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ace genius choreographer RAW novel - Chapter 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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웅성대는 소리.
시끄러운 사람들의 소음.
그리고…
“에취!”
볼에 세차게 부딪히는 차갑고도 쌀쌀한 바람까지.
폐를 파고드는 차가운 바람에, 거센 기침과 함께 눈을 번쩍 떴다.
“끄응.”
누워있던 몸을 일으키고 잠깐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벤치.’
그래. 기억이 났다.
어제 벤치에서 깜빡 잠이 들었었지.
지금 당장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것에 비해, 어젯밤의 기억이 너무도 생생했다.
잔뜩 취할 때까지 마셨던 술.
취한 나를 두고 몰래 대화를 나누던 김대주와 남유진.
그리고 그들을 피해 공원의 벤치까지 도망치듯 달려가, 정신을 잃은 초라한 내 모습까지 전부!
그런데…
‘여긴 어디야?’
주변을 둘러보니, 분명 나는 공원의 벤치에 누웠던 것 같은데.
어느새 도보의 한복판으로 옮겨져 있었고, 수많은 사람들이 그런 나를 힐끔거리며 지나간다.
‘젠장.’
그제서야 조금씩 올라오는 부끄러움에 모자를 푹 눌러쓰고 시선을 돌렸다.
슬쩍.
사람들의 시선을 피한답시고 고개를 돌렸더니, 바로 앞에 있는 커다란 건물이 눈 한가득 들어왔다.
“하하, 대체 누가 공원 벤치에서 자는 사람을 보쌈해서 굳이 건물 입구에 옮겨놨…”
어이가 없어 한 마디 뱉으려는 순간.
“…어?”
나는 얼음처럼 굳어버릴 수밖에 없었다.
어딘가 익숙한 건물의 외형과, 커다란 크기에 비해 관리가 허술하기 그지없는 허름한 모습.
건물의 입구에 빼도 박도 못하게 박혀있는 글자까지…
‘말도 안 돼.’
있을 수가 없는 건물. 아니, 지금 내 눈 앞에 절대 있어서는 안 되는 건물이었다.
[태하 상가 종합]10년 전, 내 얼굴이 망가지게 되는 대형 화재 사고가 일어난,
내 인생 최악의 공간이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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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인가?
어쩐지, 갑작스럽게 기침이 날 만큼 쌀쌀해진 날씨부터 이상했다.
공원의 벤치에서 누웠는데 이상한 곳에서 눈을 뜬 것도 이상했고, 그 곳이 태하 상가의 앞이라는 것은 더더욱 이상했다.
“꿈… 맞지?”
하지만.
꿈이라기엔 너무 생생한 주변의 모든 모습들이 마음에 걸린다.
의지를 벗어나 몸이 벌벌 떨린다. 그것과 함께 혹시나 하는 생각이 마음 속 싶은 곳에서 스물스물 자리를 차지했다.
만약에.
정말 만약에, 지금 이게 꿈이 아니라면?
온 몸에 소름이 돋아 올랐다.
‘이럴 시간이 없어!’
어제 술에 취해 정신을 잃기 직전에 했던 생각이 떠올랐다.
만약 오늘, 화재가 일어나는 당일로 돌아온 것이라면.
그것을 알고도 가만히 두고 볼 수만은 없는 일이었다.
“지금 몇 시지?”
시간을 확인하기 위해 습관처럼 오른손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내 오른쪽 손목은 텅텅 비어있다.
“아…‘
그러고 나서야, 왼손에 매고 있는 시계의 감촉이 느껴진다.
습관과도 같은 것이었다.
나는 화상 때문에 왼손엔 시계를 차고 다닐 수 없었으니까.
‘그래, 지금은 화재가 일어나기 전이었지.’
이를 까득 깨물었다.
이게 만약 꿈이 아니라면.
기회이지 않을까?
내 평생을 괴롭힌, 화재 사고를 피할 기회.
현재시각, 3시 34분.
화재가 일어나는 시간은, 당시 사건 이후 쏟아져 나온 기사들을 수십 번이고 확인해 봐서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3시 46분.
약 12분의 시간이 남았다.
어떻게 화재를 막을 수 있을까?
나는 알고 있다. 건물의 스프링클러는 작동하지 않는다.
즉, 화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 이후에는 자가적으로 소화(消火)할 수 없다는 뜻.
그러면 그 원인을 미리 막아야 한다는 소리인데.
당시 기사에 정확한 화재 발생 원인은 나와 있지 않았다.
너무 큰 화재였고, 이미 건물 전체가 불타 사라진 상태였으니까.
그렇다면 지금 현재. 내가 믿을 수 있는 것은…
‘내 기억 뿐.’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이 때 당시의 기억을 필사적으로 떠올렸다.
상가에서 만나자는 약속. 1시간이 넘게 늦었던 김대주.
나는 그를 기다리느라 상가를 돌아다니며 시간을 때웠고…
갑작스러운 폭발이 일어났지.
‘…시발. 이걸 가지고 어떻게.’
답이 없네.
일단 상가의 가장 높은 층인 3층으로 올라갔다.
확실한 건 이 상가에서 폭발은 3층에서 일어난다는 것이다.
내가 폭발에 휩싸였을 당시, 나는 3층에 있었고.
분명 내 근처에서 폭발이 일어났으니까.
“후우.”
손톱을 물어뜯으며, 3층에 모여 있는 입점 가게들을 돌아봤다.
이 곳에서 대체 어떤 가게에서…?
폭발이라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LPG가스였다.
그럼 역시 식당에서 일어난 화재인가?
아니면, 다른 곳?
시간은 점점 다가오고 있었지만, 그만큼 머릿속은 점점 하얘졌다.
남은 시간은 5분.
기분 때문일까.
어디선가 타는 냄새가 나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다.’
식은땀으로 축축해진 손을 꽉 쥐었다.
결국 내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하나밖에 없었다.
호흡을 크게 들이쉬고, 최대한 마음을 가라앉힌다.
있는 힘껏, 온 힘을 다 해.
“불이야!!!!!”
상가 3층이 쩌렁쩌렁 울릴 만큼 소리를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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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야?”
“불?”
인간은 상황에 지배당한다.
군중심리.
미묘한 냄새.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연기.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더라도, 집단에 속한 사람들은 어느 한 명이 움직이지 않으면 쉽게 나서지 않는다.
‘나만 이상한 걸 느끼는 건가?’ 하는 생각에 지배당하고, 튀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곳 역시 마찬가지였다.
“불이야! 당장 건물에서 벗어나세요!”
“뭐야? 화재 경보가 안 울리는데?”
“장난 아니야?”
사람들이 반신반의하며 웅성거린다.
상가에서 곧바로 불이야를 외치지 않은 것은 이것 때문이었다.
화재 경보, 스프링클러가 모두 고장 난 상가.
아무런 낌새가 없는 상태에서 외쳐봤자 장난으로 치부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마음이 급해진다. 불이 나기 시작한 이상, 언제 폭발 사고가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기사에선 화재의 폭발 시간은 46분이라고 나와 있었지만.
이 숨 막히는 상황에서는 그런 내 기억조차 맹신할 수가 없었다.
“이게 무슨 냄새야?”
“타는 냄새인가? 뭔 이상한 냄새가…”
“불이야! 불났다구요!”
아무도 경각심이 없었다면, 건물에서 이상한 낌새가 느껴져도 다들 우물쭈물 하고 있었겠지만.
한 사람이라도 끊임없이 외치고 있는 저 말에, 사람들은 예민하게 반응했다.
‘혹시나’하는 생각.
그것만으로도 충분했다.
타다닥!
물꼬를 튼 것은 한 남자였다.
“이상해. 일단 나가자!”
그가 여자친구를 데리고 비상계단을 향해 달려나가는 순간,
사람들이 우루루 움직이기 시작했다.
군중 심리 때문에 위기 상황에서도 눈치를 보던 사람들이.
오히려 군중 심리 덕분에, 모두 함께 탈출을 시작한 것이다.
“불이야! 불이야!”
“내려가요, 내려가!”
“할아버지, 업히세요!”
삽시간에 좁은 비상계단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저게 뭐야!”
“아이고!”
상가 3층.
마지막으로 내려가던 사람들이 뒤를 돌아보고는 탄식을 내뱉었다.
한 쪽 구석에 활활 타오르는 가게가 보였다.
‘옷가게…’
화재의 시작은 폭발이 아니라, 옷가게였던 것이다.
3층에 남은 사람들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나 역시 마지막으로 내려가려는 순간.
“살려주세요!”
상가 3층, 계단 근처의 가게.
미용실의 안쪽에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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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내가 나 혼자만 살려고 했다면.
과거로 돌아왔다는 걸 깨달은 그 순간, 건물에서 도망치는 것부터 생각했을 것이다.
누군가는 그러는 것이 ‘현명하다’ 라고 말 할지도 모른다.
기껏 과거로 돌아와서 위험을 무릅쓰는 나를 보고 멍청하다고 비웃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화재를 막는 선택에 고민조차 하지 않았다.
태하 상가 화재 사고는, 다시는 되풀이 되어선 안 될 끔찍한 사고였으니까.
이 사고로 인해 야기된 수많은 이들의 슬픔과 절망…
그것은 사고에 휘말린 당사자인 내가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런 내가. 사고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알고도 도망칠 수 있을 리가 없다.
‘…좋아!’
하지만, 그렇게 모두 대피를 성공시킨 줄 알았는데…
“살려주세요!”
미용실에서 들려오는 여자의 목소리에.
손발이 덜덜 떨려올 수밖에 없었다.
죽음에 대한 공포가 아니었다.
저 여자를 구하다가 또 다시 화상을 입은 채 목숨을 연명하고,
또 다시 과거와 같은 삶을 살게 되진 않을까, 하는.
저열하고도 추잡한 두려움이 온 몸을 감싸 안았다.
두려웠다. 두렵지 않을 수 없다.
적당히 타협할까? 저 사람을 무시한다고 해도, 나는 이미 수많은 사람을 대피시켰다.
뭐라고 할 사람은 아무도 없지 않을까?
수많은 갈등이 뒤죽박죽 엉켜들었다.
하지만 그런 고민들과는 달리…
“젠자아아아앙!”
타다닥!
내 몸은 어느새 미용실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
.
덜컹!
번쩍 안을 들여다봤다.
보이는 건, 한 키 큰 여자가 정신을 잃고 누워있는 장면.
그리고 구조를 외치는 다른 여자는, 어찌할 바를 모른 채 눈물을 쏟아내고 있었다.
짧은 단발에 크롭 자켓을 걸치고, 주저앉아 있는 여자.
여자가 휙 입구에 서 있는 나를 돌아보고, 간절하게 말한다.
“저희 언니, 언니예요. 기절을 했는데. 들 수가…”
“알겠으니까, 저한테 업혀요!”
화재의 시작은 옷가게에서 일어났지만,
나는 곧 불길이 번지며, 폭발이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대체 그게 언제일까.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온다.
시한폭탄을 곁에 두고 움직이는 기분이다.
“끄응.”
여자의 언니를 등에 업고 힘겹게 발걸음을 뗐다.
“죄송해요. 가, 감사합니다. 저, 정말 죄송…”
동생은 공황 상태에 빠져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새삼스럽게 떠올랐다.
만약 과거였다면, 지금 이 자매는…
“됐으니까, 빨리 달려요!”
쿠궁!
화재에 취약하게 시공된 건물이 곧바로 무너져 내리기 시작했다.
저 우지끈거리는 소리는 기둥이 무너지는 소리인가?
“이익!”
기절한 사람을 둘러메고 뛴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업은 여자 역시 키가 큰 편이었지만, 내가 더욱 큰 키라는 게 그나마 다행이다.
미용실을 빠져나와 가까스로 계단에 발을 딛는 순간.
퍼-엉!
미용실에서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심지어 폭발의 장소는 미용실이었던 것이다.
투두둑, 투둑.
건물 전체가 흔들거리는 느낌이다.
이거, 무너지는 거 아니겠지?
쿵, 쿵!
계단을 내려가는 걸음이 무거웠다.
2층. 가구 및 원목 판매점들이 들어찬 가게들.
1층으로 내려가는 계단을 밟는 순간, 3층의 바닥이 불길과 함께 무너져 내렸다.
후욱!
뜨거운 열기가 얼굴에 확 들어찬다.
원목들은 마치 장작이 되어 타올랐고, 시꺼먼 연기를 뿜어냈다.
아직 괜찮다.
내려가는 계단, 계단만 무사하면 된다.
탁, 탁, 탁!
그리고, 마침내 1층.
“푸하!”
참고 있던 숨을 내뱉으며, 건물 밖으로 나오는 순간.
화르륵!
펑!
연쇄적인 폭발과 함께, 건물이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간발의 차였다.
“저게 뭐야!”
“사람을 업고 있잖아!”
어느새 상가의 주변에는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여 있었다.
상가에서 도망쳐 나온 사람들과, 근처에서 구경하러 모인 사람들.
그 중, 건장한 남자들이 땀에 흠뻑 젖은 나를 향해 재빠르게 달려왔다.
그들은 내가 업고 있던 여자를 대신 둘러메고는,
“학생도 업혀.”
비틀거리는 나 역시 번쩍 들어 안았다.
상가 건물로부터 거리를 벌리며 훌쩍 달아난다.
마침내 안전거리까지 도망쳐, 몸을 추스렸을 때.
투둑.
툭.
콰직!
내가 결코 볼 수 없었던.
태하 상가 건물이 무너져 내리는 장면이 눈에 들어왔다.
“워매. 저게 다 뭐시당가!”
“다행이야, 다행!”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에 온 몸에 힘이 탁 풀렸다.
털썩.
파김치처럼 바닥에 쓰러지듯 주저앉았다.
왼손을 들어 올려 멍하니 내 손을 쳐다봤다.
‘…움직인다.’
꿈이 아니다.
이처럼 현실성 있는 이 순간이, 꿈일 리가 없었다.
하지만 꿈이 아니라고 생각하니 더더욱 믿기지 않는다.
‘1월 20일. 4시 1분.’
원래라면 화재에 휩싸여, 병원에 실려 갔을 이 시간.
평생 볼 수 없었던 이 공간에.
내가 지금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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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
내가 과거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완전히 깨닫기까지 걸린 시간이었다.
이 당시에 지내던 허름한 자취방.
화재를 피한 후, 운동과 휴식을 병행하며 나는 내가 처한 현실을 확실히 깨달았다.
어찌된 일인지 모르지만.
과거로 돌아 왔다는 게 어떤 누군가에게는 불행일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나에게는 ‘새로운 기회’라는 것을 말이다.
“…적응 안 된다.”
거울에서 내 멀쩡한 얼굴을 비춰보는 건 아직 적응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끔찍한 화상으로 손도 대지 않던 얼굴이었으니까.
업무 외적인 일로는 내 얼굴을 일부러 쳐다보지도 않았던 나였는데, 얼굴을 만지면 매끈한 피부가 보들보들 느껴진다.
…다시 생각해도, 정말 실감나지 않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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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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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이다.”
뚜둑, 뚜둑.
허리를 뒤트는 스트레칭을 하며, 벽에 있는 달력을 쳐다봤다.
[1월 28일] [Free Plus 댄스팀 대면 오디션]과거에, 나와 연이 닿지 않았던 댄스팀의 오디션.
내일 그 오디션이 열리는 날이었다.
이번 생엔 그것을 찾아 가보기로 했다.
중소 연예 기획사인 MW 엔터테인먼트 소속이자,
지금 현재 존재하는 댄스팀 중 가장 뛰어난 댄스팀 중 하나인.
Free Plus 댄스팀의 오디션에 말이다.
나는 과거, 이 팀에 들어가기 위해 오디션을 보고 2차까지 합격한 상태였다.
하지만 나는 결국 이 오디션을 보지 않았었다. 아니 못했었다고 말해야겠지.
당시 MW가 아닌, 김대주의 HY 엔터를 선택했고.
화재에 휘말려, 지금쯤 한창 병원에서 누워있을 시기였으니까.
‘하지만 이번은 다르다.’
과거에 가지 않았던 길.
이번 나의 목표는, 반쪽짜리 안무가가 아닌 온전히 나 ‘최연우’로서 당당할 수 있는 길이었다.
그리고 그 길은 김대주의 제안을 받아들여서는 갈 수 없는 길이다.
‘오디션.’
누군가의 운명을 바꿔놓을 수 있는 한 번의 기회.
나는 이번 오디션에서 떨어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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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이익-.
덜컹.
버스를 타고 도착한 MW 엔터테인먼트.
정류장에서 오디션이 열리는 사옥까지는 그렇게 멀지 않았다.
조금만 걸었는데도 회사의 커다란 건물이 눈에 띄었다.
두근 두근.
자신감과는 별개로, 떨리는 마음은 감출 수가 없었다.
“어떻게 오셨어요?”
도착한 회사의 입구.
어쩐지 대하기 어려워보이는 여자가 정갈한 목소리로 물어온다.
그런 질문에 대답하는 것쯤이야 어려운 일이 아니었음에도, 왠지 모르게 마음까지 사회 초년생이 되어버린 것만 같다.
“오, 오디션을 보러 왔는데요.”
리셉셔니스트가 얘기를 듣더니, 내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왜 그러지?
의아해서 바라보니, 여자가 다시금 말을 꺼냈다.
“어… 음. 그러니까. 어떤 오디션이요?”
“?”
“오늘 3층과 5층에서 오디션이 동시에 열리거든요. 아이돌 연습생 오디션과, 댄스팀 오디션.”
“아하.”
몰랐던 사실이었다.
“댄스팀이요.”
“댄스요?”
내 대답을 듣자, 여자가 살짝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러다가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는지 곧바로 손짓을 하며 말했다.
“죄송해요. 댄스팀은 5층으로 가시면 됩니다. 엘리베이터는 저 쪽.”
“네.”
왜 그러는지 이유야 알 수 없었지만.
그런 것들에 하나하나 신경 쓰기엔 당장 눈앞에 닥친 오디션이 급했다.
긴장되는 마음을 마인드컨트롤 하며, 엘리베이터의 앞에 서는 순간.
“어?”
오디션 참가자인지, 나보다 앞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던 여자.
그 여자가 바람 빠지는 소리를 내며 나를 향해 손가락질한다.
“어!”
그리고 나 역시 그 여자를 보고 바람 빠지는 소리를 냈다.
…그런데 내고 나니, 더 이상 할 말이 없다.
“그…”
익숙한 얼굴이다. 익숙한데…
이름이고 뭐고, 아무 것도 기억이 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되돌아온 시간만 10년이다. 안면이 익숙한 거랑, 누군지 정확히 기억하는 거랑은 다른 일이잖아.
내가 차마 말을 잇지 못하고 말을 길게 늘이고 있을 때.
“태하 상가! 맞죠!”
여자의 입에서 예상치도 못했던 말이 튀어나왔다.
태하 상가?
화재가 일어났던 건물을 말하는 건가?
“!!!”
그제서야 이 여자의 얼굴이 기억 속의 사람과 매치가 되기 시작했다.
그 여자였다.
3층 미용실. 쓰러진 언니를 붙잡고 울고 있던 그 여자!
“가, 감사했습니다!”
여자가 경악한 얼굴로 쳐다보다가, 90도로 고개를 번쩍 숙인다.
나 역시 경악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이 여자…’
댄서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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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천재 안무가가 되었다 – 3화.