아요.”
“맞다, 스캔들. 그거 대체 어떻게 됐던 거에요?”
시현은 그때 당시의 구체적인 내용을 모르는 듯, 눈을 반짝이며 나와 주혜린을 돌아봤다.
혹시 우리 사이에 정말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닌지. 신이 난 모습이다.
“에휴.”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설명했다.
“아무것도 아니었어.”
“정말로?”
“저 잠깐 화장실 좀 다녀올게요.”
그렇게 내가 입을 떼는 순간,
연신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주혜린이 벌떡 일어나더니 자리를 벗어났다.
“…?”
나는 그런 그녀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